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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양 많고 맛 좋은 오렌지의 다양한 쓰임새 태양의 뜨거운 입맞춤 속에서 달콤함이 영글어간다
오렌지 밭이 끝없이 이어지는 풍경에 가슴속까지 시원한 캘리포니아. 세계 최고의 시트러스 밸리citrus valley가 형성된 이곳은 오렌지가 자라는 데 필요한 조건을 두루 갖추었다. 영양은 물론 맛까지 좋은 오렌지, 그냥 먹는 것도 좋지만 요리에 활용하면 풍미가 더욱 깊어진다. 세상에서 가장 맛 좋은 오렌지를 찾아서.



 
할리우드가 있는 영화 산업의 중심지, 와인 애호가와 미식가들을 위한 천국, 마마스 앤드 파파스Mamas and Papas가 꿈꾸는 그곳, 바로 캘리포니아다. 사시사철 따사로운 햇살이 가득한 캘리포니아는 미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휴양지 중 하나며 제1의 농업주州이기도 하다. 이미 유명한 것이 많은 캘리포니아지만 지평선까지 이어지는 오렌지 밭을 빼놓고는 이곳을 이해할 수 없다.
미국 서부에 위치한 캘리포니아는 일 년 내내 기후가 온화하며 일교차가 크다. 회색빛 하늘을 머리에 이고 사는 동부 사람들이 늘 그리워하는 햇살도 캘리포니아에선 넘쳐난다. 화산지대인 이곳 토양은 영양이 풍부하고 물 빠짐이 좋아 식물이 자라기에 안성맞춤이다. 기온과 일조량, 흙, 이 삼박자가 완벽한 캘리포니아에서 나는 오렌지가 세계적으로 품질을 인정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곳의 여름 기후는 무척 건조합니다. 거의 4개월간 비가 오지 않아요. 여름은 과일의 당도가 결정되는 계절인데 공기가 건조해서 오렌지가 수분을 함유하지 못해야 당도가 높아지지요. 오렌지 재배에 이렇게 완벽한 곳이 또 있을까요?” 캘리포니아에서 오렌지 농장을 운영하는 커크 앳킨슨 씨의 설명이다. 당도만 높은 것이 아니다. 이곳 오렌지는 껍질이 얇은 반면 알이 크고 즙이 많아 들었을 때 묵직하다.
 



 
향긋한 풍미와 영양을 자랑하는 오렌지 요리 캘리포니아의 정기를 듬뿍 받고 생산된 오렌지는 미국 전역을 포함하여 세계 곳곳으로 수출된다. 건강에 이롭고 풍미가 뛰어난 과일, 오렌지. 최근에는 이를 생으로 먹는 데 그치지 않고 샐러드, 소스, 타르트, 셔벗 등 다양한 요리에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셰프와 요리 연구가들은 오렌지를 이용한 요리를 속속 소개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요리학교 CIA(Culinary Institute of America)는 세계적으로 맛의 트렌드를 이끌어가는 곳. 이곳에서도 오렌지 및 라임, 레몬, 자몽 등의 시트러스를 요리에 활발하게 접목시키고 있다. CIA에서는 프렌치, 이탤리언은 물론 중식, 일식, 한식, 타이 푸드 등 여러 요리를 가르치는데 다채로운 강연 중에서도 시트러스 수업에 대한 학생들의 관심이 크다. 이곳에서 시트러스 강의를 담당하는 라스 크론마크Lars Kronmark 셰프. 덴마크 태생으로 20년째 캘리포니아 CIA에서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음식에 오렌지나 레몬 등 다양한 시트러스를 사용하는 것은 이미 큰 추세입니다. 건강에도 좋을뿐더러 음식 맛을 한층 돋우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죠. 소금 섭취를 제한해야 하는 고혈압 환자에게도 시트러스는 좋아요. 간이 싱거울 때 소금 대신 시트러스 즙을 넣으면 신맛이 간을 보완해줍니다.” 라스 크론마크 씨는 시트러스가 주는 유익함을 설명했다. 그가 이제껏 개발한 시트러스 레서피만 30여 가지.

