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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건강 상식과 카드 요리 한의사 이재성 씨의 제철 재료 제안
청명한 가을 기운이 하늘 끝까지 높아지다가 서서히 겨울에게 자리를 내줄 채비를 시작하는 11월. 땅 위 식물이건 바다 속 생물이건 자연의 에너지를 자기 안으로 끌어 모은다. 배추, 무, 우엉, 낙지, 연어, 아귀의 맛과 영양이 최상인 이유다.


가을을 흔히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이라고 한다. 뭐 하늘이 진짜로 높아지겠는가? 가을 하늘이 높아 보이는 이유는 가을의 기운이 청명하고 모든 탁한 기운이 수렴되어 공기가 깨끗해지기 때문 아니겠는가. 땅 위의 식물 역시 여름내 발산하기만 했던 기운을 끌어 모아 자신의 몸 안에 온갖 영양소를 응축시켜 맛과 영양을 최고의 가치로 담아낸다.
배추와 무는 우리네 식탁에 항상 김치 형태로 등장하는 가을철 대표 채소다. 둘 다 비타민 C가 풍부하고, 소화가 잘되고, 칼로리가 낮고, 섬유질이 풍부하다. 따라서 다이어트하는 사람들에게 더욱 좋은 채소다. 식물은 자신에게 필요한 기운을 더 잘 받아들이도록 형태가 만들어졌다. 배추는 무에 비해 잎이 넓고 둥글며, 햇빛이 잘 들고 습기가 적은 곳에서 잘 자란다. 반면 무는 잎이 좁고 줄기가 길고 뿌리에 기운이 영근다. 즉, 배추는 무보다 태양의 기운을 더 많이 필요로 하기에 배추는 음陰적이고 무는 양陽적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자신이 음기가 부족하다고 생각되면 배추를, 양기가 부족하다고 생각되면 무를 더 즐기면 되겠다.
당근이 전 세계 어느 곳에서나 사랑받는 이유는 특유의 예쁜 주황색이 음식을 화려하게 꾸미고 식욕을 돋우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단지 모양 때문만이 아니다. 그 색깔을 내는 영양소가 바로 베타카로틴인데, 이 영양소는 우리 몸속으로 들어가 비타민 A로 변한다. 비타민 A는 요즘 같은 가을철, 눈과 피부의 건조감을 느낄 때 섭취하면 좋은 영양소이며 피부 노화를 방지하는 데도 그만이다.우엉은 피를 맑게 하고, 열을 내리고, 독기를 배출하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는 식품으로 요즘처럼 인스턴트 가공 식품이 활개를 치는 시대에 꼭 필요한 채소이다. 또한 수용성 섬유질이 풍부해 대변의 양을 늘리고 장을 튼튼하게 해주어 변비로 고생하는 사람들에게도 좋다. 파는 <동의보감>에서 ‘파의 모든 부분이 다 약으로 쓰일 수 있다’고 했을 만큼, 음식도 되고 약도 되는 귀한 채소다. 따뜻한 성질이 있고, 맛은 잘 아시다시피 맵기 때문에 몸 안의 차가운 기운을 몰아내고 양기陽氣가 통하게 해주어 날씨가 서늘해질 때 먹으면 몸을 따뜻하게 보전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가을 하늘이 높다 하면 가을 바다는 어떠할까?
하늘의 모습을 투영하는 것이 바로 바다 아니던가. 가을엔 바다 역시 더 맑고 깊어 보인다. 물론 바다 속 물고기도 그 기운을 받아 살지게 마련이다. 11월이 되면 제대로 물이 올라 맛이 좋아지는 물고기가 있으니, 대표적인 것이 연어, 낙지 그리고 아귀다. 연어는 가을이 되면 바다로부터 고향인 강으로 돌아온다. 연어가 고소한 이유는 지방질을 많이 함유하고 있기 때문인데, 가을에 지방 함량이 더욱 높아져 10% 이상이 된다. 특히 연어의 지방에는 나쁜 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키는 오메가3와 뇌의 주성분인 DHA가 많아 두뇌의 힘을 좋게 하고 치매를 예방하는 데도 한몫한다. 연어는 다른 생선에 비해 비타민 A가 많은데, 거듭 말하지만 비타민 A는 가을에 더욱 진가를 발휘하는 영양소다.
낙지 역시 가을로 접어들면서 맛이 좋아진다. 낙지 같은 연체어류는 육식을 대체해도 좋을 만큼 뛰어난 단백질 식품이다. 낙지는 ‘소가 지칠 때 먹이면 벌떡 일어나서 일을 하게 된다’는 설이 있을 정도로 대표적인 강장 식품인데, 이는 타우린이라는 아미노산이 풍부하게 들어 있기 때문이다. 타우린은 간 기능을 도와 몸 안의 노폐물을 해독시키고, 기운을 끌어올리며, 남자의 정력을 북돋아준다. 남자에게 좋은 것이 여자에게라고 어찌 아니 좋겠는가. 낙지나 오징어 등에 콜레스테롤이 많이 들어 있어 꺼리는 사람도 있지만 이는 좁은 식견일 뿐이다. 낙지에 들어 있는 타우린이 콜레스테롤을 저하시키는 작용을 하니 이제 낙지 먹을 때 콜레스테롤 걱정은 하지 말자.
아귀는 여름에는 별로 잡히지 않고 11월부터 잡히기 시작한다. 흰 살 생선으로 지방은 별로 없고 단백질이 풍부해 다이어트하는 사람들에게 더욱 좋다. 비록 생긴 것은 흉측해도 살코기뿐 아니라 아가미, 간, 꼬리지느러미, 난소, 위, 그리고 껍질까지 다 먹는 알짜 생선이다. 껍질과 연골에는 콜라겐이 풍부해 피부 미용에 단연 최고이니, 주름지고 늘어지는 피부 때문에 고민인 여성들이여, 아귀를 사랑하자. 이것저것 다 먹을 수 있는 아귀의 몸 중에서 가장 별미를 꼽으라면 간을 빼놓을 수 없다. 여느 생선 간과는 달리 아귀의 간은 황적색을 띠는데 이는 카로틴계의 색소 때문이며, 비타민 A가 풍부해 가을나기에 최적의 먹을거리가 된다.

이 글을 쓴 이재성 씨는 <라디오 동의보감> 진행자로 유명해진, 그래서 우리에게 목소리가 더 친숙한 한의사입니다. 그가 ‘자연 안에 사람 있고, 사람 안에 자연 있다’는 한의학의 원리를 바탕으로 11월의 음식 재료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구선숙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8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