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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집_싱글 하우스 하우스 메이크오버
사람도 집도 저마다의 특색을 가지고 있다. 헤어스타일리스트 우소라 씨는 화보 속 모델의 매력을 끌어내듯 8평 원룸을 개성 넘치는 공간으로 완성했다.

헤어스타일리스트로 일하는 소라 씨는 여덟 평 원룸을 오밀조밀하게 꾸며 활용한다.


화보라는 집합체는 여러 가지가 잘 맞물릴 때 멋진 결과로 귀결한다. 명확한 주제와 콘셉트는 물론, 이에 맞는 의상과 소품도 일관된 톤 앤 매너를 갖춰야 한다. 현장을 진두지휘하는 디렉터의 소통 능력과 포토그래퍼의 이해도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는 현장에서 소라 씨가 맡은 일은 렌즈 앞에 선 모델의 헤어스타일을 만지고 다듬는 것이다.


“사람마다 두상이 달라요. 어떤 모델은 두상이 구형인 반면, 누군가는 이마나 뒤통수가 납작하기도 하죠. 스타일링에 앞서 해야 하는 건 모델의 특징을 파악하는 거예요. 그래야 어디에 볼륨을 넣어 밸런스를 잡을지 정할 수 있거든요.”

 

소라 씨는 이 집의 매력인 커다란 창문을 중심으로 본인만의 방을 꾸몄다.

 

창문 난간, 테이블, 그 위에 올린 화분 등을 모두 직접 제작하고 스타일링했다.


브랜드의 톤이나 촬영 콘셉트를 이해하고 거기에 맞는 방안을 제안하는 소라 씨는 5년간의 어시스턴트 생활을 끝내고 어엿한 헤어스타일리스트가 됐다. 집에서 독립한 것도 그 무렵이다. 첫 자취 생활의 터전으로 고른 곳은 서울 이태원. 작업을 위한 각종 장비를 캐리어에 싣고 서울 곳곳을 쏘다녀야 하는 업의 특성상 이태원은 어느 곳을 가기에도 용이한 위치였다.


그가 여덟 평짜리 원룸을 처음 만난 건 3년 전 선선한 가을날이었다. 오래되고 허름한 외관에 대로변에 밀접해 얼핏 봐도 소음에 노출된 듯한 집의 위치는 보통 사람이라면 쉬이 선택하기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소라 씨는 다르게 생각했다. “큼지막한 창, 신축이 아닌 구옥, 창밖으로 보이는 아기자기하면서도 이국적인 풍경이 매력적이었어요. 창밖에서 들리는 소리도 사람 사는 느낌이 들어 나쁘지 않았고요.”

 

부엌에는 스테인리스 스틸 소재의 수납장을 놓아 포인트를 주었다. 수납장은 요리 테이블, 때로는 우동이의 캣타워가 되기도 한다.

 

소라 씨는 창문을 바라볼 수 있게 창문 반대편에 마라룽가 소파를 놓았다. 벽면에는 그가 좋아하는 오브제와 액자 등을 걸었다.


통창 보는 게 너무 좋아 한겨울만 아니면 창을 빼놓고 산다는 소라 씨. 집의 구조를 창문을 중심으로 갖춰나가는 건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다. 창과 마주 보는 자리에 소파를 두고 소파 맞은편에 TV를 놓았다. 이를 기준으로 오른편에는 침대를, 왼편에는 각종 수납장을 두었다. 휑해 보이는 게 싫었던지라 벽에는 액자와 오브제를 하나둘 걸기 시작했고, 군데군데 패브릭을 달아 커튼 겸 파티션으로 활용했다.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틈만 나면 물건을 만든다는 소라 씨는 집에 필요한 가구도 직접 만들었다. “바닥에 놓인 협탁은 사용하던 난로 위에 합판을 붙여서 제작한 거예요. 싱크대 옆에 달린 페도라 조명은 선, 전구, 소켓을 사서 만들었어요. 마침 쓰지 않는 페도라가 보여서 전등갓으로 활용했죠.”

 

침대 밑 수납장을 빼고 반려묘 우동이를 위한 숨숨집을 원룸 모양으로 만들었다. 실제 사람 방처럼 액자와 오브제 등을 배치했는데, 모두 소라 씨가 직접 제작한 것이다.


소라 씨의 손재주를 볼 수 있는 하이라이트는 동생이자 반려묘 우동이의 원룸이다. “침대 밑 수납함을 열고 닫을 때마다 우동이가 계속 관심을 보였어요. 그래서 서랍을 빼고 우동이의 숨숨집으로 만들었죠.” 수납장을 빼고 휑해진 공간에 나무막대와 합판을 이용해 벽과 바닥을 만들고 그 위에 푹신한 방석을 깔았다. 웃풍이 드는 집의 특성을 고려해 우동이의 방에도 전기장판을 넣어주고 프라이버시를 고려해 커튼도 설치했다.

 

침대 밑 수납장을 빼고 반려묘 우동이를 위한 숨숨집을 원룸 모양으로 만들었다. 실제 사람 방처럼 액자와 오브제 등을 배치했는데, 모두 소라 씨가 직접 제작한 것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각자의 색이 있어요. 저는 그것이 좀 더 잘 보이도록 가꾸는 일을 하는 사람이에요. 허름해 보이고 울퉁불퉁한 집에도 분명 매력이 있거든요. 거기에 어울리는 무언가를 발견하고 이를 끌어낼 때 보람을 느껴요. 누군가 단점처럼 여기는 것을 장점으로 승화시키는 게 즐겁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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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승훈 기자 | 사진 이기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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