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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줄 서는 빵집] 한남동 오월의 종 매일 기온과 습도를 파악해 늘 똑같은 맛의 빵을 굽는다
빵 좀 먹는다는 사람에게 “오월의 종 알아요?”라고 물으면 열 중 여덟은 이렇게 답한다. “오후에 가면 다 팔리고 없는 빵집요.” 매일 먹어도 물리지 않는 밥처럼 수수하고 편안한 빵을 만날 수 있는 오월의 종을 찾았다.


이태원 제일기획 맞은편 대로변에 있는 ‘오월의 종’은 신경 쓰지 않으면 무심코 지나치기 십상인 작은 빵집이다. 지난가을 본점 뒤편 골목에 문을 연 ‘오월의 종 단풍나무점’도 별반 다르지 않다. 오전 11시에 문을 열어 오후 7시면 문을 닫는데, 크랜베리 바게트나 무화과 호밀빵, 사워종 곡물빵 등 이곳을 대표하는 어지간한 빵은 오후 2~3시가 되면 다 팔리고 없다. 그 흔한 생크림 케이크도, 단팥빵도 없는 이곳은 식빵과 바게트, 호밀빵 등 모양이 투박하고 맛이 슴슴한 빵이 주를 이룬다. 요즘의 트렌드인 유기농 밀가루나 프랑스산 밀가루를 쓰는 것도 아니다. 그저 국산 밀 가루에 소금과 물 그리고 천연 발효종을 넣어 반죽하는 것이 전부인데, 이것이 바로 이 집이 인기 있는 이유다. 이곳의 주인장 정웅 셰프에게 빵이 금세 동나는데 왜 더 만들지 않느냐고 물으니 “지금 만드는 양이 가장 맛있게 만들 수 있는 양이기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온다. 바게트나 식빵은 가장 기본이 되는 빵이고 들어가는 재료도 간단하지만 매일 일정한 맛을 유지하려면 여간 손이 많이 가는 것이 아니라고. 호밀빵은 발효부터 반죽까지 전 공정이 일주일 정도 걸려 그만큼 많은 시간과 정성이 필요한 빵이라 잘할 수 있는 만큼만 만드는 것이다.

1 오월의 종 단풍나무점에는 20여 종의 빵을 판매한다. 점심시간이 채 지나지 않은 시간인데도 이미 진열대 곳곳이 비어 있었다.
2 비지스의 ‘First of May’의 5월이 좋아 탄생한 이름인 오월의 종. 단풍나무점 입구와 매장 곳곳엔 종이 걸려 있다.
3 정웅 셰프는 ‘기본에 충실한 빵’을 지향한다. 늘 식탁 위에 오르는 식사 빵을 만드는 것도 가장 기본이 되는 메뉴이기 때문이다.
4 매장 입구에 간판으로 내건 바게트 그림은 정웅 셰프가 직접 그린 것.

그의 하루는 그날의 기온와 습도를 파악하는 일부터 시작한다. 매일 이곳의 빵을 먹는 이들은 느끼지 못할 테지만, 그는 하루도 같은 레시피로 빵을 만드는 법이 없다. 춥거나 건조한 날씨엔 물의 양을 늘리거나, 따뜻한 물을 더한다. 빵이 그만큼 온도와 습도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언제나 일정한 맛의 바게트를 만드는 사람이야말로 훌륭한 셰프지요. 저도 그렇게 되기 위해 매일 노력합니다.”

부드러운 속살과 겉면의 바삭함, 이 두 가지 식감을 손끝 감각으로 맞춰야 하기에 늘 신경 쓰고 조심스럽게 만들게 된다는 정웅 셰프의 꿈은 오래도록 변함없는 빵을 만드는 ‘빵장이’가 되는 것. 단풍나무점을 오픈한 이유도 빵을 더 팔고 싶어서가 아니라, 충전물이 많이 들어가는 빵보다 재료가 간단한 빵일수록 다루기가 까다롭기 때문에 손끝 감각에 좀 더 집중하고 노력하기 위함이었단다. 일종의 테스트 키친인 셈이다. 먹기 편안한 밥 같은 빵을 만들기 위해 새로운 재료를 들여와 반죽해보고, 효모를 보충하느라 그의 하루는 쉴 새가 없다. 잘 다니던 시멘트 회사를 그만두고, 서른이 넘은 나이에 제빵 공부를 시작하며 좋아하는 일에 새롭게 도전한다는 것 자체가 큰 즐거움이었다는 정웅 셰프. 그는 10년이 넘도록 밀가루 반죽에 자신의 체온을 더해 하나의 빵으로 만들어낼 때마다 “묘하다”고 말한다. 빵을 만들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처음 친구에게 먹어보라며 모카빵을 건넬 때의 기분도 그랬다는 걸 보니, 그에게 ‘묘하다’는 표현은 가슴 떨리고 설렌다는 의미인 듯하다.

주소 서울시 용산구 한남동 745-11 문의 02-749-9481

오월의 종 정웅 셰프에게 배운다

오월의 종 시그너처 메뉴
크랜베리 바게트

재료(6개분)
바게트 기본 반죽 1kg, 크랜베리·호두 100g씩 바게트 기본 반죽 강력분 700g, 중력분 300g, 인스턴트 이스트 10g, 소금 18g, 몰트 10g, 물 600ml
만들기
1
분량의 바게트 기본 반죽 재료를 모두 섞어서 반죽한다. 1kg을 떼어 호두와 크랜베리를 넣고 섞는다.
2 실온에서 30분간 1차 발효시킨 뒤 230g씩 떼어내 바게트 모양으로 성형한다.
3 바게트 틀에 올린 뒤 실온에서 30분간 2차 발효시킨다.
4 반죽 표면에 칼집을 내고 230℃ 로 예열한 오븐에서 19분간 굽는다.

바게트 반죽을 활용한 간단 빵 만들기 1
치즈 롤

재료(6개분)
바게트 반죽 1kg, 롤치즈 200g
만들기
1
바게트 반죽은 실온에서 40분간 발효시킨 뒤, 100g씩 떼어내어 널찍하게 펼친다.
2 ①에 롤치즈를 고루 뿌린다.
3 반죽을 돌돌 말아 적당한 크기로 자른다.
4 230℃로 예열한 오븐에서 15분간 굽는다.

바게트 반죽을 활용한 간단 빵 만들기 2
크림치즈 볼

재료(6개분)
바게트 반죽 500g, 크림치즈 50g
만들기
1
바게트 반죽은 실온에서 40분간 발효시킨다.
2 부푼 반죽을 70g씩 떼어내 동글게 빚는다.
3 ②에 크림치즈를 듬뿍 올리고 다시 동글게 모양을 만든 다음 실온에서 40분간 발효시킨다.
4 표면에 밀가루를 묻혀 230℃로 예열한 오븐에서 15분간 굽는다.

글 박유주 기자 | 사진 민희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3년 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