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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반찬 부럽지 않은 겨울철 보너스 김장 겨울철 입맛 살리는 별미김치 1
어머니 음식 솜씨가 좋은 집은 무엇보다 김치 맛이 깊고 계절 따라 김치 종류도 다양하다. 특히나 김장철이면 배추김치, 총각김치, 동치미는 기본이고, 갖가지 독특한 재료들로 김치를 넉넉히 담가 겨우내 입맛을 돋운다. 겨울철 ‘밑반찬 ’ 으로만 먹기엔 아까운, 맛있는 ‘요리’로 손색없는 별미김치 일곱 가지.
“자연이 키우고, 자연에서 숙성시켜야 가장 맛있는 김치”
곧 김장철이다. 겨우내 먹을 김치, 담가 먹을까 사서 먹을까. 두 가지 중 어떤 방법으로 준비하든 건강한 재료로 맛깔스럽게 담근 김치를 먹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다행스럽고 만족스럽다. 아무리 한국 사람들이 매일 먹는 것이 김치라지만 요즘 제대로 된 김치 맛보기가 어디 그리 쉬운 일인가. 집에서 직접 담가 먹는다 해도 배추며 무, 고춧가루, 젓갈, 소금 등 싱싱하고 믿을 만한 재료를 구하기가 힘든 탓에 김치의 맛을 제대로 낼 수 없다. 그러므로 더더욱 김치 재료, 김치 맛에 까다로워야 한다.

강원도 평창에 사는 박광희 씨는 자신이 직접 만든 김치에 대한 자부심이 남다르다. 가장 자연적인 것이 가장 인간적인 것이라는 생각으로 김치를 담그는 그는 2002년 MBC가 선정한 김치 명인이다. 식물이 건강하게 생장하는 데 최적의 조건을 갖춘 강원도 평창 고랭지에서 무농약으로 거둔 채소에 직접 고추농사를 지어 햇볕에 말리고 하나하나 다듬어 빻은 태양초 고춧가루, 1년 이상 묵혀 간수를 뺀 천일염, 일일이 달여 거른 젓갈을 이용해 매일매일 정성껏 김치를 담근다.

“사람이 건강하려면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야 합니다. 배추나 무 같은 채소의 생산량을 늘리고 단가를 낮추기 위해 화학비료를 뿌리고 농약을 쓰는 것은 땅을 죽이는 일이고, 그것은 곧 사람이 죽는 것입니다. 채소든 사람이든 자연의 순리대로 살아야 해요. 다행히 우리나라는 사계절이 있어 너무 좋지요. 봄부터 늦가을까지 먹을 수 있는 나물이 지천이에요. 이런 자연산 재료들은 생명력이 가득합니다. 저는 평창 청옥산 1천2백55미터 육백마지기에서 캐낸 자연산 민들레와 고들빼기, 더덕으로 김치를 담급니다. 봄엔 자연산 뽕잎으로 김치를 담가도 별미지요.”

인사동에서 18년째 한정식집 ‘ 두 레 ’ 를 운영하는 이숙희 씨 역시 김치에 대한 애착이 대단하다. 손맛 좋은 그의 친정어머니가 김치 담그는 걸 어깨너머로 배우며 김치를 즐겨 먹었고, 스스로 음식점을 운영하며 수없이 많은 김치를 담그며 쌓은 경험으로 나름의 김치 맛을 터득했다. 그는 김치를 맛있게 담그는 비법을 다름 아닌 ‘온도’에서 찾는다.

“김치에는 배추가 지닌, 갓이 지닌, 양파가 지닌 고유한 맛이 최대한 살아 있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채소, 소금, 물 같은 기본 재료가 좋아야 하는 건 당연하고, 김치를 담글 때 온도와 시간을 적절히 맞추는 게 비법이지요. 김치는 차가워야 제맛이에요. 여름에 담근 김치와 겨울에 담근 김치의 맛은 하늘과 땅 차이거든요. 배추를 절일 때부터 양념을 버무리고, 저장하고, 그릇에 담아 상에 낼 때까지 전 과정을 차갑게 유지해야 아삭아삭하고 맛있습니다. 초겨울 김장철의 기온 혹은 냉장실의 온도 정도가 적당하지요.”

여름철 김치를 더욱 시원하게 먹을 수 있도록 얼음 김치그릇을 만들고 싶다는 그는 김치도 밑반찬이 아니라 훌륭한 요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2006 서울국제요리경연대회 향토음식 경상도 부문에서 금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화려한 음식 솜씨를 자랑하는 그이지만 그가 차려낸 밥상을 평정하는 요리는 바로 계절마다 달라지는 ‘별미 김치’. 오랜 세월 외국인 손님들을 맞은 경험에 의하면, 와인을 낼 때 멋진 접시에 김치를 담아 상 한가운데 올리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안주가 된다고. 이숙희 씨의 말대로라면 화이트 와인에는 맵지 않은 백김치가, 레드 와인에는 매운 김치가 제격이다. 맛있는 김치는 치즈 못지않은 훌륭한 메뉴다.

이번 칼럼에 소개한 민들레김치, 고들빼기김치, 더덕김치는 ‘김치로 사람을 섬긴다’는 박광희 씨가, 갓 물김치, 순무김치, 소라순무 물김치, 양파김치는 ‘아이들과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김치다운 김치’를 담그고 싶다는 이숙희 씨가 만들어주셨습니다. 이번 달 ‘행복이 가득한 쇼핑’에서는 이들이 만든 일곱 가지 별미 김치 외에도 깔끔하고 시원한 다양한 김치를 만나실 수 있습니다.


구선숙 기자 kss@design.co.kr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6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