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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계절의 맛 토실토실 햇밤의 실한 지혜
단언컨대, 밤은 가을의 축복이다. 사람으로 치자면 품이 넉넉한 이다. 그래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에게 친숙하고 쓰임도 다양하다. 이유식부터 영양 밥상의 주된 식재료로, 길고 긴 밤의 동무로, 동서양을 막론하는 영양 간식거리로 사랑받는 햇밤으로 가을의 건강한 기운을 만끽해보시길.


생밤, 군밤, 삶은 밤 담기

견과류 가운데 가장 친숙한 밤은 가을부터 겨울까지 훌륭한 간식거리로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과실이다. 게다가 호두·아몬드·잣 등이 100g당 600kcal 이상의 고열량 식품인 데 반해 밤은 고작 162kcal이다. 또한 “생밤을 술안주로 먹으면 술독이 풀린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밤에 든 비타민 C가 알코올 분해를 돕기 때문. 밤의 비타민 C는 굽거나 삶아도 거의 파괴되지 않는다. 칼슘 흡수를 돕는 비타민 D, 정신 건강에 유익한 비타민 B₁, 면역력을 증강시키는 베타카로틴 등 각종 영양소가 골고루 든 밤은 영양덩어리요, 천연 영양제다. 토실토실 밤 토실이란 말이 괜한 소리가 아닌 것. 속껍질에도 엘라그산이 많이 들어 있다. 특히 엘라그산과 베타카로틴은 체내 활성산소를 제거할 뿐 아니라 비타민 A로 전환되어 눈 건강에 좋다. 씹을수록 달고 고소한 생밤, 보슬보슬하게 찐 밤, 구수한 군밤 모두 맛 좋은 주전부리로, 모양이 동글동글해 편편한 접시보다는 오목하고 작은 볼에 담아야 보기 좋고 먹기 좋다.


군밤
껍질에 칼집을 넣어서 200℃로 예열한 오븐에서 20~30분간 굽는다. 껍질이 갈라지면 반 정도 벗겨내야 받는 이가 먹을 엄두가 날 것.

생밤
옛 어른들은 제사상이나 차례상에 올리기 위해 생밤을 예쁘게 깎는 것을 ‘밤을 친다’고 했다. 칼보다는 필러를 사용해야 모서리가 둥글게 깎이고, 속껍질까지 벗긴 후에는 찬물에 담갔다 건져야 녹말기가 빠진다. 초록 잎을 볼에 깔고 올리면 보기 좋게 담을 수 있다.

삶은 밤
밤을 씻어서 냄비에 담고 밤이 잠길 정도로 물을 부어 20분 정도 삶는다. 한 김 식혀서 반 잘라 볼에 담고, 작은 스푼을 같이 낸다. 껍질을 담을 작은 그릇과 먹고 난 후 손을 닦을 물티슈도 작은 접시에 함께 낸다. 계절감이 묻어나는 작은 나뭇잎 한 장을 깔고 얹어 내면 좋다.

선조의 지혜를 담은 일상식
약식동원藥食同源, 약과 음식은 그 근원이 같다는 말로, 좋은 음식은 약과 같은 효능을 낸다는 뜻이다. 우리 선조들은 일상의 식생활을 통해 건강을 유지하고 질병을 다스리는 지혜가 있었던 것. 가을 밥상의 약식동원 음식으로 손색없는 것이 밤밥과 밤죽이다. 특히 밥을 지을 때 햇밤을 넣으면 밥맛이 더욱 구수해지고, 밤죽은 용도에 따라 농도를 조절하면 이유식부터 보양식까지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보통 밤 가루와 쌀가루를 약 2:1 비율로 섞어서 만들며, 강판에 갈아 끓인 밤죽은 이유식으로 인기다.


밤죽
재료(4인분)
쌀 1컵, 밤(껍질 벗긴 것) 200g, 참기름 1큰술, 물 8컵
만들기 1 쌀은 씻어서 물에 담가 1시간 정도 불린 후 체에 밭쳐 물기를 뺀다.
2 속껍질까지 벗긴 밤은 반 자른 다음 찬물에 헹궈 건진다.
3 바닥이 두꺼운 냄비에 참기름을 두르고 ①의 불린 쌀을 볶다가 말갛게 되면 ②의 깐 밤을 넣고 살짝 볶은 다음 물을 부어서 주걱으로 저으면서 끓인다.
4 ③의 쌀알이 퍼지기 시작하면 불을 약하게 줄이고 계속 저으면서 끓인다. 쌀알이 푹 퍼지고 부드러워지면 소금으로 간한다.

