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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11월의 맛 철갑상어와 방어
늦가을, 차가운 바닷속을 헤엄친 덕분에 탱탱한 살과 풍부한 양분을 지니게 된 맛 좋은 생선이 식탁에 오르는 계절이다. 지금 딱 제맛을 내는 제주의 철갑상어와 방어로 만든 일본식 생선 요리를 소개한다. 다양한 생선 요리에 활용할 수 있는 제주신라호텔 박영환 주방장의 레시피와 함께 11월, 제주의 맛을 느껴보자.
꽁치, 전어, 새우, 낙지는 가을에 제맛을 내며 대구, 도미, 고등어, 명태, 아귀, 광어, 문어는 겨울에 가장 맛있다. 민어, 우럭, 오징어처럼 여름이 제철인 생선도 있지만 맛이 좋은 생선이 가장 많이 나는 계절은 늦가을부터 겨울까지다. 깊고 차가운 바다. 그 험한 물살을 가르며 헤엄친 물고기들은 몸에 지방을 자연스럽게 축적하고, 육질이 쫄깃쫄깃하다. 생선의 지방은 대부분 불포화지방산으로 성인병 예방에 도움을 주는 유익한 영양소다.
추운 계절에 더 맛있는 생선, 건강을 생각하며 먹으면 더욱 좋지 않을까. 풍부한 양분을 지녀 보양 생선으로 꼽히는 철갑상어와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한 제철 생선 방어로 건강한 식탁을 차려보자.

살아 있는 화석, 철갑상어
철갑상어는 백악기 중기부터 살아온, 생명력이 강한 어류다. 지구상에 현존하는 생물체 중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어류로 ‘살아 있는 화석’이라고도 불린다.
이름도 그렇고, 수족관 등에서 상어와 함께 전시하는 경우가 많아 철갑상어를 상어의 일종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체형이나 주둥이 모양 등 겉모습은 상어와 유사하지만 상어는 연골어류로, 철갑상어는 견골어류로 분류된다.
가장 큰 차이점은 번식 방법에 있다. 상어는 암컷과 수컷이 짝짓기로 수정해 새끼를 낳는데, 철갑상어는 강바닥의 모래와 자갈에 알을 낳아 체외수정을 통해 부화한다. 얕은 바다나 호수에 사는 점도 특이하다. 담수어 중에서 크기가 가장 큰데, 평소에는 플랑크톤과 유기물이 많은 강 하류나 얕은 바다를 좋아하다가 알을 낳을 때가 되면 연어처럼 강을 거슬러 올라가 상류의 깨끗한 물에 산란한다. 장수하는 어종으로 짧게는 50년, 길게는 2백 년까지 산다.
회를 뜨면 살은 희다. 조직이 매우 치밀해 마치 복어회를 뜨듯 최대한 얇게 떠서 먹는데, 매우 쫄깃쫄깃하고 담백하며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배어 나온다. 담수어 특유의 냄새는 거의 없다. 다양한 요리로 즐기는데, 살은 물론 세계 3대 진미로 꼽히는 알(캐비아)부터 연골, 뼈, 지느러미, 내장 등 버릴 것이 하나도 없어 모두 요리해 먹을 수 있다. 철갑상어를 많이 먹는 러시아에서는 철갑상어가 인체에 유익한 영양소를 고루 갖춘 보양식으로 유명하다. 고단백에다 저지방, 저칼로리 식품으로 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키는 고도불포화지방산이 다른 담수어에 비해 훨씬 많이 함유되어었다. 다른 생선은 엄두도 못 낼 특별한 영양소도 많다. 철갑상어 간은 스콸렌이 풍부하고, 연골에는 콘드로이틴이 풍부한데 콘드로이틴은 모세관에서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하고, 질병에 대한 면역력 증진을 도우며 심장을 부드럽게 하고, 치매 예방 효과도 있다고 전해진다.

(왼쪽) 최대한 얇게 뜬 철갑상어 회와 캐비아.
(오른쪽) 방어의 등살, 뱃살, 아가미 살을 각기 다른 방법으로 도톰하게 뜬 방어회.


