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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친구, 부부, 그리고 혼자 즐기는 브런치 아침과 점심 사이, 그 맛있는 시간
봄 햇살의 따스함이 대지에 충만하게 스며든 5월은 브런치와 가까워지고 싶은 계절이다. 가족끼리, 친구끼리 또는 혼자 여유롭게 브런치를 즐기는 사람들. 장소와 기호는 다르지만 브런치를 먹을 때 무한한 행복을 느끼는 점만은 같다. 여기, 그들의 맛있는 브런치 스토리가 시작된다.

인터브랜드 코리아 박상훈 대표 가족
가족의 행복을 충전하는 시간
박상훈 대표의 가족은 전형적인 ‘아침형 가족’이다. “두 아들이 고등학교 3학년, 2학년이라 지금이 제일 바쁜 시기예요. 저 역시 조찬 미팅부터 시작해 하루 종일 각종 미팅이 이어지고 출장도 잦아요. 가족 모두 새벽에 일어나 각자 분주한 하루를 보내다 보니 함께하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낄 때가 많아요.” 인터브랜드는 뉴욕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브랜드 컨설팅 회사. 삼성 래미안 브랜드 리뉴얼, 신한금융그룹 CI 개발 등 인터브랜드 코리아가 진행한 굵직한 프로젝트 리스트만 봐도 박상훈 대표의 업무량을 예측할 만하다.
이 가족이 유일하게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는 때는 바로 주말 오전. 두 아들 재현, 재성 군이 학교에 가지 않는 토요일이나 일요일이면 어김없이 집 근처의 맛있는 브런치 레스토랑을 찾는다. 덕분에 청담동 부근 어느 레스토랑의 어떤 메뉴가 맛있는지 주르르 꿰고 있을 정도. 특히 요즘 자주 찾는 곳은 도산공원 앞에 있는 ‘트리플 오스 Triple O’s’. 수제 햄버거 전문점인 이곳에서는 다양한 햄버거와 샐러드를 비롯해 와플 같은 브런치 메뉴를 즐길 수 있다. 박상훈 대표는 그릴드 치킨 샐러드를, 아내는 와플을, 두 아들은 더블 더블 버거에 해시 브라운을 곁들여 먹는 것을 좋아한다고. “남편, 아이들과 브런치를 먹으며 지난 일주일 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이야기하는데, 요즘은 아이들 학교생활이나 공부, 선생님에 관한 이야기가 대부분이에요. 집에서 만든 음식을 먹으며 이야기해도 되지만 남편이 싫어해요.

1 수제 햄버거 전문점 트리플 오스에서 브런치를 즐기는 박상훈 대표 가족. 왼쪽부터 큰아들 재현 군, 작은아들 재성 군, 아내 황진숙 씨, 박상훈 대표.

 
2 두 장의 순 쇠고기 패티, 두 장의 체더치즈가 든 더블 더블 버거는 한창 잘 먹을 나이인 두 아들이 즐겨 찾는 메뉴. 1만 2천3백 원.
3 더 스폿 베리 패치 와플과 블루베리 셰이크. 딸기, 블루베리, 생크림을 곁들인 벨기에 스타일 와플은 7천9백 원, 셰이크는 6천5백 원.


제가 음식을 하는 동안은 세 사람만 대화하게 된다고요. 그래서 이 시간만큼은 온전한 우리 가족의 시간으로 만들고 싶어서 모두 함께 앉아 서빙을 받을 수 있는 외식을 하죠.” 달콤한 브런치 타임이 끝나면 다시 각자의 생활로 돌아간다. 두 아들은 학원으로, 아내는 집으로, 박상훈 대표는 ‘라이펨 RIPEM(Rational Intelligent Pure Earnest Man: 합리적이고 지적이며 순수하고 성실한 사람의 약자)’이라 이름 붙인 자신만의 공간으로 향한다. 책도 읽고 음악도 들으며 영감을 얻는 이곳은 집에서도 일하는 모습을 가족에게 보이고 싶지 않아 집 근처 오피스텔에 마련한 공간. 그러다 저녁이 되면 다시 아내를 만나 오후 9시~10시 사이에 시작하는 영화를 한 편 보고, 밤 12시경 두 아들이 학원에서 끝나는 시간에 맞춰 데리러 간다.
박상훈 대표 가족에게 브런치는 단순한 식사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철저히 각자의 생활을 존중하다 보니 가족끼리 대화하며 휴식하는 시간이 그리울 때가 많은데, 브런치를 먹는 시간만큼은 그 모든 것이 충족된다. 두 아들이 잘 따르는 한, 이 가족의 즐거운 브런치 시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1 이탤리언 레스토랑 톰볼라는 띠으망 교장 부부가 가장 자주 찾는 레스토랑 중 하나다.
2 도미 스테이크(2만 5천 원짜리 런치 세트 A의 메인 메뉴).


