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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줄 서는 빵집] 신사동 뺑드빱바 자연에 역행하지 않고 재료와 타협하지 않는다
서울을 찾는 일본·중국 관광객까지 일부러 찾아가는 빵집으로 유명하다. ‘아빠가 만드는 빵’ 이란 뜻의 ‘뺑드빱바Pain de Papa’. 그 이름 안에 이곳의 주인장이 빵을 대하는 철학이 담겨 있다.


신사동 가로수길에 뺑드빱바가 자리한 지도 어느덧 5년이 넘었다. 봄날같던 노란 외벽에 쌓인 세월의 더께가 낡음보다는 따뜻하고 편안함을 느끼게 한다. 마치 오븐에서 갓 구운 뜨끈한 빵처럼. 지난달 근처에 마련한 두 번째 공간은 본점과 규모만 다를 뿐 노란 외벽과 자연 느낌 물씬 풍기는 짙은 브라운 가구, 나무로 만든 진열대까지 새것의 반짝거림과 낯섦없이 그곳에 원래 있던 듯하다. 이곳의 주인장 이호영 셰프에게 새로운 매장을 오픈하면서 메뉴에 변화를 주거나 콘셉트를 달리한 건 없는지 교과서적 질문을 하니, “빵 만드는 사람이 똑같은데 무에가 다르겠어요. 지난 가을 수확한 좋은 팥이 있기에 ‘몸에 착한 팥쥐’라고 앙금빵 한 가지를 만들어보았어요” 라는 시적인 대답이 돌아온다.

“프랑스로 연수하러 갔을 때니 벌써 십수 년 전인데, 제가 매일 가던 빵집이 있어요. 지금도 가끔 프랑스에 갈 때면 그곳에 꼭 들러 늘 먹던 빵을 사 먹어요. 그곳에 가면 그 빵이 있다는 게 안심이 되거든요. 뺑드빱바도 사람들에게 한결같은 맛의 그 빵이 있는 곳이면 좋겠어요.”

뺑드빱바는 식빵, 바게트, 치아바타나 캄파뉴 등 식사빵을 주로 만드는 까닭에 올 때마다 늘 같은 메뉴를 찾는 손님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오픈 초부터 지금까지 거의 모든 메뉴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호영 셰프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은 한결같은 맛의 빵을 만드는 일이라고 말한다. 텔레비전이나 잡지 등 언론 매체나 일본의 여행 책자에까지 소개된 널리 알려진 빵집이다 보니 찾는 이가 점점 늘지만, 무리해서 하루에 만드는 빵의 양을 늘릴 생각은 없다. 그는 ‘빵 맛은 재료와 정성에 비례한다’고 굳게 믿는다. 그래서 과일 등의 부재료도 직접 산지에 가서 확인해 구입하며, 캐나다산 유기농 밀가루에 소금까지 믿을 수 있는 좋은 재료만 고집한다.

1
천연 발효종으로 만드는 여섯 가지 빵과 우리 밀로 만드는 세 가지 빵 등 30여 종의 빵은 네다섯 시간은 족히 기다려야 진열대에 오를 수 있다. 
2 ‘눈 감는 파이’, ‘궁금해 속이 궁금해’ 등 뺑드빱빠에는 고심한 흔적이 느껴지는 기발하고 재미난 이름을 가진 빵이 많다.
3 새로 문을 연 뺑드빱바 2호점. 곧 기존 매장을 정리하고 이곳 매장만 운영할 예정이다.
4 매장에서 직접 만드는 과일잼은 계절마다 종류가 달라진다. 요즘에는 딸기잼과 산딸기잼, 키위잼을 만든다.
5 발효 중인 사과 발효액종. 주인장은 5년 동안 매일 효모를 보충하느라 휴가 한 번 마음 편히 떠나지 못한다.
6 매장 한 쪽에 자리한 제분기와 구례에서 생산한 우리 밀.


지난해부터는 우리 밀로 빵을 만들기 위해 전라남도 구례에 밀밭 5천여평을 구입해 직접 밀을 재배하고, 제분기를 매장에 두어 즉석에서 제분한 밀가루로 빵을 만든다. 새벽 3시에 출근해 본인이 정해둔 반죽 시간과 물의 양, 발효 조건을 정직하게 지켜 네다섯 시간이 족히 걸리는 빵 만드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발효실 온도를 높이거나 첨가제를 넣으면 훨씬 더 빠르고 많은 빵을 만들 수 있어요. 또 좋은 재료를 고집한다는 건 재료비가 그만큼 많이 든다는 뜻이니, 순간순간 유혹을 느끼기도 하지요. 그렇지만 그렇게 만드는 빵은 분명 맛도 질도 떨어질 게 분명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먹는 빵인데 그렇게 만들 수는 없어요.”

누가 먹어도 맛있고, 내 아이에게 안심하고 먹일 수 있는 빵집으로 오래 남는 것이 꿈이라는 이호영 셰프는 ‘자연에 역행하지 말자. 재료와 타협하지 말자’는 초심을 늘 되새긴다. 뺑드빱바가 서울에서 손꼽히는 맛있는 빵집이 된 비결은 바로 여기에 있다.

주소 서울 강남구 신사동 572-2 문의 02-512-3535

뺑드빱바 이호영 셰프에게 배운다

오렌지랑 호두랑


재료
(6개분)
우리 통밀 100g, 강력분 400g, 온수 100g, 물 270g, 호두 100g, 오렌지 120g,중종 160g, 소금·이스트 10g씩

만들기
1
우리 통밀과 온수 100g을 섞는다.
2 강력분과 물, 소금, 이스트, 중종(미리 발효시킨 반죽)을 믹싱기에 넣어 저속으로 2분, 중속으로 8분간 반죽한 뒤, 마지막에 오렌지와 호두를 넣어 저속으로 믹싱한다.
3 상온(27℃)에서 90분간 발효시킨 뒤 30분간 둥글리며 가스를 뺀다. (사진 1)
4 반죽을 200g씩 분할해 (사진 2) 20분간 발효시킨 다음 고구마 모양으로 성형한다. (사진 3)
5 50분간 2차 발효시킨 다음, 캔버스 천에 반죽을 올리고 덧밀가루를 뿌려 윗면에 칼집을 낸다. (사진 4)
6 240℃로 예열한 오븐에서 20분간 굽는다.

난 통밀이라굿! 식빵


재료
(2개분)
강력분·우리 통밀가루 594g씩, 물 870g, 설탕· 버터 35g씩, 소금· 이스트 24g씩

만들기
1
모든 재료를 믹싱기에 넣고 저속으로 2분, 중속으로 10분간 반죽한 뒤, 상온(27℃)에서 2시간 발효시킨다.
2 ①의 반죽을 300g씩 분할한 뒤 (사진 1) 손으로 가볍게 둥글려 20분간 발효시킨다. (사진 2)
3 덧밀가루를 뿌리고 반죽을 하나씩 밀대로 길게 민 다음 돌돌 말아 식빵 틀에 넣는다. (사진 3)
4 상온(27℃)에서 1시간 발효시킨 뒤, (사진 4) 230℃로 예열한 오븐에서 40분간 굽는다.

글 박유주 기자 | 사진 민희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3년 3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