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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보고 싶은 맛집 소문난 미식가가 추천한 서울 시내 줄 서서 먹는 맛집
맛있는 한 끼 식사를 위해 영하의 날씨에도 발을 동동 구르며 줄을 서는 집이 있다. 그 집의 어떤 매력이 사람들을 기다리게 하는 것일까? 2008년 3월호에 소개한 ‘미식가도 줄 서서 먹는 집’의 뜨거운 호응에 힘입어 다시 한 번 준비했다. 입맛 정확하기로 유명한 미식가 6명의 추천을 받아 <행복> 편집부가 암행 취재한 서울 시내 소문난 맛집 탐방기.

인사동 거리 쌈지길 앞 골목 오른편에 있는 ‘부산식당’은 주메뉴인 생태찌개만큼 갓 지은 밥맛을 첫손에 꼽는다. 하나투어 마케팅 팀장 한정훈 씨가 추천한 이곳은 밥상의 주인공을 제대로 안다. 대신 주문하고 음식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꽤 걸리는데, 제일 먼저 ‘반찬 5종 세트’가 상에 놓인다. 짜지 않고 껍질이 얇아 발라 먹기 좋은 간장 게장, 아삭아삭하게 데친 양배추 쌈, 콩나물무침, 총각김치, 오이무침. 몇 해가 지나도 가짓수와 종류에 변함이 없다는 이 반찬은 간소하면서도 깔끔한 맛을 낸다. 잠시 후 생태찌개가 담긴 냄비가 상에 오르면 그 자리에서 바글바글 끓여 익히는데, 생태찌개가 다 익어갈 무렵에야 강낭콩 몇 알이 올려진, 윤기 나는 흰쌀밥이 상 위에 놓인다. 생태찌개는 적당히 살이 오른 생태 한 마리가 머리부터 꼬리까지 통째로 들어 있고 꽃게와 미나리, 느타리버섯 등을 더해 개운하고 칼칼한 국물 맛을 낸다. 내장은 따로 주문하면 추가할 수 있는데, 고니나 알이 신선해 비리지 않고 고소하면서 깔끔한 맛이 난다. 전반적으로 음식 나오는 속도가 무척 더디므로 시간을 넉넉히 잡고 가야 낭패를 보지 않는다. 생태찌개 8천 원(내장 추가 3천 원), 생두부 4천 원, 파전 6천 원.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10시까지. 일요일 휴무. 문의 02-733-5761

무교동 코오롱 빌딩 맞은편 골목의 ‘북어국’ 집은 북어 해장국이 메뉴의 전부다. 조선 호텔 홍보실의 안주연 계장이 추천한 이 집은 1968년에 문을 연 이후 지금까지 북어 해장국 하나로 승부를 걸어온, 내공이 강한 집이다. 아침 7시부터 문을 열어 인근 직장인의 해장 및 아침 식사 장소로도 인기가 높다. 단일 메뉴이기 때문에 주문은 개수만 이야기하면 된다. 다만 ‘빼고’라는 말이 통용되는데, 북어 살을 빼고 달라는 의미로 주로 해장용 국물만 원하는 사람이 주문한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끼니때만 되면 줄을 서는 40년 넘은 집. 보통 이런 집들이 친절하지 못한 것에 비해 이 집은 눈치 빠른 종업원들의 센스 있는 서비스가 편안한 느낌을 준다. 식탁에 설치된 찬통에는 부추김치, 배추김치, 오이지가 놓여 있어 원하는 만큼 접시에 덜어 먹을 수 있다. 북어 해장국에 밥 한 공기와 물김치가 함께 나오는데 인심이 좋아 밥과 국 모두 원하는 만큼 더 먹을 수 있다. 통북어로 끓였다는 북어 해장국은 깊고 진한 국물에 두부와 달걀, 북어가 적당히 어우러져 숟가락을 바쁘게 움직이게 한다. 세 가지 반찬과 물김치는 단맛이 조금 과하다. 북어 해장국 6천 원.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 토요일 휴무. 문의 02-777-3891

을지로3가역 11번과 12번 출구 사잇길에 ‘도루묵’이라고 쓰여 있는 오뎅 집, ‘을지오뎅’이 있다. 아나운서 윤영미 씨가 대포 한잔하고 싶을 때 찾는다는 이 집은 낡고 허름한 벽을 가득 메운 낙서가 정감 있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추운 날씨 때문에 허옇게 김이 서린 쪽문을 밀고 들어가 오뎅 통을 둘러싼 의자에 앉으니 “국물 드세요”라는 종업원의 목소리와 함께 약간의 고춧가루와 송송 썬 파가 담긴 그릇이 앞에 놓인다. 긴 국자로 양껏 푼 국물을 후후 불며 한 모금 마시면 배 속이 뜨끈하게 데워지는데, 한 꼬치에 1천 원 하는 오뎅은 원하는 만큼 꺼내 먹은 뒤 앞에 놓인 플라스틱 통에 꼬치를 꽂아놓고 나갈 때 계산하는 시스템이다. 가장 유명하다는 도루묵구이를 주문하면 접시에 약간의 소금과 함께 노란 알이 배 밖으로 튀어나온, 껍질은 바삭하면서 속살은 촉촉한 도루묵 네 마리가 담겨 나온다. 도루묵의 진정한 맛은 역시 알! 약간 거친 듯 꾸덕꾸덕 질깃하게 씹히는 알 한 입, 희고 보드라운 살점 한 입을 번갈아 먹으면 그 맛이 묘한 조화를 이루면서 뜨끈한 대포 한잔이 절로 당긴다. 질깃한 도루묵 알이 부담스러운 사람에게는 한결 부드러운 알이 꽉 찬 시사모구이를 추천한다. 배부른 안주가 아니니 2차로 가기에 적당할 듯. 도루묵구이 1만 2천 원, 시사모구이 6천 원, 정종 3천 원. 오후 5시부터. 일요일 휴무. 문의 02-2274-5092

