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침장과 액젓 양념장
경상남도 양산에 사는 조수재 씨는 된장이나 고추장, 간장은 물론 멸치젓도 직접 담글 정도로 소문난 살림꾼이다. 또한 커피전문가 과정을 수료했으며 일주일에 한 번씩 케이크를 배우기 위해 서울로 올라올 정도로 음식에 관심이 많다. “어렸을 때부터 할머니와 어머니가 장과 젓갈 담그는 것을 보고 자랐습니다. 특히 할머니는 돌아 가시기 전까지 1년에 두 번, 봄과 가을이면 늘 멸치젓을 담그셨지요.” 두 분으로부터 손맛과 입맛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조수재 씨. 그의 집 냉장고에는 액젓과 육젓이 떨어질 날이 없다. 봄에 담근 젓갈은 무더운 여름을 거치기 때문에 살이 모두 삭아서 뼈만 남고, 가을에 담그는 것은 육질이 살아 있다. 젓갈은 김장할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데 깊은 맛이 나는 김치에는 봄멸치젓을, 좀 더 가벼운 맛의 김치에는 가을멸치젓을 사용한다. 멸치젓을 담글 때면 새벽부터 남편과 함께 근처 항구에 나가 싱싱한 멸치를 공수해온다. 해마다 10월이면 그가 가는 곳이 있다. 부산 해양대학교 근처에 있는 세종대 중리. 아침 7시에 가면 바다에서 막 올라온 멸치를 손에 넣을 수 있는데 물에 헹구지 않고 곧바로 소금을 뿌린다. 바닷물이 아닌 다른 물이 들어가면 맛이 변질될 위험이 있기 때문. 소금은 1~2년 동안 두어 간수를 뺀 천일염을 사용해야 잡맛이 섞이지 않는다. 날씨가 따뜻한 양산은 12월 중순에 김장을 하는데 가을에 담근 멸치젓은 이맘때 개봉한다. 멸치젓을 담그는 날, 싱싱한 멸치는 조금 남겨두었다가 그날 저녁 회무침을 해먹는다. 손바닥으로 비비면 비늘이 벗겨지면서 비린맛이 빠지고 붉은 살이 드러난다. 꼬들꼬들해진 멸치에 납작하게 썬 배와 초고추장, 다진 마늘, 상추, 오이, 고추 등을 넣어 버무리면 별 반찬 없이도 온 가족이 즐거운 저녁 식사를 할 수 있다. 담가놓은 멸치젓은 고운 한지에 여러 번 걸러 액젓과 육젓으로 분리한다. 액젓은 두부찌개를 끓이거나 고기를 조릴 때 간장 대신 넣고 육젓은 살을 발라내어 잘게 썬 다음 스파게티 등에 이용한다. 그러나 그가 멸치젓을 이용해서 만든 요리 중 가장 자신 있는 것은 토속적인 음식의 대표, 멸치 무침장과 액젓 양념장. 무침장은 육젓과 액젓을 모두 사용한다. 여기에 다진 마늘과 깨소금, 레몬즙(또는 식초), 잘게 다진 청양고추를 넣으면 완성이다. 서리 내린 후 갓 수확한 배추나 다시마, 미역 등의 해조류에 곁들이면 된다. 액젓 양념장은 찐 양배추와 잘 어울리는데 멸치액젓에 다진 양파와 다진 실파, 잘게 썬 청양고추, 고운 고춧가루, 깨소금을 첨가하면 된다.
