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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을 들이고 영역을 존중하는 반려묘 집 짓기
맞춤 설계부터 추천 자재까지 한 지붕 아래 사람과 동물의 공존을 고민하는 건축가 박지현, 조성학의 슬기로운 건축 노트.

선정릉이 내다보이는 비유에스아키텍츠건축사사무소 사무실에서 만난 박지현(왼쪽), 조성학 소장.

효창동 주택의 계단에 앉아 있는 고양이. 건축주는 이곳 주택을 지은 후에 고양이와 살게 되었다. 건축주 제공
“책을 만들면서 내린 결론은 사람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이면 고양이도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거였어요.”

버스는 우리가 일상에서 가장 쉽게 만나는 대중교통 수단이면서 때로는 늘 지나는 풍경도 평소와 다른 속도로 바라보게 하며 도시를 새롭게 감각하도록 돕는 존재다. 비유에스BUS아키텍츠건축사사무소 또한 그 이름처럼 건축가의 상상력을 발휘해 일상 공간을 이야기가 담긴 장소로 만들어왔다. 여러 유형 중에서도 동화적 상상력이 특히 잘 드러나는 프로젝트는 바로 동물과 함께 사는 집이다. 다각형 평면 위로 고양이 얼굴을 품은 계단을 놓거나(용인 ‘묘각형주택’) 고양이가 감시하는 일터를 탄생시키고(쌍문동 ‘쓸모의 발견’), 동물과 사람이 각자의 공간을 점유하는 평화를 짓기도 한다(동천동 주택). 반려동물을 위한 집 짓기는 사람이 사는 집과 많이 다를 것 같지만, 결국 본질은 같다. 나와 조금 더 다른 식구의 성향과 생활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방식을 고민하는 것. 그리고 그것은 사람과 동물에게 같은 농도의 관심을 기울일 줄 아는 건축가의 태도에서 비롯된다.


묘각형주택의 오각형 평면을 둘러 오르는 곡면 계단. 뚫린 모습이 고양이 얼굴을 닮았다. ⓒ노경

묘각형주택 3층 작업실. 오각형 평면의 둔각 모서리는 직각 벽보다 한층 부드럽게 열려 있는 느낌이다. ⓒ노경
올해 5월, 10주년을 맞았어요. 젊은 건축가에게는 호락호락하지 않은 10년이었을듯 해요.
박지현 <내 작은 회사 시작하기>라는 책에서 10년이 지나면 안정권이라고 하던데, 아닌가 봐요.(웃음) 요즘 건축 시장이 어렵다 보니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고민하게 되고, 뜻깊으면서도 과제가 많은 해가 될 것 같아요.
조성학 그래도 예전에는 정신없이 일하고 방황했다면, 요즘은 우리가 뭘 하는 회사인지 윤곽이 뚜렷해졌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건 어떤 모습이었나요?
조성학 저희는 둘 다 한국에서 태어나 초·중·고·대학교를 졸업한,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한국인 중 한 명이에요. 비슷한 일상의 경험을 지니고 있어서 오히려 보편적 공감대가 있는 건축가랄까요. 설계할 때도 어린 시절 경험이나 겪은 공간 속 이야기에서 출발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걸 바탕으로 뻔한 공간보다는 상상력을 자극하고 유머러스한 공간을 지으려 노력합니다.

2020년 젊은건축가상 수상 때 등장한 ‘동화적 상상력’이라는 방법론과도 이어지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박지현 사무소를 함께 운영하고 있지만, 그 전에 오래된 친구이다 보니(두 사람은 회사를 같이 운영하고, 양평에 함께 집도 짓고 이웃하며 산다) 설계할 때도 “이거 재밌겠는데?” 하면서 농담하거나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를 하다가 풀리는 경우가 많아요. 다른 사람과 일했으면 이렇게 못 했을 거예요.

고양이는 털이 많이 날리고 배변 방식이나 수직적인 활동 반경 등 특이한 점이 많아요. 성격이 굉장히 다른 룸메이트와 사는 것 같달까요. 각자 분리된 공간을 두는 것도 슬기로운 접근이 될 수 있어요.


외부에는 조경가 아내를 위해 볕이 조금씩 다르게 드는 여러 개의 마당을 뒀다. ⓒ노경

효창동 주택의 침실. 도심 협소 주택의 입체적 공간감은수직 생활을 하는 고양이와 잘 어울린다. ⓒ노경

2층에는 부부가 주로 시간을 보내는 거실과 주방이 있다. ⓒ노경

풍부한 상상력 덕분일까요. 반려동물이 사는 집을 여러 차례 설계했어요. 그간의 프로젝트를 모아 <가가묘묘>라는 책도 출간했고요.
박지현 책을 만들면서 내린 결론은 사람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공간이면 고양이도 건강하게 살 수 있다는 거였어요. 처음에는 점프대나 캣워크처럼 고양이를 위한 특별한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는데, 나중에 보니 그건 그리 중요하지 않더라고요. 건축주가 쾌적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에요. 그래야 아이들도 잘 보살필 수 있고요.

프로젝트를 보면, 동물 중에서도 특히 반려묘의 집이 많아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조성학 고양이는 털이 많이 날리고 배변 방식이나 수직적인 활동 반경 등 특이한 점이 많아요. 성격이 굉장히 다른 룸메이트와 사는 것 같다고나 할까요. 반면 개는 수더분하고 어디서든 잘 자고 잘 먹고 잘 사는 느낌이에요. 산책을 좋아하니까 집 자체보다 오히려 주변 환경이 더 중요할 것 같기도 해요.


