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도 그에게만 오면 열일곱 살까지 장수한다는 박실 작가가 오래오래 생기로 채워 만든 시리재. 벽에 걸린 작품은 박실 씨의 설치 작품이고, 차탁은 건축가 민현식이 디자인했다. 그 위로 경남 하동군과 스타일리스트 문지윤이 하동 차를 주제로 전시를 꾸렸다.
ㄴ 자형 한옥 시리재. 내부 천장은 서까래가 시원스럽게 보이도록 텄고, 잡다한 세간을 완벽히 수납하는 붙박이장을 더해 실제 면적 15평보다 훨씬 넓어 보인다. 박실 씨의 소장품인 소반 위에 스타일리스트 문지윤이 하동 차를 이미지화한 세팅을 연출했다.
대청마루 뒤쪽 창을 열면 옆집 담인데, 집주인은 그 공간에 오브제를 두어 이 집만의 전시 공간으로 변신시켰다.
사전 신청한 <행복> 독자를 위한 찻자리.
행복작당을 위해 스타일리스트 문지윤이 직접 그림까지 그린 하동 차 제품. 쑥, 호박, 우전 세 가지 차를 행사 기간 동안 전시·판매했다.
감이 익어가는 무렵 찻물을 올리며
땅에 붙어사는 지피식물처럼 가만히, 오래 들여다봐야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한옥 시리재. 2006년 설치 미술가이자 인테리어 디자이너 박실이 기둥부터 서까래·대들보·붙박이장 위치, 문살 종류까지 직접 그림을 그리면서 매만진 집이다. 30평 대지에 지은 15평짜리 한옥이지만 수납이 완벽한 방 두 개에, 와인 냉장고까지 갖춘 주방에, 샤워 부스가 설치된 욕실까지 있다. 물이 떨어지는 펌프, 그 물이 고이는 물확(1톤의 몸체를 땅 아래 숨겼다!), 집주인을 닮은 매화와 감나무, 지피식물까지 마당은 또다른 백미다. 바깥 담을 60cm 안쪽으로 후퇴시킨 자리에 나무를 심어 골목 풍경까지 챙긴 것으로 주인의 도량을 살필 수 있다. 시리재에 행복작당 기간 동안 하동 차 향이 스몄다. 1천2백 년 전 차 씨앗을 처음 심은 하동은 차 시배지이며, 차나무가 야생으로 집단화한 야생 차의 본령이다. 하동 차는 2022 하동세계茶엑스포(2022년 4월 23일~5월 22일)를 통해 한층 더 알려질 예정이다. 그 사전 행사로 하동군과 스타일리스트 문지윤이 ‘감이 익어가는 무렵 찻물을 올리며’라는 주제로 시리재를 다실로 변모시켰다. 쟈드리 김해옥 대표, 관아수제차 김정옥 대표, 호중거 오금섭 대표 등 차인들이 차회도 여덟 차례 열었다. 문지윤의 글처럼 ‘찻물을 올리며 멀리서 오는 나의 오랜 벗을 기다린’ 가을이었다.
- 2021 행복작당 시리재 x 하동군 x 스타일리스트 문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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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1년 1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