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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그릇이 행복한 식탁을 만든다 유기, 여름에도 안성맞춤
묵직한 무게는 믿음직하고 은은한 광택은 아름답다. 농약 등 화학약품이 닿으면 색이 변하고 식중독 균을 스스로 살균하는 유기는 사람의 몸을 살리는 생명의 그릇이다. 두 명의 푸드 스타일리스트가 제안한 유기에 담은 여름 상차림.


체감온도를 5℃ 낮추는 냉면 상차림
시원한 냉면을 먹고 싶다면 보온・보냉력이 뛰어난 유기가 제격이다. 유기에 음식을 담으면 여름엔 시원하게, 겨울엔 따뜻하게 온도를 유지해 음식 맛을 살려준다. 그릇을 비울 때까지 가시지 않는 냉기로 이 여름 더위를 5℃ 낮춰보자.

푸드 스타일리스트 노영희 씨가 청자 개인 매트 위에 냉면이 담긴 유기를 올렸다. 자기로 만든 개인 매트는 접시처럼 활용할 수 있어 유용한데, 매트 위에 고기나 만두를 함께 올리면 든든한 한 끼 상차림이 완성된다. 유기로 만든 냉면 그릇은 비빔밥 그릇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왼쪽) 무・오이・밤・배를 채 썰어 겨자 소스로 버무린 냉채가 담긴 주발과 젓가락은 중요무형문화재 제77호 유기장 조교인 이형근 씨가 방짜로 만든 제품으로 예돌, 아래 놓인 둥근 자기 접시는 토로리빙 제품.
(오른쪽) 유기 냉면 그릇과 아담한 찬기, 수저는 예돌 제품. 청자 개인 매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정성으로 만든 방짜 유기에 담은 후식
방짜란 구리 78%, 주석 22%로 이루어진 놋쇠 덩어리를 1천2백℃ 이상의 온도로 달궈 망치로 두드리고 펴는 과정을 여러 차례 반복해서 만드는 기법을 말한다. 사람 손으로 만든 그릇이기에 자로 잰 듯 반듯하지는 않지만 그 정성만큼 귀하고 아름답다.

한식 디저트의 경우, 서양 디저트에 비해 예쁘게 차려내기가 쉽지 않다. 커다란 유기 볼에 얼음을 가득 넣은 다음 오미자 주스와 젤리, 포도를 담은 노영희 씨의 상차림을 눈여겨보자. 포도는 꼭지 부분을 잘라 담으면 한결 깔끔하다.

(왼쪽) 오미자 주스와 젤리, 포도가 담긴 유기 볼은 징광옹기, 개인 접시로 사용한 찬기와 디저트 포크는 예돌 제품.

안성맞춤, 방짜 유기 반상기와 백자의 어울림
맞춘 것같이 잘 들어맞는 사물을 두고 이르는 말로 ‘안성맞춤’이라는 단어가 있다. 예로부터 유기는 안성과 개성지방의 유기를 제일로 꼽았는데, 안성 유기는 주문을 받아 만드는 ‘맞춤’과 장에 내다 파는 ‘장내기’가 있었다. 이 중 안성의 ‘맞춤’ 유기가 품질이 좋고 아름다워 안성맞춤이란 말이 생겼다.

노영희 씨는 “한식을 코스로 낼 때와 한 상 차림을 할 때 그릇의 크기가 달라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상 차림에서 양념 종지로 사용하던 것을 코스로 낼 때는 1인 찬기로 사용할 수 있다.
또 유기는 은은한 광택 자체가 무늬이기 때문에 거칠지 않은 그릇, 백자와 함께 냈을 때 가장 잘 어울린다.

(오른쪽) 유기 반상기와 수저 모두 광주요의 예단용 반상기 세트, 백자 원형 접시와 찬기는 광주요 제품.


가장 위생적인 그릇, 방짜 유기와 빙수
스스로 살균 소독하는 그릇, 방짜 유기는 식중독을 일으키는 대장균의 하나인 O-157균을 죽이는 살균 효과가 있다. 찬 음식을 많이 즐기는 여름, 유기로 건강을 챙겨보자.

푸드 스타일리스트 김정민 씨가 밥 담는 주발에 빙수를 담아냈다. 그는 빙수나 아이스크림 등 차가운 디저트를 낼 때 유기를 사용하면 훨씬 멋스럽고 간편하다고 조언한다. 미리 냉동실에 넣어두었다 사용하면 찬 음식의 온도가 유리나 도자기보다 훨씬 오래 유지되고 평범한 음식도 특별하게 낼 수 있다.

