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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로케 좋아하세요?
요즘 수제 고로케가 떴다. 겉과 속이 다른 반전 있는 매력으로 따뜻할 때 먹어야 더욱 맛있다. 어른은 추억으로, 젊은이는 맛으로 찾는 수제 고로케 열풍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감자 고로케는 고로케 중에서도 가장 인기가 많은 스타급이다. 사진은 오군수제고로케의 속은 부드럽고 겉은 바삭한 감자 고로케로, 그 밖에도 감자카레고로케와 팥고로케가 있다.


줄 서서 먹는 맛집에 작년 즈음부터 새롭게 등극한 메뉴가 있다. 바로 수제 고로케다. 먹을거리가 넘쳐나는 명동 일대에서는 물론이려니와 젊은이들의 거리인 강남역과 홍대 인근에서도 가장 핫한 음식으로 꼽힌다. 고작 두세 평 남짓 한 좁은 공간이지만 고로케를 사기 위한 사람들로 매일 문전성시를 이룬다. 사실 고로케 하면, 그간에도 동네 빵집에서 보아온 친근한 메뉴다. 지금은 종류가 다양하지만 고로케의 대표 격인 감자 고로케와 함께 당면에 야채를 넣은 야채 고로케는 흔하게 맛볼 수 있었다.
하지만 제대로 된 맛있는 고로케를 맛보기란 쉽지 않은 데다 고열량 음식으로 손에 들고 먹으면 기름 범벅에, 먹고 나면 속이 편한 적도 별로 없 다. 그런데 고로케가 갑작스럽게 각광받는 이유는 뭘까? 학교 앞 작은 빵집에서 친구들과 나눠 먹던 고로케 맛을 그리워하는 중·장년층에게는 추억의 맛이라지만, 넘쳐나는 먹을거리에 입맛 까다로운 요즘 젊은이들까지 열광하는 이유는 역시 ‘맛’이 있기 때문일 터. 그 ‘맛’은 프랜차이즈 빵집이나 일반 제과점에서는 맛볼 수 없는 수제 고로케만의 차 별성에서 비롯된다.
‘손맛’은 곧 정성 아니던가. 장인 정신으로 금방 만들어낸 따뜻한 고로케는 식감부터 다르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럽다. 말하자면 외강내유外剛內柔형 빵이라 하겠다. 한데 수제 고로케집의 면면을 살피다 보니 고로케와는 반대로 외유내강外柔內剛형의 주인장이 많다. 수제 고로케집의 주인장은 대부분 제과점 출신인데, 대형 프랜차이즈 빵집에 밀려 설 자리를 잃은 이들이 삶의 방편으로 살길을 찾은 것이다. 하늘이 무너진 판국에 솟아날 구멍을 스스로 찾은 이들이니 얼마나 단단 하겠는가. 수제 고로케는 바로 그들의 이러한 절실함에서 새롭게 태어난 셈이다. 이른바 틈새 먹을거리로, 2천 원이면 거스름돈까지 챙기며 먹을 수 있는 만만한 가격도 한몫한다.

수제 고로케집의 탄생은 고로케와도 비슷한 구석이 있다. 고로케コロッケ는 프랑스 요리 크로켓croquette의 일본식 이름으로, 일본에서는 돈가스, 카레라이스와 함께 3대 양식洋食으로 꼽는다. 이때 말하는 양식은 서양식이기는 하지만 일본인이 토착화한 것으로, 정통 서양식과는 만드는 방법 자체가 다르다. 크로켓과 달리 고로는 감자를 많이 넣고, 고기를 넣지 않거나 아주 조금만 넣는다. 그래서 고로케는 빵으로 분류하는 반면, 크로켓은 요리에 해당한다.
서양 문물이 밀려 들어오던 근대화 과정에서 서양 요리를 나름의 방식으로 받아들인 것이 고로케이고, 수제 고로케는 제빵사들이 제 나름의 살길을 찾은 것이니, 이처럼 자생력 있는 음식이 또 있을까 싶다.

