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에는 단백질이 풍부한 도미, 등 푸른 고등어 외에도 미네랄이 풍부한 매생이와 굴, 향긋한 유자, 허약 체질에 좋은 산마가 제철이다.
찬 바람이 제법 매서워진 12월이다. 한의학에서는 겨울을 ‘폐장閉藏’의 계절이라고 했다. 이는 겨울이 목화토금수木火土金水 오행五行의 기운 중 ‘수’의 기운이 지배하는 계절로, 만물이 조용히 잠들어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는 시기이며, 거두어들인 모든 것을 저장하는 시기임을 말한다. 그리하여 뭍보다는 바다가 튼실하게 키워낸 재료들로 풍성해지는 때다.
도미는 ‘흰 살 생선의 왕’이다. 흰 살 생선은 지방이 적으면서 단백질이 풍부한 것이 특징인데, 도미는 살이 단단하여 쫄깃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또한 소화도 잘되는지라 다이어트 중인 여성, 큰 병 이후 회복기에 있는 사람이나 중년 이후 기력이 떨어지는 사람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생선이다. 특히 비타민 B군에 속하는 리보플라빈, 니아신과 같은 미량 영양소가 풍부하여, 섭취한 단백질이 제대로 효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그래서 사돈댁 이바지 음식으로 잘 오르는 것 아니겠는가. ‘등 푸른 생선의 대표 주자’인 고등어가 물이 오르는 때도 지금이다. 고등어는 지방질이 풍부한데, 등 푸른 생선의 지방질에 대해서는 걱정할 게 없다. 에스키모가 추운 날씨에 잘 견디고 성인병에 안 걸리는 것도 바로 등 푸른 생선 덕택이다. 고등어의 지방질에는 오메가-3 지방산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기 때문이다. 오메가-3 지방산은 피를 맑게 하고 때가 낀 혈관을 청소해주는 역할을 하므로 심장혈관 질환이나 뇌혈관 질환이 염려되는 중년기 이후 사람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식품이다. 그러나 이 좋은 지방이 공기 중에 오래 두면 쉽게 변질되는 특성이 있으니 반드시 신선하고 진공 포장된 것으로 고르는 깐깐함이 필요하다.
역시 지금이 제철인 김, 미역, 다시마 같은 해조류는 건조된 상태로 유통되기에 흔하게 먹을 수 있지만 매생이는 겨울철에나 제대로 맛볼 수 있는 귀한 몸이시다. 해조류는 대개 끈적끈적, 미끈미끈하다. 이 질감을 만들어내는 성분은 알긴산이라는 부드러운 섬유질인데, 체내에 들어가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고, 각종 노폐물을 체외로 배출하며, 배변을 부드럽게 해준다. 또 칼슘과 칼륨 같은 바다의 미네랄이 듬뿍 들어 있어 골다공증과 고혈압, 성인병 예방에도 좋다.
굴은 동양보다 서양에서 더욱 귀하게 대접받는 패류이다. 이런 굴에는 아연이 풍부하게 들어 있어 정력을 강화시키는 효험이 있기로 유명하며, 비타민 E 역시 풍부하여 생식 능력을 높이고 노화를 방지해준다. 이것이 어디 남자에게만 좋겠는가. ‘배 타는 어부의 딸은 얼굴이 까맣고, 굴 따는 어부의 딸은 얼굴이 하얗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여성의 피부에도 좋은 것이 바로 굴이다. 이는 굴 속에 젊음을 유지하는 성분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유자는 늦가을에 수확하여 겨울철 건강을 대비케 해주는 자연의 선물이다. <동의보감>에 “유자는 위장 속의 나쁜 기를 없애고 술독을 풀며, 술 마신 사람의 입에서 나는 냄새를 없앤다”라고 씌어 있는데, 이는 유자가 노폐물 대사와 배설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음을 의미한다. 