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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줄 서는 빵집] 서교동 오븐과 주전자 신선한 우리 밀로 옳은 빵을 굽습니다
오븐과 주전자 매장 곳곳에는 주인장이 직접 손으로 쓴 ‘빵으로 꿈꾸는 사람들’이라는 글귀가 붙어 있다. 세련된 필체는 아니지만 정성껏 한 글자 한 글자 써 내려간 글귀처럼, 화려하진 않지만 진심을 다한 건강한 빵이 있는 곳.


허민수 셰프의 첫 빵집이자 결혼과 함께 인생 2막을 시작한 이곳은 빵과 핸드 드립 커피를 함께 즐기는 곳이라는 뜻을 담아 ‘오븐과 주전자’라고 이름을 붙였는데, 커피를 책임지던 아내가 아이를 낳은 이후 육아에 전념하면서 지금은 커피 메뉴 없이 오로지 빵만 판매한다.

점심시간이 지나고 나니 벌써 진열대 곳곳 빈자리가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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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때 묻은 허 셰프의 아이디어 수첩.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꼼꼼하게 기록한다.
2 신선한 우리 밀만 사용해 빵을 굽는다. 
3 이곳의 인기 메뉴. 위부터 반시계방향으로 통밀캉파뉴와 올리브캉파뉴, 치즈캉파뉴. 

오전에 대부분의 빵 메뉴를 만들고 나면, 차례로 과자를 굽는다.

합정역 근처 작은 골목에 ‘오븐과 주전자’가 있다. 인테리어라고 할 만한 소품 하나 없이 아담한 매장에는 한쪽에 빵이, 다른 한쪽엔 작업대와 오븐이 놓여 있을 뿐이다. 허전할 정도로 소박한 이곳에 많은 사람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콘셉트가 분명한 빵집이기 때문이다.
4년 전 서울 후암동에 문을 연 오븐과 주전자의 콘셉트는 ‘유화제, 개량제, 색소, 방부제 없는 신선한 빵’을 선보이는 곳이었다. 그리고 2년만에 서교동으로 자리를 옮기며 허민수 셰프는 더욱 신선하고 건강한 빵을 만들고픈 욕심에 한 차례 변화를 주었다. 바로 우리 밀로 빵을 만들기 시작한 것. 농산물은 이동 거리가 짧을수록 신선하며, 우리 밀을 사용하는 것이 우리 농민도 살리고 환경도 살리는 첫걸음이라는 평소 생각을 행동으로 옮겼다. 현재 오븐과 주전자에서 판매하는 총 50여종의 메뉴 중 마들렌이나 쿠키 같은 구운 과자류를 제외한 모든 빵은 우리 밀로 만든다. 우리 밀은 특유의 구수한 향과 신선한 풀 내음이 나 깊은 맛이 느껴지는 반면, 발효가 까다로워 빵을 만들기 어렵다. 허민수 셰프가 생각해낸 대안은 저온 숙성 과정을 거치는 것. 물과 밀가루, 소금 등 물성이 서로 다른 재료가 잘 어우러지도록 저온에서 충분히 발효시킨다. 그는 새벽 5시면 매장에 나와 전날 만들어둔 반죽으로 그날 판매할 빵을 굽고, 오후에는 다음 날 사용할 반죽을 준비한다.

허 셰프는 대학에서 요리를 전공하고, 대기업 산하 유명 베이커리에서 R&D 연구원으로 일했다. 당시 메뉴 개발과 원료 테스트 업무를 담당하며, 훗날 자신이 빵집을 운영한다면 꾸준히 새로운 메뉴를 소개해야겠다고 다짐했단다. 끊임없는 메뉴 개발이 작은 빵집에 생명력을 불어 넣는 일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한 달도 거르지 않고 매달 적게는 한두 가지에서 많게는 다섯 가지의 신메뉴를 출시한다. 늘 가슴에 품고 다니는 수첩에도, 주방 벽면의 화이트보드에도 재료의 배합이나 빵의 모양을 그린 메모로 가득하다. 새로운 아이디어는 대체 어디에서 튀어나오냐고 물으니 “가끔은 꿈에서도 빵을 만들 정도로 그저 오래 고민하고, 빵에 집중한다”라고 답한다.

“빵을 만드는 사람은 결국 빵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맛있는 빵을 넘어서 옳은 빵을 만드는 사람이고 싶어요. 제가 생각하는 옳은 빵은 신선하고 좋은 재료로, 우리 밀을 이용해 정성을 다해 만드는 맛있는 빵이에요. 이 모든 조건을 충족시키는 빵을 만들기 위해 매일 노력하지요”

오븐과 주전자가 부러 찾아오는 빵집이 된 비결은 이러한 허민수 셰프의 빵에 대한 집중과 고민 때문이다. 오븐과 주전자에는 단번에 눈길을 사로잡지는 않지만, 바지런하고 꾸준해서 좋은 빵이 있다.

주소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 383-2 문의 02-318-0881



오븐과 주전자 허민수 셰프에게 배운다

허니 고르곤졸라


재료(8개분)

반죽 1200g, 고르곤졸라 치즈 30g, 꿀 적당량
총 반죽(1800g 분량) 우리 밀 700g, 유기농 호밀 300g, 물 600g, 르방 200g, 천일염 16g, 생이스트 10g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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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량의 반죽 재료를 고루 섞어 가볍게 치댄 다음 20~30분간 발효시킨다.
2 ①의 반죽을 150g씩 나눈 뒤 다시 한 번 15~20분간 발효시킨다.
3 반죽을 손으로 눌러 길쭉하게 만든 뒤 고르곤졸라 치즈를 30g씩 얹는다.
4 반죽을 반으로 접어 막대기 모양으로 성형한 다음 20~30분간 발효시킨다.
5 반죽 표면에 칼집을 내고 230℃로 예열한 오븐에서 15분간 굽는다.
6 오븐에서 꺼낸 뒤 빵 표면에 꿀을 뿌린다.

건포도 가득 호밀빵


재료(1개분)
반죽 600g, 건포도 250g

만들기
1
분량의 반죽 재료를 고루 섞어 가볍게 치댄다.
2 반죽 500g에 건포도를 넣고 고루 섞은 뒤 20~30분간 발효시킨다.
3 ②의 반죽을 네모난 모양으로 성형한다.
4 나머지 반죽 100g을 밀대로 얇게 밀어 ③의 반죽을 감싼 뒤 1시간 정도 발효시킨다.
5 반죽 표면에 구멍을 송송 뚫어 210℃로 예열한 오븐에서 40분간 굽는다.

글 박유주 기자 | 사진 민희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3년 5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