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가지 생선 알, 일곱 가지 개성
1 캐비아 과거 채소를 구하기 힘든 북구 지역에서는 캐비아를 통해 비타민을 보충하곤 했다. 철갑상어의 알을 소금에 절인 캐비아는 알의 크기가 크고 은회색빛이 돌수록 최상품이다. 크기에 따라 벨루가beluga, 세브루가sevruga, 오세트라ossetra로 나누며 벨루가가 가장 크다. 러시아, 이란, 카스피해 등에서 잡히는 것을 최고로 친다. 호텔이나 백화점의 구어메 코너 등에서 구입할 수 있다. 10g에 3만~6만 원.
2 럼피시알 값이 비싼 캐비아 대용으로 자주 쓰이는 럼피시알. 흑색이나 적색으로 물들여 사용한다. 캐비아보다 크기가 작고 짠맛이 강하다. 초밥재료 전문점 ‘스시마키(www.sushinmaki.co.kr)’ 에서 판매하며 50g 한 병에 5~6천 원.
3 날치알 4 염색 날치알 초밥이나 알밥 등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생선 알. 원래 색깔은 연한 노란색이며 연두색이나 오렌지 색깔로 염색한 제품도 있다. 대형마트에서 1kg에 1만3천~1만5천 원.
5 연어알 주황색의 투명한 연어알은 크기가 크고 한 알씩 따로 떨어져 있다. 식물성 기름으로 만든 인공 연어알도 있는데 맛과 생김새가 자연산 연어알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비슷하다. 끓는 물에 넣었을 때 하얗게 응고되는 것이 진짜 연어알인데 이는 연어알을 이루고 있는 단백질 성분 때문. 대형 마트나 수산시장에서 판매하며 1kg에 8만 원가량.
6 명란 명란 주머니는 아이 손 한 뼘 크기 정도. 질감은 부드럽지만 생으로 먹기엔 비린 맛이 있다. 통째로 염장을 해서 명란젓을 만들거나, 고춧가루 양념을 하여 탕으로 끓인다. 가락시장에서 판매하며 3.5kg에 러시아산은 4만5천 원, 미국산은 3만8천 원.
7 참치알 알주머니가 어른 팔뚝만 한 길이로 생선 알 중에서 큰 편에 속한다. 얇은 막이 아닌 질긴 힘줄로 둘러싸인 참치알은 알의 입자가 거칠어 쇠고기처럼 씹는 맛이 좋다. 알이 똘똘 뭉쳐 있어 잘라서 조리해야 하며 다른 알에 비해서 고소한 맛이 떨어지기 때문에 간장이나 고추장 등 양념을 하여 먹는다. 가락시장 ‘동원참치(02-403-5071)’에서 10kg에 6만 원.
알은 한 생명이 온전히 탄생하는 데 필요한 영양소를 고루 품고 있기에 인간에게 있어서 ‘완전식품’으로 평가받는다. 알 중에서 요리로 가장 흔하게 이용되는 것이 달걀과 생선 알이다. 특히 생선 알은 종류가 다양하고 질감이나 풍미가 다양해서 요리사들에게는 변화무쌍한 맛을 낼 수 있는 흥미진진한 식재료이기도 하다. 세계적으로 생선 알 요리를 즐기는 곳은 러시아와 핀란드처럼 기온이 낮은 북구 지역, 그리스처럼 태양빛이 뜨겁고 습도가 거의 없는 지중해 지역 그리고 일본과 우리나라처럼 해산물이 풍부한 지역 등이 있다. 낮은 온도와 건조한 기후는 알이 상하는 것을 막아주고, 바다를 접하고 있다는 지형적 특징은 늘 신선한 생선 알을 즐길 수 있게 해준다는 장점이 있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에는 예로부터 어란, 알찜, 알조림, 생선알김치, 알전골 등의 알 요리가 발달했다. 임금에게 진상되던 어란은 민어알이나 연어알을 알집째 염장하여 햇볕에 꾸덕꾸덕하게 말려서 만드는 음식. 얇게 썰어서 밥반찬으로 곁들이면 양념이 적절하게 밴 알의 깊은 맛이 그대로 전해진다. 알이 통통하게 들어있는 굴비를 고추장에 박아놓으면 곶감처럼 쫄깃쫄깃해진 굴비알을 맛볼 수 있고, 대구알을 넣어 김치를 담그면 맛이 한결 시원하다. 가장 사랑받는 알 요리로 탕을 빼놓을 수 없다. 알탕을 끓일 때는 미나리와 콩나물을 넉넉하게 넣어야 생선 알 특유의 비린 맛이 없어지고 맛이 개운해진다. 알탕에는 명란을 주로 넣는데 익은 명란은 입자가 고와서 씹다 보면 입 안이 텁텁하게 느껴질 수 있다. 이럴 때는 새콤달콤한 반찬을 곁들이면 깔끔하다.
