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초리소 2 살치촌 3 카바노치 4 살치촌 5 누스햄 6 비프 파스트라미 7 비프 폴리시 8 컨트리소시지 9 브랏워스트 10 포크 파스트라미
빵에 머스터드를 바른다. 여기에 양상추 한 장, 얇게 썬 토마토, 햄 한 쪽을 올리니 훌륭한 한 끼 식사가 되었다. 트럼프 놀이에 열중하느라 따로 식사할 시간이 없어 샌드위치를 개발했다는 J. M. 샌드위치 백작. 만일 햄이 없었더라도 샌드위치를 개발할 수 있었을까? 아니, 맛있게 먹을 수 있었을까? 물론 햄이 아닌 고기를 구워 넣는 샌드위치도 있지만, 샌드위치엔 역시 질기지 않고 독특한 풍미를 지닌 햄이 제격이다.
때론 쫄깃하고 때론 부드러우며, 한 입 베어 물면 육즙과 향신료의 풍미가 강하게 전해지는 햄과 소시지는 유럽에서 온 음식으로 스페인, 독일, 이탈리아 등이 유명하다. <두산백과사전>에 따르면 그리스에서는 기원전 1천 년경부터 고기를 훈연하거나 소금에 절여 먹었다는 기록이 있고, 기원전 9세기에 쓴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는 고기 반죽을 창자에 채워 먹었다는 내용이 있다고 한다. 이런 문헌을 근거로 생각해보면 햄과 소시지가 얼마나 오랜 시간 동안 인류와 함께했는지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런데 무엇이 햄이고 무엇이 소시지일까? 쉽게 구분하자면 고기를 잘게 다져 각종 향신료와 부재료를 넣어 섞은 뒤 ‘케이싱casing’이라는 양이나 돼지의 창자에 넣은 것이 소시지, 고깃덩어리를 그대로 가공한 것이 햄이다. 소시지는 돼지고기 또는 쇠고기로 만들지만 햄은 주로 돼지고기를 이용한다. 이 중 돼지고기 넓적다리를 통째로 숙성시켜 만든 햄처럼 고기의 좋은 부위를 사용한 햄은 고급으로 구분된다. 그도 그럴 것이 신선하고 좋은 고기의 구입비, 소금에 절이고 훈연하여 만드는 공정에 들어가는 인건비, 공정 과정에 필요한 건조실과 훈연실 등 시스템 사용비 등을 고려하면 생고기보다 비쌀 수밖에 없고 생산량도 적을 수밖에 없다.
1 한경 화이트 소시지 2 훔메 초리소 3 훔메 파프리카 4 존쿡 생햄 5 훔메 뉘른베르거 6 존쿡 살라미
“가끔 햄과 소시지를 육류의 하위 개념으로 생각하는 분이 있는데, 햄과 소시지는 육류의 영양가를 디자인해서 먹을 수 있는 훌륭한 식품이에요. 가공하는 과정에서 첨가하는 재료나 훈연 방식에 따라 저지방, 고단백, 고칼로리 등으로 조절할 수 있고, 고추의 매운맛 또는 치즈의 고소한 맛도 첨가할 수 있지요. 햄과 소시지를 적극적으로 즐긴다면, 빠르게 세분화된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다양한 제품으로 식탁이 더욱 풍요로워질 것입니다.” 육가공 전문업체인 훔메유통을 운영하며, 국내 최초의 독일 국가 공인 육가공 마이스터Maister인 임성천 씨는 우리나라 스타일에 맞는 햄과 소시지가 많이 개발되어 육류를 즐기는 방법이 더 다양해지기를 소망한다. 예를 들어 독일이나 스페인 등 육가공 식품이 발전한 나라는 본인이 원하는 부위를 입맛에 맞게 가공한 제품을 주문해서 사 먹는 수제 햄 코너가 있을 정도로 햄과 소시지의 인기가 높다. 그리고 우리나라 역시 식문화가 다양해지고 외국 생활을 경험한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이런 제품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는 추세.
“지금은 소비자들의 인식이 크게 둘로 나뉜 것 같아요. 고급 수제 햄이나 소시지를 적극적으로 찾는 분과 무턱대고 육가공 식품을 폄하하는 분입니다. 안타까운 것은 육가공 식품이 건강에 해롭다는 오해입니다. 육가공 식품 전체가 건강에 해로운 것은 아니거든요. 요즘 건강에 대한 관심이 워낙 많아 햄과 소시지를 가공할 때 보존·발색제로 사용하는 아질산나트륨에 대한 문의가 많이 들어옵니다. 그런데 아질산나트륨 자체에 문제가 있다기 보다는 기준량 이상 넣거나 제품이 타도록 구워 먹는 것이 문제입니다. 수제 햄과 소시지를 제대로 만드는 곳에서는 아질산나트륨을 최소한 사용하고, 또 아질산나트륨을 넣지 않은 제품도 별도로 판매합니다. 혹시 걱정되신다면 그런 제품을 선별해서 먹는 것이 좋겠지요.” 임성천 마이스터의 조언에 따르면 소시지 등 아질산나트륨이 함유된 제품은 끓는 물에 2~3분간 데쳐 먹으면 나쁜 영향이 없다고 한다.
