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치퍼스 Martin Chiffers 인터컨티넨탈 호텔 수석 제과장
영국의 과일 케이크 Fruit Cake
“영국의 크리스마스는 멀리 떨어져 지내는 가족들이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내기 위해 집으로 돌아오면서부터 시작됩니다. 제 어머니는 콘월 Cornwall에 있는 호텔의 총주방장으로 일하셨는데 <보그> 잡지에 요리법을 소개했을 정도로 활발하게 활동하셨습니다. 제 유년기의 대부분은 누나, 형과 함께 어머니가 일하시는 주방에서 보냈지요. 어머니는 11월경부터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엄청 많이 만드셨습니다. 가끔 케이크 반죽을 섞는 일을 도와드리고 나면 그릇에 남아 있는 반죽을 맛보게 해주셨는데 그 시절엔 그 일이 어찌나 즐겁던지, 아직도 그때의 기억이 생생합니다.” 영국의 대부분 가정은 크리스마스 저녁에 칠면조 또는 오리나 거위 요리에 구운 감자, 당근 같은 채소를 곁들여 먹는다. 온 가족이 모여 식사를 마치면 디저트로 푸딩을 먹는데, 크리스마스에는 푸딩을 테이블 위에 놓고 코냑을 부어 불을 붙이는 것이 특징이다. 식사를 마친 뒤에는 포트 와인에 치즈를 곁들여 먹으며 즐거운 대화를 나누고, 마지막으로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먹으며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따뜻한 풍경으로 마무리된다. 말린 과일을 넣고 구워낸 케이크는 수백 년 동안 이어져온 영국의 전통 케이크로 연중 내내 먹을 수 있지만 크리스마스나 결혼식 날 주로 먹는다. 전통적인 크리스마스 케이크는 아몬드와 설탕, 달걀을 이겨서 만든 과자에 말린 과일을 잔뜩 얹어 만드는데, 초콜릿이나 너트로 크리스마스 장식을 올리기도 한다.
이반 프랑코 소마리바 Ivan Franco Sommariva JW 메리어트 호텔 부총주방장, 이탤리언 레스토랑 올리보 수석 조리장
이탈리아의 파네토네 Panetone
“파네토네는 집에서 직접 만들기가 무척 어려운 케이크입니다. 그래서 대부분의 이탈리아 사람들은 크리스마스 때면 제과점에 가서 파네토네를 사 오지요. 하지만 제 어머니는 음식 솜씨가 뛰어난 분이셨어요. 제가 어렸을 때부터 직접 파네토네를 구워주셨답니다. 어린 저는 빨리 먹고 싶은 마음에 발효 중인 파네토네 반죽을 자꾸 꺼내보고 휘저어놔서 결국 케이크가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았던 기억이 나네요. 어머니께 꾸지람을 듣긴 했지만 결국 그 일을 계기로 파네토네 만드는 법을 기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탈리아의 크리스마스는 24일 밤 11시에 가족이 모두 교회에 가서 크리스마스를 축하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예배가 끝나면 집으로 돌아와 스파클링 와인인 스푸만테 spumante와 파네토네를 함께 즐기는데 크리스마스인 25일까지 파네토네 케이크를 식탁 위에 놓고 계속 먹는다. 파네토네는 본래 이탈리아 북부 밀라노에서 즐겨 먹던 크리스마스 케이크인데 지금은 이탈리아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즐겨 먹는다. 파네토네는 밀가루에 버터, 설탕과 아몬드·호두 등의 견과류, 오렌지 맛과 레몬 맛 등 각종 캔디류, 생이스트, 말린 무화과, 건포도 등을 넣어 만든다. 수차례 반죽하고 발효시키기를 반복하여 완성되면 슈거 파우더를 살짝 뿌려 먹는다. 일반 빵보다 유통기한이 긴데 1년 이상 보관이 가능한 빵으로도 유명하다.
프랑크 콜롱비에 Franck Colombie 르 꼬르동 블루 숙명 아카데미 제과장
프랑스의 뷔슈 드 노엘 Buche de Noёl
“제 부모님은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셰프였습니다. 보통 셰프들은 크리스마스, 연말, 명절을 즐기지 못하는데 저희 부모님은 특별한 분들이셨어요. 가족과 함께 보내려고 크리스마스에는 영업을 하지 않으셨거든요. 어린 시절엔 산타 할아버지가 선물을 놓고 가셨는지 궁금해 새벽부터 일어나 온 집 안을 샅샅이 뒤졌던 기억이 납니다. 저녁엔 가족과 함께 풍성한 만찬을 즐겼지요. 아버지 덕분에 저희 집은 귀족의 식탁이 부럽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디저트로 뷔슈를 먹으며 크리스마스를 마무리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프랑스에서는 가족이 모두 모여 크리스마스 미사에 참례하고 평소에는 접하기 힘든 맛있는 요리를 즐기며 크리스마스를 기념한다. 푸아그라, 랍스터, 칠면조 등 다양한 메뉴가 식탁에 오르는데 이 만찬의 하이라이트가 바로 ‘뷔슈’라고 하는 장작 모양의 케이크다. 예전부터 프랑스에서는 크리스마스이브 저녁에 온 가족이 모여 전년에 때다 남은 땔감을 모아 태우면 신년의 액땜이 된다고 믿었다. 이러한 전통은 현대식 난방 시설로 대체되면서 점차 사라졌지만 크리스마스 저녁에 먹는 장작 모양의 케이크는 지금도 전해지고 있다.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장작처럼 생긴 롤케이크를 초콜릿이나 커피 크림으로 장식하는데, 요즘에는 셰프마다 독특한 아이디어와 재료를 이용해 다양한 모양의 뷔슈를 만든다.
