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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만큼 맛있다_ 런던 레스토랑 탐방기 지독한 잡식성의 도시, 런던
런던에서 요리 유학을 했다고 하면 주위 반응이 한결같다. “거기 뭐 먹을 것 있나? 피시 앤 칩스밖에 없잖아.” 뭘 몰라도 아주 모르는 편견이다. 영국인은 흔히 “런던은 영국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먹을거리에서 특히 그렇다. 런던에는 좋은 레스토랑이 지천이다. 오늘날 런던은 유럽에서 파리 다음으로 미슐랭 레스토랑 수가 많은 미식의 도시이고, 메뉴의 다양성에서는 뉴욕과 어깨를 견주어도 될 만큼 다채롭다.

먹을거리의 수준으로 그 도시의 호불호가 갈리는 나 같은 사람에게 런던의 매력은 단연 ‘메뉴의 다채로움’이다. 레스토랑 종류로 치면 런던은 진정한 올림픽 시티다. 타이나 레바니즈 레스토랑은 신기한 축에도 끼지 못한다. 모던 폴리시(폴란드) 레스토랑, 가이세키 요리집까지 런던에는 오만 가지 인류의 식단이 존재한다. 그리고 이들 음식은 끝없이 이종교배를 거듭하며 새로운 트렌드를 창조하고 진화한다. 그래서인지 런더너들은 먹는 데서만큼은 철저한 코즈모폴리턴이고 지독하게 잡식성이다. 그런 문화적 믹스 매치가 나를 매혹시켰다. 호주머니가 가벼운 유학생 살림인지라 가격 대비 맛과 스타일이 있는 식당을 찾아 다녔다. 그중 내가 특히 좋아한 네 곳이 있다. 동유럽부터 레바논, 남지중해 스타일까지 에스닉한 동시에 가장 ‘런던스러운’ 공간들.

발틱 레스토랑Baltic Restaurant

1 레스토랑과 바를 겸한 발틱 레스토랑의 외관.
2 하얀 벽에 따뜻한 색채와 나무 장식 등은 레스토랑에 자연적이고, 오가닉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3 청어 래디시 감자 샐러드.

발틱 레스토랑은 레스토랑과 바를 겸하고 있다. 동유럽 음식이 주메뉴이며, 런던의 서더크 지하철역에서 나오면 바로 찾을 수 있다. 입구의 칵테일 바와 안쪽에 1백 년 가까이 된 옛 건물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인테리어도 엿볼 수 있다. 유리 아트리움과 높은 천장 그리고 하얀 벽과 함께 발틱은 탁 트인 느낌의 공간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여기에 색감이 따뜻한 패브릭과 소품, 나무 장식 등으로 실내를 장식해 편안하고, 오가닉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우리에게 조금 생소할 수 있는 폴란드 음식은 래디시(빨간 무)를 이용한 음식이 상당히 많다. 청어는 폴란드 사람들이 가장 많이 먹는 생선이며, 생선의 비릿한 맛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우리나라의 순대, 소시지와 비슷한 블랙 푸딩도 발틱에서는 양파와 조리한 사과 그리고 빵과 함께 제공한다. 그 때문에 자칫하면 느끼할 수 있는 블랙 푸딩이 사과와 양파의 단맛 그리고 다양한 식감이 더해져 먹는 즐거움까지 안겨준다. 폴란드 음식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훈제된 음식이 많다는 것인데 이것 역시 훈제된 요리로, 그 특징이 잘 드러난다. 이곳은 바와 레스토랑을 겸하는 곳답게 바는 35종이 넘는 폴란드와 러시아 스타일의 보드카를 갖추고 있다. 모두 직접 담근 것으로, 주인장 보로니엣스키 씨가 추천하는 보드카는 체리 보드카와 곡물 보드카다. 일요일 저녁에는 라이브 재즈를 들을 수 있다. 국립극장에서 그다지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아 유명인의 발길도 잦은데, 운이 좋으면 이안 매켈렌, 케빈 스페이시, 데이비드 보위와 믹 재거를 만날 수도 있다.
주소 74 Blackfriars Road, London, SE1 8AH
문의 +44 (0)20 7928 1111

세인트 존St.JOHN

1
세인트 존의 퍼거스 헨더슨 셰프와 이욱정 PD.
2 베이컨 샌드위치와 함께 즐기는 커피 맛도 일품이다.
3 세인트 존 브레드 앤 와인 숍에 진열된 빵.

