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기계가 만들기 쉽도록 한다 모든 계층의 사람들이 동등하게 누릴 수 있는 디자인. 그 해답은 기능과 생산 비용을 고려한 형태에 있었다. 복잡한 기술이나 장식은 최대한 배제한 채 소재의 특성을 충실히 반영하며 제품을 만들었다. 이때부터 생산 과정이 디자인의 일부가 되었다.
바우하우스의 대표 제품들로 꾸며놓은 거실.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옥좌의 X자형 다리에서 모티프를 따온 바르셀로나 의자(디자이너: 미스 반 데어 로에), 자전거에서 영감을 얻어 강관을 구부려 만든 바실리 의자(마르셀 브로이어), 다시 바르셀로나 의자, 그랑 콩포르(르 코르뷔지에)가 놓여 있다. 이들은 이 시대의 아이콘이다. 흰색 사이드 테이블은 가구숍 인엔이 소개하는 프리츠 한센의 ‘리틀 프렌즈’로 1925년 만들어진 강관 소재의 원형 받침에 곧게 선 다리, 높낮이 조절이 가능한 다기능 사이드 테이블을 닮았다. 테이블 위에는 ‘다스 바우하우스 세트’(카드)가 놓여있다. 바실리 의자 뒤쪽의 패브릭은 마리메코 제품으로 삼각형의 기하학적 패턴을 반복적으로 사용했다. 바우하우스 양식은 훗날 북유럽 모던 디자인에도 영향을 미쳤는데, 마리메코는 자연주의에 근간을 둔 핀란드 모던 디자인의 대표 브랜드이기도 하다. 선반에 고정된 스탠드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마영범 씨의 바우하우스 컬렉션 중 하나, 바르셀로나 의자는 ㈜한샘인테리어 소장품, 바실리 의자와 그랑 콩포르는 다다도프, 러그는 디자인 루 제품.
2 기능적인 것이 가장 아름답다 예술가들을 쓸모 있는 산업 제품을 디자인할 수 있게 교육시키는 것이 목표였던 이들에게 디자인이란 기능을 따르는 것이었다. 이런 논리는 공예에 기반한 장식적인 기교가 돋보이는 디자인과는 정반대의 입장이었다. 가구는 생활을 위한 장비 혹은 기계였기 때문이다.
독일 기능주의 미학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는 주방가구 브랜드 ‘불탑Bulthaup’. 특히 불탑 디자인의 뛰어남은 미드웨이 부분의 수납공간을 비롯해 수전 등 다양한 액세서리에서 두드러지며 군더더기 없는 형태로 기능을 최적화했다. 사진의 B3-51 모델은 간결한 선으로 평면을 분할해 들어가듯 조형적으로 디자인했다. 이 제품은 구조와 기술상의 문제로 국내에는 시공이 불가능하다. 미드웨이 수납장에 꽂힌 소스 통은 네덜란드 브랜드 로얄 VKB의 ‘스퀴즈 보틀’로 에디터 소장품, 사각형의 심플한 커피 메이커는 일렉트로룩스 제품, 가스레인지 위에는 간결하고 기능적인 아름다움으로 전 세계인을 사로잡은 자스퍼 모리슨이 디자인한 ‘포츠 & 팬스Pots & Pans’ 6종 세트 중 프라이팬과 양수냄비가 있다. 한룩스에서 판매한다.
(오른쪽) 20세기 초반 기계 생산 시대의 서구 소비자들은 식품과 물품을 거의 파손되지 않은 상태로 구입할 수 있었다. 발달된 포장 기술의 영향 때문이었다. 20세기의 포장은 물품의 보존과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이란 기능에 충실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달걀 상자다. 1997년 판지를 압착시켜 만든 이 상자를 대체할 만한 제품이 아직 나오지 않았을 정도로 혁신적이다. 1950년대 스웨덴 산업 디자인의 아이콘으로 자리 매김 한 테트라 팩의 미니 밀크 용기는 액체를 종이에 저장할 수 있게 했다. 1960년대 수요가 증가하면서 패키지의 형태는 사각형으로 바뀌었다. 르쿠르제의 심플한 냄비 옆으로 이딸라의 솔트&페퍼 용기가 있다. 상단 핸들을 돌리면 통후추가 갈린다. 기능이 곧 형태가 된 것. 냄비 받침은 에디터 소장품, 주스 패키지 옆의 ‘타우’ 보틀 워터는 물의 순수함을 형상화하며 소비자와 커뮤니케이션에 적합한, 군더더기 없는 디자인이다. 그 앞으로는 피라미드 형태의 테트라 팩 미니 밀크 용기와 단순한 형태의 녹차 티백이 있다.