광주에 위치한 생선 알 전문점 ‘장군’은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다양한 생선 알 요리로 유명하다. 특히 민대구알로 끓인 얼큰한 알탕은 이곳의 베스트셀러. 최숙 대표는 “민대구알은 명란보다 입자가 더 얇고 부드러워 물에 넣으면 밀가루를 푼 것처럼 돼요. 그래서 국물이 끓을 때 알을 넣어야 하지요. 민대구알을 통째로 넣고 겉이 살짝 익을 때 반으로 잘라주면 양념이 속까지 밴답니다”라며 조리 비법을 귀띔해주었다. 알탕이나 알 전골 등 국물 요리를 먹을 때는 뜨거운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식으면 생선 알 특유의 비린 맛이 심해지기 때문이다. 열전도율이 높은 돌 그릇을 사용하는 것이 좋은데 돌 그릇업체 ‘영신스톤(www.stonelee.com)’이나 ‘금산돌그릇(www.ksstone.co.kr)’에서 구입할 수 있다. 최숙 씨는 이어서 집에서 쉽게 만들 수 있는 생선 알 요리로 ‘매운 양념을 곁들인 참치알찜’을 소개했다. “알집이 어른 팔뚝만 한 참치알은 흔히 쓰이지는 않죠. 하지만 고기 힘줄처럼 쫄깃쫄깃하고 알 입자가 굵은 참치알은 씹는 맛이 좋아 매운 양념만 더 해도 우리 입맛에 한결 잘 맞더라고요.”
파스타를 만들 때도 생선 알이 사용된다. 최근 여러 이탤리언 레스토랑에서 맛볼 수 있는 날치알 스파게티가 대표적인 요리. 비린맛이 거의 없고 오돌토돌 십히는 맛이 좋아 아이들도 잘 먹는다. 예전에 날치알은 덮밥이나 초밥에 장식으로 쓰이는 것이 대부분이었지만 요즘에는 파스타와 샐러드 등에 듬뿍 넣는 ‘메인 재료’로 대접받는다. 각종 해산물을 올리브오일에 볶은 다음 크림소스에 날치알 한 숟가락을 넣으면 되는데 씹을 때 터지는 질감과 날치알 특유의 향이 해산물과 잘 어울린다. 단맛이 적은 시원한 화이트 와인을 곁들이면 근사한 한 끼 식사로 그만이다. 일본에서는 크림소스 스파게티에 날치알 대신 명란젓을 주로 쓰는 데 명란젓으로 간을 한 파스타는 소금 양념한 것보다 맛이 더욱 풍부한 것이 특징이다.
1 알탕을 끓일 때 생명란을 조금 으깨어 국물에 넣으면 맛이 한결 진해진다. 2 연어알은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해 꾸준히 먹으면 혈관과 관련된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 익히면 하얗게 변하고 질감이 딱딱해지기 때문에 생으로 먹는 것이 좋다. 3 맛이 고소한 청어알은 날로 얇게 잘라 초밥에 올리거나 단촛물에 버무려 먹으면 맛있다. 청어가 다시마나 미역에 알을 낳는 경우가 있는데, 청어알이 자잘하게 붙어 있는 해조류는 별미로 비싼 가격에 판매된다. 슈퍼마켓이나 수산시장 등에서 초밥용으로 깔끔하게 손질된 청어알을 구입할 수 있으며 150g에 5천 원.