비타민 C가 레몬의 3배, 사과의 25배나 되니 겨울철 감기를 예방하고 겨울철에 잘 생기는 중풍을 예방하는 데도 효과를 발휘하는 과실이다. 산마는 한의학에서 산약山藥이라고 하는 음식 겸 약재이다. 기운을 증강시켜주는 마는 허약하고 늘 피로하고 기력이 없을 때 좋으며, 폐의 기운의 떨어져 헛기침을 많이 할 때도 좋다. 또한 비위를 튼튼하게 해주어 소화불량일 때나 식욕이 떨어졌을 때 먹으면 좋다. 특히 과민성 대장 증세가 있어서 밥만 먹으면 바로 화장실로 달려가 묽은 변을 보는 사람이나, 만성적으로 설사를 하는 사람에게 아주 좋은 약재이다. 글 이재성
이 글을 쓴 이재성 씨는 <라디오 동의보감> 진행자로 유명해진, 그래서 우리에게 목소리가 더 친숙한 한의사입니다. 그가 ‘자연 안에 사람 있고, 사람 안에 자연 있다’는 한의학의 원리를 바탕으로 12월의 음식 재료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푸드 스타일리스트 노영희에게 배우는 제철 요리 5
도미조림
재료(4인분) 포 뜬 도미 400g, 우엉 1뿌리, 표고버섯 4개, 꽈리고추 8개, 대파 흰 부분 2대, 레디시 1개, 식초 1큰술, 얼음물 적당량
간장소스 다시마 국물 3컵, 설탕 2큰술, 청주*맛술*중국간장 1/2컵씩, 진간장 3큰술, 꿀 1큰술
만들기
1 도미는 비늘을 긁은 뒤 세장뜨기로 포 떠서 먹기 좋은 크기(100g 단위)로 썬다. 껍질 쪽에 X자로 칼집을 넣고, 대가리는 반으로 쪼갠다. 구입할 때 이 단계까지 손질해 오면 편하다.
2 손질한 도미를 끓는 물에 껍질 쪽이 밑으로 가게 놓고 뒤집개로 눌러서 모양이 오그라들지 않게 데친 뒤 얼음물에 담가 식힌다.
3 우엉은 껍질을 벗겨 4cm 길이로 썰어 식초를 넣은 물에 5분 정도 삶아 건진다. 찬물에 담가 식초 맛을 뺀다.
4 표고버섯은 씻어서 기둥을 떼고 갓에 칼집으로 꽃무늬를 넣어 큰 것은 반 자르고 작은 것은 그냥 사용한다.
5 꽈리고추는 씻어서 꼭지를 1cm 정도 남기고 잘라 꼬치로 서너 군데 구멍을 낸다.
6 냄비 바닥에 우엉을 깔고 도미를 대가리가 위로 향하게 놓는다. 다시마 국물, 설탕, 청주를 붓고 뚜껑을 덮은 뒤 센 불에 조린다.
7 국물이 반 정도 졸면 표고버섯을 얹고 맛술과 진간장을 넣어 조린다. 국물이 다시 반으로 졸면 도미를 껍질이 위로 오게 얹고 중국간장과 꿀을 넣어 조리다가 꽈리고추를 넣고 국물이 약간 남을 정도로 조린다.
8 대파는 5cm 길이로 썰어서 반 갈라 심을 빼내고 채 썬다. 이것을 찬물에 담가 바락바락 주물러 진을 빼서 헹궈 건져 물기를 뺀다. 레디시는 얇게 썰어 찬물에 담갔다가 건진다.
9 그릇에 도미조림을 담은 다음 위에 간장소스를 끼얹고 대파와 레디시를 얹는다.
Tip 도미는 비늘이 딱딱하기 때문에 신경 써서 손질해야 하며 칼로 비늘을 긁고 나서 무를 이용해 남은 비늘을 긁으면 튀지 않는다. 끓는 물에 한 번 데치면 기름기가 빠지면서 살이 단단해져 조릴 때 부서지지 않고 비린내도 줄어든다.
(왼쪽) 마소면
재료 산마 400g, 송송 썬 실파 약간 장국 내장과 대가리 뗀 멸치・말린 표고 버섯・다시마 30g씩, 맛술 3컵, 청주 1컵, 가다랑어포 50g, 진간장 2컵, 설탕 100g, 끓는 물・잘게 부순 얼음 1컵씩, 물 4컵
만들기
1 멸치는 기름을 두르지 않은 팬에 볶아서 비린내를 없애고, 말린 표고 버섯은 물에 재빨리 씻어 건진다. 다시마는 젖은 면보로 닦는다.
2 냄비에 멸치, 표고버섯, 다시마를 담고 맛술, 청주, 물 3컵을 부어 하룻밤 불린다.