1 아일랜드 타입으로 상판과 도어에 라미네이트를 사용해 실용성을 고려한 불탑의 B3-53. 그 위에 사각형 캐니스터와 자니&자니Zani&Zani사의 커틀러리 세트, 소스 용기 세트가 놓였다. 바우하우스 시대의 조명기구와 차 주전자 등에서 보여지듯 반구 형태가 간결하고 기능적인 곡선과 만난 디자인이다. 뒤로 보이는 유리 접시 세트는 골든 가구 제품. 이 시기를 거치면서 도자기로 만든 그릇 대신 유리로 만든 그릇이 등장했다. 바우하우스 건축 양식의 상징이었던 유리가 식탁으로까지 옮겨 온 것이다. 산업 생산에 적합한 경제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소재라는 이유로. 이미 1930년대부터 생활 속에 널리 사용된 사각형 저장 용기는 포개어 사용할 수 있고, 수납 시 차지하는 불필요한 면적을 최소화한 디자인이라는 점에서 각광받았다. 사각 유리 캐니스터 세트는 투데이즈 홈 제품.
2 마리안네 브란트가 디자인한 실버 티 세트.
3 하우스 암 호른Haus Am Horn의 주방. 두 사진 모두 바우하우스를 대표하는 디자인이다.(사진 출처
3몬드리안과 칸딘스키처럼 색감과 패턴을 넣어라 러시아 구성주의(이를 테면 몬드리안의 회화 같은)에서 볼 수 있는 가장 순수한 조형 요소, 즉 직교하는 선과 면, 빨강·노랑·파랑의 3원색에 무채색을 함께 사용했던 방식은 바우하우스 양식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이는 데사우 바우하우스 학장실에 집중적으로 드러나 있다.
(왼쪽) 책상 위의 퍼페추얼Perpetual 캘린더와 돌멘Dolmen 미니 라디오는 원형과 사각형을 기본으로 디자인을 전개한 제품으로 모마 온라인 스토어에서 구입할 수 있다. 캘린더는 러시아 구성주의 화가 칸딘스키의 추상회화에서 영향을 받은 듯 디자인되었다. 심플하고 기능적인 독일 필기구 브랜드 라미와 스웨덴 스테이셔너리 브랜드 북바인더스의 노트들도 놓여 있다. 바우하우스 스탠드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마영범 씨 소장품, 계산기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콤파스는 바우하우스적인 모티프를 표현하는 데 필수적인 도구였다. 몬드리안의 추상회화를 연상시키는 듯한 표지의 책은
(오른쪽) 금속과 나무로 단순한 격자 형태 구조를 만들고 문과 서랍을 단 책장과 책상을 놓은 서재. 가구는 1950년 현대 가구 디자인의 거장 찰스&레이 임스 부부가 디자인했다. 삼원색을 칠해 제품에 포인트를 주며, 규격화되고, 산업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바우하우스의 가구들과 맥을 같이한다. 책상 위의 심플한 B&O 전화기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당시에는 가구가 파티션과 같은 요소로 사용되기도 했다. 사용자가 원하는 용도에 따라 조립이 가능하며, 미국식 기능주의의 상징인 허먼 밀러사에서 만들었고 인노바드에서 판매한다. 허먼 밀러 의자 역시 인노바드 제품.
1 마르셀 브로이어가 디자인한 여성용 드레싱 룸.
2 데사우 바우하우스의 학장실로 발터 그로피우스가 직접 디자인했다.(사진 출처:
4 모두가 소유할 수 있는 디자인을 만들자 ‘나도 소유할 수 있는 디자인’ ‘노동자의 노동 환경을 고려한 공간’처럼 전후 혼란기를 겪고 있는 사람들에겐 디자인이 정신적·물질적 안정을 위한 수단이기도 했다. 작업 내용에 따라 동선을 계획하고 쾌적한 환경을 만드는 데 공을 들였다. 공장은 물론 학교 같은 공공 공간과 집 안의 주방, 서재 같은 공간에 관심을 기울인 것이다.
(위) 나무와 철골을 이용해 학생용 가구를 만들었던 바우하우스의 영향을 받아 디자인된 왼쪽 책상은 1950년대 영국 초등학교 책걸상 세트로 디자이너 주 제품. 오른쪽의 일체형 책상과 걸상 및 조명은 인테리어 디자이너 마영범 씨의 소장품. 벽 선반의 사각형 오브제는 야마하의 YSP-1100. 홈시어터 음향 구현에 필요한 여러 대의 스피커가 이 하나에 모두 내장되었다. 일본의 현대 디자인은 바우하우스의 역사 위에 세워졌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 일본 특유의 기능적이고 심플한 특징이 잘 드러난다.
1 당시 학교에서 사용했던 책걸상 세트 디자인.
2 마르셀 브로이어가 디자인한 그로피우스의 집 거실 풍경.(사진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