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보관을 직원의 휴식과 미팅을 위한 공간으로 탈바꿈한 KETI 라운지의 가장 안쪽에는 두 개의 회의실을 만들어 활용도를 더욱 높였다.
신경옥 디자이너는 고재와 기와 등의 요소로 과거와 현재를 멋스럽게 연결하는 신경옥 스타일을 담아냈다.
창문 없이 막힌 공간이지만 벽과 천장의 일부를 터서 조명을 넣고 식물을 더해 자연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신경옥 작업실과 호흡이 잘 맞는 동선동플랜에서 시공을 맡아 빠른 기간 안에 공간을 완성할 수 있었다.
신경옥 디자이너의 작업은 언제나 흥미롭다. 익숙한 재료와 컬러를 사용하면서도 독특하고 새롭다. 그러면서도 거부감이 들지 않게 스며들 듯 편안하고 따뜻하다. 이러한 ‘신경옥 스타일’의 매력을 이번에는 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에서 만날 수 있었다. KETI는 전문 생산기술 연구기관으로 정부와 삼성, LG 등 국내 78개 기업이 공동 출연해 1991년 설립한 국내 유일의 민간 태생 IT 분야 공공연구 기관이다. 어쩐지 어렵고 딱딱하고 무미건조한 이미지로 그려지는 공공 기관과 감성 인테리어디자인의 대표격인 신경옥 디자이너의 만남이라니! 다소 언밸런스한 조합은 호기심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이곳은 원래 KETI의 홍보관이 있던 자리였어요. 홍보 콘텐츠는 디지털 작업물로 교체하고, 60평 정도 공간을 직원의 휴식이나 미팅을 위한 라운지로 바꾸게 되었죠. 그 결과 신경옥 디자이너의 감각과 능력이 발휘되어 상상 이상의 멋진 라운지가 탄생했습니다.” 디자인부터 철거, 공사하는 내내 가까이에서 실무를 담당해온 KETI 홍보실 신준섭 책임의 설명을 들으며 만난 라운지 입구는 서정적이면서도 강렬한 인상이다. 고목을 부조 작품처럼 덧댄 콘크리트 기둥을 중심으로 아담한 중앙 정원과 기와를 쌓아 올린 울타리 겸 벤치, 빛이 들어오는 천창….
신경옥 디자이너 특유의 세심하고 따뜻한 감성이 느껴지는 조명과 거울, 선반 오브제.
“도심 속에서 만나게 되는 중앙 광장이나 공원을 라운지 안에 담고 싶었어요. 창문 없이 막힌 공간이라 천장 일부를 올리고 조명을 설치해 마치 천창을 통해 빛이 들어오는 듯한 느낌을 냈죠. 원래 생화를 심어 제대로 정원을 만들려고 했는데, 지하에 전기실이 있어 안전 문제를 고려해 조화로 대신할 수밖에 없었어요.” 신경옥 디자이너는 공사를 마무리한 지 한 달이 넘었는데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고 이야기하지만, 라운지 입구부터 가장 안쪽의 회의실까지 주어진 공간의 한계와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그녀만의 아이디어가 곳곳에서 빛나고 있었다. 웜 톤의 화이트 벽에는 고재를 활용한 기둥과 선반 및 프레임을 더해 온화하고 자연스러운 공간을 완성했고, 귀여운 작은 창과 곳곳에 숨어 있는 새 오브제, 적재적소에 설치한 크고 작은 조명 하나하나에 신경옥 디자이너 특유의 섬세한 감성을 담았다.
KETI는 보안 시설로서 비공개 기관이기에 누구나 방문 할 수는 없지만, 중소기업을 위한 많은 지원 활동을 하고있어 협력이 필요한 기업과는 얼마든지 교류가 가능하다고 한다. 딱딱한 분위기의 업무 미팅이 아닌 좀 더 따뜻하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하는 원활한 미팅이 이 공간에서라면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신경옥 작업실의 대표이자, 1세대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로 잘 알려진 신경옥 디자이너. <행복>에서도 소개한 차이킴웨딩이나 이성당 등 상공간과 여러 주거 공간에서 알 수 있듯 그녀가 작업한 공간은 남다르다.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며 따뜻한 감도를 만들어내고, 슬며시 미소 짓게 하는 디테일한 감성 아이디어는 가히 독보적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