세인트 존 레스토랑은 1994년 10월에 런던 동부에 문을 열었다. 런던의 스미스필드 마켓 한쪽에 위치한 그 옛날 훈제하우스 자리다. 지금의 세인트 존 빌딩은 그때와 외관이 별반 다르지 않다. 두 개의 굴뚝과 주방, 음식을 먹는 곳과 프라이빗한 공간을 만들어 레스토랑으로 운영하고 있다. 베이커리 운영은 2003년부터 하고 있으며, 지금도 세인트 존의 빵은 곳곳의 농부들이 가는 마켓이나 푸드 페스티벌에서도 인기다.
세인트 존 브레드 앤 와인 숍은 베이커리 용도로만, 그리고 고객들이 가볍게 와인을 구매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고자 만들었다. 브레드 앤 와인 숍은 레스토랑과는 달리 매일 9시부터 11시까지 가볍게 아침을 먹을수 있도록 베이컨 샌드위치와 커피를 주메뉴로 한다. 2012년 현재 세인트 존은 처음 열 때보다 규모가 많이 확장되어 레스토랑, 베이커리 그리고 호텔까지 운영하고 있다. 길버트&조지, 트레이시 에민 등 런던 동부의 대표 작가들이 와서 아침 식사를 하고 가기도 한다.
주소 26 St. John Street,, London, EC1M 4AY
문의 +44 (0)20 3301 8069

프로비도레The Providores
런던에서 영국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지역 중 하나인 말리본에 위치한 프로비도레 레스토랑은 피터 고든과 마이클 맥그래스가 운영한다. 두 명의 셰프는 각자의 장점을 살려 말리본에 새로운 식문화를 제안하고자 한다. 특히 피터 고든은 영국에서 그의 고향 뉴질랜드의 음식 문화를 널리 전파하는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프로비도레 레스토랑은 종일 바와 카페를 운영하며 런던에서 가장 훌륭한 커피를 맛볼 수 있는 곳. 메뉴는 시즌별로 바뀌며 영국과 전 세계 어느 곳이든 신선한 재료를 사용해 다른 어느 레스토랑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퓨전 메뉴를 내놓는다. 영국에서 가장 많은 오세아니아 와인을 맛볼 수 있으며,런던에서 가장 친절한 레스토랑으로 서비스도 훌륭하다.
주소 109 Marylebone High Street, London, W1U 4RX
문의 +44 (0)20 7935 6175

(오른쪽)
프로비도레의 창의적인 퓨전 메뉴.

모로Moro

1 숯불에서 구운 치킨과 파인너트 양파 샐러드, 느리게 조리한 시금치와 고수.
2 모로 레스토랑의 주방 전경.
3 이곳의 타파스를 즐기러 오는 사람도 많다.

모로 레스토랑은 1997년 런던의 가장 힙한 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 앤젤의 보행자만 다닐 수 있는 엑스무스 마켓에서도 가장 중심에 있다. 수상 경력이 있는 ‘무어인(아랍계 이슬람교도)’의 음식이 주메뉴이며, 레스토랑이지만 타파스를 즐기러 오는 사람에게도 인기가 많다. 모로의 음식은 남지중해의 음식 문화가 기본이다. 남지중해의 요리법을 계승하는 것이 목표로, 원칙은 옛날 조리법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채소와 고기 등은 항상 숯불에 굽는다. 남지중해의 풍요로운 허브 그리고 견과류 역시 빼놓지 않고 사용하는 재료 중 하나다. 빵도 옛 선인들의 방법 그대로 굽는다. 직접 반죽을 하고 발효 효소를 넣어 주방의 가장 중앙에 위치한 돌화덕에서 구워내는 것.
주소 34-36 Exmouth Market, London, EC1R 4QE
문의 +44 (0)20 7833 8336



진행 신민주 기자 | 글 이욱정 (KBS 음식 다큐멘터리 PD) | 사진 김정한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2년 7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