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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릇의 미학] '이도YIDO' 이윤신 대표 쓰는 그릇을 보면 그 사람이 보입니다
무엇이든 빠르고 간편하게 휙휙 해치우는 세상에서 밥그릇 하나만 바뀌어도 손끝에 정성이 담기고 빨랐던 손놀림에 여유가 생기며 사람의 마음까지 달라지게 한다. 그러기에 그릇은 우리가 만지고 사용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예술품이다. 글 구선숙 기자 사진 박찬우쓰는 그릇을 보면 그 사람이 보입니다

그의 그릇을 처음 봤을 때, 이윤신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그가 어떻게 생긴 사람일까 참 궁금했다. 그릇은 자꾸만 쓰다듬고 싶을 정도로 고왔고, 음식을 담으면 감탄사가 절로 날 정도로 세련됐다. 그때만 해도 도예가라고 하면 개량 한복 입고 산속 가마에 불 지피고 앉아 고뇌에 찬 표정을 지어야만 예술혼을 불사르는 줄 알았고, 가마에서 구워져 나온 핸드메이드 그릇은 그릇장 속에 고이 모셔놓는 작품으로만 생각했다. 그런데 그의 그릇은 아니었다. 분명 핸드메이드이고 우리 도자 그릇인데 모셔놓기보다는 내가 갖고 싶고 쓰고 싶은 형상으로 빚어져 있었다. 나중에 그를 봤을 때, 내 머릿속 도예가의 모습과는 거리가 먼, 아주 세련된 커리어우먼의 차림새여서 또 한 번 놀랐다. 역시 그릇은 도예가를 닮는다.

그릇과 사랑에 빠진 도예가 이윤신 작가의 그릇은 실로 센세이셔널했다. 홍익대학교 미술대학과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일본 교토시립예술대학원으로 떠난 도예 유학. 그곳에서 실용으로서의 도예에 대한 생각을 키우고, 귀국 후 1993년 다시 일본으로 건너간 그는 ‘시가 현립 도예의 숲 창작 연수관’에서 3개월간 작업에만 몰입했다. 그릇을 다시 한 번 체계적으로 배우고 정리하는 시간이었다. 그곳에서 쓰임새가 있는 그릇, 모두가 일상에서 당연하게 쓰고 있는 그릇을 보고, 그 일이 바로 ‘내가 할 일’이라는 강한 생각이 들었다. 그릇을 만들면서 그는 블랙홀처럼 그릇의 매력에 더욱 빠져들었고, 점차 인기 작가가 되어갔다. 2006년 5월에는 공방의 상호를 YIDO로 바꾸었고, 생활 자기 부분을 확장해 더욱 많은 이들과 만나게 되었다.
정양모 전 국립박물관장은 “이윤신 작품의 멋과 맛은 기능적이고 실용적인 데서 나왔으며, 완벽하지 아니한 데서 자유로운 변형이 이루어졌으며, 더하지도 덜하지도 아니한 중용과 절제 등이 그 속에 깃들어 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따듯하고 소탈하여 누구나 쉽게 만져보고 써보고 싶고 사용해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게 된다”고 이야기한다. (2005년,‘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중용과 절제’ 중)

