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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알싸하게, 때론 아련하게 문학 속 밥심
좋은 문학 작품에는 사람 냄새가 난다. 사람 냄새는 곧 밥 냄새다. 음식을 풀어낸 한 줄의 문장 속에는 우리네 삶을 둘러싼 시간과 공간이 서로 얽히고설켜 있다. 허기진 인생을 찾아가 행복을 주는 문학 속의 군침 도는 음식 이야기.



뜨거운 문어를 썰어 그중 한 점을 집어 초고추장에 찍어 엄마에게 내밀었다. 엄마는 젓가락으로 집어 받으려고 했다. 그러면 맛이 덜해 엄마, 그냥 아, 해봐! 벌어진 엄마의 입속으로 찐 문어를 한 점 밀어 넣었다. 너도 한 점 집어 입안에 넣었다. 찐 문어는 따뜻하고 물컹하고 부드러웠다. 아침부터 웬 문어를? 싶었으나 엄마와 너는 부엌에 선 채로 도마 위의 문어를 손으로 집어 먹었다. _신경숙, <엄마를 부탁해>

때는 겨울, 초장에 찍어 먹던 부드러운 문어와 엄마를 떠올리다
2008년 출간돼 2백만 부를 돌파한 대한민국 대표 베스트셀러 <엄마를 부탁해>의 한 장면이다. 신경숙 작가는 머리가 사람 얼굴보다 더 큰 살아 있는 문어를 보고 엄마 생각이 났다고 이야기 속에 고백하지만, 이 책을 읽다 보면 밥 냄새 풍기는 푸근한 엄마 품이 간절해진다. 요즘 제철인, 웬만한 어린애 몸통만 한 문어를 사다가 엄마와 나란히 서서 초장에 찍어 먹고 싶어진다. 글 쓰는 요리사로 유명한 박찬일 셰프도 그의 책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에서 문어 이야기를 풀어냈는데, 그의 어머니 말이 인상적이다. “간고등어는 간잽이가 젤로 중요하고, 문어는 삶는 사람이 젤이다.” 그의 말마따나 문어는 스테이크보다 익히는 기술이 더 어려울지도 모른다. 해물은 조직이 연해서 타이밍을 놓치면 눈 깜짝할 사이에 완전히 익어버리고 마니까. 기술이 부족할지언정 철이 지나기 전에 문어 한 마리를 사다가 부드럽게 삶아 초장에 찍어 가족들과 나눠 먹으면 어떨는지. 행복의 참맛이 따로 없다.

문어를 삶을 때 무를 넣으면 한층 부드러우면서 쫄깃한 식감을 살릴 수 있다. 비린내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정종이나 편썰기한 생강을 넣는다. 별미로 먹고 싶다면 지중해 남부 지역에서 즐기듯 문어 샐러드로 먹어도 맛있다. 물고기가 그려진 접시와 물고기 모양 오브제는 우일요 제품.

문어초회
재료
문어 1마리, 무 100g, 정종 4큰술, 소금 1큰술, 굵은소금・물 적당량 초고추장 고추장 4큰술, 식초・매실청 2큰술씩, 다진 마늘 2작은술
만들기
1 문어는 몸통을 뒤집어 내장을 제거하고 양쪽에 붙은 눈을 도려낸다. 굵은소금을 넣고 주물러 씻어 빨판에 붙어 있는 지저분한 것과 미끈거리는 것을 없앤 뒤 깨끗이 헹군다.
2 끓는 물에 무와 정종, 소금, 손질한 문어를 넣고 20분 이상 삶는다. 너무 오래 삶으면 질겨질 수
있으니 젓가락으로 찔렀을 때 부드러우면 알맞다.
3 삶은 문어를 건져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4 함께 곁들일 초고추장 재료를 한데 섞는다. 하루 정도 숙성시키면 맛이 더욱 좋다.

문어 샐러드
재료
삶은 문어 다리 2개, 데친 알새우 10마리, 양파 1/2개, 레몬 1/4개, 방울토마토 4개, 로즈메리 1줄기, 월계수 잎 1장, 치커리 30g, 레드 페퍼 1/2작은술, 올리브유 4큰술,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만들기
1
삶은 문어 다리는 한입 크기로 썬다. 양파와 레몬은 슬라이스한다.
2 ①의 재료와 데친 알새우, 방울토마토를 한데 담은 뒤 로즈메리, 월계수 잎, 레드 페퍼, 올리브유, 소금, 후춧가루를 넣고 버무려 매리네이드한다.
3 치커리는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②와 함께 버무린 뒤 그릇에 담는다.



