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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집_싱글하우스_세트 스타일리스트 최소영 컬러와 식물로 완성한 우림
나의 세계를 색으로 표현한다면? 세트 스타일리스트 최소영 씨는 이 질문에 가장 다채로운 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닐까. 녹색 화분과 그에 어울리는 여러 컬러 아이템이 공존하는 그의 알록달록한 우림 속으로.

방에서 해가 가장 잘 드는 창가. 한쪽에는 작업 테이블을, 맞은편에는 안락의자를 두었으며, 식물 사이사이 보이는 블루와 오렌지 포인트가 그의 우림을 더욱 다채롭게 만든다.
만물의 색을 품은 자연. 그 다채로운 컬러 중 인간이 육안으로 가장 정교하게 구분할 수 있는 컬러는 그린이라고 한다. 자연에서 생존하기 위해 다른 색보다 녹색 수용체가 많은 쪽으로 진화한 결과라는데, 녹음 우거진 숲속이 인공적으로 여러 색의 레이어를 쌓아둔 공간보다 심도 있는 풍경을 자아내는 걸 돌이켜보면 쉽게 납득되는 연구 결과다. 이달의 1집러 최소영 씨의 집은 여러 의미에서 작은 우림과 같은 곳이었다.

식물의 건강을 위해 해가 가장 잘 드는 창가 주변은 식물이 주인공인 공간으로 꾸몄다. 창틀부터 안락의자 주변까지 식물로 뒤덮고 해를 더 잘 볼 수 있도록 책을 높게 쌓아 받침을 만들었다.
어느덧 3년째 세트 스타일리스트로 일하는 소영 씨는 18평 구옥 빌라에 식물과 경험으로 가득 찬 우림을 가꾸는 사람이다. 그의 우림이 이토록 다양해지기 시작한 건 남아메리카로 긴 여행을 떠난 직후부터다. “미술대학을 졸업한 뒤 유명 영어 학원에서 강사로 일했어요. 목조 선박 건조를 업으로 삼고 싶어 이를 공부하기 위한 자금을 모으려고 시작한 일이었는데, 그 일을 생업으로 삼는 것에 대한 의문이 생기면서 근속 기간이 길어졌죠. 그때부터 하루하루 시간을 버리는 것만 같아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더라고요. 긴 고민 끝에 직장을 그만두고 두려움과 직면하고자 가장 낯선 곳인 남미로 향하는 비행기 편도 티켓을 끊었어요.” 아무런 계획이 없었기에 여행 기간 내내 현재에 충실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의외의 행복을 선물했고, 그런 경험 덕에 한국에 돌아올 때는 커리어에 대한 걱정보다는 ‘나를 행복하게 하는 일’에 집중해 영상 편집자라는 새로운 직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침대 주변은 해가 적게 들어 식물 배치를 최소화하고 키치한 패턴과 컬러, 소품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베란다와 이어진 주방. 최근 상·하부장 컬러를 바꾸면서 이와 잘 어울리는 빈티지 냄비, 컬러풀한 식기를 새로 장만했다고.
세트 스타일리스트는 5년 전 여행을 끝마친 후 소영 씨가 두 번째로 도전한 분야다. 제주도에 살며 시작한 집 꾸미기를 계기로 시작하게 된 일인데, 뷰티·리빙·푸드·패션 등 다양한 분야의 제품을 비롯한 광고사진 및 영상을 연출하고 있다. “저는 금방 싫증을 느끼는 편인데, 매번 다른 제품과 콘셉트의 촬영을 준비하다 보니 매일이 새로워 만족하며 일하고 있어요. 집도 마찬가지예요. 꾸준히 바뀌는 제 취향을 모두 품으면서 식물에게도 건강한 생육 환경을 만들어주고자 여유를 두었답니다. 제주도에 살 때는 식물의 매력에 막 빠진 시기라 집이 밀림처럼 식물로 가득했거든요.” 그의 설명처럼 지금의 집은 식물이 없는 곳에는 색이, 색이 없는 곳에는 식물이 가득해 컬러 레이어가 층층이 쌓인 모습이었다.

왼쪽 어린 시절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를 감명 깊게 읽어 언젠가는 작은 시트러스 나무를 기르고 싶다는 로망이 있었다고 한다. 제주도 시장에서 딱 알맞은 사이즈의 금귤나무를 발견해 지금까지 잘 기르는 중이라고. 오른쪽 소영 씨가 수집하는 것들. 용도·용량별 물뿌리개와 좋아하는 일러스트레이터 키미KIMI가 디자이너 일이12와 만든 스튜디오 키미앤일이의 달력 및 엽서.
현관과 이어진 작은 주방 겸 거실을 지나면 오른편에는 넓은 베란다가, 안쪽에는 방이 있는 구조인데, 일부 수경 재배 식물을 둔 주방에는 강렬한 레드와 옐로가 어우러진 상·하부장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방은 크게 작업 공간, 휴식 공간, 침실로 나뉜다. 먼저 해가 잘 드는 창가에는 작업 테이블과 휴식용 안락의자를 두고, 빈 곳은 화분으로 채웠다. “세트 스타일링을 하며 축적한 노하우를 발휘해 색과 가구, 식물이 조화로울 수 있는 배치를 연구했어요. 오렌지와 블루가 생각보다 활용성이 높아 작업용 테이블 다리와 의자, 맞은편의 암체어와 아래에 깐 러그까지 다양하게 활용했죠. 이때 제가 좋아하는 다른 컬러나 익살맞은 오브제들과 부담 없이 어우러지게 채도와 명도를 적절히 조절했답니다.”

왼쪽 작업 테이블 위에도 익살맞은 소품이 가득하다. 그중 라이프앤콜렉트의 플러피 타임 클락은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서 구입했다. 오른쪽 언제든 식물을 관리할 수 있게 선반장에 식물용 가위를 위한 수납공간을 따로 만들었다.
식물이 있는 집 전체를 좋아하지만, 특히 안락의자는 화분으로 감싸듯이 연출해 연한 블루 컬러 쿠션과 식물의 다층적 그린이 작은 숲을 연상시키므로 완전한 휴식을 취하기 완벽한 조건을 갖췄다고.
최소영 씨는 아직도 자신의 행복을 위해 필요한 것을 하나씩 알아가는 중이라고 한다. 제주도 북향집에서의 경험을 지금 집에 담았듯 다음 집에도 직접 부딪치며 깨달은 행복의 조건을 하나씩 실현하려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 앞으로 그의 우림에 얼마나 더 많은 색이 더해질지 기대된다.

1 남미 여행 중 만난 알파카 인형. 작지 않은 사이즈인데도 한국까지 챙겨 왔다.
2 식물의 건강을 위한 영양제를 모아둔 툴 박스. 영양제마다 이름과 사용 방법 등을 라벨링해두었다.
3 친구가 덴마크에서 사다 준 스튜디오 아르호이Studio Arhoj의 세라믹 연필꽂이와 오브제 고스트. 특히 고스트는 덴마크 국민 유령이라 불릴 정도로 인기가 많다.
4 장식용으로 구입한 네덜란드 가드닝 브랜드 에슈어트 디자인의 새싹 전용 요정 할아버지 물뿌리개.
5 제주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제는 생명력이 강한 식물을 주로 기른다는 소영 씨. 디시디아 오이안사 역시 일조량과 습도에 민감하지 않은 덩굴식물이다.



나만의 취향을 발견할 수 있는 <1집구석>에서 최소영 님 인터뷰 보기!
▶나만의 작은 우림, 세트 스타일리스트의 생기 넘치는 공간


글 최지은 기자 | 사진 이우경 기자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5년 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