작품으로서의 그릇이 아닌 살림살이로서의 그릇 그는 한 남자의 아내이자(도예가인 원경환 씨가 남편이다), 성장한 딸을 둔 엄마다. 자나 깨나 온 종일 그릇만 생각한다는 그는 집에서 어떤 그릇에 밥을 먹고 차를 마실까? 세 식구는 하루 중 아침을 가장 배부르게 먹는다. 밥, 국, 찌개, 생선, 나물로. 아침 식사용 그릇은 그의 그릇 중 가볍고 편해서 설거지를 빨리 잘할 수 있는, 가장 실용적인 라인을 쓴다. 저녁은 각자 큰 디너 접시에 음식, 채소, 약간의 고기(일주일에 한두 번), 구운 빵 등을 두루 담고, 볼에 과일을 담아 식탁 가운데에 놓는다. 그가 소장한 그릇이 가장 빛을 발하는 때는 바로 손님 초대 식사 때. 있는 그릇 다 꺼내놓고 최대한 멋을 부린다. 특히 작가적 기교가 많이 간 것들을 꺼낸다. 개인 접시는 제각각 다른 그릇으로 낸다. 그릇을 많이 보여줄 수 있고, 또 그릇이라는 게 얼마나 멋진지를 눈으로 느끼게 한다. 와인글라스 역시 제각기 다른 모양으로 쓰면 재미있다. 그릇을 잘 모르는 이들도 이윤신 씨가 그렇게 그릇을 쓰는 걸 보면 다들 좋아한다. 대화의 소재가 되고, 교육의 기회도 된다.
작가들의 그릇 전시에는 아무리 바빠도 반드시 참석하는데, 전시장에서 그릇을 많이 사는 편이다. 특히 외국에 나가면 도자 그릇뿐 아니라 유리, 나무, 패브릭, 주석 등 그릇과 매치해서 쓸 수 있는 것까지, 들고 오는 데 팔이 빠질 정도로 다양하게 많이 산다. 그는 특히 유리그릇을 무척 좋아한다. “한꺼번에 너무 많이 사려고 하지 마세요. 세트 구입도 하지 마시고요. 많이 돌아다니면서 자신에게 맞는 그릇을 찾아내고, 한두 개씩 사서 음식을 담아보면서 즐기세요. 핸드메이드 그릇은 작가가 달라도 신기하게 서로 잘 어울려요. 그러다 보면 안목이 점점 높아지고, 가치를 알게 되고, 그릇을 사는 데 기꺼이 돈을 지불하게 됩니다.”

(위) 각각 다른 재질의 그릇으로 어우러지게 차린 커피 세트. 커피잔은 이윤신 씨의 작품, 달콤한 디저트를 담을 때 사용하는 사각 접시는 남편 원경환 작가의 작품. 주석 소재의 설탕・크림통 세트는 일본 여행 때 구입했다.


도예가 이윤신 씨의 그릇장 구경
1 일본에서 구입한 무쇠 소재 티포트와 원경환 작가의 찻잔, 달콤한 디저트를 담아내기 좋은 볼은 이윤신 씨의 작품.
2 2인용 와인 잔 세팅. 개인 글라스는 각각 다른 것으로 준비한다. 주석으로 만든 숙우는 소량의 와인을 디캔팅할 때 유용하다. 유리 꽃병은 블로잉해 만들었다.



3 저녁 식사 때는 커다란 플레이트에 여러 가지 음식을 조금씩 담아 먹는다. 이윤신 씨의 온유 시리즈 디너 접시.
4 커피 혹은 티 세트. 이윤신 씨의 초창기 디자인인 청연 라인으로, 커피잔은 스테디셀러다. 얼음 바스킷은 화병으로 이용해도 좋다.


일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게 가장 좋은 예술품 진정한 의미에서 문화를 즐기고, 진정한 의미에서 품격 있는 생활을 하는지를 드러내는 가장 극명한 척도는 무엇일까? 이윤신 씨는 단연코 그릇이라고 말한다. 어떤 그릇을 사용하는지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돈만 들여서 사 모은 건지, 알고 사 모으면서 자신이 즐기는 건지 느껴지는데, 안타깝게도 그 부분에서 실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한식의 세계화로 음식 문화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은 요즘, 이윤신 씨는 사람들 사이에서 좋은 그릇이 소통의 매개가 되기를 바란다. 한식은 우리 그릇에 담아야 가장 아름답다. 한국인이라면 기본적으로 누구나 비빔밥에 대해 한마디씩 할 수 있는 것처럼 도자기 그릇에 대해서도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그 바람을 담아, 이도는 두 번째 시작을 야심차게 준비 중이다. 가회동에 그릇을 테마로 한 복합 문화 공간을 짓고 있는데, 이달 말에 이전 오픈할 예정이다. 그릇의 세계는 무궁무진해서 이윤신 씨의 머릿속에는 아직도 하고 싶은 게 와글거린다. 그릇을 한번 써보면 조금 더 새로운 것, 조금 다른 것을 자꾸 찾게 되는 것과 마찬가지일 테다.


5 밥그릇이나 국그릇으로 쓰는 볼, 다양한 크기의 원형 접시와 사각 접시는 아침 식사용 그릇. 바쁜 아침에는 설거지가 편하도록 가볍고 실용적인 제품으로 구성한다.
6 손님 초대상에 멋부릴 때 사용하는 크리스털 촛대. 나무 소재의 원형 양념통은 남편이 여행 중 구입한 것이다.