등 푸른 생선의 왕, 방어
11월의 제주에서는 고등어, 갈치, 옥돔보다 방어의 인기가 높다. 한라산에 가을꽃 곰취가 노란 꽃망울을 피웠다 지고 나면 억새 꽃 바다가 들녘을 물들이고, 바다 위를 가르는 고깃배들은 제맛을 내는 방어잡이로 분주하다.
몸은 약간 납작한데 짙푸른 등에 은백색의 배를 내민 방어의 크기는 보통 30~90cm이며 120cm까지 자란다. 방어는 2월부터 6월까지 알을 낳기 때문에 산란기를 앞둔 11월부터 1월까지, 한라산에 눈꽃이 한창일 때 가장 맛이 좋다. 산란을 마친 여름에는 살이 푸석푸석할 뿐만 아니라 기생충도 생기기 때문에 “여름 방어는 개도 안 먹는다”는 말이 있다.
방어가 가장 많이 잡히는 곳은 모슬포 앞바다로 매년 11월이면 ‘제주방어축제’가 열린다. 작은 것은 몸통에 칼집을 숭숭 내서 막소금에 잠시 절였다가 석쇠에 구워 먹고, 큰 놈은 부위별로 나눠 먹는다. 대가리는 맑은 탕으로, 몸통은 회와 구이, 조림 등으로 요리하는데 방어 뱃살은 달짝지근하고 고소한 맛을 내는 고급 횟감으로 유명하다. 제철 방어 뱃살은 같은 등 푸른 생선인 참치와 비교했을 때 가격이 20분의 1밖에 안 되면서 참치에서 가장 고급 횟감으로 치는 뱃살 부위보다 맛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제주 사람들은 도톰하게 회를 뜬 방어를 신 김치에 싸 먹거나 된장에 찍어 먹는 풍습이 있다. 막소금을 술술 뿌려가며 석쇠에 구운 대가리는 고소하고 기름진 맛이 일품이다. 제주 토박이들은 맑은 탕으로도 자주 즐기는데 냄비에 방어 대가리, 뼈가 푹 잠기도록 물을 붓고 국물이 걸쭉해질 때까지 4시간 정도 푹 끓이면 곰탕처럼 진한 국물이 우러나온다. 여기에 비린내를 잡아주는 엄나무까지 넣고 함께 끓이면 말 그대로 보양식이 된다.

제주 신라 호텔 일식당 박영환 주방장
뭍사람인 그가 남쪽의 아름다운 섬, 제주에 내려온 지 벌써 20년 가까이 되었다. 이제 스스로도 “제주 사람이 다 되었다”는 그는 제주 신라 호텔에 근무하면서 느끼는 보람으로 신선한 생선을 많이 만날 수 있는 것을 꼽았다. 스킨스쿠버 다이빙이 취미인 그는 근무가 없는 날이면 제주 바다에 직접 뛰어들어 헤엄치는 물고기들을 만난다. “제주가 섬이다 보니 다양한 어류를 많이 만날 수 있죠. 그런데 철갑상어는 올해 가을에 처음 접했어요. 메뉴를 개발하면서 처음에는 조금 낯설었는데, 자주 접할수록 묘한 매력이 있더군요. 맛도 좋지만 영양도 매우 풍부한 생선이에요. 앞으로 이 좋은 식재료를 좀 더 다양한 요리로 개발해볼 생각입니다. 방어는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제주에서 실컷 맛볼 수 있는 생선이에요. 고등어처럼 등 푸른 생선회에 거부감이 있거나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도 편하게 맛볼 수 있어요. 한겨울 방어 뱃살은 참치 뱃살 못지않지요.” 철갑상어와 방어를 이용한 조림, 구이, 탕 레시피를 공개한 그는 “이것이 일식 생선 요리의 기본 레시피”라고 말한다. “철갑상어나 방어가 아니더라도 고등어, 갈치, 도미, 대구 등 집에서 흔히 먹는 생선을 요리할 때 이 레시피를 활용하면 일식 생선 요리 맛을 충분히 낼 수 있어요. 팁을 알려드리면 생선조림은 미림과 물엿의 비율이 잘 맞아야 윤기가 돌고요, 조리는 동안 불을 잘 조절해야 맛이 살아납니다. 생선을 그릴이 아닌 프라이팬에 구울 때에는 잘 달군 팬에 기름을 두르고 뚜껑을 덮어서 센 불에서 뼈까지 익힌 다음 한 번만 뒤집어야 모양과 맛이 좋습니다. 또 제주도에 여행 와서 저희 호텔이 아닌 일반 횟집에서 회를 드실 때는 반드시 ‘잡어’를 주문하세요. 잡어 회는 대부분 양식보다 자연산으로 뜨는데, 다양한 맛의 자연산 물고기를 즐길 수 있어 좋습니다.”
박영환 주방장이 만든 철갑상어와 방어 요리는 제주 신라 호텔 일식당에서 맛볼 수 있는데, 철갑상어의 경우 샐러드, 연골 초무침, 회, 산마찜, 된장구이 순으로 나오는 코스 메뉴가 6만 8천 원(세금 및 봉사료 별도)이며 반드시 예약해야 맛볼 수 있다. 문의 064-735-5339