서울프랑스학교 띠에리 띠으망 교장 부부
휴식과 낭만이 있는 맛있는 식탁

특별한 준비 없이 간단하게 먹는 프랑스식 아침 식사를 ‘프티 데주네 petit déjeuner’라고 한다. ‘작은 점심’이라는 뜻에서 알 수 있듯이 프랑스인에게 아침 식사는 점심 전 가볍게 요기하는 것이다. 서울프랑스학교의 띠에리 띠으망 Thierry Tillement 교장 부부도 평일에는 그런 일상적인 브런치를 즐긴다. “커피와 크루아상, 과일 정도로 종류도 양도 아주 간소하게 먹습니다. 생크림을 듬뿍 올린 와플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죠.”
띠으망 교장 부부가 좀 더 풍성한 브런치를 즐기는 때는 주말, 즉 학교가 쉬는 날이다. 매주 토요일이나 일요일 중 하루는 꼭 브런치 타임을 갖는 부부는 이 시간을 ‘휴일에만 누릴 수 있는 여유와 휴식의 시간’이라 표현한다. 평소보다 느지막이 일어나 좋아하는 음식을 함께 먹으며 즐거운 대화를 나눌 때면 이것이 인생의 즐거움이지 싶다고. 프랑스인 고유의 미식가 기질을 타고난 띠으망 교장은 서래마을 안에서만도 이미 30군데가 넘는 레스토랑을 섭렵했는데, 그런 그가 브런치를 먹기 위해 자주 찾는 곳은 이탤리언 레스토랑 ‘톰볼라 Tombola’다. “사실 서래마을에서 정통 프렌치 요리를 맛볼 수 있는 레스토랑은 거의 없습니다. 이탈리아 요리는 프랑스 요리와 비슷한 점이 많아서 좋아해요. 또 톰볼라의 아늑하고 가정적인 인테리어는 마치 고향에 있는 듯한 편안함을 느끼게 하죠. 좋은 와인을 적당한 가격에 마실 수 있어 브런치를 먹을 때 가끔 곁들이기도 합니다.” 3천 병이 넘는 와인을 카브 cave(와인 지하 저장 창고)에 저장해놓을 정도로 와인을 좋아하는 그의 부모는 그가 열두 살이 되던 해부터 ‘와인 수업’을 해주었다. 덕분에 어느 와인 가게에 가든지 그곳에서 가격 대비 가장 좋은 와인을 쏙쏙 골라내는데, 그는 이것을 ‘가장 재미있는 게임’이라고 표현한다. 요리 솜씨도 수준급인 띠으망 교장은 아내를 위해 직접 요리를 하기도 한다. 이탈리아 요리를 비롯해 그리스 요리, 크레올 요리(서인도제도의 음식을 말하며 대표 음식은 잠발라야) 등 그 종류부터 범상치 않다.

 
3 루콜라와 올리브, 토마토, 파르마지아노 치즈를 올린 루콜라 피자. 1만 9천 원.
4 파르메산 치즈를 뿌리고 신선한 루콜라를 듬뿍 곁들인 비프 카르파초. 1만 6천 원.


“남편은 터키식 무사카 moussaka(채소와 고기를 볶아 화이트소스를 얹어 구운 요리), 타진 tagine(모로코식 스튜), 해산물 요리 같은 걸 주로 만들어요. 웬만한 셰프보다 나은 남편의 음식 솜씨 때문에 살이 찔까 봐 걱정이에요.(웃음)”
다정하고 유쾌한 성격의 띠으망 교장이 들려주는 재미있는 이야기로 식사하는 내내 아내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이때가 띠으망 교장에게는 한 주간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내는 시간. “서울프랑스학교에는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있습니다. 네 개의 학교가 모인 셈이니 업무가 녹록지 않죠. 내년부터는 유치원 수업을 영어와 프랑스어, 2개 국어로 진행할 예정이라 더 바쁠 거예요. 바쁜 생활에서 큰 활력소가 되는 것이 바로 아내와 함께하는 브런치 타임입니다.”