7 아일랜드 식탁 위에 늘 두고 사용하는 식구들 개인 물컵. 살굿빛 유리잔은 유리 작가 박성원 씨의 작품. 파란 유리 볼은 과일을 담는 데 사용한다.
8 청연 라인 개인 매트와 파란 유리 볼로 차린 디저트 세팅. 이윤신 씨는 서로 다른 질감의 조화를 즐긴다.


“이번에 이도를 이전 오픈하게 되면서 그 문제가 해소됐어요. 제가 못하는 것들을 다른 작가가 채워줄 수 있으니까요. 그릇을 사러 오는 분들이 원하는 것을 한몫에 다 보고 살 수 있게 숍을 구성하는 게 꿈이었어요. 처음에는 저 혼자 하려 했지요. 하지만 그 많은 걸 혼자서 다 할 수는 없잖아요. 작가마다 개성도 제각각 다르고요. 저 스스로 갈증이 풀린 느낌이에요. 제가 그릇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거죠.”
특히 좀 더 많은 젊은 작가들이 그릇을 만들 수 있도록 자극하고 후원할 계획이다. 이 모든 움직임의 귀결점은 단 하나, 많은 사람들이 좋은 그릇을 식탁 위에 올려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다.
그릇의 본질은 ‘비어 있음’이다. 자신을 비우고, 그 여백을 젊은 작가들이 채우도록 내놓은 이윤신 씨. 그가 만들고 쓰는 그릇을 보니 그가 어떤 사람인지 이제 극명하게 보인다.

(위) 다이닝 룸에 놓인 장식장에는 유리그릇과 와인글라스, 꽃병, 얼음 바스킷 등이 한가득 진열되어 있다. 도자기만큼이나 유리 제품을 좋아하는 이윤신 씨의 취향이 엿보인다. 와인글라스는 같은 것을 2개 이상 구입하지 않는다.

<행복>과 이도가 함께하는 그릇 운동 ‘일상을 격조 있게’
독자님의 그릇을 바꿔드립니다

그릇의 중요함은 아무리 설명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특히 도자 그릇을 중심으로 하는 아름다운 우리의 식생활 문화는 반드시 계승하고 발전시켜야 할 소중한 유산입니다. 빠르고 편리한 것만 추구하는 생활에서 벗어나 이제는 일상의 격을 높여야 할 때가 아닐까요? 그 방법의 일환으로 <행복>과 이도가 올 한 해 동안 그릇 운동 ‘일상을 격조 있게’를 전개합니다. 멋이 깃든 그릇을 알아보고, 건강에 유익한 그릇을 사용하며, 아름다운 그릇으로 맛있게 상을 차려 일상의 격을 높이자는 제안입니다.
그 운동의 확산을 위해 깜짝 놀랄 만한 이벤트를 진행합니다. 두 달에 한 번, 단 한 명의 독자를 선정해 그릇장의 그릇을 바꿔드립니다. 이도의 핸드메이드 그릇으로 그릇장을 채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 바로 여러분이 그 주인공이 되어보세요. 깨지지 않는 플라스틱 그릇을 아직도 쓰고 계시나요? 상처 나고 짝 안 맞는 그릇, 이제 부엌에서 퇴출시키고 싶은가요? 혼수로 가져온 그릇, 이제 지겨우신가요? 결혼을 앞둔 딸을 위해 그릇을 준비해야 하나요? 독자 여러분의 그릇에 담긴 사연을 적어 사진과 함께 이메일로 보내주세요. <행복> 편집부의 심사를 통해 한 분을 선정하여 ‘그릇 큐레이터’와 함께 댁으로 찾아갑니다. 첫 번째 이벤트 결과는 4월호에 소개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신청 바랍니다.

대상 <행복> 정기구독자
신청 방법 이벤트 신청 이유, 현재 사용하는 그릇과 부엌 사진, 신상명세서를 이메일 혹은 우편으로 보내주세요. 2010년 9월 30일까지 상시 접수.
보내실 곳 happyevent@design.co.kr 서울시 중구 장충동2가 162-1 태광빌딩 디자인하우스 <행복> 편집부 그릇 이벤트 담당자 앞
* 자세한 내용은 디자인하우스 홈페이지(www.design.co.kr)에서 확인하세요.
(전화 문의는 받지 않습니다.)

구선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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