섬나라 일본 역시 생선 알을 이용한 요리가 다양하다. 일본 사람들이 가장 많이 먹는 생선 알로는 연어 알과 날치알, 청어알이 있다. 밀레니엄서울힐튼호텔 일식당 ‘겐지(02-317-3240)’의 정재천 셰프는 “도미알이나 문어알, 대구알 등은 익혀서 먹지만 연어알과 날치알은 익히면 질감이 딱딱해지고 맛이 없어집니다. 초밥이나 덮밥에 올려 날로 먹는 것이 가장 좋죠. 특히 청어알은 일본 사람들이 정월 초하루에 반드시 챙겨 먹는 생선 알이에요. 청어는 한번에 많은 양의 알을 낳기에 ‘자손 번영’을 의미한답니다. 주로 간장 양념에 재워 반찬으로 곁들이기도 하지요”라며 ‘생선 알을 날로 먹을 때는 곱게 간 마 또는 낫토(콩 발효 식품)가 잘 어울린다’는 말도 덧붙였다. ‘우니’라고 부르는 성게알도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알 요리로 익히지 않은 상태로 밥에 곁들여 먹으면 바다의 진한 향기가 물씬 느껴진다. 참치알을 한입 크기로 잘라서 다시마 육수, 간장, 청주, 설탕 등을 넣고 뭉근하게 졸이면 달달하면서도 짭조름한 맛이 밥반찬으로 그만이다.
알을 이야기하면서 캐비아를 빼놓을 수는 없다. 유럽 황실에서나 먹었을 정도로 귀한 음식으로 대접받는 캐비아는 푸아그라, 트뤼프와 함께 세계 3대 진미 중 하나다. 캐비아는 철갑상어알을 소금에 절여 만든 고급 식재료인데 맛과 향이 강해서 오히려 다른 음식과 함께 먹어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다. 버터를 얇게 바른 빵에 삶은 달걀, 파슬리, 다진 양파 등과 캐비아를 함께 먹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 특히 달걀은 캐비아의 강한 맛을 순화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크레이프에 사워크림과 캐비아를 함께 올려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캐비아의 원산지라고 할 수 있는 러시아에도 비슷한 음식이 있어요. 그곳 사람들은 메밀가루로 팬케이크의 일종인 블리니를 만들어 스메타나라고 부르는 사워크림을 한 숟가락 올려 신선한 캐비아를 곁들여 먹지요. 이때 아주 차가운 보드카나 달지 않은 샴페인이 잘 어울린답니다.” 서양요리연구가 차유진 씨의 설명이다. 캐비아와 헷갈릴 수 있는 것이 럼피시알이다. 크기가 날치알만큼 작고 색깔이 까만(빨갛게 염색하기도 한다) 럼피시알은 캐비아 대용으로 자주 쓰이는 데 캐비아보다 색깔이 더 진하고 짠맛이 강한 편이다. 추운 북구 지역에 위치한 핀란드 역시 바다 물고기 알은 물론 담수어 알까지 먹을 정도로 알 요리를 즐긴다. 이곳의 대표적인 요리는 참치알이나 도미알을 껍질째 염장해서 햇볕에 말린 보타가bottarga. 아주 얇게 썰어서 토스트 위에 올리거나 강판에 갈아서 파스타에 뿌리면 바다 내음을 느낄 수 있다. 차유진 씨는 평소 즐겨 만드는 생선 알 요리를 알려주었다. 그리스식 파테(pate, 고기나 생선을 페이스트로 만들어 빵이나 비스킷에 발라 먹는 음식)인 ‘타라마살라타’가 그것. 보통 신선한 대구알이 들어가지만 차유진 씨는 짭쪼름한 명란젓을 사용하여 한국 사람의 입맛에 맞게 바꿨다. 삶은 감자와 양파, 물에 불린 흰 빵(바게트의 속이나 식빵), 레몬즙, 올리브오일 등을 곱게 간 다음 명란젓과 잘게 다진 신 김치를 넣으면 완성. 이를 크래커나 바게트에 올리거나 생다시마에 싸서 먹으면 별미다.
가까운 백화점의 해산물 코너 또는 수산시장에 가면 생선 알만 따로 모아놓은 코너가 있다. 같은 생선 알이라도 조리법에 따라 전혀 다른 맛이 난다. 신선한 명란에 고춧가루와 풋고추를 썰어 넣어 얼큰하게 끓인 알탕도 좋지만, 오늘 저녁은 조금 색다르게 명란이 들어가는 감자샐러드를 준비해보면 어떨까. 평소 흔한 재료라 여겼던 명란의 또 다른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생선 알은 갈아놓은 마와 함께 먹으면 잘 어울린다. 명란과 연어알, 날치알, 캐비아 등 다양한 생선 알로 차린 일식 요리는 일식당 ‘겐지’의 정재천 셰프가 준비한 것. “일본 음식의 특징은 재료 고유의 맛을 최대한 지키는 것입니다. 그래서 양념을 최소한으로 적게 쓰고 날로 먹는 경우가 많지요.”