Tip 브런치로 먹기 좋은 프랑스식 메뉴
크로크 무슈 croque mousieur
빵 사이에 슬라이스 햄과 치즈를 끼우고 빵 위에 다시 치즈를 얹어 구운 샌드위치.
크로크 마담 croque madame 크로크 무슈에 달걀 반숙을 얹어 먹는 샌드위치.
키슈 quiche 다진 고기나 채소, 치즈, 달걀 등으로 속을 채워 구운 파이의 일종. 가장 잘 알려진 키슈 로렌 quiche lorraine은 볶은 베이컨과 달걀물을 채워 구운 것이며, 여기에 양파가 추가되면 키슈 알사시엔 quiche alsacienne이 된다. 요즘에는 굳이 이름으로 구분하지 않고 기호에 따라 각종 재료를 넣어 구운 파이를 키슈라고 한다.


1 다이닝 텐트의 테라스에 앉아 브런치를 즐기는 김승희 씨(왼쪽)와 한만선 씨.
2 팬케이크와 신선한 과일, 구운 시나몬 바나나, 홈메이드 크림과 아이스크림을 한 접시에 담은 캠프 팬케이크. 1만 4천 원.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 김승희 씨와 친구 한만선 씨
영감을 나누는 즐거운 수다 시간

김승희 씨가 가로수길에 있는 인테리어 사무실 ‘스튜디오 베이스 Studio Vase’로 온 때는 2006년 가을이다.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친구들과 함께 맛집을 찾아다닐 정도로 먹는 것에 관심이 많던 그는 마치 물 만난 고기처럼 가로수길의 수많은 레스토랑과 카페를 드나들었다. “여기 레스토랑과 카페들은 어느 곳을 선택해도 실망할 확률이 적죠. 인테리어도 마찬가지고요” 가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는지 남편, 지인들과 함께 와인 바 ‘쿠바 Cubar’까지 차린 그. 이제 김승희 씨에게 가로수길은 ‘우리 동네’나 마찬가지다. 오래 보아 익숙하긴 하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은, 그런 동네다.
“맛있는 카페나 레스토랑이 워낙 많아서 식사 때마다 즐거운 고민에 빠집니다. 몇 군데를 콕 짚어 그곳만 가기보다는 그날 먹고 싶은 것에 따라 이 집, 저 집을 다니며 먹죠. 아침은 집에서 가족과 함께 먹고 나올 때가 많아 점심에 가까운 브런치를 먹게 되는데, 어떤 날은 프렌치 토스트나 샌드위치로 가볍게 먹고, 또 어떤 날은 브런치로 파에야나 리소토를 먹기도 한답니다.” 요즘 그의 입맛을 사로잡은 곳은 레스토랑 ‘다이닝 텐트 Dining Tent’. 그와 자주 브런치를 즐기는 초등학교 동창 한만선 씨가 바로 이곳의 대표다. 다이닝 텐트에서 김승희 씨가 단골로 주문하는 메뉴는 파스타 종류. 특히 올리브 오일 소스로 만든 봉골레나 도라에몽 파스타를 즐겨 먹는다. 도라에몽 파스타는 한만선 씨의 동생이자 다이닝 텐트 셰프인 한만생 씨의 별명을 딴 스페셜 메뉴라고. 그 밖에 와플이나 오믈렛 같은 브런치 메뉴도 맛과 양적인 면에서 훌륭하다.
김승희 씨와 한만선 씨의 인연이 계속 이어져온 것은 아니었다. 초등학교 때 친하게 지낸 두 친구는 학년이 올라가고 반이 갈리면서 자연스레 연락이 끊겼다. 거의 20년이 지난 후 한만선 씨가 분당 정자동에 다이닝 텐트를 오픈할 때 김승희 씨 남편에게 인테리어를 의뢰한 것이 계기가 되어 둘은 다시 만나게 되었다고. “브런치를 먹을 때는 일단 아이들 이야기로 시작해 일과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주로 하죠. ‘즐겁게 살자’는 모토로 일을 즐기며 하는 성격이다 보니 일 얘기가 곧 노는 얘기가 되고요. 또 머지않아 여름이니 다이어트 얘기도 빠질 수 없죠.(웃음)” 이제 자녀를 둔 워킹맘이 된 두 친구. 브런치 타임만큼은 학창 시절로 돌아간 듯 즐거운 수다가 끊이지 않는다.