밤영양밥
재료(4인분)
쌀 2컵, 밤(껍질 벗긴 것) 200g
만들기 1 쌀은 씻어서 체에 밭쳐 30분 정도 불린다.
2 속껍질까지 벗긴 밤을 반 자른 다음 찬물에 헹궈 녹말기를 뺀다.
3 밥솥에 ①의 불린 쌀을 안치고 밤을 얹어서 물을 붓고 끓인다. 끓어오르면 불을 줄여서 뜸을 들인다.

가을의 가장 유익한 반찬
<동의보감>에서 밤은 ‘가장 유익한 과일’로 꼽힌다. 기운을 돋우고 위장을 튼튼하게 하며 배고픔을 느끼지 않게 한다. 오죽하면 밤 세 톨만 먹으면 보약이 따로 없다는 말이 다 있을까. 게다가 여느 견과류와 달리 지방이 100g당 0.6g으로 적기 때문에 반찬으로도 제격이다. 햇밤은 덜 달고 약간 떫어 조림으로 먹으면 맛있고, 묵은 밤은 단맛이 강하기 때문에 양념만 살짝 해 무침으로 먹어도 좋다. 햇밤보다 묵은 밤이 더 단 이유는 밤이 나무에서 떨어지면 전분이 당분으로 변하기 시작해서다.


밤무침
재료(4인분)
밤(껍질 벗긴 것) 150g, 오이 100g, 양파 30g, 쪽파 20g
무침양념 식초・다진 파 1큰술씩, 설탕・고춧가루 2작은술씩, 다진 마늘・통깨・참기름 1작은술씩, 고운 소금 2/3작은술
만들기 1 속껍질까지 벗긴 밤은 도톰하게 썰어서 찬물에 헹궈 건진다.
2 오이는 돌기 부분을 굵은소금으로 문질러 씻은 뒤 물에 헹궈 밤과 같은 크기로 썬다. 양파와 쪽파도 같은 크기로 썬다.
3 분량의 무침 양념 재료를 모두 섞어 ①의 밤에 넣고 무친 다음 ②의 채소를 넣고 무친다.

밤조림
재료(4인분)
밤(껍질 벗긴 것) 200g, 땅콩 50g, 통깨 1작은술
조림 간장 진간장 3큰술, 맛술 2큰술, 설탕 4큰술, 꿀 1큰술
만들기 1 속껍질까지 벗긴 밤은 소금을 약간 넣고 15분간 삶는다. 땅콩은 속껍질까지 벗긴다.
2 팬에 조림 간장 재료를 모두 넣고 끓이다가 ①의 밤과 땅콩을 넣고 국물 없이 조린 후 그릇에 담아 통깨를 뿌려낸다.

밤으로 빚은 밤
밤은 예로부터 숙실과熟實果의 대표 재료였다. 숙실과란 과일이나 뿌리 식물을 익혀서 꿀을 더하여 ‘초炒’나 ‘란卵’ 형태로 만든 과자를 말한다. 주로 밤, 대추, 잣, 생강 등이 쓰인다. 밤초, 대추초처럼 ‘초’ 자가 붙는 것은 꿀을 넣어 조리듯 볶은 것이고, 율란, 조란, 생강란처럼 ‘란’ 자가 붙는 것은 재료를 다져 꿀을 넣고 조린 다음 다시 원재료의 모양대로 빚은 것.품이 많이 들고 무엇보다 재료의 질이 좋아야 하는 음식이어서 궁중 잔칫상의 맨 위를 장식한 것도 숙실과였다. 그중 율란栗卵은 삶은 밤을 으깨 꿀로 반죽해 앙증맞은 밤 모양으로 빚어 잣가루를 묻힌 것으로, 곱게 가루를 내어야 모양을 만들기가 좋다. 요즘 마트에서 구할 수 있는 밤 가루로 율란을 만들면 맛이 텁텁하고 한약재 냄새가 나기도 하므로 되도록 생밤을 삶아 으깨서 만드는 것이 좋다.


