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가 전체 가구의 30%를 넘은 시대, 1집은 혼자살이에 필요한 정보를 공유합니다. 혼자 사는 사람을 위한 취향 공동체 ‘1집’을 인스타그램(@1hows)에서 만나보세요.
평소 퇴근 후 소파에 앉아 있으면 반려묘 또르가 항상 무릎 위로 올라오곤 하는데, 김호철 씨에겐 그 시간이 하루를 마무리하는 의식과도 같다.
화사한 초록색 집업 스웨터를 입고 그보다 화사한 미소를 보이는 김호철 씨를 마주했을 때부터 이 집엔 ‘평온’ ‘다정’ ‘자유’ 같은 단어가 떠도는 것 같았다. 어느덧 독립한지 20년이 된 김호철 씨는 혼자 산다는 것의 매력을 ‘주인의식’으로 정리한다.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자유롭게 집을 꾸미며 온전히 나만의 삶을 살 수 있다는 건 큰 행복감을 주는 일. 틈날 때마다 테니스 코트에 나가고, 향수와 꽃병을 수집하는 등 취미가 넘쳐나는데, 제약 없이 누리는 이 많은 취미는 그의 자유로운 삶을 대변한다.
“인테리어, 패션, 테니스, 꽃…. 저는 관심사의 폭이 넓은 편이에요. 지금은 IT 계열 회사에서 브랜드 전략과 광고 캠페인 전략을 수립하는 업무를 하고 있지만, 제 첫 직장은 비교적 크리에이티브한 광고 회사였어요. 이곳에 7년 간 몸담은 게 취미의 영역을 확장하는 데 영향을 준 것 같아요.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고, 자유로운 사고와 라이프 스타일을 지닌 동료에게 많은 걸 배웠거든요. 재밌는 걸 잘 찾아다니는 선배들에게서 귀동냥, 눈동냥을 하다 보니 자연스레 제 관심사도 넓어졌어요.”
합판으로 직접 짜 맞춘 책상이 돋보이는 독특한 서재. 팬데믹 시기에 이곳에서 주로 재택근무를 하다가, 요즘은 와인 한잔 즐기는 홈바로도 종종 활용하고 있다.
나무 간살과 한지 창호를 사용한 창이 독특한 침실. 방한 목적으로 창가 앞에 한 뼘 남짓한 공간을 내었는데, 반려묘 또르가 이곳을 걸어 다니는 걸 매우 좋아한다.
거실은 김호철 씨가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 여름엔 창문을 열고 소파에 드러누워 고양이와 같이 낮잠 자는 걸 즐긴다.
혼자 살면서 좋아하는 일을 오롯이 즐길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한다는 그이지만, 엄밀히 말하면 김호철 씨는 ‘혼자’ 살지 않는다. 그는 10년간 키운 반려묘 또르와 함께 산다. 혼자 사는 사람을 취재하면서 빠지지 않는 것이 반려동물이지만, 김호철 씨는 그 누구보다 반려묘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다. 또르가 삶의 영순위라고 당당히 말하는 그를 보면서 확신할 수 있었다.
“친구가 기르던 고양이 세 마리 중 한 마리를 얼떨결에 데려오게 됐는데, 그게 바로 또르였어요. 처음엔 어색했지만 생명체와 살을 맞대며 같이 사는 경험은 눈이 번쩍 뜨일 만큼 재밌었죠. 작년에 이사를 오자마자 또르가 심하게 아파서 수술을 했는데, 입원을 하면서 이 집을 함께 즐기지 못하니까 집이 집처럼 느껴지지 않더라고요. 사실 이 집도 또르를 고려한 요소가 많거든요. 고양이 발톱이 들어가지 않게 직물 구조가 거의 없는 소파를 고른 것, 가리모쿠 캣타워를 큰맘 먹고 구매한 것도 그렇고요.”
주방 싱크대부터 이어지는 긴 수납장. 그 위에 암스테르담에서 산 포스터와 고양이 약을 정리한 캐비닛, 향수, 화병 등을 모아두었다. 수납장 안엔 자신만의 규칙으로 정리한 그릇과 생활용품이 가득하다.
실버 타일을 깔아 욕실 바닥이 너무 번쩍번쩍하지 않을까 우려했지만, 지금은 화장실을 들어갈 때마다 댄스 플로어에 입장하는 느낌이 들어 은근히 신이 난다고.
