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암의 큰 방에서 방문을 열어 바다를 보며 객과 불자들이 둘러앉아 스님이 주시는 차를 마신다. 구수하고 좋은 차가 봄을 머금은 바닷바람과 어우러진다. 스님은 ‘ 좋은 차만 있다면 별다른 격식은 생각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격식보다 중요한 것은 차에 담긴 철학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그 첫째는 자기 몸이 차와 다르지 않음을 아는 것이다. 불교에서는 인간의 몸을 구성하는 요소를 지수화풍地水火風, 네 가지로 보는데 이것이 모두 차 안에 담겨 있다. 차 역시 땅에서 난 것이고, 물을 쓰고 불과 같은 열이 있고, 흐르는 움직임이 있다. 그러니 차를 마실 수 있는 사람은 자신을 지킬 수 있는 건강한 사람이다. 두 번째는 찻잔 비우는 법을 아는 것이다. “마시지 않고 계속 따르면 어찌되겠소?” “잔이 넘치지요.” “그렇지. 그러면 어찌되겠소?” 스님의 질문에 잠시 말문이 막힌다. “그걸 닦으려면 걸레가 가야 하는 것이오. 도가 넘치면 닦아야 하니, 중광 스님이 자신을 걸레라고 한 것도 같은 이치요. 세상의 넘침을 닦아야 하지 않겠소? 잔을 비우면 그곳에는 삼천포 앞바다도 다 담을 수 있는 것입니다.” 비우고, 비우고, 비워야 무엇이든 담을 수 있다는데 중생들의 번뇌는 찻잔만큼 쉽사리 비워지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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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에게 맛 좋은 차를 어떻게 만들 수 있느냐고 여쭈었다. 혹 물의 온도나 정도에 맞는 다도법을 소개해줄까 싶었지만 스님은 ‘물을 다스릴 수 있어야 한다’ 한마디만 전할 뿐이었다. 똑같은 온도의 똑같은 물을 쓰는데도 사람마다 차맛이 다르게 나오는 것은 서로 물을 다스리는 방법이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물은 맛이 좋은 생수를 써야 하고, 우리는 온도에 따라서 차맛이 달라짐을 알아야 한다. 뜨거운 물로도 부드러운 차를 우릴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차를 찬물에 우려 마시기도 한다. 여러 가지를 시도해보고 자신이 맛있다고 생각되는 방법을 찾아 차를 즐겨야 한다. 차는 불교뿐만 아니라 우리의 생활에도 젖어 있다. 신라 시대, 등에 짐을 지고 돌아가는 충담 스님에게 사람들이 어디를 다녀오느냐고 물으니 “차공양하고 돌아갑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서양의 차가 많이 들어와 있지만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 차를 생활화했던 우리 조상들의 지혜를 다시 한 번 생활로 옮겨오는 것이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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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가는 길 남해안고속도로 사천IC로 나와 3번 국도를 따라 계속 직진한다. 삼천포대교 방향으로 우회전하여 과적검문소를 지나면 오른쪽으로 절 이정표가 나온다. 전화 055-832-6985
주변 관광지 절에서도 보이는 삼천포대교와 그 앞의 대방진굴항을 들러 삼천포의 풍부한 수산물을 구경할 수 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에서 운영하는 항공우주박물관(055-851-6565)도 아이들을 위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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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부처를 모시는 곳인 ‘큰법당’. 한글로 된 현판이 편안하게 느껴진다. 2 대방사에는 여러 가지 불상들을 모시고 있다. 푸근한 모습의 ‘포대화상’은 늘 커다란 포대를 메고 다니면서 사람들에게 시주를 얻었다. 하지만 동시에 가난한 사람들에게 이를 끊임없이 베풀어 준 선인이기도 했다.
2. 3 절을 지켜주는 ‘미륵반가사유상’. 4 보는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주는 대방사 연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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