1 캐비아 과거 채소를 구하기 힘든 북구 지역에서는 캐비아를 통해 비타민을 보충하곤 했다. 철갑상어의 알을 소금에 절인 캐비아는 알의 크기가 크고 은회색빛이 돌수록 최상품이다. 크기에 따라 벨루가beluga, 세브루가sevruga, 오세트라ossetra로 나누며 벨루가가 가장 크다. 러시아, 이란, 카스피해 등에서 잡히는 것을 최고로 친다. 호텔이나 백화점의 구어메 코너 등에서 구입할 수 있다. 10g에 3만~6만 원.
2 럼피시알 값이 비싼 캐비아 대용으로 자주 쓰이는 럼피시알. 흑색이나 적색으로 물들여 사용한다. 캐비아보다 크기가 작고 짠맛이 강하다. 초밥재료 전문점 ‘스시마키(www.sushinmaki.co.kr)’ 에서 판매하며 50g 한 병에 5~6천 원.
3 날치알 4 염색 날치알 초밥이나 알밥 등에 가장 많이 사용하는 생선 알. 원래 색깔은 연한 노란색이며 연두색이나 오렌지 색깔로 염색한 제품도 있다. 대형마트에서 1kg에 1만3천~1만5천 원.
5 연어알 주황색의 투명한 연어알은 크기가 크고 한 알씩 따로 떨어져 있다. 식물성 기름으로 만든 인공 연어알도 있는데 맛과 생김새가 자연산 연어알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비슷하다. 끓는 물에 넣었을 때 하얗게 응고되는 것이 진짜 연어알인데 이는 연어알을 이루고 있는 단백질 성분 때문. 대형 마트나 수산시장에서 판매하며 1kg에 8만 원가량.
6 명란 명란 주머니는 아이 손 한 뼘 크기 정도. 질감은 부드럽지만 생으로 먹기엔 비린 맛이 있다. 통째로 염장을 해서 명란젓을 만들거나, 고춧가루 양념을 하여 탕으로 끓인다. 가락시장에서 판매하며 3.5kg에 러시아산은 4만5천 원, 미국산은 3만8천 원.
7 참치알 알주머니가 어른 팔뚝만 한 길이로 생선 알 중에서 큰 편에 속한다. 얇은 막이 아닌 질긴 힘줄로 둘러싸인 참치알은 알의 입자가 거칠어 쇠고기처럼 씹는 맛이 좋다. 알이 똘똘 뭉쳐 있어 잘라서 조리해야 하며 다른 알에 비해서 고소한 맛이 떨어지기 때문에 간장이나 고추장 등 양념을 하여 먹는다. 가락시장 ‘동원참치(02-403-5071)’에서 10kg에 6만 원.
알은 한 생명이 온전히 탄생하는 데 필요한 영양소를 고루 품고 있기에 인간에게 있어서 ‘완전식품’으로 평가받는다. 알 중에서 요리로 가장 흔하게 이용되는 것이 달걀과 생선 알이다. 특히 생선 알은 종류가 다양하고 질감이나 풍미가 다양해서 요리사들에게는 변화무쌍한 맛을 낼 수 있는 흥미진진한 식재료이기도 하다. 세계적으로 생선 알 요리를 즐기는 곳은 러시아와 핀란드처럼 기온이 낮은 북구 지역, 그리스처럼 태양빛이 뜨겁고 습도가 거의 없는 지중해 지역 그리고 일본과 우리나라처럼 해산물이 풍부한 지역 등이 있다. 낮은 온도와 건조한 기후는 알이 상하는 것을 막아주고, 바다를 접하고 있다는 지형적 특징은 늘 신선한 생선 알을 즐길 수 있게 해준다는 장점이 있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우리나라에는 예로부터 어란, 알찜, 알조림, 생선알김치, 알전골 등의 알 요리가 발달했다. 임금에게 진상되던 어란은 민어알이나 연어알을 알집째 염장하여 햇볕에 꾸덕꾸덕하게 말려서 만드는 음식. 얇게 썰어서 밥반찬으로 곁들이면 양념이 적절하게 밴 알의 깊은 맛이 그대로 전해진다. 알이 통통하게 들어있는 굴비를 고추장에 박아놓으면 곶감처럼 쫄깃쫄깃해진 굴비알을 맛볼 수 있고, 대구알을 넣어 김치를 담그면 맛이 한결 시원하다. 가장 사랑받는 알 요리로 탕을 빼놓을 수 없다. 알탕을 끓일 때는 미나리와 콩나물을 넉넉하게 넣어야 생선 알 특유의 비린 맛이 없어지고 맛이 개운해진다. 알탕에는 명란을 주로 넣는데 익은 명란은 입자가 고와서 씹다 보면 입 안이 텁텁하게 느껴질 수 있다. 이럴 때는 새콤달콤한 반찬을 곁들이면 깔끔하다.
