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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마켓 유보라·나훈영 대표 부부 Beautiful Ordinary
“시작부터 제가 가고 싶은 식료품점이었으니까요.” 남산맨숀 1층의 작은 생활 밀착형 동네 슈퍼로 시작해 경리단, 신촌, 성수동, 송정동, 구수동까지 여러 동네를 파고든 보마켓의 주인은 알고 보니 자동차 UX 디자이너, 공간 개발·전시 기획자 부부다. ‘삶을 아름답고(Beautiful), 유용하고(Useful), 맛스럽게(Tasteful) 만드는’이라는 보마켓의 캐치프레이즈 안에 이들 삶의 지표가 다 들어 있다.

아래층 보마켓 매장과 오피스, 위층 주거 공간의 중간 지대쯤으로 부를 수 있는 응접 공간. 이곳에서 작은 미팅도 하고, 친구들 모임도 갖는다. 무엇보다 유보라 대표가 일하고, 책 읽고, 생각하는 중요한 공간이다. 자동차 UX 디자이너로 일한 유보라 대표의 역사와 취향이 엿보이듯 자동차 관련 소품과 책 등이 눈에 많이 띈다. 왼쪽 벽을 비추는 조명 기구는 자동차 헤드라이트가 부착된 아르테미데 조명이다. 나훈영 대표가 앉은 소파는 유보라 대표가 일본 집에서부터 함께 살던 물건. 일본 집의 문이 대부분 작은 탓에 이 소파를 넣으려고 문을 뜯어낸 적도 있다.
사람은 언제나 구멍이 필요한 족속이다. 인간의 기술이 발전하여 매일매일 최첨단 주거 공간을 경신하는 와중에도 궂은날 비 들이치고, 맑은 날 땡볕 내리치는 구멍을 굳이 내는 것만 봐도 말이다. 집집이 벽을 터 하늘 한 귀퉁이를 내다보는 것, 그게 다 구멍 뚫는 일 아니고 무언가. 구멍을 뚫어 조물주의 공기를 훔치는 일, 그건 사람의 본능이며 숙명이다.

인간이 처음 택한 구멍은 위로 높이, 바벨탑보다 더 높이 집채를 올리는 것이었을 거다. 하늘을 뚫어볼 요량인 듯이. 그다음 구멍은 땅을 파고든 지하 공간일 테고. 조만간 바다의 명치를 뚫은 해저 도시도 실현될 것이다. 과학의 힘은 조물주의 공기를 훔치는 일 따위 뭐 대수인가, 호모사피엔스를 교만하게 했으나 국경 없는 역병 시대가 그들을 깨우쳤다. 손바닥만 한 마스크 속 공기조차 인간의 것이 아님을, 그동안 인간이 뚫은 구멍은 다른 지구 생명의 집을 빼앗는 흉악한 일임을.


응접 공간의 주방 부분. 보마켓에서 판매하는 독일 헬리오스 보온병, 갑빠오 작가의 도자 오브제, 희녹 제품을 포장하는 광목 싸개, 와인병…. 이 공간이 비즈니스 용도와 사적 용도를 겸하는 곳임을 사물들이 말해준다.
나훈영 대표에게 가장 기쁨을 주는 6층 다락방. 아끼는 가구 중 하나인 빌모트의 책상을 놓았다.
오늘 우리가 찾은 이 집의 바깥주인은 작년 5월, ‘2022 코리아 하우스 비전’의 집행위원장으로 일했다(2011년 무인양품의 아트 디렉터로 잘 알려진 디자이너 하라 겐야가 집을 에너지·통신·물류·의료·농업 등 모든 산업이 교차하는 플랫폼으로 보고, 미래 삶을 고민하는 자리로 시작한 프로젝트가 ‘하우스 비전’이다). ‘미래를 끌어당기는 농農’이라는 암호 같은 주제를 내건 이 전람회의 총괄 디렉터 하라 겐야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