3 ②를 불에 올려 끓으려고 할 때 다시마를 건져내고 5분 정도 끓인 뒤 불을 끈다. 여기에 가다랑어포를 넣고 20분 정도 둔다.
4 ③을 면보 깐 체에 밭친 뒤 건더기에 끓는 물 1컵을 붓는다.
5 ④의 국물을 냄비에 붓고 간장과 설탕을 넣어 한소끔 끓여서 식힌다.
6 국물 1컵에 물 1컵과 얼음 잘게 부순 것 1컵을 섞는다.
7 산마는 껍질을 벗겨 5cm 길이로 곱게 채 썬다.
8 그릇에 채 썬 마를 담고 ⑥을 부은 뒤 송송 썬 실파를 얹어낸다.
Tip 산마는 껍질을 벗기면 색이 갈색으로 변하기 때문에 필요한 양만큼만 잘라서 벗겨 사용하고 남은 것은 랩에 싸서 냉장고 야채칸에 보관한다. 날로 먹어도 소화흡수가 잘되고 기운을 돋워주는 건강식품이다.
(오른쪽) 유자화채
재료 유자 2개, 배 1/2개, 석류 적당량, 설탕 2큰술
시럽 설탕 3/4컵, 꿀 1/4컵, 물 4컵
만들기
1 물에 설탕을 넣고 끓인다. 설탕이 녹으면 꿀을 넣어 녹인 뒤 식혀서 시럽을 만든다.
2 유자는 소금으로 문질러 씻은 뒤 끓는 물을 끼얹어 소독한다.
3 유자를 길이로 4등분해서 알맹이를 빼낸다. 껍질은 얇게 포 떠서 노란 껍질과 하얀 안껍질을 곱게 채 썬다. 알맹이는 씨를 빼내고 잘게 썬 뒤 설탕을 뿌려서 잰다.
4 배는 곱게 채 썬다(배는 내기 직전에 썰어 담아야 아삭아삭 씹히는 맛이 좋다).
5 그릇에 유자와 배를 담고 시럽을 부은 다음 석류 알을 얹는다. 기호에 따라서 잘게 부순 얼음을 띄워도 좋다.
Tip 유자는 껍질에 상처가 없고 노란 것을 고르며, 들어봤을 때 무거운 느낌이 들어야 싱싱해서 향이 좋다.
(왼쪽) 고등어김치찜
재료(4인분) 고등어 2마리, 김치(큰 것) 1포기, 된장 1큰술, 물 적당량 고등어
밑간 청주 2큰술, 생강 1쪽, 참기름 1/2작은술, 곤소금 1/3작은술
만들기
1 고등어는 머리와 내장을 제거하고 씻어서 가운데 길게 칼집을 넣은 뒤 밑간을 한다.
2 큰 냄비에 김치를 포기째 길쭉하게 잘라 담고 물을 넉넉히 부어서 30분 정도 끓인다. 된장을 푼 뒤 밑간한 고등어를 넣고 김치로 덮어서 30분 정도 더 끓인다.
3 접시에 고등어를 담고 김치를 먹기 좋게 찢어서 담는다.
Tip 고등어는 윤기가 나고 탄력이 있으며 눈이 투명해야 싱싱한 것이다. 보관할 때는 반드시 손질해서 한 번 먹을 분량씩 따로 포장해 냉동한다.
(오른쪽) 굴매생잇국
재료(4인분) 매생이(물기 짠 것) 600g, 굴 300g, 무즙・소금 적당량씩, 참기름 1큰술, 된장 1작은술, 물 3컵
만들기
1 매생이는 씻어서 체에 밭쳐 물기를 빼고 꼭 짠다.
2 굴은 그릇에 담아 무즙을 넣고 손가락 두 개로 빙빙 돌려서 껍데기를 골라내 씻은 뒤 체에 밭쳐 물기를 뺀다.
3 냄비에 참기름을 두르고 굴과 매생이, 된장을 넣어 뽀얀 국물이 나게 볶는다. 여기에 물을 붓고 끓인 뒤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Tip 굴은 너무 크지 않고 탄력이 있으며 우윳빛인 것을 고른다. 씻을 때 무즙을 넣고 씻으면 맛이 좋아진다. 매생이는 사용하고 남은 것은 물기를 짜서 지퍼백에 넣고 납작하게 눌러 냉동 보관했다가 물에 담가 해동해서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