나는 배추전의 밀가루 옷이 얇으면 얇을수록 좋은 것이라고 주장해왔는데, 그래야만 배추의 맛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는 게 이유였다. (중략) 조각이건 찢은 것이건 배추전을 양념장에 찍어 먹는 게 보통인데 원래는 초장에 찍어 먹는 것이라고 고향 음식에 정통한 친구가 말해주었다. 초장의 새콤달콤한 맛 덕분에 덤덤한 배추전 맛이 한결 좋아졌다. 배추전은 막걸리에 걸맞게 양이 많고 쌌다. 둘 다 싼 맛에 먹었으니 한마디로 찰떡궁합이었다. 때로는 부추전도 등장했고 고추전, 미나리전, 호박전도 있었으며 고추, 호박, 부추가 합쳐진 ‘채소 반상회전’도 나왔다. 그야말로 제철 채소는 무엇이든 전으로 만들어질 수 있었다. _성석제, <칼과 황홀> 중 ‘프로페셔널 배추전’

젊은 날의 배추전과 막걸리로 삶에 대한 입맛을 돋우다
마크 쿨란스키는 <음식사변>에서 “음식에 관한 글을 읽으면 인류가 걸어온 길뿐만 아니라 한 개인의 독특한 취향까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요즘 대세인 음식 에세이 중에서도 음식을 매개로 한 사람 이야기가 인기인 이유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음식은 곧 추억이기에 음식 에세이는 곧 힐링이 되기도 한다. 한국 문인 중 음식 이야기에 가장 적극적인 이는 성석제 작가다. <칼과 황홀>은 그가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돌아다니며 그린 맛 지도로,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안줏거리인 전 이야기도 등장한다. 그중 배추전과 막걸리는 경북 상주 출신인 그에게 스무 살의 고향을 대표하는 음식이다. 배추전은 주로 바깥쪽의 푸른 잎으로 부치는데, 밍밍하고 덤덤하지만 이 지역에서는 제사상에도 올리는 이 계절의 맛이다.

밀가루 옷을 얇게 입혀 담백한 맛이 일품인 배추전과 고추전, 호박전, 부추전이 함께 담긴 모둠전.

배추전
재료
배추 잎 5장, 밀가루 1컵, 물・소금・들기름 적당량
만들기
1
배추잎은 푸른 잎과 고갱이를 뺀 부분으로 준비해 소금물에 뒤적이며 30분 정도 절인 뒤 물기를 제거한다. 간단하게 하려면 끓는 물에 삶아 양면에 소금을 살짝 뿌려 간해도 좋다.
2 밀가루에 물 1/3컵 정도를 넣어 약간 되직할 정도로 반죽한다.
3 ①의 배추잎에 ②의 반죽을 얇게 묻힌 뒤, 들기름 두른 팬에 올려 앞뒤로 굽는다. 이때 먼저 밀가루(분량 외)를 약간 입혀야 반죽이 고루 잘 묻는다.
4 식성에 따라 초고추장이나 초간장에 찍어 먹는



나는 추위 때문에 이불을 코끝까지 올려 덮고 눈을 감고는 나의 요리를 시작하곤 했다. 이 맛은 온통 추억거리로 가득 찬다. 먼저는 가족 그리고 내 발로 떠돌아다녔던 세상의 여러 마을과 길목들 그리고 만난 사람들이 떠오른다. 콩나물밥은 된장국과 함께 먹어야 맛이 있었지. 돌아가신 아버지가 휴일에 즐기던 음식이다. (중략) 이제는 밥과 같이 먹을 된장국 차례다. 콩나물밥에는 어쩐지 조개를 넣어 끓인 된장국이 꼭 알맞다. _황석영, <오래된 정원>

책 속의 콩나물밥과 된장국으로 외식하다
황석영 작가 자신이기도 한 <오래된 정원>의 주인공 오현우는 광주민주화운동 주동자로 수감 생활을 하면서 틈나는 대로 잡지와 요리책을 읽으며 맛과 추억을 재생한다. 수감자에게는 이것이 ‘외식’이다. 감정이 복받쳐 오르는 목메는 음식이기에 그림 속의 음식일지언정 이들에겐 특별하다. 비단 이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음식은 밥과 사람에 얽힌 시간에 대한 기억의 단면이기에 콩나물밥과 된장국 같은 특별할 것도 없는 일상의 음식은 해를 거듭할수록 의미를 더해간다. 작가들의 자전 소설을 보면 어린 시절 먹던 음식에 대한 묘사가 꼭 한두 장면씩 등장하는데, 그 풍경이 실감 나 마치 그 밥상을 받고 있는 기분이 드는 것은 일상 음식이 지닌 평범함의 힘 때문이다.