행복 루틴이 반복되는 도화지 같은 집
김호철 씨는 20년 넘은 구옥을 리모델링하면서 ‘도화지 같은 집’을 만들고자 했다. 그의 삶의 지향점인 미니멀리즘과 인테리어를 맡은 샤우스튜디오(@shawoostudio) 박창욱 실장의 제안이 맞물리며 결정한 콘셉트였다. 전에 살던 집은 물건이 많고 면적이 작다 보니 ‘물건이 집에 산다’는 느낌이 강했다고. 이번엔 물건을 꺼내두기 애매할 만큼 미니멀하게 공간을 꾸미는 등 집이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가이드하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구성했다.
“집의 콘셉트를 맞추기 위해 기존 몰딩을 제거해 천장을 오픈형으로 높이고, 주방 싱크대의 상부장을 없앴어요. 바닥은 무광 에폭시로 마감했고요. 가구도 부피가 크지 않고 비교적 날씬한 것으로 들였어요. 더 휑한 느낌을 줄 수 있게 말이에요. 전반적으로 우드와 스틸 소재를 사용해 통일감을 준 것도 집을 꾸밀 때 크게 신경 쓴 부분입니다. 스틸 소재로 포인트를 주니까 집이 너무 따뜻하기만 하지 않고 약간의 에지를 준 것 같아서 만족해요.”
식탁 위 ‘행복’을 차려달라는 요청에, 김호철 씨는 테이블 매트를 단정히 정리해놓은 서랍을 살포시 열었다. “어떤 걸 깔면 좋을까요?”
브런치를 보기 좋게 세팅하고 커피를 내려 마시는 것은 김호철 씨의 주말 리추얼. 핸드 그라인더로 원두를 가는 소리가 그의 주말을 깨운다.
여행하며 모은 김호철 씨의 포스터 컬렉션
김호철 씨는 도화지처럼 꾸민 집에서 소소한 일상을 반복하며 행복을 축적한다. 예전엔 긴 해외여행을 계획하는 게 1년을 기대하게끔 만드는 즐거움의 소스였지만, 이제는 주말마다 근사한 브런치를 차려 먹는 것처럼 일상적인 하루가 쌓여 행복이 되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런 깨달음도 또르를 통해 얻은 것이란다.
그는 또르가 아플 때 주변의 추천으로 산 시집 <그대 고양이는 다정할게요> 속 김건영 시인의 ‘Take a look’을 읽으며 행복에 대해 다시 되돌아보게 되었다. 집에 뒹구는 고양이 털을 발견하고, 치우고, 항상 이 아이가 옆에 있는 걸 확인하는 과정이 결국엔 행복이지 않을까 생각했다는 그. 사랑하는 반려묘의 털을 계속 치우는 것처럼 일상의 소소한 루틴이 반복되는 집이 행복이 가득한 집이라고 말하는 그를 바라보면서, 기자는 그와 또르가 그려나갈 미래의 삶이 그야말로 ‘행복’하기를 진정으로 소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취미 부자의 홈 컬렉션을 소개합니다
김호철 씨는 출퇴근길엔 테니스 경기 영상만 볼 정도로 테니스에 푹 빠져 있는데, 그에 못지않게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가 바로 인테리어다. 원하는 무드로 집의 매력을 끌어올려주는 취미 부자 김호철 씨의 홈 오브제 3.
바이레도, 트리하우스 룸 스프레이
다른 사람보다 향기에 민감해 집의 무드를 쉽게 바꿔줄 많은 향 컬렉션을 갖고 있다. 이른바 향 제품만 모아 진열한 ‘룸 스프레이 트레이’가 있을 정도. 계절과 날씨의 변화에 따라 향을 달리 뿌린다는 그에게 이 계절에 어울리는 제품을 추천해달라 요청했더니, 바이레도의 트리하우스 룸 스프레이를 보여줬다.
Arita 2016, 토마스 알론소 컬래버레이션 화병
일주일 혹은 2주일에 한 번씩은 집 안에 둘 꽃을 사러 간다는 김호철 씨. 그날그날의 기분에 따라 꽃과 화병을 바꾸는 것을 좋아한다. 향수와 마찬가지로 화병만 한곳에 모아 정리해두는 트레이가 있다. 디자이너 토마스 알론소와 협업한 Arita 2016의 컬러풀한 화병은 이태원 밀리미터밀리그람 매장에서 구매했다.
플로스, 키아라 테이블 조명
그의 집을 방문한 친구들이 선캡이라 부르는 귀여운 형상의 플로스 키아라 테이블 조명. 김호철 씨의 집에 있는 조명은 모두 플로스 제품이다. 너무 튀거나 화려한 것보다 심플하되 포인트가 있는 걸 좋아하는 그의 취향에 딱 들어맞아 부엌과 거실, 침실에 모두 플로스 조명을 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