“고로케는 한두 개만 먹어도 든든해 식사를 대신할 수 있는 데다 소 재료를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차별화가 가능해요. 소 재료에 따라 이름도 달라지지요. 프랜차이즈 빵집의 고로케와 금방 만들어낸 수제 고로케는 같은 빵이라고 볼 수 없어요. 매일 아침 그날 판매할 소와 반죽을 만들어 숙성하고, 속을 실하게 채워 튀기자마자 바로 손님들에게 내는 수제 고로케와 냉동 빵을 튀겨낸 일반 고로케와는 맛과 식감이 같을 수가 없죠. 아삭한 빵가루 껍질이 부드러운 소와 조화를 이루는 것이 고로케의 매력인걸요.”
고로케는 겉과 속이 다를수록 인기인데, 대표적인 곳이 마포구 연남동의 ‘오군수제고로케’다. 오덕진 사장이 밝힌 극적인 맛과 식감의 비결은 반죽, 빵가루, 기름. “바삭한 식감을 살리기 위해 튀김 빵가루도 매일 직접 조제해서 건조시켜 사용해요. 기름도 매일 새 기름을 쓰는데, 채종유라고 카놀라유의 일종이지요. 다른 기름보다 가볍고 기름 빠짐도 좋아서 고로케 맛이 산뜻해지거든요.”

대량 생산하기 어렵다 보니 고로케는 정오와 오후 4시, 하루 두 번만 판매하고 당일 준비한 것이 다 팔리면 문을 닫는다. 사정은 다른 곳도 마찬가지다. 그 덕분에 수제 고로케집 근처에는 오전 11~12시, 오후 3~4시경이면 줄이 길게 이어지는 진풍경이 벌어지는 것. 하지만 지방에서는 이미 몇 해 전부터 이런 광경을 볼 수 있었다. 수제 고로케 열풍이 인 것은 대전, 대구, 부산 등 지방이 먼저다.
57년 전통의 대전역 앞 작은 찐빵집으로 유명한 ‘성심당’의 튀김 소보로는 고로케의 조상 격으로, 지난 2011년 5월에는 국내 제과업체 최초로 미슐랭 가이드에 등재되기도 했다. 2008년 문을 연 ‘정싸롱고로케’를 시작으로 대구에는 3대 고로케집이 있는데, ‘반월당고로케’와 ‘삼송베이커리’의 구운 고로케가 그것.

부산에서는 ‘더 고로케’와 ‘맛있는 고로케’가 대표적이다. 서울에는 연남동의 ‘오군수제고로케’, 대학로의 ‘함무바라수제고로케’, 강남역의 ‘강남수제고로케’, 명동성당 앞 ‘명동고로케’. 대치동의 ‘압구정고로케’, 죽전을 1호점으로 홍대 앞에 2호점을 낸 ’오 아저씨수제고로케’가 있다. 절실한 맘으로 정성을 다해 만들어낸 수제 고로케의 열풍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누군가에게는 옛 시절을 추억하는 맛이고, 누군가에게는 허기를 채우는 끼니이며, 누군가에게는 앞으로의 추억이 될 음식으로 승승장구하길 바란다. 수제 고로케집처럼 착한 가격으로 오늘날의 음식 장인을 만날 수 있는 작은 가게가 더 다양해진다면 서민들의 입맛에는 재미 들 일이 늘 것이다.

오른쪽 소 재료가 가장 다양한 함무바라 수제고로케. 위에서부터 팥, 치즈, 김치, 달걀, 카레, 야채, 고추참치, 감자 고로케 순이다. 문자나 전화로 예약 주문 가능.


촬영 협조 오군수제고로케(02-325-5159), 함무바라수제고로케(010-5238-5777)

글 신민주 기자 | 사진 김동오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3년 5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