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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에세이 서촌×연작 1백 년 전으로 떠나는 시간 여행

한옥에세이 서촌은 1백 년 전 베이스 프렙을 연구하던 연작의 상상 속 실험실로 변모했다.
누하동의 어느 한적한 골목, ‘한옥에세이 서촌’은 한식 담장과 벽돌담이 어우러진 풍경 사이에 차분한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다. 정석원 이사가 기획한 한옥에세이의 첫 번째 공간인 이곳은 건축가 지랩이 ‘환대’라는 테마에 사랑채 이미지를 더해 80년 된 도시 한옥을 ‘스스로를 위한 사랑채’로 고친 스테이다. 정석원 이사의 표현을 빌리자면 검소하되 누추하지 않은 검이불루의 공간. 왼쪽으로는 정갈하게 꾸민 담장과 정원이 맞이하고, 마당을 향해 열린 오른편 건축물은 짙은 브라운색 목재 기둥과 대들보 그리고 같은 톤으로 맞춘 가구까지 어우러져 자그마한 규모이지만 한옥의 고즈넉한 정취를 듬뿍 느낄 수 있다.

자연과 한국의 전통 한방에 바탕을 둔 스킨케어 브랜드 ‘연작’은 이곳에 가상의 실험실을 열고, 1백 년 전 연작의 시간으로 초대했다. “지난해 북촌 행복작당에서는 브랜드의 정체성인 전초全草를 여러 장면으로 보여줬다면, 이번에는 베이스 프렙 제품 하나에만 집중했어요.” 베이스 프렙은 스킨케어 마지막 단계에서 메이크업을 자연스럽게 피부에 밀착시켜주는 수분 베이스 제품으로, 연작의 마스터피스이자 베스트셀러다. 미색 펄이 자연스럽게 광을 내주고, 메이크업의 지속력을 높여줘 요즘처럼 더운 날씨에 더없이 좋을 아이템. “베이스 프렙을 매개로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추구하는 저희 브랜드의 정체성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러다 ‘신문물이 급격히 들어오던 1백 년 전 베이스 프렙을 연구하는 실험실이 있었다면 과연 어떤 모습이었을까?’ 떠올렸고, 그 생경하고도 흥미로운 장면을 이번 전시의 주제로 삼게 됐죠.”


대문을 들어서자마자 정원과 베이스 프렙 제품이 관람객을 반겼다.
연작 브랜드 팀은 이러한 테마를 가장 잘 구현해줄 비주얼 디렉터로 고취소관 고리원 대표를 택했다. 그는 한국의 전통에 현대적 미감을 더해 스타일링하는 작업을 꾸준히 해왔다. 연작의 정체성과 어울리는 장면을 만들기에 최적의 인물이었던 셈. “책가도를 콘셉트로 3백여 권의 책, 실제 그 시대에 사용했던 경대와 반상 등의 기물, 옥새 같은 진귀한 공예품까지 하나하나 골라 상상 속 1백 년 전 연구실 풍경을 구현했습니다. 그리고 베이스 프렙의 컬러인 노랑을 곳곳에 녹여냈어요.”

그의 디렉팅을 거쳐 조용한 안식처의 모습이던 한옥에세이 서촌은 3일 동안 1백 년 전 실험실로 완벽하게 변신했다. 대문을 열면 플라워 디렉터 1304(@1304flowerstudio)가 한식 담장과 어울리도록 연출한 정원과 그 옆에 놓인 베이스 프렙 모형이 맞이하고, 책이 가득 쌓인 공간에는 박물관에 전시될 법한 귀한 기물 사이로 베이스 프렙이 우아한 자태를 뽐냈다. 관람을 마친 후에는 안쪽 테스트 존에서 전초 향을 음미하며 제품을 체험해볼 수도 있었다.


베이스 프렙 체험 존. 왼쪽의 거대한 식물은 박주애 작가가 전초를 형상화한 작품.

메이크업을 자연스럽게 밀착시켜주는 스킨케어 제품인 베이스 프렙은 사용자에게 사랑받는 연작의 베스트셀러 중 하나다.
전시의 또 다른 주인공은 연작의 핵심 키워드인 ‘전초’의 이미지를 표현한 설치 미술가 박주애의 강렬한 작품. 전초는 효삼의 뿌리, 침향나무의 줄기, 치자의 꽃 등 식물의 모든 부위에서 가장 좋은 것만 추출해 만든 연작의 독자 성분이다. “빨강이나 보라 등 컬러풀한 색감을 거침없이 구사하는 박주애 작가의 작업이 실재하는 동시에 가상의 식물인 전초의 에너지 넘치는 모습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어요.” 고리원 대표의 디렉팅 아래 벽난로는 거대한 식물이 됐고, 넓은 욕조는 몽환적인 전초 재배실로 바뀌어 환상적 분위기를 더해준다. 서양의 무드가 뒤섞인 한옥,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연출한 전시, 스킨케어와 메이크업의 경계를 넘나드는 베이스 프렙까지. 각자의 모호한 경계가 어우러지며 80년의 세월을 품은 한옥은 연작이 상상한 풍경으로 마음껏 물들었다.

문의 연작(1644-4490)

글 정경화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4년 7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