광주에 위치한 생선 알 전문점 ‘장군’은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다양한 생선 알 요리로 유명하다. 특히 민대구알로 끓인 얼큰한 알탕은 이곳의 베스트셀러. 최숙 대표는 “민대구알은 명란보다 입자가 더 얇고 부드러워 물에 넣으면 밀가루를 푼 것처럼 돼요. 그래서 국물이 끓을 때 알을 넣어야 하지요. 민대구알을 통째로 넣고 겉이 살짝 익을 때 반으로 잘라주면 양념이 속까지 밴답니다”라며 조리 비법을 귀띔해주었다. 알탕이나 알 전골 등 국물 요리를 먹을 때는 뜨거운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식으면 생선 알 특유의 비린 맛이 심해지기 때문이다. 열전도율이 높은 돌 그릇을 사용하는 것이 좋은데 돌 그릇업체 ‘영신스톤(www.stonelee.com)’이나 ‘금산돌그릇(www.ksstone.co.kr)’에서 구입할 수 있다. 최숙 씨는 이어서 집에서 쉽게 만들 수 있는 생선 알 요리로 ‘매운 양념을 곁들인 참치알찜’을 소개했다. “알집이 어른 팔뚝만 한 참치알은 흔히 쓰이지는 않죠. 하지만 고기 힘줄처럼 쫄깃쫄깃하고 알 입자가 굵은 참치알은 씹는 맛이 좋아 매운 양념만 더 해도 우리 입맛에 한결 잘 맞더라고요.”
파스타를 만들 때도 생선 알이 사용된다. 최근 여러 이탤리언 레스토랑에서 맛볼 수 있는 날치알 스파게티가 대표적인 요리. 비린맛이 거의 없고 오돌토돌 십히는 맛이 좋아 아이들도 잘 먹는다. 예전에 날치알은 덮밥이나 초밥에 장식으로 쓰이는 것이 대부분이었지만 요즘에는 파스타와 샐러드 등에 듬뿍 넣는 ‘메인 재료’로 대접받는다. 각종 해산물을 올리브오일에 볶은 다음 크림소스에 날치알 한 숟가락을 넣으면 되는데 씹을 때 터지는 질감과 날치알 특유의 향이 해산물과 잘 어울린다. 단맛이 적은 시원한 화이트 와인을 곁들이면 근사한 한 끼 식사로 그만이다. 일본에서는 크림소스 스파게티에 날치알 대신 명란젓을 주로 쓰는 데 명란젓으로 간을 한 파스타는 소금 양념한 것보다 맛이 더욱 풍부한 것이 특징이다.
1 알탕을 끓일 때 생명란을 조금 으깨어 국물에 넣으면 맛이 한결 진해진다. 2 연어알은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해 꾸준히 먹으면 혈관과 관련된 질병을 예방할 수 있다. 익히면 하얗게 변하고 질감이 딱딱해지기 때문에 생으로 먹는 것이 좋다. 3 맛이 고소한 청어알은 날로 얇게 잘라 초밥에 올리거나 단촛물에 버무려 먹으면 맛있다. 청어가 다시마나 미역에 알을 낳는 경우가 있는데, 청어알이 자잘하게 붙어 있는 해조류는 별미로 비싼 가격에 판매된다. 슈퍼마켓이나 수산시장 등에서 초밥용으로 깔끔하게 손질된 청어알을 구입할 수 있으며 150g에 5천 원.
