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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드는 맛 발효차] 종류가 다르면 색도 맛도 다르다
‘인이 박인다’는 말이 있다. 된장, 김치, 치즈 같은 발효 음식이 그렇다. 생경한 맛이어도, 처음 먹어보는 맛이어도 얼마 후에는 꼭 다시 생각난다. 발효 과정을 거친 발효차 또한 그렇다. 감칠맛과 구수한 향을 지닌 발효차는 마시고 나면 다시 생각이 나고 결국은 습관이 된다.
깊은 맛을 낸다는 것은 항상 시간과 연관이 된다. 술도 익어야 맛있고, 장도 익어야 제 맛이 난다. 와인이나 위스키는 좋은 술이 되기까지 수십 년이 걸리기도 한다. 차 역시 세월이 맛을 만들기도 한다. 햇잎으로 만들어 신선하고 상큼한 한잔의 녹차가 되기도 하지만 숙성을 거쳐 색이 검어진 차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발효차란 찻잎을 산화시키거나 발효시켜 만든 것으로 청차, 우롱차, 철관음, 보이차, 홍차 등이 모두 발효차에 속한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찻잎이 작은 소엽종의 차나무가 많아 주로 녹차가 발달한 반면, 중국은 대엽종의 차나무가 많아 예부터 발효차가 발달했다. 찻잎을 10% 정도만 산화시킨 차를 청차 靑茶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만들지 않으며 청차는 대부분 중국차다. 최근 아모레퍼시픽 설록에서 ‘선향’을 출시했는데, 이 차가 바로 청차처럼 10~20%만 발효시킨 차다.
차를 우리면 물빛이 녹차보다 약간 짙다. 청차보다 좀 더 산화가 진행된 것이 우롱차다. 우롱차는 중국식 발음을 그대로 쓴 것으로 한자로는 ‘오룡차 烏龍茶’라고 쓰는데, 잎이 검고 동그랗게 말려 있는 모양에서 그런 이름이 붙은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보다 더 발효되어 70% 정도 산화된 차가 철관음으로 철관음과 우롱차를 통칭해 반발효차로 분류하기도 한다. 또 산화가 85% 이상 진행된 것은 홍차로 나눈다. 중국의 기문 홍차, 인도의 실론차 등이 유명하다.
홍차는 검은색이 돌 정도로 산화가 많이 진행되어 영어로는 블랙 티 black tea라고 할 정도다. 또 하나 발효차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보이차다. 우리나라에서도 점점 인기를 더해가고 있는 차의 한 종류인데, 발효차 중에서도 따로 이야기하는 것이 독특하게 후 後 발효를 통해 만들기 때문이다. 대부분 차는 덖어서 산화 과정을 거쳐 발효차가 되는데, 보이차는 차를 성형한 후에도 긴 숙성 과정을 거쳐 차가 완성되므로 그 과정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보이차의 숙성을 빠르게 진행시키는 방법으로 전발효 과정인 ‘악퇴 渥堆 발효’를 거친 뒤 숙성시키는 기법을 많이 쓴다.
악퇴 발효는 찻잎을 익힌 뒤 적당한 습기와 온도를 주어 빠르게 발효시키는 방법이다. 어떤 방법을 사용하든지 보이차는 수년간 후발효를 거치면서 맛이 서서히 형성되어 특히 보이차의 경우 생산 연도를 따지는 일이 많다. 오래되어 깊은 맛이 도는 보이차를 마셔본 사람은 그 매력에 빠져 차의 세계로 들어가는 일도 많다. 차를 즐기려 마음을 먹었다면 보이차는 물론 구수하고 깊은 맛이 매력인 다른 발효차 역시 고루 즐겨가며 자신의 취향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위) 설록명차 선향과 운향부터 우롱차와 보이차 등 우리나라와 중국의 다양한 발효차

발효가 진행될수록 차 색이 깊다
산화 정도에 따라 차 종류가 나뉘는 발효차는 종류별로 잎의 색이나 탕색(우려낸 차의 색)이 다르다. 산화가 진행될수록 색이 진해지고 구수한 맛이 난다.
1 한국적 발효차 ‘선향’ 제주도에서 기른 국산 찻잎을 가지고 3년간의 연구 끝에 만든 아모레퍼시픽 설록의 발효차. 우리나라 찻잎의 특징과 한국인이 좋아하는 구수한 맛을 잘 살렸다는 평을 받고 있다. 선향은 발효도가 10~20% 정도로 약발효차에 속한다.
2 설록 ‘운향’ 선향과 함께 아모레퍼시픽에서 개발한 발효차. 발효도가 30~40% 정도로 중발효차에 속한다. 선향보다 짙은 색으로, 차를 우리면 옅은 갈색을 띤다.
3 우롱차 중국과 대만에서 많이 생산되는 반발효차로 잎이 동그랗게 말려 있는 것이 특징이다. 동글동글한 잎 모양 때문에 용의 눈과 비슷하다고 하여 한자로는 오룡(烏龍)차로 표기한다.
4 철관음 우롱차의 한 품종으로 보는 경우도 있지만 우롱차보다 산화가 더 진행되어 찻잎이 검은빛이 도는 진녹색을 띤다.
5 홍차 산화가 85% 정도 진행된 것으로 검은빛이 난다. 중국의 기문, 실론 등이 유명한데 우리가 우려 마시는 찻잎을 산화시켜도 홍차를 만들 수 있다. 사진은 우리나라 녹차잎으로 만든 동천의 홍차.
6 보이차 차를 만든 다음 후발효를 거쳐 만든 차로 중국 운남성에서 난다. 찻잎 색이 검고 차를 우리면 붉은빛이 도는 갈색이 난다.


발효차의 대표, 보이차 우리는 법
발효차는 일반적으로 녹차보다 높은 온도에서 우린다. 그중 보이차는 특히 뜨겁게 마시는 것이 특징이다. 보이차를 우릴 때는 다른 차를 우리듯 뜨거운 물로 다구를 데우고, 차를 넣고 물을 부어 찻잎을 씻어낸 다음, 첫 물을 부어 우린다. 일반적으로 7~10회 정도 우릴 수 있다. 물은 끓인 물을 뜨거운 상태로 바로 사용한다.
1 빈 찻주전자에 뜨거운 물을 붓고 헹궈내 주전자를 데운 다음, 보이차 찻잎을 송곳이나 칼로 뜯어낸다.
2 데운 찻주전자에 찻잎을 넣는다.
3 뜨거운 물을 부어 바로 수구에 따라낸다. 찻잎을 씻어내는 과정으로 오래두지 않는다. 수구를 데운 물로 찻잔을 데우고, 모두 퇴수기(찻물을 버리는 곳)에 따라 버린다.
4 뜨거운 물을 부어 차를 우린다. 처음 한두번 우릴 때는 10~20초 정도로 짧게 우려내고, 점점 시간을 늘린다. 우린 차를 수구에 따른다.
5 수구의 차를 찻잔에 옮긴다. 수구를 사용하면 차 맛을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다.
6 오른쪽부터 처음 우려낸 찻물, 다섯 번 정도 우려낸 찻물, 마지막 옅어진 찻물이다. 몇 번 우려낼 수 있는지는 차를 우리는 숙련도에 따라서도 달라지고 차 상태에 따라서도 다르다. 자주 차를 마시다 보면 보이차의 색을 보고도 차가 알맞게 우려졌는지를 알 수 있다.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9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