(왼쪽) 유기 주발과 죽 숟가락은 정소영 식기장, 모던한 광채가 빛나는 칠기 쟁반은 모노 콜렉션 제품.

방짜 유기 소반에 차려낸 서양식 티타임
유기는 해로운 것을 스스로 멀리한다. 그래서 미나리나 상추 등 살짝 씻어야 하는 채소를 물이 담긴 유기에 담으면 벌레가 저절로 떨어져 나간다. 또 농약이나 독성이 있는 식품을 유기에 담으면 그릇 색이 까맣게 변하면서 식품의 독성을 가려낸다.

유기는 예로부터 그릇 외에 촛대, 소반 등 생활 소품으로도 많이 제작되었다.
서양 그릇과 유기를 함께 매치하기 어려울 때는 소품을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김정민 씨가 제안한 방짜 유기 소반에 차려낸 서양식 티타임 테이블이 격조 높고 세련되어 보인다.

(오른쪽) 위에서부터 방석은 모노 콜렉션 제품. 싱그러운 열매가 그려진 티 세트는 빌레로이 앤 보흐의 Cas Cara 시리즈, 소반은 삼우, 블루 컬러의 기하학무늬가 돋보이는 티 세트는 로얄 코펜하겐의 이반바이 시리즈, 소반은 웅성유기공방, 화사한 꽃무늬가 그려진 티 세트는 에르메스의 시에스타 아일랜드 시리즈, 소반은 웅성유기공방, 연잎이 그려진 티 세트는 에르메스의 닐 플래티넘 시리즈, 소반은 삼우 제품.


사용할수록 건강해지는 방짜 유기와 와인 파티
유기는 그릇 성분이 인체에 유익한 미네랄을 만들고, 단백질과 비타민 등 음식의 영양소를 보호한다. 매일 사용하면 뼈를 튼튼하게 하며 입병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유기만 단독으로 사용할 때 한식을 담으면 자칫 제사상 같아 보일 수 있지만 양식을 담으면 느낌이 확 달라진다. 이때 일반 접시와 달리 굽이 높은 제기를 함께 사용하면 좀 더 특별한 상차림을 연출할 수 있다.

(왼쪽) 치즈와 크래커・사과가 담긴 유기 찬기는 광주요, 포도를 담은 제기는 예바라기, 와인 잔 고리와 포크는 예돌 제품.

건강을 체크해주는 유기로 차린 뷔페 상차림
우리 선조들은 입안이 헐거나 목이 부을때 놋수저를 사용하고, 배앓이를 할 때는 놋그릇에 하루 동안 담아둔 물을 마셨다. 또 유기는 은수저와 마찬가지로 몸에 이상이 있을 때 사용하면 색이 변한다. 여름철 음식의 안전이 걱정될 때는 유기를 사용해 건강한 식탁을 차려보자.

익숙한 음식도 유기에 담으면 특별해진다고 말하는 김정민 씨는 유기 마니아다.
그는 특별한 날 파티를 할 때 뷔페 테이블용 음식 접시로 사각 유기 접시를 사용한다.
사각 접시라 여러 개를 일렬로 배치했을 때 깔끔해 보이고 은은한 광택으로 음식이 한결 고급스러워 보인다.

(오른쪽) 사각 유기 접시, 커트러리, 촛대, 유리잔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사각 유기 접시는 예바라기에서 맞춤 제작할 수 있다.

유기의 관리 및 보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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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사용할 때 밥알 모양의 얼룩이 생길 수 있으나 며칠 사용하면 없어진다.
2 사용 중 색상이 변했을 경우에는 마른 파란 수세미로 문질러 닦은 다음 마른행주로 잘 닦아 그늘에 잠시 말린 뒤 보관한다. 오래 보관할 때는 랩으로 잘 감싸면 색상이 변하지 않는다.
3 설거지할 때 검은색 물이 나올 수 있는데 이는, 유기의 때가 벗겨지는 것이므로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4 화학 성분이 들어간 시판용 식초, 간장, 조미료나 농약을 많이 뿌린 채소와 과일, 젓갈류 등의 짠 음식을 장기간 담아두면 그릇의 색상이 변할 수 있으므로 주의한다. 


이화선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9년 6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