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라운지 내부 공간은 건물이 지닌 직선과 단순함에 컬러와 우아한 선이 특징인 임스 체어를 배치해 공간과 조화를 이루도록 했다.
2002년 강릉의 작은 로스터리 카페로 시작해 올해 스물한 살이 된 테라로사는 한 사람이 성인으로 자라는 스무 해를 지나며 스페셜티 커피를 통해 인문학적 경험과 사회적 책임을 추구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전기차 복합 문화 공간’이라는 독특한 공간을 제주 중문에 만든 것도 기업 문화를 잘 보여주는 행보다. 지난해 12월 문을 연 에코라운지는 아름다운 제주 자연환경을 지키기 위해 제주도가 추진하는 ‘2030년 탄소 없는 섬’ 정책에 부응해 SK렌터카, 한국전력과 함께 진행한 프로젝트다. 테라로사는 기후변화로 커피 산지의 커피를 공급받는 데 차질이 생기기 시작하는 것에 위기의식을 느끼며 ESG 활동을 이어가는 가운데, 2025년까지 제주에서 운영하는 약 3천 대의 차량을 모두 친환경 전기차로 바꾸는 등 제주 친환경 모빌리티 전환을 꿈꾸는 SK렌터카의 의미 있는 프로젝트에 동참했다. SK렌터카 이용자뿐 아니라 일반 방문객도 이용할 수 있는 전기차 충전소와 주차장은 물론, 바쁜 여행객이 간편하게 스페셜티 커피를 즐길 수 있도록 운전자 중심 주문의 편의성에 신경 쓴 드라이브스루 방식을 처음 시도했다.
에코라운지 전시를 위해 서상익 작가가 ‘페기 구겐하임의 예술가들’이라는 주제로 새로 작업한 작품들을 가까이 대면하며 작품과 하나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내부 공간은 설치 작품 등 다양한 예술 작품의 전시와 문화 행사가 가능하도록 층고를 높게 설계했다.
예술로 쉼을 경험하다
제주 중문관광단지 인근 약 3000㎡ 부지에 조성한 에코라운지는 SK주유소로 오랜 기간 사용해온 곳을 ‘친환경 전기차 충전소와 스페셜티 커피’라는 이색적 콘셉트로 절묘한 어울림을 구현한 공간으로 변화시켰다. 전기차 충전소 하면 떠오르는 일반적 이미지가 아닌 복합 문화 예술 공간으로, 충전을 하는 짧은 시간에도 쉼을 전달하는 공간으로 만든 것. 노출 콘크리트로 지은 건축물은 미술관이 떠오르는 묵직한 외관이 인상적인데, 긴장감과 호기심을 안고 한쪽에 길게 쪼개진 틈새로 들어가면 그 안에 짧은 산책로와 카페가 있는 예술적 공간이 나타난다.
카페 내부 공간은 미술 작품으로 채워 갤러리에 온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국내 미술계에서 주목받는 서상익 화가의 그림 여러 점을 전시하는데, 커피 한잔 즐기면서 스토리텔링이 뛰어난 화가로 알려진 작가의 작품 속 다른 이야기를 읽어내는 묘미가 있다. 특히 이번에 전시한 작품은 김용덕 대표가 작가에게 직접 ‘페기 구겐하임의 예술가들’이라는 주제로 작업을 의뢰해 탄생했다. “페기 구겐하임이 어떻게 예술이라는 조류에 들어가 스스로 하나의 큰 흐름을 만들어냈는지, 예술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페기 구겐하임의 삶을 통해 현재 우리가 사랑하는 많은 예술가를 발굴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듯, 테라로사는 커피를 통해 좀 더 많은 문화적·예술적 교류가 우리 사회에 생겨나길 기대합니다.” 이 외에도 문화 예술에 대한 강좌나 전시, 커피 클래스, 음악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에코라운지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한국전력과 협업해 구축한 개방형 전기차 충전 시설. SK렌터카 고객뿐 아니라 일반 방문객도 이용할 수 있다.
건물 전면 주 출입구 공간으로 들어오면 콘크리트 벽에 둘러싸인 작은 중정이 나온다. 제주의 자연을 품고 건축과 사람, 자연이 공존하는 공간의 상징적 모티프로 나무 한 그루를 심었다.
자연과 하나 되다
에코라운지는 건축디자인부터 시공까지 친환경을 고려한 공간이다. 강릉 본점부터 부산 고려제강 폐공장을 탈바꿈한 수영점 등 테라로사의 건축디자인부터 내부 인테리어 시공까지 총괄 지휘하는 김용덕 대표가 직접 설계를 진행했다. “건물의 매스와 형태의 조형성에 주안점을 두고 친환경 제주의 자연환경에 녹아들며 하나의 오브제로 인지하도록 노출 콘크리트로 계획했습니다.” 또한 기존 주유소 부지를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하면서 기존 공간의 자재를 재활용해 친환경 건축을 완성했다. 주유소 부지를 덮고 있던 콘크리트를 폐기물로 처리하지 않고 쪼개서 담장으로, 그리고 드라이브스루용 길을 만드는 보도블록으로도 재활용한 것. 에코라운지 공간을 구성하는 커피 바나 철재를 이용해 만든 긴 좌석의 아랫부분을 살펴보면 그곳을 채운 나뭇조각의 색깔이 다 다른 것을 알 수 있는데, 사용하고 남은 나무 자재를 모두 모아 재조립해 만든 것. 완성하기까지 오히려 시간이 더 오래 걸리더라도 버려진 자재를 재창조하려 애쓴 결과이기도 하다.