양념장을 곁들인 콩나물밥과 조개 국물로 끓인 구수한 된장국.

콩나물밥
재료
쌀・물 2컵씩, 콩나물 100g 양념장 간장 2큰술, 고춧가루 1작은술, 통깨 1/2작은술, 참기름 2작은술
만들기
1
쌀은 씻어서 일어 물에 담가 불린다. 콩나물은 다듬어 물에 씻은 뒤 물기를 뺀다.
2 불린 쌀과 콩나물을 냄비에 안치고 분량의 밥물을 잘박하게 부어 뚜껑을 덮은 뒤, 불 조절을 하며 밥을 지어 뜸을 들인다.
3 양념장 재료를 모두 섞는다. ②의 밥이 고슬고슬하게 지어지면 양념장을 넣고 비벼 먹는다.

조개된장국
재료
바지락 1봉(약 15개), 배추 잎 3장, 된장 3큰술, 고춧가루 1작은술, 다진 마늘 2작은술, 대파 잎 10cm, 물 4컵
만들기
1
바지락은 해감한 뒤 깨끗이 씻는다. 끓는 물에 바지락을 넣어 국물을 우린 뒤 건지고, 국물은 젖은 면포에 밭는다.
2 냄비에 ①의 조개 국물을 넣고 길게 썬 배추 잎을 넣어 끓어오르면 된장과 고춧가루, 다진 마늘을 풀어 넣은 다음 바지락과 어슷하게 썬 대파를 넣고 한소끔 끓인 뒤 불을 끄고 그릇에 담는다.



“산과 들과 바다에서 나는 것, 다 싸 왔지?”라며 한 사람씩 확인해주는 것이 우선 즐거웠고, 또 어떤 것이 바다에서 나는 것이고 어떤 것이 산과 들에서 나는 것인지를 발견하는 스릴도 즐기게 되었다. (중략) 도시락 뚜껑을 연 토토의 입에서는, “우와!” 하는 탄성이 절로 터져나올 것만 같았다. 노란 달걀말이, 완두콩, 갈색 덴부, 그리고 달달 볶은 핑크색 명란. 그런 알록달록한 색깔을 한 반찬이 마치 꽃밭처럼 보기 좋게 담겨 있었던 것이다. _구로야나기 테츠코, <창가의 토토>

산과 들과 바다를 담아 도시락을 싸다
일본의 유명 방송인인 구로야나기 테츠코의 자전적 소설 <창가의 토토>는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토토가 다닌 학교는 일종의 대안학교로,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를 앓는 토토처럼 보통 학교에선 도저히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학생이다. 토토가 목이 빠지게 기다리는 시간은 여느 학생과 다를 바 없는 점심시간. 한데 도시락이 어째 의미심장하다. 교장 선생님의 당부대로 모두 ‘산과 들과 바다에서 나는 것’을 싸 온다. 등교 첫날, 토토 엄마는 달걀과 덴부, 완두콩, 명란으로 소보로를 만들어 밥에 얹어주었다. 이를 소보로돈이라고 하는데, 일본에서는 인기 도시락 메뉴로 꼽힌다. 맛도 맛이지만 분홍색과 노란색과 연두색과 갈색으로, 꽃밭처럼 화려하게 펼쳐진 맵시 때문이다.

일본은 도시락 문화가 세계에서 가장 발달한 나라다. 그중 인기 도시락으로 꼽히는 달걀, 덴부, 완두콩, 명란으로 소보로를 만들어 얹은 도시락.

소보로 도시락
재료 밥 1공기, 완두콩 통조림 1캔 달걀 소보로 달걀 1개, 맛술 2작은술, 소금 약간 덴부 동태살 100g, 간장 약간 명란 소보로 명란 50g, 정종 1작은술
만들기
1
볼에 달걀과 맛술, 소금을 넣고 고루 풀어 체에 내린 다음 중탕한다. 젓가락 두 벌을 사용해 고운 스크램블드에그를 만들듯이 섞어가며 저어 고슬고슬한 소보로 상태를 만든다.
2 동태살은 끓는 물에 데쳐 물기를 꼭 짜면서 곱게 부순다. 여기에 간장을 약간 넣고 잘 버무린 다음 달군 팬에 뽀송해질 때까지 볶아 덴부를 만든다.
3 명란은 막을 제거하고 알만 발라낸 다음, 달군 팬에 정종을 넣고 고슬고슬해질 때까지 볶아 소보로 상태를 만든다.
4 완두콩은 끓는 물에 살짝 데친다.
5 도시락에 밥을 담고 각각의 소보로와 삶은 완두콩을 취향껏 모양 내 올린다.