“수천 년 과거로부터 현재를 바라보고, 50년 후 미래를 내다보며 현재를 탐구하는 것, 이게 하우스 비전의 비전이다. 집을 생각하는 것은 산업의 미래를 고민하는 것과 같고, 나는 농업이 미래 산업의 첨단이 될 것이라 믿는다. (중략) 통신과 교통이 발달한 지금, 도시의 굴레에서 해방되어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주거를 얻고, 그곳에서 자신의 생활 미학을 기르는 것은 삶을 충족시키기 위해 필요한 일이다.”(<행복> 2022년 6월호 중)

좀 에두른 것 같지만 이 장황한 허두에 이 집과 이 부부의 라이프가 함축되어 있다. 이제 그 이야기를 명주실 뽑듯 풀어볼 요량이다.


커튼으로 공간을 구획하는 침실, 거실, 작은 주방. 백지장처럼 흰 여백이 인상적이다.
응접 공간 한쪽에 딱 필요한 만큼의 면적과 색채와 존재감으로 자리하는 게스트룸.
“건물 하나 마련해서 집을 만들고, 사무실을 넣고, 보마켓 매장을 내고… 결론적으로 그런 형태가 돼버렸는데 사실 ‘하우스 비전’에 이 공간의 맥락이 닿아 있어요. 2018년부터 연구회라는 걸 시작해서 2022년 실제 전람회까지 열었는데, 그 담론을 보면 결국 인간은 자연과 가까이 사는 쪽으로 방법을 찾아간다는 거예요. 그런데 인간이 지닌 이놈의 욕망, 좀 편하고 안전하게 살려는 욕망, 사람들과 어울리려는 욕망과 완전히 떼어놓을 순 없단 말이죠.

‘코리아 하우스 비전’을 열면서 제가 가장 많이 배웠어요. 그냥 좋네, 하고 끝날 일이 아니라 실제 삶을 그렇게 디자인해봐야겠다 싶었어요. 도시와 자연의 삶을 한번 병행해보자. 도시에는 간소한 삶을, 자연과 가까운 ‘그곳’에는 충분하고 풍성한 삶을 만들어보자, 했죠. 이 건물은 그 전초라고 할까요? 아내도 저도 대학에서 강의를 하니(유보라 대표는 이번 학기부터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미래디자인 강의를 시작한다. 나훈영 대표는 숙명여대와 시립대에 출강 중이다) 치열하게 살면 곧 4都 3村도 가능하겠더라고요.

그래서 일도 살림도 줄이는 중이에요. 건사하는 것에 많은 에너지가 들어가면 다른 게 끼어들 틈이 없잖아요. 도시에서의 삶을 최대한 간소화하는 방법으로 집, 사무실, 매장을 한 건물에 넣은 거죠. 건물 1층에서 세콤 하나만 누르면 사무실, 집, 매장이 다 제어되니까요. 근데 이게 정답이라고 장담은 못 해요. 해보고 너무 힘들다 싶으면 또 다른 방법을 찾아보겠죠.” 


응접 공간의 한쪽 벽에 자리한 사물. 자동차 관련 책과 소품 사이로 눈에 띄는 그림은 일러스트레이터 티보 에렘(영화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속 호텔을 그린 작가)이 그린 보마켓 남산점이다. 남산맨숀에 3개월간 살며 아침마다 보마켓에 들러 커피를 마시던 티보 에렘은 이 부부의 반려견 장미가 문틀에 손을 걸치는 습관까지 그려주었다. 그는 우리나라 드라마 <그해 우리는>에서 최우식이 그린 그림의 원작자이기도 하다.


‘코리아 하우스 비전’ 이후 함께 참여한 건축가, 기획자 등과 실제로 사람들이 거주할 수 있는 빌리지를 궁리 중이라는 그가 탈도시 라이프의 전초라고 표현한 이 건물. 4도 3촌, 나아가 3도 4촌이라는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주거를 얻고, 그곳에서 자신의 생활 미학을 길러가는 디자이너 부부의 하우스 비전이 바로 이곳이다.