율란
재료(10개분)
통밤 10개(200g 정도), 꿀 11/2큰술, 계핏가루 1/4작은술, 잣가루 약간
만들기 1 밤은 껍질째 삶는다. 물이 끓기 시작하면 중간 불로 줄여 20분 정도 더 삶은 뒤 무르게 익으면 반 갈라서 작은 숟가락으로 속을 파낸다.
2 ①의 밤을 뜨거울 때 곧바로 체에 내려 으깬다. 보슬보슬한 고물 상태가 되면 꿀과 계핏가루를 넣고 고루 섞어 한 덩어리로 반죽한다.
3 ②의 반죽을 밤톨 모양으로 빚은 뒤 한쪽 끝에 잣가루를 묻힌다. 이때 크기는 밤톨보다 작게, 한 입에 쏙 들어가는 정도가 적당하다.

존재감 있는 디저트
서양에서는 주로 밤을 빵, 타르트, 케이크, 푸딩 등에 넣어 특별한 디저트를 만든다. 밤 페이스트의 진한 맛과 스위스 머랭의 바삭함이 잘 어울리는 몽블랑montblanc이 대표적. 밤 퓌레를 얇은 국수 모양으로 짠 것이 특징이다.


밤 푸딩
재료(4인분)
삶은 밤(껍질 벗긴 것) 250g(통밤 500g), 설탕 100g, 크림치즈 80g, 생크림 60cc, 달걀물 1개분, 바닐라 빈 2cm, 버터·슈거 파우더 약간씩
만들기 1 삶은 밤을 치즈 강판에 갈아 가루를 낸다.
2 크림치즈에 설탕과 생크림을 섞은 뒤 바닐라 빈을 반 갈라 씨만 넣어 섞은 다음 ①의 밤에 넣고, 달걀물을 부어 반죽한다.
3 버터를 바른 틀에 ②의 반죽을 부어서 오븐 팬에 얹고 끓는 물을 부은 뒤 170℃로 예열한 오븐에서 50분 정도 구운 다음 슈거 파우더를 뿌려낸다.

몽블랑
재료(4인분)
스프링롤피 12장, 녹인 버터 30g, 슈거 파우더 약간
밤 크림 삶은 밤 가루 150g, 설탕 40g, 녹인 버터 15g, 생크림 80ml, 계핏가루 약간
만들기 1 스프링롤피에 녹인 버터를 발라 3장을 어긋나게 포갠 다음 오븐용 컵에 담는다. 180℃로 예열한 오븐에서 12분 정도 노릇하게 구운 뒤 틀에서 꺼내 식힌다.
2 삶은 밤 가루에 설탕, 녹인 버터, 계핏가루를 넣고 생크림을 휘핑해 1/2 분량만 넣어 밤 크림을 만든다. 나머지 1/2 분량을 짜주머니에 넣은 뒤 ①에 반 정도 채운다.
3 밤 크림을 다른 짜주머니에 넣어 ② 위에 짜서 올린 뒤 슈거 파우더를 뿌려낸다.

밤 타르트
재료(지름 18cm 틀 1개분)
타르트 시트 박력분 125g, 버터·설탕 60g씩, 달걀노른자 1개분, 우유 1/2큰술 밤 충전물(밤 필링) 버터 80g, 설탕 100g, 삶은 밤 가루 200g, 달걀물 1개분
만들기 1 박력분과 버터를 섞고 양손으로 비벼서 가루 상태가 되면 설탕, 달걀노른자 1/2개분, 우유를 넣고 섞어 반죽한 뒤 비닐팩에 넣어 냉장고에서 1~2시간 휴지시킨다.
2 볼에 버터와 설탕을 넣어 거품기로 섞은 뒤 삶은 밤 가루와 달걀물을 넣고 섞는다.
3 ①의 시트 반죽을 0.5cm 두께로 민 뒤 타르트 틀에 덮고 시트 바닥을 포크로 찍어 쿠킹포일을 덮는다. 콩이나 쌀 등을 채워서 180℃로 예열한 오븐에서 15분간 구운 뒤 쿠킹포일을 들어내고 나머지 달걀노른자 1/2개분을 발라 오븐에서 노릇하게 더 굽는다.
4 ③의 타르트 시트에 ②의 밤 충전물을 넣고 180℃로 예열한 오븐에서 15분간 굽는다.



요리와 스타일링 노영희(스튜디오 푸디) 참고 서적 <내 몸을 살리는 곡물 과일 채소>(디자인하우스), <내 몸을 살리는 식물 영양소>(들녘) 

진행 신민주 기자 | 이우경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3년 10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