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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yido와 함께하는 그릇 바꿔주기 두 번째 이야기 친정 어머니의 그릇을 바꿔주세요
지난 2월호에 <행복> 캠페인 ‘일상을 격조 있게’의 일환으로 ‘독자 집의 그릇을 도예가의 작품으로 바꿔드립니다’는 공고가 나간 이후 많은 독자가 응모해왔다. 일상의 식생활을 하나의 격조 있는 문화로 만들고자 시작한 <행복> 캠페인에 당첨된 두 번째 주인공을 소개한다.

두 번째 행운의 주인공은 인천시에 사는 이은미 씨. <행복>의 오랜 독자인 그는 본인이 아닌 친정어머니 김종숙 씨의 그릇을 바꿔달라는 사연을 보내왔다.
“어머니는 인생의 절반을 재래시장 구석에서 제 이름을 딴 ‘은미상회’를 운영하며 바쁘게 살아오셨습니다. 그러다가 최근 유방암으로 투병 생활을 시작하면서 가게를 접고 집에 계십니다. 난생처음으로 살림에 재미도 붙이셨습니다. 어머니가 좀 더 즐겁게 생활하실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소박하지만 깔끔하게 정돈된 그릇장 사진과 함께 도착한 사연에는 어머니를 사랑하는 마음, 그리고 ‘그릇’을 통해 어머니의 삶이 즐거워질 것이라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행복> 편집부는 이은미 씨를 당첨자로 확정한 후 가족 구성원, 식생활 습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전화와 이메일로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그와 교감할수록 가족의 화목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이은미 씨는 결혼 11년 차로, 친정과 걸어서 5분 거리에 산다. 그의 여동생과 남동생 모두 출가했으며 세 남매가 각각 딸 둘씩을 낳고 한동네에 살고 있는데, 11세, 8세, 6세, 5세, 4세, 2세인 아이들은 외할머니 댁과 이모 집, 외삼촌 집을 수시로 오가고, 자연스럽게 주말마다 온 가족이 한데 모여 식사를 한다고 했다.


“어머니가 장사하실 때는 살림에 신경 쓸 시간이 없었어요. 예전 가족 모임은 모두 외식이었죠. 요즘은 잘 차린 음식이 아니어도 가능하면 집에서 먹으려고 해요.”
어른과 아이가 모두 모이면 열네 명 대가족인 이은미 씨네는 잡곡밥과 된장국, 김치찌개, 나물, 장아찌, 생선 위주의 정갈하면서도 소박한 식사를 즐긴다. 반주를 좋아하는 친정아버지는 사위들과 약주 한잔씩 나누고, 식사 후 과일로 후식을 먹는 집. 우리 이웃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족 식사 유형이다.
“온 식구가 모이면 모든 그릇이 총출동하는데 아이들 그릇이 따로 없으니 어른 상 차리고 남는 대접이나 찬기에 대충 담아 먹일 때가 많아요. 게다가 큰아이는 몸이 아파서 식사를 제대로 못하곤 했지요.”
그의 큰딸 서인이는 작년부터 위식도역류증을 심하게 앓았다. 원인 모를 구토를 하고 식사를 거부하면서 40kg까지 나가던 몸무게가 절반 가까이 줄었을 정도다. 이제 거의 다 나은 서인이가 자신의 그릇을 갖게 된다면 식사 시간이 훨씬 즐겁지 않을까. <행복>과 이도 yido, 그릇 큐레이터로 나선 노영희 씨가 한자리에 모여 이은미 씨의 친정어머니 김종숙 씨 댁을 위한 그릇을 선별했다.

(오른쪽) 선물 받은 그릇으로 상을 차린 김종숙 씨는 “그릇이 중요한 걸 이제 알겠어요. 평범한 밥상이 훨씬 격조 있어 보여요”라며 기뻐했다.


(왼쪽) 친정아버지를 위해 준비한 주기 세트로 주안상을 차렸다. 
(오른쪽) 얼굴이 꼭 닮은 모녀. 사연을 신청한 이은미 씨(오른쪽)와 어머니 김종숙 씨.


우선 한식을 주로 즐기는 가족을 위해 밥그릇, 국그릇, 찬기 위주로 구성했다. 그릇에 어울리는 놋수저 세트도 가족 수대로 마련하고, 면상, 술상, 후식 상차림에 필요한 그릇과 아이들의 식사 시간을 즐겁게 만들어줄 이유식기와 어린이용 그릇도 추가로 구성했다.
구체적인 그릇 종류는 밥그릇과 국그릇 10세트, 앞 접시 10개, 크기가 다른 찬기 10개, 장이나 젓갈을 담을 수 있는 종지 8개, 찌개 그릇 2개, 면기 10개, 물컵 10개, 생선 접시 2개, 주요리를 담을 수 있는 대형 접시 4개, 갈비찜처럼 국물 있는 요리를 담을 사각 볼 1개, 후식과 주안상을 위한 커피잔 10개, 사위들과 반주를 즐기는 친정아버지를 위한 주기 세트 1개, 일 년에 생일 파티만 14번을 하는 가족을 위한 케이크 접시(평소에는 쿠키 등 디저트 접시로 사용 가능) 1개, 타원 접시 2개, 유아를 위한 이윤신 작가의 그릇(컵, 볼, 접시, 밥그릇, 국그릇 등) 11개, 어린이를 위한 김지영 작가의 그릇(밥그릇, 국그릇, 앞 접시) 3세트, 성인용 유기 수저 8벌, 수저받침 10벌, 어린이 유기 수저 6벌 등이다.
그릇을 선정하는 동안 노영희 씨는 “어린 시절 자신만의 그릇과 수저를 갖는 건 아주 의미가 커요. 아이가 밥 먹는 시간을 즐거워할 것이고, 중요하게 생각할 것이며, 스스로 예절을 지키려고 노력할 겁니다. 아름다운 도자기를 자주 사용하면 안목이 높고, 물건도 소중히 다룰 줄 아는 성인으로 성장할 거예요”라는 조언과 함께 “이번 사연은 딸이 어머니에게, 외할머니가 손녀에게 특별한 선물을 줄 수 있는 기회가 됐네요”라는 소감을 밝혔다.

1 이 댁의 보물, 여섯 소녀가 각자 마음에 드는 그릇을 들고 모였다. 왼쪽부터 이수빈, 이서인, 이채은, 이나경, 이서경, 이성은 양.
2, 3 평소 아이들이 좋아하는 간식과 이유식을 도자기에 담은 모습.


김종숙 씨 댁에 그릇을 전달하러 간 지난 7월 12일은 마침 김종숙 씨의 막내아들 생일이었다. 가지고 간 이윤신 작가의 그릇에 미역국, 불고기, 전을 담아 상을 차린 김종숙 씨는 “늘 먹던 음식인데, 그릇 하나 바꿨더니 매우 특별해 보인다”며 크게 기뻐했다. 작가가 직접 빚은 도자기를 매일 밥상에서 사용하는 것은 일상에서 예술 작품을 가장 가까이 접할 수 있는 길이다. 밥상의 그릇을 작가의 도자기로 바꾸면 먹는 이의 마음까지 바뀐다. 김종숙 씨의 아들 딸과 손녀들이 모이는 날마다, 매일의 밥상에 이 그릇들이 오를 때마다 이 댁의 행복이 더욱 커지길 바란다.

이화선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0년 8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