1 액젖 양념장, 2 무침장
안초비가 기본인 소스
대한민국을 다 뒤져도 안초비를 직접 담그는 셰프’는 찾기 힘들다. 싱싱한 멸치를 구하기 어렵고 손이 많이 가는 일이기 때문이다. 서울 청담동에 위치한 이탤리언 레스토랑 에오Eo(02-3445-1926). 테이블이 네 개뿐이며 부엌이 홀만큼 큰 이곳에서는 셰프가 만든 안초비를 맛볼 수 있다(레시피는 205쪽 참고). 오너셰프 어윤권 씨는 거의 매일 시장에서 직접 구입한 전어로 안초비를 담글 정도로 음식에 기울이는 정성이 남다르다. 밀라노에서 3년, 로마에서 2년, 토스카나에서 1년 동안 요리 공부를 한 그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 식재료가 바로 안초비라고 말한다. “이탈리아, 그중에서도 남부 지방 사람들은 소금 대신 안초비로 간을 할 정도로 안초비를 좋아합니다.” 그 역시 안초비를 자주 사용하는데 특히 소스 만들 때 감칠맛을 더하기 위한 재료로 이만 한 것이 없다고 한다. 맛뿐만 아니라 눈으로 보기에도 섬세한 음식을 추구하는 어윤권 씨는 소스에 넣는 안초비는 반드시 곱게 갈아서 사용한다. “안초비를 기본으로 하면서 한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만드는 대표적인 소스가 살모릴리오와 피자아이올라입니다. 시칠리아 사람들이 즐겨 먹던 살모릴리오 소스에는 올리브오일과 파슬리, 마늘이 꼭 들어가지요.” 어윤권 씨는 여기에 캐이퍼, 바질, 그린 올리브, 삶은 달걀노른자, 후춧가루를 더한 다음 믹서에 간다. 질감이 되직하고 향긋한 바질 향이 느껴지는 살모릴리오 소스는 해산물 구이와 잘 어울린다. 피자아이올라 소스는 토마토가 들어가는 소스로 쇠고기 스테이크에 곁들이면 좋다. 이 소스 역시 안초비와 올리브오일, 캐이퍼를 기본으로 하며 그린 올리브, 토마토, 통마늘을 넣어 곱게 갈면 된다. 소스 외에도 그가 안초비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안초비를 잘게 잘라서 모차렐라 치즈 사이에 끼워서 빵가루를 발라 튀기면 와인 마실 때 아주 훌륭한 안주가 됩니다. 시저샐러드에 안초비를 생으로 넣는 경우가 많은데 더 맛있게 만드는 방법이 있지요. 안초비를 오랫동안 볶다가 파르메산 치즈를 넣으면 함께 엉기면서 맛이 어우러져요. 이를 샐러드에 넣으면 고소한 맛이 배가됩니다.” 안초비를 처음 맛보는 사람들을 위한 조리법도 알려주었다. 고기 먹을 때 쌈장에 곱게 다진 안초비를 넣고 마요네즈와 다진 딜을 섞으면 색다른 맛을 즐길 수 있다고. 샌드위치에 안초비를 넣는 것도 좋은 방법. 식초에 절인 마늘과 생양파, 토마토, 올리브를 얇게 슬라이스하여 다진 안초비와 함께 빵에 넣어 먹으면 초보자도 거부감 없이 안초비를 즐길 수 있다. 마지막으로 그는 “안초비와 어울리는 식재료로는 올리브와 캐이퍼, 딜, 와인 등이 있죠”라는 말을 덧붙였다. 어울리는 식재료가 이처럼 다양한 음식이 또 있을까.
1 살모릴리오소스, 2 피자아이올라 소스를 곁들인 스테이크, 3 피자아이올라 소스
경상남도 양산에 사는 조수재 씨는 된장이나 고추장, 간장은 물론 멸치젓도 직접 담글 정도로 소문난 살림꾼이다. 또한 커피전문가 과정을 수료했으며 일주일에 한 번씩 케이크를 배우기 위해 서울로 올라올 정도로 음식에 관심이 많다. “어렸을 때부터 할머니와 어머니가 장과 젓갈 담그는 것을 보고 자랐습니다. 특히 할머니는 돌아 가시기 전까지 1년에 두 번, 봄과 가을이면 늘 멸치젓을 담그셨지요.” 두 분으로부터 손맛과 입맛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조수재 씨. 그의 집 냉장고에는 액젓과 육젓이 떨어질 날이 없다. 봄에 담근 젓갈은 무더운 여름을 거치기 때문에 살이 모두 삭아서 뼈만 남고, 가을에 담그는 것은 육질이 살아 있다. 젓갈은 김장할 때 가장 많이 사용하는데 깊은 맛이 나는 김치에는 봄멸치젓을, 좀 더 가벼운 맛의 김치에는 가을멸치젓을 사용한다. 멸치젓을 담글 때면 새벽부터 남편과 함께 근처 항구에 나가 싱싱한 멸치를 공수해온다. 해마다 10월이면 그가 가는 곳이 있다. 부산 해양대학교 근처에 있는 세종대 중리. 아침 7시에 가면 바다에서 막 올라온 멸치를 손에 넣을 수 있는데 물에 헹구지 않고 곧바로 소금을 뿌린다. 바닷물이 아닌 다른 물이 들어가면 맛이 변질될 위험이 있기 때문. 소금은 1~2년 동안 두어 간수를 뺀 천일염을 사용해야 잡맛이 섞이지 않는다. 날씨가 따뜻한 양산은 12월 중순에 김장을 하는데 가을에 담근 멸치젓은 이맘때 개봉한다. 멸치젓을 담그는 날, 싱싱한 멸치는 조금 남겨두었다가 그날 저녁 회무침을 해먹는다. 손바닥으로 비비면 비늘이 벗겨지면서 비린맛이 빠지고 붉은 살이 드러난다. 꼬들꼬들해진 멸치에 납작하게 썬 배와 초고추장, 다진 마늘, 상추, 오이, 고추 등을 넣어 버무리면 별 반찬 없이도 온 가족이 즐거운 저녁 식사를 할 수 있다. 담가놓은 멸치젓은 고운 한지에 여러 번 걸러 액젓과 육젓으로 분리한다. 액젓은 두부찌개를 끓이거나 고기를 조릴 때 간장 대신 넣고 육젓은 살을 발라내어 잘게 썬 다음 스파게티 등에 이용한다. 그러나 그가 멸치젓을 이용해서 만든 요리 중 가장 자신 있는 것은 토속적인 음식의 대표, 멸치 무침장과 액젓 양념장. 무침장은 육젓과 액젓을 모두 사용한다. 여기에 다진 마늘과 깨소금, 레몬즙(또는 식초), 잘게 다진 청양고추를 넣으면 완성이다. 서리 내린 후 갓 수확한 배추나 다시마, 미역 등의 해조류에 곁들이면 된다. 액젓 양념장은 찐 양배추와 잘 어울리는데 멸치액젓에 다진 양파와 다진 실파, 잘게 썬 청양고추, 고운 고춧가루, 깨소금을 첨가하면 된다.