이 건물 1층엔 보마켓 구수동점이 있다. ‘Beautiful Ordinary’라는 빛나고 사소한 뜻을 지닌 그 보마켓. ‘생활 밀착형 동네 마켓’ ‘디자이너가 풀어낸 동네 슈퍼’ ‘한국의 스타치 마켓’…. 별명도 수식도 많은 동네 슈퍼이자 편의점이자 식료품 가게이자 카페이자 간이 식당이자 소품 가게이자 양품점인 가게. 눈 밝은 패션 피플 사이에서 입소문을 시작으로 협업하려 줄 서는 브랜드들, “오늘부터 우리 집도 보세권(숲세권, 스세권, 슬세권처럼)”이란 해시태그로 반응하는 MZ가 행렬을 이뤘다. 2014년 남산점을 시작으로 경리단점, 서울숲점, 신촌점, 송정동점(원유로코끼리점으로 많이 부르는), 그리고 목하目下 개점한 구수동점까지 이 조그만 동네 가게가 수상하다.


두 사람이 근처에서 학교를 다녀 익숙한 동네이기도 한 마포구 구수동에 건물 하나를 짓고 그 안에 보마켓 구수동점, 오피스, 살림집을 넣었다.
“신혼집이 남산맨숀이었는데, 남산순환로 초입의 외딴섬 같은 아파트였어요. 물 하나 사려 해도 운전해서 나가야 하는 곳요. 큰 계획이나 야망은 없었고요. 우선 제가 불편했고, ‘동네에 하나 있으면 좋겠다’ 싶은 가게를 집 안 응접실 넓히듯 열고 싶었어요. 직장 다니며 친구와 놀 듯 인테리어와 상품 구성을 했고, ‘언제 열 거냐, 기다리다 죽겠다’는 할머니 주민의 이야기에 박차를 가했죠.”

남산맨숀 1층, 열 평 남짓한 공간에 식료품, 생활필수품은 물론 외산 치약이나 비누, 그릇 같은 어여쁜 물건을 쟁여두고, 매장 한편에서 샌드위치나 떡볶이까지 파는 그 가게의 소문이 ‘한남동 미제 가게’란 별명과 함께 암암리에 퍼져나갔다. “단지 물건만 사고 나가는 장소가 아니라, 잠시라도 머무르며 동네에 살고 있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는 유보라 대표의 마음처럼 동네에 작게 존재하며 동네 라이프를 일깨워준 동네 상점이다.

“남산점에서 보험 계약을 하는 주민이 많았대요. 그런 중간 지대가 사람들에게 필요했던 거죠. 부담 없는 차림, 헐거운 마음으로 미팅하거나 지인을 만나는 중간 지대 말이에요.” ‘마케팅도 브랜드 전략도 없었다’는 동네 상점의 인기와 롱런 이유를 찬찬히 살피면 꽤 실한 뼈대가 보인다.


보마켓 오피스에서 두 사람, 그리고 보마켓 1호점만큼 나이를 먹었다는 반려견 장미. 디자이너 부부의 공간답게 물건 하나 허투루 놓은 게 없다는 걸 쉽사리 눈치챌 수 있다.
사람도 동물이라서 위호감衛護感이란 게 중요하다. 사자가 밀림이 아니라 성근 풀숲에서 쉬고 새끼를 먹이는 것처럼 말이다. 밖을 주시하면서도 자신을 가려줄 만한 중간 지대 같은 곳. 보마켓은 들어선 동네마다 그 중간 지대가 되어주었다. 대부분 산책로나 공원 주변, 동네 골목에 들어서는 이유도 그것이다. 가장들이 피곤을 묻혀온 외투를 저녁마다 와인 잔술에 떡볶이 안주로 털어내는 장소, 독박 육아맘들이 공연히 어슬렁거리며 남편의 퇴근 시간을 고대하는 장소, 강아지 생일 파티 장소 등이 기꺼이 되어주었다.

