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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닝 인터뷰] 비비고 런던 총괄 셰프 강레오 씨 세계의 입맛을 꼬이다
국내에서 레스토랑 이름보다 셰프 이름이 더 유명해지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부터. 최근에는 일거수일투족이 대중의 이목을 끄는 연예인급 스타 셰프도 나왔다. 올리브 TV의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 <마스터셰프>의 히어로 강레오 씨 이야기다. 그가 결혼과 함께 돌연 런던으로 갔다. 세계 각국 레스토랑의 각축장인 동시에 미각의 도시로 떠오른 런던으로 비빔밥을 들고 간 그의 행보에서 한식의 미래를 본다.

명실상부 21세기 유럽의 문화 수도로 자리 잡은 영국. 음식도 문화이니 예외일 리 없다. 오랫동안 ‘별것 없던’ 자국 음식을 영국적인 것으로 새롭게 자리매김하려는 노력이 이어진 덕이다. 여기에 가장 큰 획을 그은 이들이 이른바 ‘스타 셰프’다. 런던과 두바이를 거쳐 6년 전 강레오 셰프가 국내에 프렌치 레스토랑을 선보였을 때 그가 시끌 시끌하게 주목받은 것도 영국을 미식 도시로 만든 피에르 코프만, 고든 램지, 피에르 가니에르,장 조지 등 미슐랭에 빛나는 스타 셰프들의 수제자인 때문이었다.

“어릴 때부터 제일 잘하는 게 요리였어요. 저희 집이 농사를 크게 짓다 보니 일하는 분도 많았고, 매일 삼시 세끼를 잔칫집처럼 했어요. 가마솥을 마당에 꺼내놓고 밥을 해야 할 정도였으니까요. 매일 그 속에서 뛰어노니까 당연히 음식을 가까이 접할 수밖에 없었죠.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요리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는데, 스무살을 넘기면서 심각한 고민에 빠졌어요. 지금과 달리 그때만 해도 요리사가 천대받는 직업이었거든요. 존중받으면서 일하고 싶어 영국으로 갔지요. 무엇보다 서양 요리를 하는 만큼 최고에게 기본부터 제대로 배우고 싶었어요.”

바닥이 탄탄해야 높이 쌓아도 무너지지 않는다 그는 자신이 만든 음식이 사람들에게 인정받는 것은 기본에 충실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기본은 그를 지탱하는 큰 힘이고 철학이다. 영국에 처음 갔을 때도 기본기에 대한 매뉴얼이 없는 서양 요리의 정통을 배우기 위해 고수를 찾았다. 스물세 살에 미슐랭 3스타를 획득하고 열 명 남짓한 미슐랭 스타 셰프를 길러낸 피에르 코프만이 그다. “한국의 자극적인 음식을 먹고 자란 네게 요리사로서 가르쳐 줄 게 없다”며 내친 천재 요리사의 제자가 되고 싶었기에 그는 3개월간 보수도 없이 무작정 주방에서 일했다. 간절하면 이루어진다고 했던가. 강레오 씨는 결국 피에르 코프만이 은퇴하기 전 마지막 수제자가 되었다.

“외국에서 유명 요리 학교 나온 건 중요한 게 아니에요. 전쟁을 겪은 사람과 본 사람, 듣기만 한 사람이 다르듯이 어떤 셰프 밑에서 어떤 포지션으로 몇 년간 함께 호흡을 맞췄느냐가 중요해요. 포지 션은 주방에서의 역할과 그만큼의 책임을 가리키거든요. 그동안 최고의 요리사 들을 스승으로 모셨으니 저는 운이 참 좋아요. 스승들의 음식을 똑같이 만들수도 있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나의 요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분들의 좋은 제자로 만족할 게 아니라, 이제부터 내 스스로가 ‘나에게 좋은 요리를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겠다’고요. 그래서 다시 한국으로 향한 거죠.”
6년 전, 정체성을 찾아 그가 한국에 들어오자마자 한 일도 한국 요리에 정통한 곳을 찾는 것이었다. 중요무형문화재 조선 왕조 궁중 음식 기능 보유자로 요리 대가들의 큰 선생이기도 한 한복려 원장이 있는 궁중음식연구원이 그곳이었다. 작년에는 경남 하동 일두 정여창 선생의 5백55년 제사 음식도 전수받았다.