건물 전면 주 출입구는 콘크리트 매스를 수직으로 쪼개어 만든 켜를 통해 내부로 들어가게 디자인했는데, 제주 안 또 다른 제주 공간을 느끼는 여정의 시작이자 전이 공간으로 활용하도록 계획한 것이다. 제주라는 섬 자체가 품고 있는 웅장함을 표현하고자 건물 주변에 오래되고 키 큰 나무를 빼곡히 심어 마치 숲속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제주 돌담에 둘러싸인 중정에는 샛별오름을 형상화한 작은 흙 언덕이 있다.
스페셜티 커피로 만드는 라테류에 사용하는 우유를 제주에서 생산하는 우유로 대체하는 등 최대한 제주 현지 식재료를 활용하기 위해 메뉴를 개발 중이다.
“공간의 디테일이나 물리적 기억보다는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그리운 감정을 지니게 하는 게공간이 주는 가장 큰 힘이 아닐까 합니다. ”_테라로사 김용덕 대표
외부 공간은 건물 매스를 이용해 도로의 소음을 차단하고, 기존 대지 경계에 심은 수목을 그대로 활용해 중정을 배치했다. 제주 자연의 숲과 돌담, 제주 오름을 떠올리게 하는 자그마한 흙 언덕이 즐거움을 안겨준다. “제주의 아름다움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지만 그중 오름과 돌담은 제주 사람들에게도 방문자에게도 상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제주 하면 떠오르는 상징성을 전형적이지 않게 풀어내려고 기획한 부분입니다. 샛별오름을 형상화했으나 중의적 의미도 있습니다. 제주 사람은 돌에서 태어나 돌로 돌아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인데요, 이를 통해 제주의 삶을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카페 외부와 건물 뒤 자동차 드라이빙 코스 사이에는 돌담이 있어 서로 방해받지 않으며 커피를 마시고, 드라이빙을 즐길 수 있다.
에코백과 텀블러 등 친환경 굿즈 외에도 제주 에디션 제품을 선보인다.
테라로사는 붉은(terra) 흙(rosa)을 의미하는 이탈리아어로, 서귀포점은 이를 상징하는 붉은색 벽돌로 지었다.
응접실처럼 꾸민 아늑한 공간에서 통창 너머 감귤밭을 감상할 수 있는 서귀포점.
“제가 추구하는 공간 철학은 그리운 공간을 만드는 것입니다. 공간의 디테일이나 물리적 기억보다는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그리운 감정을 지니게 하는 게 공간이 주는 가장 큰 힘이 아닐까 합니다. 어떤 곳에 다녀오면 유난히 그리운 공간으로 기억되는 곳이 있지 않나요?” 김용덕 대표에게는 테라로사 서귀포점이 그러한 곳 중 하나다. “제주에 갈 때면 늘 아침에 서귀포점에 들러 감귤밭을 바라보며 커피 한잔 마시는 게 가장 행복한 시간입니다. 그리고 10년, 30년, 길게는 1백 년 뒤에 이 공간이 어떻게 보일까, 기억될까 생각하며 디자인하기에 유행보다는 클래식하면서 예술에 가까운 공간으로 완성하려고 노력합니다.” 쇠소깍을 지나 15분 정도 거닐면 작은 골목 안에서 마주하는 테라로사 서귀포점은 귤밭 가운데 자리해 공간 곳곳의 통창으로 키 작은 감귤나무가 보이는 정원이 펼쳐져 제주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2014년 처음 문을 연 이후 서귀포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에코라운지점 역시 녹색의 푸르름 속에 새들이 지저귀고, 바람이 스치며 노래하는 공간이다. 돌담에 기대어 사색과 마음을 치유받는 시간을 보내고 차도 사람도 충전되어 돌아오는 길, 그리운 공간을 하나 더 품는다.
문의 테라로사(terarosa.com, @terarosacoffee)
- 테레로사 제주 중문 에코라운지 놀멍 쉬멍, 차도 사람도 채우는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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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로사가 스무 번째 매장을 제주에 열었다. 제주를 탄소 없는 섬으로 만들기 위해 새로운 영감을 전달하는 중문 에코라운지점은 천혜의 자연에서 전기차와 사람이 함께 충전하며 휴식하고 문화와 예술로 삶을 채우는 여정으로 초대한다.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3년 4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