일본식 생선 요리 레시피 4
철갑상어와 방어로 만든 일본식 생선 요리 레시피를 소개한다. 양념과 과정 모두 일식 생선 요리의 기본이 되는 레시피로 집에서 자주 먹는 생선을 요리할 때도 응용할 수 있다.
구이 레시피는 모든 생선에, 산마찜은 흰 살 생선, 제주식 맑은 탕은 민어나 대구 등을 요리할 때 활용하면 색다른 생선 요리를 완성할 수 있다.

(왼쪽) 철갑상어구이
재료 철갑상어 살 60g, 유자된장 10g, 정종 약간
소스 된장 100g, 설탕 30g, 미림・정종 18g씩, 다진 마늘 약간
만들기
1 소스 재료를 고루 섞어 된장 소스를 만든다.
2 철갑상어 살에 ①의 소스를 고루 발라 20분 정도 재운 다음 정종으로 씻어낸다.
3 달군 석쇠에 ②의 철갑상어 살을 잘 굽는다.
4 철갑상어 살이 익으면 접시에 담고 찍어 먹을 수 있게 유자된장(된장 10g에 유자즙을 섞은 것)을 접시에 발라 낸다.

(오른쪽) 철갑상어 산마찜
재료
철갑상어살 60g, 표고버섯・당근・삶은 무・삶은 배추 1개씩, 미나리・얇게 썬 유자・산마 간 것・달걀흰자・정종・소금・다시마 적당량
만들기
1 철갑상어 살은 소금을 살짝 뿌려 20분간 재운다.
2 표고버섯과 채소는 적당한 크기로 자른다.
3 찜기 바닥에 다시마를 깔고 물을 부은 다음, 물이 끓으면 ①과 ②를 올리고 정종을 뿌려 12분간 찐다.
4 간 산마에 달걀흰자를 섞어 철갑상어 위에 올리고 하리유즈와 미나리도 같이 올린 후 2분간 더 찐다.
5 접시에 담은 후 찜기 바닥의 육수를 부어 낸다. 일본식 폰즈소스 또는 초간장을 곁들이면 좋다.


(왼쪽) 제주 방어 제주식 맑은 탕
재료
방어 대가리 200g, 방어살 100g, 무・엄나무・소금・마늘・청양고추・생강・소금 약간씩
만들기
1 방어 대가리는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는다.
2 냄비에 방어 대가리가 잠길 정도로 물을 붓고 무와 엄나무를 넣어 끓인다. 끓어오르면 ①의 방어 대가리를 넣어 3시간 정도 푹 끓인다.
3 국물이 걸쭉해지면 방어살을 넣고 소금으로 간한 다음 마늘, 청양고추, 생강 등도 함께 넣어 끓이는데, 방어살이 익으면 불을 끈다.

(오른쪽) 제주 방어구이
고추장구이 재료
방어살 100g, 고추장 150g, 설탕 30g, 미림・정종 9cc씩, 마늘・소금・다진 파 약간씩
고추장구이 만들기
1 손질된 방어살에 소금을 약간 뿌리고 5분 후에 정종으로 씻어낸다.
2 볼에 고추장, 설탕, 미림, 정종, 마늘, 다진 파를 넣어 섞는다.
3 석쇠를 달군 다음 ①의 방어살을 앞뒤로 구운 다음 ②의 소스를 서너 번 반복해서 발라가며 굽는다.
* 된장구이는 ②의 단계에서 고추장 대신 된장 3kg을 넣어 양념한다. 소금구이는 ②의 단계에서 소금만 뿌린다.



이화선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9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