1 액젖 양념장, 2 무침장
안초비가 기본인 소스
대한민국을 다 뒤져도 안초비를 직접 담그는 셰프’는 찾기 힘들다. 싱싱한 멸치를 구하기 어렵고 손이 많이 가는 일이기 때문이다. 서울 청담동에 위치한 이탤리언 레스토랑 에오Eo(02-3445-1926). 테이블이 네 개뿐이며 부엌이 홀만큼 큰 이곳에서는 셰프가 만든 안초비를 맛볼 수 있다(레시피는 205쪽 참고). 오너셰프 어윤권 씨는 거의 매일 시장에서 직접 구입한 전어로 안초비를 담글 정도로 음식에 기울이는 정성이 남다르다. 밀라노에서 3년, 로마에서 2년, 토스카나에서 1년 동안 요리 공부를 한 그는 이탈리아에서 가장 대중적인 인기를 얻는 식재료가 바로 안초비라고 말한다. “이탈리아, 그중에서도 남부 지방 사람들은 소금 대신 안초비로 간을 할 정도로 안초비를 좋아합니다.” 그 역시 안초비를 자주 사용하는데 특히 소스 만들 때 감칠맛을 더하기 위한 재료로 이만 한 것이 없다고 한다. 맛뿐만 아니라 눈으로 보기에도 섬세한 음식을 추구하는 어윤권 씨는 소스에 넣는 안초비는 반드시 곱게 갈아서 사용한다. “안초비를 기본으로 하면서 한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만드는 대표적인 소스가 살모릴리오와 피자아이올라입니다. 시칠리아 사람들이 즐겨 먹던 살모릴리오 소스에는 올리브오일과 파슬리, 마늘이 꼭 들어가지요.” 어윤권 씨는 여기에 캐이퍼, 바질, 그린 올리브, 삶은 달걀노른자, 후춧가루를 더한 다음 믹서에 간다. 질감이 되직하고 향긋한 바질 향이 느껴지는 살모릴리오 소스는 해산물 구이와 잘 어울린다. 피자아이올라 소스는 토마토가 들어가는 소스로 쇠고기 스테이크에 곁들이면 좋다. 이 소스 역시 안초비와 올리브오일, 캐이퍼를 기본으로 하며 그린 올리브, 토마토, 통마늘을 넣어 곱게 갈면 된다. 소스 외에도 그가 안초비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안초비를 잘게 잘라서 모차렐라 치즈 사이에 끼워서 빵가루를 발라 튀기면 와인 마실 때 아주 훌륭한 안주가 됩니다. 시저샐러드에 안초비를 생으로 넣는 경우가 많은데 더 맛있게 만드는 방법이 있지요. 안초비를 오랫동안 볶다가 파르메산 치즈를 넣으면 함께 엉기면서 맛이 어우러져요. 이를 샐러드에 넣으면 고소한 맛이 배가됩니다.” 안초비를 처음 맛보는 사람들을 위한 조리법도 알려주었다. 고기 먹을 때 쌈장에 곱게 다진 안초비를 넣고 마요네즈와 다진 딜을 섞으면 색다른 맛을 즐길 수 있다고. 샌드위치에 안초비를 넣는 것도 좋은 방법. 식초에 절인 마늘과 생양파, 토마토, 올리브를 얇게 슬라이스하여 다진 안초비와 함께 빵에 넣어 먹으면 초보자도 거부감 없이 안초비를 즐길 수 있다. 마지막으로 그는 “안초비와 어울리는 식재료로는 올리브와 캐이퍼, 딜, 와인 등이 있죠”라는 말을 덧붙였다. 어울리는 식재료가 이처럼 다양한 음식이 또 있을까.
1 살모릴리오소스, 2 피자아이올라 소스를 곁들인 스테이크, 3 피자아이올라 소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