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TV 채널을 돌리다 ‘두뇌 음식’을 다룬 프로그램
또 요즘 ‘면역력’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재미 삼아 체크해본 ‘면역력 자가 진단’ 덕분이다. 세계적인 면역학자 아보 도오루가 감수한 <먹는 면역력>(전나무숲 펴냄)에 들어 있는 진단표로 생활 상태, 신체 상태, 정신 상태를 체크해본 결과, 현재 나의 면역 상태가 위험 수준에 가까운 ‘요주의 수준’으로 나온 것. 특히 ‘이번 주 나의 면역력’을 살펴본 결과, 어드바이스가 ‘만약 매주 이런 상태라면 병에 걸릴 가능성 높음’으로 나왔다는 말씀. 그래서 꼼꼼히 책을 읽으며 아보 도오루가 제안한 면역력 높이는 식사법에 밑줄을 그었다. 면역 밥상에 가장 세게 방점을 찍은 것은 현미나 해조류, 채소, 버섯 등이다. 이는 부교감신경을 우위 상태로 만드는 미네랄은 물론 식이섬유도 풍부하게 함유된 식품들이다. 그중 면역력 향상의 우등생은 ‘현미’. 매일 현미밥과 된장국을 기본으로 한 식사를 하는 것만으로도 면역력을 높일 수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현미는 벼의 겉껍질만 제거한 것이라서 표피와 배아를 먹게 되므로 재배 방법이나 생산자를 정확히 알 수 있는 것을 선택해야 한다. 좀 비싸긴 하지만 안전성을 신뢰할 수 있는 유기재배인증을 받은 것 중에서, 그리고 현미식 초보인 점을 고려해 덜 까끌거리고 단맛이 느껴지는 발아현미로 골라 장바구니에 담았다. 사실 농산물 코너에서 오랜 시간을 지체하는 이유 중 하나가 다양한 식품인증마크를 살펴보기 때문이다. 친환경농산물 코너에서 포장지 겉면을 꼼꼼히 살펴 유기농산물(다년생 작물은 3년 이상, 그 외 작물은 2년 이상 화학비료와 농약을 쓰지 않고 재배한 것)인지, 무농약농산물(농약은 사용하지 않고 화학비료만 권장량의 1/3 이내로 사용한 것)인지, 저농약농산물(제초제는 사용하지 않되 화학비료는 권장량의 1/2 이내, 농약 살포 횟수는 안전 사용 기준 1/2 이하로 사용한 것)인지 확인해 되도록이면 우리 땅에서 재배한 유기농산물을 구입하는 편이다. 비싸더라도 건강에 이롭고 맛 좋은 먹을거리를 섭취하겠다는 의지가 선택의 가장 큰 이유지만 나머지는 유기농산물이 많이 팔려야 국내 유기농가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과 응원, 그리고 나아가 환경에 대한 걱정도 한몫을 한다.
육류와 유제품 코너에서는 요즘 갈등이 좀 많아졌다. 비단 ‘광우병’으로 걱정되는 미국 수입 쇠고기 문제나 ‘조류 독감AI’ 파동 때문에 불거진 고민은 아니다. 얼마 전 비소설 부분 베스트셀러 1위에도 올랐던 <죽음의 밥상>(피터 싱어*짐 메이슨 지음, 함규진 옮김, 산책자 펴냄)을 읽고 나서부터 사고의 방향이 조금 달라졌다. 피터 싱어는 1975년에 <동물 공장>을 써서 관심을 불러일으킨 실천윤리학자로, 2005년 <타임>지로부터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 중 한 명으로 선정된 인물. 농부인 짐 메이슨과 함께 발로 뛰며 저술한 <죽음의 밥상>은 부제인 ‘농장에서 식탁까지, 그 길고 잔인한 여정에 대한 논쟁적 탐험’이 말해주듯 공장형 축산의 실태를 낱낱이 폭로한다. 미국의 사례를 통해 닭, 돼지, 소가 대형 농장 시스템에서 얼마나 비윤리적으로 사육되고 참혹하게 도살되는지, 싸구려 고기와 달걀, 우유를 생산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열대우림이 파괴되고, 얼마나 많은 산과 바다가 오물로 더럽혀지며, 얼마나 많은 이산화탄소가 대기권으로 날아가 온실효과를 부채질하는지를 적나라하게 고발한다. 일부분은 읽기 껄끄럽고 불쾌감을 줄 정도다. 그래서 육식을 거부하게 되었느냐고? 하지만 나는 이 책을 읽고도 그들처럼 채식주의자 반열에 끼지는 못했다. 미디엄으로 구운 스테이크의 부드러운 육즙과 다리를 꼬고 교태로운 자세로 담겨 나오는 복날 삼계탕의 유혹을 이겨낼 자신이 ‘아직은’ 없기 때문이다. 단지 먹을거리를 선택할 때 로컬 푸드나 공정 무역, 유전자 조작 식물 문제, 심지어 과식과 비만 문제 등 ‘윤리적인 성찰’을 한 번쯤은 거치게 된 게 최근 일어난 변화다. 육류 코너를 돌아 나오며 ‘국내산 한우 1+ ’라고 적힌 스테이크용 등심 두 조각을 제법 의미심장하게 골랐다.
무엇을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무주 산골에서 네 식구가 함께 농사지으며 건강하게 사는 장영란 씨의 글이 친절하게 조언해준다. <자연 그대로 먹어라>(장영란 글, 김광화 사진, 조화로운삶 펴냄)는 <죽음의 밥상>과 같은 취지의 내용을 훨씬 따뜻하고 가슴에 와 닿게 적고 있어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자연이 더러워지면 우리 몸도 더러워지고 / 철없이 먹으면 철이 없어지고 / 제철 먹을거리를 먹으면 싱싱해지고 / 씨앗이 없는 걸 먹으면 사람 씨도 부실해지고 / 살아 있는 씨를 먹으면 몸도 마음도 튼실해지고 / 먼 나

장보기에 대한 내 머릿속 한 뼘 생각을 주저리주저리 이야기하고 나니 브리야 샤바랭에게 한번 물어보고 싶어진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말해달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