“보마켓은 핫 플레이스를 추구하지 않아요. 동네 라이프를 풍성하게 만드는, 동네에서 사랑받으며 오래가는 브랜드이고 싶거든요. 입구에 반려견용품을 두고, 아이들이 그림 그리는 테이블을 두는 이유도 그거예요. 1호점에서 관찰해보니 제일 소외되는 게 아이와 강아지, 그리고 이 둘을 데려오는 어른이더라고요. 판매하는 물건도 ‘좋은 물건’이란 단서가 붙지만, 한마디로 정의하기 힘들어요. 예를 들면 고가의 와인보다는 ‘<신의 물방울>에 나왔어’란 이야기로 시작할 수 있는, 비교적 저렴한 가정용 와인 같은 거죠. 나훈영 대표가 10년 넘게 사용하는 2만~3만 원대 일본산 비닐 지갑도 써보니 ‘Beautiful Ordinary’란 뜻에 부합하는 물건이라 소개하는 거고요.”

실제로 보마켓에서 동네 사람들은 물건을 함께 추천해주는 MD이자, 그 동네에 필요한 걸 콘텐츠로 제안하는 기획자 역할도 한다. “내 취향을 강요하는 게 아니라 동네 사람들의 취향이 담긴 물건에 내 감각을 더해 각별한 물건이 되게 하는 거죠.” 반려견과 산책하는 주민이 많은 경리단점은 마당을 낀 반려동물 친화 공간을 두었고, 서울로점은 밤에 레스토랑으로 변신했으며, 서울숲점은 숲캉스족을 위한 와인을 본격 판매한 게 다 그런 맥락이다. 어찌 보면 디자인은 생활이라는 관점에서 보는 자아 성찰이다. 내 집 근처 골목들이 품은 보통의 하루가 쌓여 완성된 일상 미감. 이것이 보마켓이 만든 생활 디자인이리라.


‘2022 코리아 하우스 비전’ 집행위원장으로, 크리에이터로 참여한 나훈영 대표는 그 프로젝트 이후 탈도시 라이프를 더욱 간절히 꿈꾸게 됐고, 함께한 이들과 실제로 사람들이 살 수 있는 빌리지를 궁리 중이다. 그런 그의 집 도심 속 옥상.

인생의 절반 이상을 산 사람들은 그 이력이 그의 가치관, 성향, 정서를 말해준다. ‘한양대, 국문과, 중퇴’라는 프로필이 배우 윤여정과 너무 잘 맞듯, 김인문이 동국대 농업학과를 나왔다는 게 잘 어울리듯. 유보라 대표가 현대모터스와 기아모터스를 거쳐 닛산 크리에이티브박스의 자동차 UX 디자이너였다가, ‘생활밀착형 동네 마켓’ 보마켓 대표로 사는 것이 그러하다.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MBA를 받은 공간 개발·전시 기획자 나훈영 대표가 한때 로즈베이커리(꼼데가르송 서울 1층의 핫플로 통하던!)를 운영했다는 것도 그렇다. 나훈영 대표는 SM엔터테인먼트, DDP의 공간 개발 총감독으로도 유명하다. 두 사람 각자에 잘 어울리는 역사다.

“자동차 UX(User eXperience, 사용자 경험) 디자이너로 오래 일하다 보니 사용자 관점으로 들여다보는 습관이 생겼어요. ‘저걸 왜 좋아하지?’ ‘왜 이런 행동을 할까?’ 같은 생각을 먼저 하는 거죠. 아이템이 그냥 차에서 마켓으로 바뀐 거라고 생각해요. 사실 보마켓 일은 제겐 휴일 같은 취미였는데 말이죠. ‘본업이 아닌 활동에 미래가 있다’라는 하라 겐야 이야길 듣고 너무 놀랐잖아요.”

누구의 인생이든 그 경로가 애초에 계획한 모양이 아니라는 것만은 명백하다. 이들도 12 시 길로 가려 하면 2시 길이 열렸다. 열리는 방향으로 걸었고 그러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그 길 한가운데에 자리한 이 집. 보마켓이 동네 사람들에게 위호감을 안겨주는 중간 지대이듯, 이 집도 1층부터 6층까지 이어지며 중간 지대 역할을 한다. 1층 보마켓, 2층 보마켓 오피스, 그 위로 미팅과 독서·휴식을 위한 응접 공간, 다시 그 위층으로 부부의 개인 공간이 이어진다. 컬러도 1층 보마켓의 그린과 오렌지로 시작해 2층 오피스의 블랙과 화이트, 간간이 눈에 띄는 원색 소품으로 이어지다가 개인 공간으로 갈수록 색이 희미해진다.