미모의 미망인은 두부를 두 모 사 가지고, 한 모에 파와 생강을 곁들여 맥주와 함께 내 앞에 내놓는다. 그리고 “우선 잠시 두부하고 들고 계세요. 금방 저녁 식사 준비할게요”와 같은 애교 섞인 말을 한다. _무라카미 하루키, <작지만 확실한 행복>

고탄다의 연락을 기다리는 동안 유키가 드라이브를 하러 가자고 하지만 나는 거절한다. 그리고 저녁을 뭘 먹을까 하고 고민한다. 마늘과 빨간 고추를 약한 불에 볶아 씁쓸한 맛이 나기 전에 꺼내고 그 기름에 햄을 볶는다. 그런 향긋한 스파게티가 좋다. _무라카미 하루키, <댄스 댄스 댄스>

햄스파게티와 두부로 ‘나’를 위한 음식을 만들다
하루키 소설은 요리책이 아니지만 밥을 짓는 손길, 따뜻한 부엌의 공기와 냄새가 군데군데 묻어난다. 음식으로 아련한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주인공의 설렘과 불안을 세밀하게 묘사한다. 음식 에세이의 붐은 무라카미 하루키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미각을 자극하는 묘사가 생생해 <댄스 댄스 댄스>를 읽으면 햄스파게티를 만들어 먹고 싶고,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읽으면 두부 한 모를 곁들여 맥주를 마시고 싶어진다. 오죽하면 하루키의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음식들을 그대로 재현해낼 수 있는 요리법을 담은 <내 부엌으로 하루키가 걸어 들어왔다>라는 책이 출간됐을까.

하루키 작품 속 거의 모든 주인공은 스파게티에 각별한 애정을 보인다. 그중 냉장고 속 재료로 후딱 만들 수 있는 햄스파게티와 그의 에세이에 자주 등장하는 음식 소재인 두부. 두부는 좋은 것으로 사다 최소한의 간만 해 먹는 것이 비결이다.

햄스파게티
재료
스파게티 면 100g, 햄 50g, 마늘 4쪽, 베트남 매운 고추 2개, 올리브유 5큰술, 소금 약간
만들기
1
햄은 가로세로 2cm 크기로 썰고, 마늘은 반으로 갈라 칼 옆면으로 으깨듯 두드린다.
2 스파게티 면은 살짝 덜 익힌 알덴테로 삶는다. 이때 면 삶은 물은 약간 남긴다.
3 달군 팬에 올리브유를 두르고 마늘을 올려 약한 불에 천천히 볶다가 매운 고추를 통째로 집어넣고 볶아 향이 충분히 우러나도록 한다.
4 ③에 햄을 넣고 노릇하게 볶다가 삶은 스파게티 면을 넣고 볶는다. 이때 면 삶은 물을 약간 넣는다. 마지막에 소금으로 간한다.



레오니 고모가 나에게 준, 보리수꽃을 달인 더운물에 담근 한 조각 마들렌의 맛임을 깨닫자 (왜 그 기억이 나를 그토록 행복하게 하였는지 아직 모르고, 그 이유의 발견도 한참 후일로 미루지 않으면 안 되었으나), 즉시 거리에 면한, 고모의 방이 있는 회색의 옛 가옥이 극의 무대장치처럼 나타나, 이 원채 뒤에 나의 양친을 위해 뜰을 향해 지어진 작은 별채와 결부되었다. _마르셀 프루스트,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조개 모양의 마들렌으로 잃어버린 시간을 찾다
감수성이 풍부한 주인공 ‘나’는 인생의 모든 것에 절망한 어느 날 우연히 홍차에 프티트 마들렌 과자를 적셔 먹는다. 그와 동시에 주인공은 과거의 무의식적인 기억을 떠올린다. 주인공에게 마들렌은 잊힌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매개체인 셈. 음식이 지닌 힘 중 하나인 ‘기억의 작용’이다. 김훈 작가 또한 <너는 어느 쪽이냐고 묻는 말들에 대하여>에서 “맛은 화학적 현상이 아니라 정서적 현상이다. 맛은 우리가 그것을 입안에서 누리고 있을 때만 유효한 현실이다. 그 이외 모든 시간 속에서 맛은 그리움으로 변해 사람들의 뼈와 살과 정서의 깊은 곳에서 태아처럼 잠들어 있다”고 하지 않던가. 책 속의 음식이 또 하나의 기억이 되었으니, 기력을 잃은 날 홍차에 마들렌을 적셔 먹어보자. 프루스트의 표현대로 ‘근엄하면서도 수줍은 스커트 주름에 싸여 그토록 풍만하고 육감적인, 과자의 작은 조가비 모양’이 행복한 순간을 떠오르게 해줄지도 모른다.