홍대 수노래방 앞 죠스 떡볶이 뒷골목에 보일 듯 말 듯 자그마한 ‘돈부리’라는 간판이 있다. 면사랑 홍보팀의 서원예 실장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수준급 일식 돈부리를 맛볼 수 있다고 추천한 곳. 이 집을 찾을 때는 간판보다 줄 선 사람들을 발견하는 게 빠르다. 오전 11시 30분에 문을 연다는 소식을 듣고 부리나케 도착한 시각은 오전 11시 40분. 사람 하나 겨우 들어갈 크기의 쪽문이 달린 반지하 가게 앞엔 벌써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일본식 덮밥을 뜻하는 돈부리는 밥에 얹는 메뉴에 따라 종류가 다양하다. 우리는 새우튀김을 얹은 에비 가츠동, 장어를 올린 우나기동과 유부우동, 양파튀김을 올린 가키아게 우동, 하루에 딱 2명에게만 판다는 생연어 머리 소금구이를 주문했다. 그중 일행 모두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 메뉴는 에비 가츠동. 바삭한 튀김옷 속의 새우는 육즙이 고스란히 살아 있고, 감칠맛 나는 소스로 코팅한 밥알은 탱탱하다. 이 집에 가기 전에 알아두어야 할 정보 두 가지. ‘덮밥을 비벼 먹으면 촌놈’이란 것과 밥과 소스는 무한정 리필이라는 점이다. 우나기동 1만 3천 원, 에비 가츠동 7천 원, 유부우동 5천 원, 가키아게 우동 7천 원, 생연어 머리 소금구이 9천 원.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2시까지, 오후 5시 30분부터 오후 9시까. 월요일 휴무. 문의 02-3141-8398

한남우체국 바로 옆 빨간색과 파란색 벽 때문에 눈에 확 띄는 ‘동아냉면’은 저렴한 가격의 중독성 강한 맛으로 유명하다. 영화감독이자 미식가로 레스토랑 부문 파워 블로거인 안휴 씨가 줄 서서 먹고, 포장까지 해 온다는 집이다. 슬러시 육수에 말아 나오는 시원한 물냉면과 매콤한 비빔냉면, 왕만두가 메뉴의 전부. 두 가지 냉면 모두 양에 따라 소 小와 대 大 중에서 선택할 수 있으며 ‘안 맵게, 안 시게, 달지 않게’를 주문할 수 있다. 이곳의 냉면은 겉으로 매워 보이지 않는다고 얕잡아봤다가 큰코다치는 뒷심을 가지고 있다. 평소 매운 음식을 즐겨 먹는 기자는 비빔냉면을 먹은 뒤 ‘매운맛과 단맛을 잘 배합시킨 맛있는 냉면’이라 평했으며,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는 기자는 ‘과한 매운맛 때문에 정신이 혼미할 지경’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한 그릇 비우고 나면 온몸에 땀이 쫙 나면서 사우나에 다녀온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집. 스트레스 받는 날, 정말 매운 음식이 당기는 날 가면 좋을 듯. 비빔냉면에 비해 물냉면은 약간 덜 매운 편이며 만두는 어느 분식집에서나 먹을 수 있는 평범한 맛이다. 냉면과 만두 포장 가능하며 주문과 함께 선불로 계산해야 한다. 냉면 소 3천5백 원, 대 4천 원, 만두 3천5백 원. 오전 9시 30분부터 11시까지. 02-796-7442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많은 눈이 내린 날도 좌석이 가득 찬 서초동의 ‘빈로이’는 베트남 쌀국수 집이다. <수퍼 레시피>의 박성주 편집장은 베트남식 비빔쌀국수가 생각날 때마다 꼭 이곳에 간다. 본래 손님이 많았지만 인근에 삼성타운이 입주하면서 더욱 붐빈다. 주문한 양지차돌 쌀국수와 숙주, 레몬, 청양고추, 절인 양파가 함께 나오는 것은 여느 집과 비슷하지만 재료 하나하나가 신선하고 깨끗해 믿음이 간다. 고수는 따로 부탁해야 하고 테이블 위에 있는 피시 소스는 국물이 싱거울 경우 첨가해 먹으면 된다. 양지차돌 쌀국수의 국물은 깊고 진한 맛을 내고, 면은 적당히 삶아 쫄깃하고 탱탱하다. 이 집의 대표 메뉴인 베트남식 비빔 쌀국수는 소면처럼 가느다란 쌀국수에 바비큐한 돼지고기와 다양한 채소가 얹혀 나온다. 함께 나온 간장, 스위트칠리소스, 사워소스를 취향대로 넣어 비벼 먹는데 채소가 듬뿍 들어가 상큼한 맛이 나며 배부르게 먹어도 느끼하지 않고 깔끔하다. 월남쌈 2만 9천 원, 쌀국수 1만 원대, 베트남식 비빔 쌀국수 9천 원. 오전 11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주차 가능. 문의 02-582-1990 

이화선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0년 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