“우리 전통 음식은 너무 깊어서 버거울 때도 있어요. 제가 한자를 잘 모르거든요.(웃음) 그래도 계속 공부해야지요. 저는 요리에 천 부적 재능이 있는 사람이 아니니까요. 성실하게 공부하고 시야를 넓히면 언젠가는 강레오식 요리도 완성되겠죠.”

1 런던 쇼핑과 문화 중심지인 옥스퍼드 서커스 부근 그레이트 말버러 스트리트에 위치한 비비고 런던 1호점. 2, 3 국내와는 달리 현지 트렌드와 분위기를 반영한 바 앤드 다이닝 형태의 플래그십 스토어로 운영한다. 8석의 바도 별도로 갖추었다.

무대는 두 곳, 한국과 세계다 한국에서는 정통 프렌치를 요리 하지만, 해외에서는 정통 프렌치에 전통 한식을 접목해 미식가들도 이해할 만한 요리를 만드는 것이 그의 꿈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7월 25일 오픈한 비비고 런던 1호점은 그에게도 각별하다. “한식 메뉴 중에서 외국인과 공감대를 빨리 형성할 수 있는 것은 비 빔밥이라고 생각해요. 비빔밥은 말 그대로 비벼 먹는 것이라 우리의 독특한 음식 문화이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전통 비빔밥을 고집하는 게 아니라 재료의 현지화를 통해 그들의 입맛에 맞는 비빔밥을 선보일 거예요. 유럽인은 쇠고기보다 양고기를 더 즐겨 먹으니 양고기로 불고기를 한다든지, 제육볶음식으로 고추장볶음을 한다든지 말이에요. 물론 모든 플레이버flavor는 된장, 간장, 고추장이 기본이지요. 요리는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조합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가 런던에 선보인 새로운 조합의 요리 중에는 뻥튀기도 있다. 이 역시 그들의 입맛에 맞게 만들어야 하니 뻥튀기 기계도 제작했다. 얇고 바삭한 식감을 살릴 수 있게 해 스타터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유럽 사람들 눈에는 뻥튀기 자체가 신기할 거예요. 쌀로 과자를 만든다는 사실이요.” 그는 좋은 요리는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어야 한다고 믿는다. 물론 과정이 정확하고 재료의 출처가 분명해야 한다. 입에만 달 것이 아니라 언제 먹었나 싶을 정도로 속도 편해야 한다. 여기에 먹는 이에게 메시지도 주어야 한다.
“음식도 스토리텔링이 중요합니다. 문화를 알리면 음식은 자연스레 따라가거든요. 유럽인은 입맛이 선진화된 이들이에요. 다양한 문화를 안다는 것이지요. 그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자신요? 장담할 수는 없지만, 방법은 알아요. 우리의 것은 서양 음식처럼 모양을 바꾸고, 서양의 것은 모양은 유지하되 맛을 우리 식으로 바꿀겁니다.”
 

비비고bibigo 런던 1호점
‘신선함’과 ‘건강’을 주제로 한식의 맛을 알리고자 지난 7월 25일 그레이트 말버러 스트리트에 오픈한 프리미엄 바 앤드 다이닝으로, 플래그십 스토어로 운영한다. 총 80여 평에 86석 규모로 현지 트렌드에 맞게 바bar도 8석 별도로 갖추었다. 스테이크 형태의 불고기, 유자 소스 곁들인 관자 요리, 문어를 넣은 청포묵 등이 대표 메뉴. 또한 현지인의 음식 문화에 맞게 여러 가지 타파스 메뉴를 구성한 것이 특징.
문의 +44 (0)20-7042-5225
주소 58-59 Great Marlborough Street London, W1F 7YJ, UK




촬영 협조 CJ푸드빌(1577-0700, www.cjfoodville.co.kr)  

글 신민주 기자 | 사진 이명수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2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