1 신선한 채소와 닭 가슴살에 데리야키 소스와 오렌지 드레싱으로 맛을 낸 나인티모의 데리야키 치킨 샐러드. 9천9백 원.
2 박용일 씨가 브런치를 먹으러 자주 찾는 이태원의 나인티모.


푸드 스타일리스트 박용일 씨
일상에서 즐기는 한 시간의 여유

잡지나 광고에서 볼 수 있는 먹음직스러운 음식 사진 뒤에는 푸드 스타일리스트의 노고가 숨어 있게 마련이다. 푸드 스타일리스트들은 사진 속 음식처럼 맛있고 보기 좋은 것만 먹을 거라 생각하지만, 박용일 씨가 말하는 실상은 그렇지 않다. “직업이 그렇다고 해도 매 끼니 예쁜 음식만 먹을 수는 없죠. 오히려 일에 쫓기다 보면 예쁜 건 둘째 치고 식사 시간을 놓치거나 아예 거르는 경우가 허다해요.”
프랑스 르 코르동 블루와 이탈리아 ICIF를 수료한 박용일 씨는 국내 1세대 남성 푸드 스타일리스트. TV와 잡지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그는 아무리 일 때문에 시간이 없어도 맛집이 새로 생겼다는 소리를 들으면 꼭 가봐야 직성이 풀린다고. 요리 스튜디오가 성북동에 있는 탓에 그는 근처에 있는 이태원과 삼청동의 맛집을 주로 이용한다. “아침잠이 많아 늦은 아침을 먹는 경우가 많죠. 이태원이나 삼청동 부근의 레스토랑은 혼자 가도 불편하지 않아요. 분위기나 트렌드를 즐기러 오는 사람이 대부분인 가로수길이나 청담동의 카페와는 다르게, 혼자 와서 밥만 먹고 일어서는 외국인처럼 식사 자체를 목적으로 들르는 사람이 더 많거든요. 직업상 기자나 사진가와 미팅을 자주 하는데, 그럴 때는 브런치의 장점을 이용합니다. 커피만 마시기에는 뭔가 부족하고 정식으로 식사를 하기에는 부담스러울 때, 가볍게 브런치를 먹으며 대화하면 분위기가 한결 부드러워지죠.” 그가 종종 가는 브런치 레스토랑 가운데 하나는 이태원에 있는 ‘나인티모 9Timo’다. 느끼한 것을 좋아하지 않는 그는 신선한 채소를 푸짐하게 내는 샐러드나 샌드위치를 주로 선택한다. “브런치를 먹는 시간만큼은 느긋하게 보내려고 노력해요. 이 한 시간 정도는 바쁜 일상으로 돌아가기 전 숨을 고르는 순간이죠.”
얼마 전 그는 (사문난적)을 출간했다. 몸소 싱글 생활을 경험한 그가 간편하고 빠르게 해 먹을 수 있는 요리 레시피를 소개한 책. “밖에서 브런치를 즐길 시간이 없다면 집에서 한번 만들어보세요. 간편하고 맛있는 레시피가 많으니까요.”

Tip 박용일 씨의 맛있고 간단한 브런치 레시피
미니 모차렐라 주먹밥
동그랗게 빚은 밥을 손가락으로 눌러 그 안에 잘게 썬 프레시 모차렐라 치즈를 넣는다. 치즈가 밖으로 나오지 않도록 밥을 다시 동그랗게 빚는다. 달걀 푼 것에 동그란 밥을 굴려 버터를 녹인 팬에 굽는다. 크루통 샐러드 먹고 남은 빵을 잘게 잘라 오븐에 굽거나 팬에 튀겨 크루통을 만든다. 여기에 계핏가루와 설탕을 뿌린다. 좋아하는 채소와 과일 등을 섞고 만들어둔 크루통을 넣은 뒤 원하는 드레싱을 뿌려 먹는다.

서지희 객원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9년 5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