보마켓 경리단점. 독일 맥주 축제에서 사용하는 오렌지색 테이블이 남산 소월길에 산책 나온 동네 사람들을 숱하게도 불러 모았다. 나훈영 대표도 좋아하는 장소라 자주 들른다고. 사진 제공 보마켓
“긴 테이블이 놓인 4층 응접 공간을 제일 좋아해요. 10년 살고 보니 둘의 온도 차가 너무 다르고요. 부부가 뭔가 하나로 꼭 뭉쳐야 되는 건 아니더라고요.(웃음) 이 공간에 앉아서 생각하고, 음악 듣는 시간이 좋아요. 이곳이야말로 저의 중간 지대죠.”

공기 속에서 잘 마른 광목 냄새가 풍기는 것 같은 이 응접용 거실은 유보라 대표가 오래 머무는 공간이다. 삼면의 벽을 창으로 뚫어 빛이 고요히, 격렬히 쌓이는 공간. 긴 테이블 앞에 앉아서 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밤이 오는 것을 무욕하게 바라보면서 말이다.

“제게 기쁨을 주는 공간요? 6층 다락방요. 세 평짜리 방인데, 15년 전에 산 빌모트 책상처럼 오랫동안 하나씩 사 모은 가구를 꼭 필요한 만큼만 두었어요. 형태적으로 담백한 물건, 그러면서도 비례감이라든지 색감이라든지 하는 것에 충실하게 잘 만든 물건을 두었어요. 다락방 문을 열면 요즘 제가 한창 관심을 가지는 식물이 자라고요.”

나훈영 대표가 이곳에서 찾은 생활 미학은 순간의 기쁨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일상일 것이다. 필요한 만큼의 물과 빛으로 꽃을 피우고 때가 되면 떨구는 나무처럼 다음 순간을 위해 이 순간을 놓치지 말기를 다짐하는 일상.


“훅 떴다가 금세 사라지는 핫 플레이스 대신 동네의 일부가 되어 오래가고 싶어요.” ‘한 번에 많이, 더 많이’ ‘가능하면 많은 사람의 기호를 만족시키는 물건으로’ ‘최대한 핫하게’를 외치는 리테일 산업 틈바구니에서 동네 골목에 작게 자리하며 특정한 취향의 사람들에 가닿는 각별한 물건을, 정서를 담아 진열한다. 이것이 보마켓이 생각하는 Beautiful Ordinary다.
나훈영 대표가 이곳에서 찾은 생활 미학은 순간의 기쁨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일상일 것이다. 필요한 만큼의 물과 빛으로 꽃을 피우고 때가 되면 떨구는 나무처럼 다음 순간을 위해 이 순간을 놓치지 말기를 다짐하는 일상.

기왕 그 이름을 여러 번 호출했으니, 하라 겐야의 글로 이야기를 갈음하련다. “세상이 기술과 경제를 이끌고 막무가내로 앞으로만 나가려고 하는 바람에 종종 생활 속 미의식은 그 급격한 변화를 참지 못하고 비명을 지르게 된다. (중략) 오히려 그 비명에 귀를 기울이거나 그 변화 가운데서 사라져가는 섬세한 가치들에 눈을 돌리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디자인의 디자인> 중)

우리가 잘못 뚫어온 구멍들로 우리는 비명을 지르던 참이었고, 사람들은 그제야 그 섬세한 가치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거다. ‘하우스 비전’이 끌어당기려는 미래도, 나훈영 대표가 후속타로 모의 중이라는 빌리지도, 핫플보다 ‘동네 지향’ ‘축소 지향’ 마켓을 꿈꾸는 보마켓도 고구마 줄기처럼 한데로 이어진다. 바로 구멍을 뚫어 공기를 훔치는 일. 이번엔 그 구멍을 제대로 뚫어 숨통 좀 트여볼 일이다.

글 최혜경 기자 | 사진 박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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