헤르버트 요제프 클링크하머 Herbert Josef Klinkhammer 임피리얼 팰리스 호텔 조리 고문
독일의 슈톨렌 Stollen
“저희 가족의 크리스마스 전통은 슈톨렌을 만드는 것입니다. 가족 모두 슈톨렌을 좋아할 뿐 아니라 함께 모여 만드는 일 자체가 즐거운 이벤트입니다. 제가 독일을 떠나 이란, 인도네시아, 호주, 한국 등 다른 나라에서 일할 때도 어머니는 크리스마스 때마다 손수 만든 슈톨렌을 보내주시곤 했습니다. 제게 슈톨렌은 곧 가족의 사랑과 행복이지요. 요즘은 가족과 함께 슈톨렌을 만들던 추억을 떠올리며 어머니가 만드시던 방법 그대로 제가 직접 만들어 먹습니다.오늘 만든 슈톨렌도 어머니의 레시피 그대로입니다.” 독일의 크리스마스 준비는 보통 12월이 되기 전부터 시작하는데 12월 1일이면 집집마다 밝힌 크리스마스트리의 환상적인 불빛 아래 달콤한 냄새가 온 거리를 가득 채운다. 아이들은 크리스마스에 선물을 나누어주는 아기 예수에게 잘 보이기 위해 저마다 반짝거리고 돋보이도록 꾸민 편지를 창문턱에 놓아두고 선물을 기다린다. 슈톨렌은 크리스마스 시즌에 즐겨 먹는 독일의 전통 빵으로 하얀 눈이 덮인 모양을 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12월 초부터 이 빵을 만들어놓고 일요일마다 한 조각씩 먹으며 크리스마스가 오기를 기다리는데 2~3개월 동안 보관할 수 있을 정도로
보존성이 뛰어나 한번 만들어놓으면 오래도록 먹을 수 있다.
박경미 동병상련 同餠常戀 대표
한국의 떡 케이크
“크리스마스에 떡을 먹는다고 하면 의아해하는 분들이 있어요. 하지만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가족이 모이는 날, 기쁜 날, 큰 행사가 있는 날엔 항상 떡을 쪄 먹었지요. 그중 가장 기쁜 날은 떡을 높이 고여놓고 웃기떡이라고 하여 색색의 송편과 경단 등으로 모양을 내거나 꽃을 꽂아 화려하게 장식했어요. 떡도 디자인을 새롭게 하면 얼마든지 아름답게 만들 수 있답니다. 크리스마스도 많은 사람과 기쁜 마음을 나누는 날이잖아요. 요즘은 크리스마스에 부모님과 함께 먹기 위해서나 건강을 생각해서, 또는 조금 더 독특한 케이크를 먹기 위해 떡 케이크를 주문하곤 한답니다.” 유럽처럼 큰 명절로 여기지는 않지만 우리나라 역시 크리스마스엔 여럿이 모여 기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이때 크리스마스 테이블에 케이크가 빠지면 왠지 서운하다. 하지만 제과점 케이크가 식상하다면 우리 떡으로 만든 케이크를 준비해보자. 가족이 함께하는 크리스마스 저녁, 떡 케이크를 준비하면 독특하고 품격 있는 크리스마스 테이블을 연출할 수 있다. 최근에는 모던하고 감각적인 디자인의 케이크부터 산타클로스나 트리 모양 장식으로 꾸며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껏 풍기는 떡 케이크도 쉽게 볼 수 있다. 버터나 생크림처럼 기름진 재료가 들어가지 않고 우리 쌀, 우리 곡물과 견과류를 넣어 만든 떡 케이크는 맛은 물론 몸에도 좋아 일석이조다.
- 입에 붙는 원조 셰프의 원조 맛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선물 Christmas Ca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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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이탈리아·영국·프랑스인이 전통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구웠습니다. 그들의 추억 속 크리스마스엔 가족의 사랑과 달콤한 케이크가 있네요. 가족이 모두 모이는 기쁜 날, 우리나라는 떡을 쪘다지요. 유럽의 케이크 못지않은 전통과 향수를 담은 우리의 떡 케이크도 소개합니다.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정성스레 준비한 케이크 이야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8년 1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