쌍문동 쓸모의 발견 외관. ⓒ노경

집 계단에 나 있는 창으로 서점을 내려다보는 고양이. 건축주 제공

고양이와 함께 사는 집만의 설계 포인트는 어떤 것이 있나요?
박지현 드레스룸은 대부분 고양이 청정 구역으로 분리해요. 양평 ‘브리사’는 부부와 반려묘 두 마리가 사는 집인데,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어서 털에 더욱 민감했어요. 고양이와 마주치기 전에 후다닥 옷을 입고 나갈 수 있도록 현관 바로 옆에 드레스룸을 배치했어요. 쌍문동 쓸모의 발견은 부부와 고양이 네 마리가 사는 집 겸 서점인데, 주방에 미닫이문을 설치해 분리하고 식당처럼 요리를 내는 작은 창을 따로 뒀고요.
조성학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창이에요. 동물의 시선에 맞춰서 창을 계획해야 해요. 주택은 아파트보다는 창의 배치가 자유롭고, 가구나 창의 높이가 다양해서 고양이가 좀 더 재미있게 쓰는 편이에요.

반려동물을 위해 설계한 요소 중에서 특히 효과적인 것을 꼽는다면요.
박지현 고양이는 창밖을 바라보고 바깥 공기 쐬는 걸 엄청 좋아해요. 그런데 밖으로 탈출하면 안 되니까 정작 문을 잘 열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묘각형주택은 부부와 고양이 두 마리가 사는 집인데, 걱정 없이 창문을 열 수 있게 1층에 얇은 목재 칸살로 덧창을 설치했어요. 나중에 보니 고양이가 종일 거기에서 새소리 들으며 시간을 보내더라고요.


구옥 단층 주택을 증축해 서점과 집으로 고쳤다. 계단실과 오른쪽의 작은 창은 고양이가 좋아하는 장소다. ⓒ노경
부부와 반려견이 사는 주택 ‘빗살무늬의 집’. 남편과 아내의 공간을 수직적으로 구분했다. ⓒ노경

동물과 함께 사는 집에 추천하는 자재, 쓰지 않으면 좋은 자재는 어떤 것이 있나요?
박지현 집에서는 바닥재로 강마루를 많이 사용하는데, 사람에게는 괜찮지만, 강아지에게는 미끄러워요. 질감이 있는 바닥재를 써야 해요. 쓸모의 발견 건축주는 다양한 바닥의 집에서 살아본 결과, 고양이가 원목 마루를 가장 좋아했다고 해요. 단, 화장실 주변은 모래(펄라이트)가 틈에 낄 수 있어서 마루보다는 이음매가 없는 바닥재가 유리합니다. 마모륨은 고무와 비슷한 소재의 바닥재인데, 이음매가 없고 질감이 적당해서 괜찮은 편이에요.
조성학 완전히 분리된 공간을 두는 것도 방법입니다. 룸메이트와도 늘 같이 있으면 부딪치잖아요. 최근에 설계한 동천동 주택은 부부와 고양이 한 마리 및 반려견 두 마리가 사는 집인데, 1층에 거실, 2층에 침실이 있어요. 1층은 바닥을 타일로 마감하고 신발을 신고 지내는 공간으로 둬서 아예 동물을 위해 내주고, 대신 2층은 출입문을 만들어서 올라오지 못하게 했어요.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건축주가 집 짓기를 계획할 때 어떤 부분을 고민하면 좋을까요?
박지현 고양이가 의외로 높은 곳에서 떨어져서 다치는 경우가 많아서, 계단 난간의 간격이 너무 넓지 않아야 해요. 고양이 화장실에는 모래가 있는데, 물이 닿으면 뭉쳐요. 고양이 화장실을 욕실에 둘 계획이라면, 건식 공간이거나 샤워실이 구분되면 좋겠죠.
조성학 동물의 성향에 대해 일반화하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런데 동물도 사람처럼 각자 성향이 달라요. 분리 불안이 심한 고양이도 있고 독립적인 강아지도 있어요. 나와 같이 사는 동물의 성향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해요.

반려묘 건축가라는 (귀여운) 타이틀이 붙기에 부족함이 없어 보여요.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건축가로서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박지현 저도 반려묘와 살고 있는데, 정말 재밌어요. 인간은 주방에서 식사하고 침대에서 자는 식으로 공간에서의 생활이 범주화되어 있는데 동물은 그렇지 않잖아요. 동물을 위해 마련해둔 공간 대신 전혀 생각지 못한 곳에서 좋아하는 모습도 귀엽고요. 위로도 되고 즐거운 경험이 될 테니 주저하지 말고 함께 행복한 삶을 시작하길 바라요. 그리고 집을 지을 계획이 있다면 저희를 기억해주세요.(웃음)


비유에스아키텍츠건축사사무소 건축과 공간을 매개로 일어날 수 있는 동화적 상상력을 기반으로 건축이 비일상의 무대로서 작동하는 데 관심을 가지고 작업한다. 주택을 비롯해 근린생활시설과 스테이 등 일상에서 쉽게 만나는 건축물을 중심으로 설계하며, 주요 작업으로는 당진 ‘우물’, 안덕면 ‘소규모식탁’, 후암동 ‘후아미’, 남해 ‘적정온도’ 등이 있다. 2020년에 젊은건축가상을 수상했다. bus-architecture.com

글 정경화 기자 | 사진 이우경 기자, 노경, 건축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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