짭조름한 맛과 적당한 기름기에 쫀득쫀득하고 고소한 햄과 소시지는 끓는 물에 데치거나 오븐에 구워 밥반찬으로 먹어도 좋고, 와인이나 맥주 안주로도 잘 어울린다. 또 몇 가지 재료를 더해 조리하면 훌륭한 일품요리가 되니 잘만 활용한다면 일석다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자, 그럼 이제 간단하게 준비해 근사하게 즐길 수 있는 맛있는 햄과 소시지 요리를 맛보자.
1 한경 안심햄 2 한경 로인햄 3 존쿡 살라미 4 한경 크로이터케제
햄과 소시지 관련 용어
부르스트wurst 소시지 이름에 가장 많이 들어가는 단어가 부르스트다. 영어의 소시지sausage가 독일어로는 부르스트인 것. 부르스트 앞에는 독일 지명이나 고기 부위를 붙이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하몬Jamon 스페인 사람들은 하몬이 축구만큼 중요하다고 말할 정도로 하몬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스페인의 전통 햄인 하몬은 돼지 뒷다리를 통째로 소금에 절여 한랭건조한 바람에 장기간 숙성시켜 만드는 생햄이다. 보통 3개월 이상 숙성시키며 길게는 18개월까지도 걸린다. 하몬은 되도록 얇게 썰어 먹는데, 짭짤한 맛과 쫄깃하게 씹히는 느낌이 있다.
프로슈토prosciutto 이탈리아어로 햄을 뜻하는데, 스페인의 하몬과 만드는 법과 맛이 비슷하다. 프로슈토 중 가장 유명한 프로슈토 파르마prosciutto di parma는 이탈리아 중북부 지방의 지명 파르마Parma를 붙여 파르마 지방의 햄을 의미한다. 돼지 뒷다리를 천일염으로 염장하고 자연 상태에서 1년 이상 건조 숙성시켜 만드는데 빛이 투과될 정도로 얇게 썰어 멜론, 빵, 치즈와 곁들여 먹는다.
싱켄schinken 독일어로 햄을 뜻한다. 스페인의 하몬과 이탈리아의 프로슈토처럼 생햄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훈연, 가열 처리한 제품이 많다. 돼지고기 넓적다리 살을 훈연한 누스 싱켄(누스햄)이 대표적이며, 보통 도톰하게 썰어 바비큐를 하거나 샌드위치로 만들어 먹는다.
초리소chorizo 스페인풍의 반건조 훈연 소시지. 할리피뇨의 매콤한 맛을 가미해 색다른 식감을 주는 고급 소시지다. 다진 돼지고기에 향신료를 넣어 건조하거나 훈연해서 만드는데 매콤해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맛에 잘 맞는다.
살라미salami 이탈리아의 대표 식품 중 하나인 살라미는 소시지를 발효한 뒤 숙성, 건조하여 만든다. 대체적으로 발효 일주일, 숙성 및 건조 시간이 1개월에서 6개월까지 걸린다. 우리나라에서는 피자 토핑에 많이 이용하며, 따로 익힐 필요 없이 생으로도 먹을 수 있다.
파스트라미 pastrami 쇠고기 또는 돼지고기를 훈연한 뒤에 겉면에 후추를 비롯한 여러 가지 향신료를 바른 햄.
살치촌 salchichon 돼지고기를 다져 향신료를 넣은 다음 건조나 훈연을 통해 만드는 소시지. 초리소와 비슷한 방법으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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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달 카드로 배우는 요리에서는 허브 요리 연구가 박현신 씨가 햄과 소시지를 이용한 다양한 요리를 소개합니다. 박현신 씨는 전원주택에 살면서 지인들과 바비큐 파티를 여는데, 이때 직접 만든 소시지를 대접하곤 합니다. 한꺼번에 만들어 보관하기도 편하고, 고기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쉽게 먹기 때문이라는 박현신 씨의 요리는 참간단해 보입니다. 초리소와 햄 오믈렛, 다진 햄을 채워 넣은 양송이 구이, 프랑스 샌드위치 크로크 마담 등을 10분 만에 ‘뚝딱’ 준비해 오븐에 넣었으니까요. 담아내면 근사해 보이지만 만드는 법은 쉬운 요리를 추구하는 박현신 씨의 맛있고 간단한 레시피, 직접 경험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