1 오렌지가 다른 시트러스류에 비해 좋은 점은 비타민과 무기질이 골고루 들어 있다는 것이다. 하루에 오렌지 한 개씩 먹으면 종합 비타민을 따로 섭취하지 않아도 된다. 2 캘리포니아 오렌지 농장에서 4대째 오렌지 농사를 짓고 있는 커크 앳킨슨 씨와 그의 아들 라이언. 3 각 농장에서 생산된 오렌지는 포장 공장으로 보낸다. 오렌지의 품질과 등급에 따라 농부들에게 돌아가는 이윤도 달라진다. 세척을 기다리는 오렌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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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서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것이 오렌지 쇠고기 샐러드다. 그릴한 쇠고기를 얇게 썰어 오렌지, 드레싱과 함께 섞으면 된다. 오렌지 쇠고기 샐러드를 만들 때 라스 씨의 맛 내기 비결은 바질을 듬뿍 넣는 것. 오렌지에 바질만큼 잘 어울리는 허브가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이어서 그는 오렌지 껍질을 이용해서 집에서도 간단히 따라 할 수 있는 맛 내기 비법을 가르쳐주었다. 오렌지 소금과 드라이 오렌지 제스트zest(음식에 강한 풍미를 더하기 위한 것으로 과일 껍질을 벗겨 만든다)를 만들어 음식에 넣는 것이다. 도마에 천일염을 넓게 펼치고 그 위에 오렌지를 껍질째 문지르면 표면에 묻어 있는 천연 오일 성분이 소금에 코팅된다. 이렇게 만든 오렌지 소금을 요리할 때 사용하면 음식의 향미가 한결 풍부해진다. 드라이 오렌지 제스트도 만드는 방법이 간단하다. 오렌지 제스트를 설탕물에 1시간가량 담갔다가 물을 버리고 몇 번 탁탁 털어 물기를 없앤 후 100℃로 예열한 오븐에 바짝 말려 믹서에 곱게 갈면 완성이다. 주스나 드레싱, 칵테일 등에 넣으면 씹는 맛이 좋고 향이 상큼하다.
오렌지는 발렌시아valencia, 블러디bloody, 네이블navel 세 종류가 있는데 쓰임새가 조금씩 다르다. 발렌시아 오렌지는 과즙이 풍부하고 씨가 있어 주스용으로 이용되며 블러디 오렌지는 과육이 핏빛이라서 붙여진 이름인데 당도가 높고 색감이 예쁘다. 발렌시아와 블러디 오렌지는 드레싱이나 소스를 만들 때 요긴하다. 반면 꼭지 부분이 배꼽navel을 닮았다 하여 이름 붙여진 네이블 오렌지는 껍질이 얇아서 벗기기 쉽고 씨가 없어 과육을 통째로 쓸 때 주로 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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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 재배 지대라서인지 캘리포니아에서는 레스토랑에서도 오렌지를 다방면으로 사용한다. 여러 곳이 있지만 캘리포니아 남쪽 비살리아Visalia 지역에 있는 ‘빈티지 프레스The Vintage Press’(559-733-3033 www.thevintagepress.com)가 특히 유명하다. 1966년에 문을 연 이곳은 바태니언Vartanian 가족이 대를 이어 운영하는 곳으로 다양한 캘리포니아산 와인과 오렌지를 이용한 정통 캘리포니아 음식으로 잘 알려져 있다. 매시드 포테이토에 오렌지 즙을 넣거나 블러디 오렌지 즙을 뭉근하게 졸여 소스로 이용하는 등 다양한 쿠킹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맛있는 먹을거리와 더불어 세 가지 스타일의 룸이 마련되어 있어 각 방마다 보는 재미를 더한다. 이곳에서 자동차로 1시간 30분 거리에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자랑하는 세콰이어 국립수목원과 요세미티 국립공원도 있으니 근사한 식사를 즐긴 후 방문하는 코스로 선택하면 어떨는지.