섬나라 일본 역시 생선 알을 이용한 요리가 다양하다. 일본 사람들이 가장 많이 먹는 생선 알로는 연어 알과 날치알, 청어알이 있다. 밀레니엄서울힐튼호텔 일식당 ‘겐지(02-317-3240)’의 정재천 셰프는 “도미알이나 문어알, 대구알 등은 익혀서 먹지만 연어알과 날치알은 익히면 질감이 딱딱해지고 맛이 없어집니다. 초밥이나 덮밥에 올려 날로 먹는 것이 가장 좋죠. 특히 청어알은 일본 사람들이 정월 초하루에 반드시 챙겨 먹는 생선 알이에요. 청어는 한번에 많은 양의 알을 낳기에 ‘자손 번영’을 의미한답니다. 주로 간장 양념에 재워 반찬으로 곁들이기도 하지요”라며 ‘생선 알을 날로 먹을 때는 곱게 간 마 또는 낫토(콩 발효 식품)가 잘 어울린다’는 말도 덧붙였다. ‘우니’라고 부르는 성게알도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알 요리로 익히지 않은 상태로 밥에 곁들여 먹으면 바다의 진한 향기가 물씬 느껴진다. 참치알을 한입 크기로 잘라서 다시마 육수, 간장, 청주, 설탕 등을 넣고 뭉근하게 졸이면 달달하면서도 짭조름한 맛이 밥반찬으로 그만이다.
알을 이야기하면서 캐비아를 빼놓을 수는 없다. 유럽 황실에서나 먹었을 정도로 귀한 음식으로 대접받는 캐비아는 푸아그라, 트뤼프와 함께 세계 3대 진미 중 하나다. 캐비아는 철갑상어알을 소금에 절여 만든 고급 식재료인데 맛과 향이 강해서 오히려 다른 음식과 함께 먹어야 제 맛을 느낄 수 있다. 버터를 얇게 바른 빵에 삶은 달걀, 파슬리, 다진 양파 등과 캐비아를 함께 먹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 특히 달걀은 캐비아의 강한 맛을 순화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크레이프에 사워크림과 캐비아를 함께 올려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캐비아의 원산지라고 할 수 있는 러시아에도 비슷한 음식이 있어요. 그곳 사람들은 메밀가루로 팬케이크의 일종인 블리니를 만들어 스메타나라고 부르는 사워크림을 한 숟가락 올려 신선한 캐비아를 곁들여 먹지요. 이때 아주 차가운 보드카나 달지 않은 샴페인이 잘 어울린답니다.” 서양요리연구가 차유진 씨의 설명이다. 캐비아와 헷갈릴 수 있는 것이 럼피시알이다. 크기가 날치알만큼 작고 색깔이 까만(빨갛게 염색하기도 한다) 럼피시알은 캐비아 대용으로 자주 쓰이는 데 캐비아보다 색깔이 더 진하고 짠맛이 강한 편이다. 추운 북구 지역에 위치한 핀란드 역시 바다 물고기 알은 물론 담수어 알까지 먹을 정도로 알 요리를 즐긴다. 이곳의 대표적인 요리는 참치알이나 도미알을 껍질째 염장해서 햇볕에 말린 보타가bottarga. 아주 얇게 썰어서 토스트 위에 올리거나 강판에 갈아서 파스타에 뿌리면 바다 내음을 느낄 수 있다. 차유진 씨는 평소 즐겨 만드는 생선 알 요리를 알려주었다. 그리스식 파테(pate, 고기나 생선을 페이스트로 만들어 빵이나 비스킷에 발라 먹는 음식)인 ‘타라마살라타’가 그것. 보통 신선한 대구알이 들어가지만 차유진 씨는 짭쪼름한 명란젓을 사용하여 한국 사람의 입맛에 맞게 바꿨다. 삶은 감자와 양파, 물에 불린 흰 빵(바게트의 속이나 식빵), 레몬즙, 올리브오일 등을 곱게 간 다음 명란젓과 잘게 다진 신 김치를 넣으면 완성. 이를 크래커나 바게트에 올리거나 생다시마에 싸서 먹으면 별미다.
가까운 백화점의 해산물 코너 또는 수산시장에 가면 생선 알만 따로 모아놓은 코너가 있다. 같은 생선 알이라도 조리법에 따라 전혀 다른 맛이 난다. 신선한 명란에 고춧가루와 풋고추를 썰어 넣어 얼큰하게 끓인 알탕도 좋지만, 오늘 저녁은 조금 색다르게 명란이 들어가는 감자샐러드를 준비해보면 어떨까. 평소 흔한 재료라 여겼던 명란의 또 다른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생선 알은 갈아놓은 마와 함께 먹으면 잘 어울린다. 명란과 연어알, 날치알, 캐비아 등 다양한 생선 알로 차린 일식 요리는 일식당 ‘겐지’의 정재천 셰프가 준비한 것. “일본 음식의 특징은 재료 고유의 맛을 최대한 지키는 것입니다. 그래서 양념을 최소한으로 적게 쓰고 날로 먹는 경우가 많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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