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산국립공원 안에 위치한 청량사는 고도가 꽤 높다. 한참을 가파른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 절에 도착했다. 절을 경유해 등산 코스가 있어서 주말이면 어김없이 많은 사람들이 들렀다가 가는 곳이다. 특히 사진 찍는 사람들 사이에 빼어난 운무가 피어나는 절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청량사는 ‘구름으로 산문을 지은 도량’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나 보다. 청량사는 산사음악회를 가장 먼저 연 곳이기도 하다. 가파른 산중에 층층이 있는 절은 무대와 객석을 저절로 이루게 한다. 음악회가 아니라 차 한잔을 얻어 마시기 위해 이곳에 들렀다. 자연으로부터 탄생된 차로 마음속에서 가장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고자 한다.
청량사 심우실尋牛室에서 지현 스님을 만났다. 절의 가장 안쪽에 있는 심우실에서는 큰 유리창으로 청량산의 모습과 절을 내려다볼 수 있었다. ‘마음을 찾는 방’이라는 뜻의 심우실은 마음속에 일어난 생각을 버리기도 하고, 그 생각을 따라가기도 하는 곳이란다. 가파른 산비탈에 지어진 절이라 건물을 올리기 힘들었을 듯하다. 하지만 그 덕에 절에서 보는 경치만은 참으로 인상적이었다. “구름이 우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으신가요?” 지현 스님은 이곳에서 새벽 4시쯤 낙동강에서부터 올라오는 하얀 운무가 절의 종각까지 밀려오는 것을 보며 하늘이 바다가 됨을 본다고. 울면서 올라온 구름들은 동쪽에서 해가 뜨면 다시 밀려 나가는 장관을 이룬다.
스님을 찾아간 때는 마침 동박꽃차를 막 만들 무렵이었다. 3월 말에서 4월 초까지 개나리보다 먼저 피는 동박꽃은 봄의 전령사다. 그 꽃을 따서 말린 것이 지현 스님의 동박꽃차다. 동박꽃차는 봉오리가 탁 터졌을 때 따서 바로 만들어야 한다. 때를 놓쳐 일주일만 지나도 절정의 노란색이 변해버린다. 차를 우려낼 때도 오랫동안 두지 않는다. “온지도 간지도 모르는 것이 봄이랍니다. 이 동박꽃차도 그래요. 오래 두지 못하고 바로 마셔야 원래 색과 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물을 붓자마자 유리 다관 안이 샛노란 빛으로 물든다. 주전자 안이 조명을 비춘 것처럼 밝다. 스님은 바로 차를 숙우로 옮기고 잔마다 동박꽃 한 송이씩 띄워 차를 따른다. 맑고 경쾌한 향이다. 차는 색色과 향香, 미美로 마신다는 말이 참으로 맞다. 눈과 코와 혀가 즐거워지니 저절로 힘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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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박꽃은 절 주변의 산에서 자생하는 것을 채취한 것이다. 따온 꽃은 전깃불조차 가까이 하지 않고 음지에 펼쳐서 말린다. 꽃이 마르는 동안에는 조금의 전기 불빛만 쬐어도 자극이 되어서 꽃의 색이 변하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것이라고. 꽃이 바짝 마르면 이것을 찜통에 넣고 김을 쐬어 독기를 뺀다. 찜통을 불에 올리고 약 30분 정도 끓여 김이 충분히 오르게 한 후, 말린 꽃을 넣고 단 1분에서 1분30초 정도만 끓인다. 이렇게 하면 꽃의 독기가 모두 빠져나간다. 그 이상 김을 쐬면 차가 변질될 우려가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쪄낸 꽃은 다시 가지런히 펼쳐서 이번에는 쨍쨍한 봄햇볕에 내놓아 말린다. 그러면 꽃의 색이 변하지 않고 오랫동안 노란색을 유지한다. 산 주변에 자생하는 나무에서 꽃을 따서 만들기 때문에 양이 많지 않다. 올해 지현 스님은 동박꽃차를 100g짜리 4통 정도를 만드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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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부처님 오신날을 앞두고 청량사로 오르는 길과 절을 빙 둘러 연등 행렬이 이어진다.
2. 청량사에는 작은 방이 여러 개 있다. 절에 먼저 연락을 하면 누구나 하루를 묵을 수 있다고. 새소리, 달빛이 비친 산의 모습, 새벽의 운무 등을 모두 구경하려면 하루도 짧다. 3 심우실 앞에 놓인 스님의 검정 고무신. 기우고 기워서 간신히 명을 유지하고 있어 보이는데 신으면 발이 참 편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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