1 보통 오렌지에 열을 가하면 영양소가 파괴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열에 민감한 성분은 비타민 C 정도다. 오렌지에는 비타민 C 외에 비타민 A와 엽산, 철분 등의 영양소도 많이 함유되어 있다. 2 CIA에서 시트러스 강의를 맡고 있는 라스 크론마크 씨. 3 오렌지 껍질을 이용한 드라이 오렌지 제스트와 오렌지 소금. 많이 만들어두고 요리할 때 넣으면 풍미를 돋운다. 4 발렌시아 오렌지와 블러디 오렌지를 졸여 만든 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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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타바버라와 로스앤젤레스 사이에 있는 휴양 도시 오하이 지역에 위치한 ‘오버지 앳 오하이Auberge at Ojai’(805-646-2288 www.aubergeatojai.com)는 형제가 운영하는 곳이다. 프렌치와 이탤리언 등 정통 유럽 음식을 기본으로 하며 섬세한 맛이 특징. 오렌지에 향신료나 와인, 트뤼플 오일 등을 첨가하여 오랜 시간 조리한 소스가 깊은 풍미를 자랑한다. 부드러운 오리 고기에 블러디 오렌지로 만든 소스를 곁들인 요리(사진 4)가 일품이며 다양한 시트러스 즙으로 만든 소스를 끼얹은 아보카도 새우 샐러드의 신선함은 캘리포니아가 아니면 맛보기 힘들 것이다. 여유가 있다면 미국 10대 스파 중 하나인 오하이 밸리 인Ojai Valley Inn에서 스파를 즐겨보자. 80년 역사를 지닌 이곳은 스페인풍의 고풍스러운 건물과 주변의 자연 경관이 한 폭의 그림을 연출하는 곳이다. 다양한 스파 프로그램 중에서 오하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오렌지와 픽시 감귤을 이용한 보디 스크럽을 받고 나면 지쳐 있던 몸에 시트러스의 상큼한 기운이 그득하게 솟는 것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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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 한 개의 힘>종합 비타민의 가치 최근 미국에서는 요리할 때 버터 대신 올리브오일을 쓰고 간식으로 달달한 아이스크림이나 감자칩 대신 신선한 과일을 챙겨 먹는 등 건강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많아졌다. “배고플 때 오렌지 한 개 먹으면 공복감이 4시간 동안 해소된다는 결과가 있습니다. 이는 오렌지에 들어 있는 펙틴이 포만감을 주기 때문이지요. 오렌지가 다른 시트러스에 비해 좋은 것은 비타민과 무기질이 골고루 함유되어 있다는 점이에요. 하루 한 개씩만 드셔도 종합 비타민제 먹는 것 이상으로 좋은 효과를 볼 수 있지요.” 영양사인 동시에 요리 연구가며 영양 컨설턴트로 활동하는 코니 거터슨 씨는 오렌지의 좋은 점을 설명했다. “오렌지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비타민 C입니다. 비타민 C는 감기와 암, 심장질환 등을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지요. 특히 오렌지 한 개에는 비타민 C 하루 권장량의 130%가 함유되어 있어요.” 태양과 바람, 흙이 길러낸 한 알의 오렌지는 만물이 맞물려 조화롭게 돌아가는 소우주다. 그 안에는 여러 가지 성분을 한데 뭉쳐놓은 종합 비타민이 범접하지 못하는 무언가가 있다. 바로 생기 아닐까. 나른한 봄날, 조금 피곤하다 싶을 때 캘리포니아 정기를 듬뿍 받은 오렌지로 요리를 만들어보자. 햇살 들어오는 부엌 창문을 살짝 열고 상큼한 오렌지 향을 맡으며 음식을 만들다 보면 어디선가 보았을 캘리포니아의 넉넉한 품이 느껴질 것이다.