레몬 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마들렌은 프랑스에서 즐기듯 홍차와 함께 먹으면 더욱 맛있다.

마들렌
재료(12개 분)
박력분 90g, 베이킹파우더 1작은술, 달걀 1개, 설탕 50g, 녹인 버터 90g, 간 레몬 껍질 1개분, 꿀 1큰술
만들기
1
박력분과 베이킹파우더를 가볍게 섞은 뒤 체에 곱게 내린다.
2 볼에 달걀과 설탕을 넣고 덩어리가 없도록 골고루 잘 푼 다음 휘핑기로 거품이 단단해질 때까지
휘핑한다. 여기에 ①의 가루를 세 번에 나누어 넣어 가루가 안 보일 때까지 고무 주걱으로 살살 섞는다.
3 ②의 반죽에 녹인 버터, 간 레몬 껍질, 꿀을 순서대로 넣고 고무 주걱으로 잘 섞은 후 냉장고에 30분간 휴지시킨다.
4 마들렌 틀에 녹인 버터를 바르고 , ③의 반죽을 80% 정도 채운 뒤 210℃로 예열한 오븐에서 10분간 굽는다.



“제가 야채 다지기에는 선수인데요.” 로버트가 돕겠다는 제의를 했다. “좋아요. 저기 도마가 있고 칼은 그 아래 오른쪽 서랍에 있어요. 제가 스튜를 만들 테니까 야채를 준비해주세요.” (중략) 야채에 어느 정도 식용유를 넣고, 약간 갈색이 날 때까지 가열하고, 밀가루를 섞어 잘 저은 다음, 물을 한 컵 정도 첨가한다. 나머지 야채와 양념을 넣고, 40분가량 불에 올려놓고 있으면 요리가 끝난다. 요리가 되는 동안 프란체스카는 다시 그의 앞쪽에 마주 앉았다. 부엌에 정갈한 다정함이 내려앉았다. 어쩌면 그런 다정한 느낌은 함께 요리를 하는 데서 왔는지도 몰랐다. _로버트 제임스 월러,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함께 만든 야채 스튜를 나누며 정갈한 다정함을 즐기다
소설이나 영화에서 사랑 이야기에 식사하는 장면이 빠지는 때가 있었던가. 어색한 공기가 따스하게 데워지는 때는 바로 함께 음식을 만들어 먹는 순간이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의 주인공 프란체스카와 로버트를 결정적인 로맨스로 몰고 간 것도 그날 저녁 둘만의 만찬이었다. 로버트가 음식이 너무나 맛있다고 두 번씩이나 말하며 두 그릇을 먹어치운 것은 야채 스튜다. 스튜는 재료가 일상적이고 조리법이 단조롭지만 뭉근한 불로 오래 끓이는 음식으로 서양인에게는 솔 푸드이기도 하다. 음식에 매료당하는 순간은 마음이 위로받는 순간이다. 음식으로 유혹하고 싶은가. 시골집 아낙의 손맛이 밴 듯 푸근한 맛의 야채 스튜도 제격이다.

꽃다발을 물병에 담고 프란체스카가 로버트에게 권한 레몬주스, 맥주와 함께 즐긴 따뜻한 야채 스튜.

야채 스튜
재료(2인분)
감자 1개, 양파 1/2개, 순무 100g, 당근 30g, 버터 3큰술, 밀가루 2큰술, 로즈메리 1줄기, 월계수 잎 1장, 물 4컵, 소금・후춧가루 약간씩
만들기
1
감자, 양파, 순무, 당근은 손질해 가로세로 3cm 크기로 깍둑썰기한다.
2 냄비에 버터를 녹인 뒤 ①의 야채를 넣고 볶는다. 야채가 옅은 갈색을 띠면 밀가루를 넣고 볶다가 물과 로즈메리와 월계수 잎을 넣고 야채가 익을 때까지 푹 끓인다. 마지막에 소금과 후춧가루로 간해 5분 정도 더 끓인다.




어시스턴트 박하영 요리 김정은(배화여자대학 전통조리학과 교수) 스타일링 강혜림, 김지나 캘리그래피 강병인 소품 협조 우일요(02-763-2562) 참고 도서 <내 식탁 위의 책들>(앨리스),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푸른숲), <사랑을 먹고 싶다>(작가정신)

진행 신민주 기자 | 사진 김정한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3년 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