1 미국 5대 스파 휴양지 중 하나인 오하이 밸리 인. 오렌지를 이용한 스파가 특히 유명하다. 2 캘리포니아 남쪽 비살리아 지역의 유명 레스토랑 빈티지 프레스. 수백 가지의 캘리포니아산 와인과 다양한 시트러스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아버지에 이어 형제가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다. 요리하느라 여념이 없는 동생 데이비드. 3, 4 오렌지를 이용한 다양한 요리. 오렌지로 만든 소스는 생선, 오리 고기와도 잘 어울린다.
 
 
photo01 농부들이 일군 기업, 썬키스트
캘리포니아 오렌지의 대명사, 썬키스트는 6천 명의 농부로 구성된 협동조합이다. 지금은 거대한 조직이지만 1893년 결성 당시만 해도 그 힘이 미약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와 애리조나 지역의 농부 60명이 중간 상인의 가격 장난에 맞서기 위해 결합했으며 그때부터 생산은 물론 수출까지 공동의 비용을 들여 진행하게 되었다. “썬키스트는 온전히 농부들이 운영하는 단체예요. 남의 손을 거치지 않고 포장과 마케팅 비용까지 공동으로 부담하지요. 생산한 과일 수량과 등급에 따라 이윤을 분배하고요. 4~5년마다 바뀌는 CEO도 농부들의 손으로 직접 선출합니다.” 농부 출신의 제프리 가줄로Jeffrey D. Gargiulo 썬키스트 회장(아래 사진)의 설명이다. 여러 사람이 농사를 짓지만 품질은 차이가 없다. 자연적 조건이 거의 동일하며 농법도 통일되어 있기 때문. 썬키스트에서는 오렌지 농법 지침서를 회원들과 공유하며 자체적으로 검사관을 두어 품질 관리를 실시한다. 여러 농장에서 수확한 오렌지는 포장 공장으로 옮겨와 세척부터 포장까지 이루어진다. 공장에서는 과일을 여러 차례 뜨거운 물에 세척하여 오염 물질을 깨끗이 없앤 후 표면 상태에 따라 주스용과 수출용으로 선별한다. 선별이 끝나면 크기별로 나누어 왁싱을 한 뒤 박스에 담는다. 포장을 끝낸 오렌지는 저온 창고에서 출고를 기다린다. 오렌지에 왁스를 바르는 것은 운송 도중 수분이 날아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인데 자연 성분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인체에 해가 없으며 흐르는 물에 씻으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고. 이 모든 과정이 대부분 컴퓨터로 이루어지며 하루가 채 걸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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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시트러스 종류
1 레몬lemon 좋은 레몬은 반으로 잘랐을 때 껍질 두께가 균일하고 손에 쥐었을 때 한 손에 쏙 들어오는 것이다. 크기가 비슷하면 들었을 때 묵직한 것이 즙이 더 많다. 하루에 레몬 한 개씩 즙을 내 물에 희석시켜 마시면 부드럽고 하얀 피부로 가꿀 수 있다.
2 블러디 오렌지bloody orange 과육 색깔이 마치 핏빛 같다 하여 이름 붙여진 블러디 오렌지는 이름과는 달리 달콤한 즙이 가득하다. 색깔이 예뻐서 소스로도 많이 이용된다. 노화를 방지하는 리코펜 성분이 다량 들어 있으며 껍질 색깔도 일반 오렌지보다 좀 더 진한 편이다. 우리나라에도 곧 수입될 예정.
3 네이블 오렌지navel orange 우리나라에 소비량이 가장 많은 시트러스. 비타민과 무기질이 골고루 함유되어 있다. 오렌지 중에 간혹 초록색을 띠는 것이 있는데 이것은 수확 시기를 놓친 오렌지가 광합성을 하여 다시 녹색이 된 것으로 신맛이 나거나 설익은 것이 아니다.
4 자몽grapefruit 칼륨이 풍부한 자몽은 고혈압 환자에게 특히 좋은 과일. 특유의 쓴맛은 나린진naringin 성분 때문이며 식사 전에 자몽 반 개씩 먹으면 12주 동안 4~5kg의 체중 감량 효과를 볼 수 있다. 쓴맛이 강할 때는 꿀이나 설탕 등을 첨가하면 한결 먹기 편하다.
5 포멜로pomelo 아직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시트러스로 모양이 자몽을 닮았고 껍질은 더 두껍다. 캘리포니아나 동남아시아에서 주로 생산된다. 캘리포니아산 포멜로는 맛이 오렌지와 비슷하고 동남아시아산은 신맛이 좀 더 강하다.
 
 
박은주 기자 happyej@design.co.kr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6년 5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