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짓는 공법이나 자재에 따라 전원주택은 백만 스물두 개로도 나누어질 수 있지만, 보통 집의 골조(집을 이루는 뼈대)가 무엇인가로 구분하는 게 일반적이다. 골조가 나무라면 ‘목조주택’, 철이라면 ‘스틸하우스’, 통나무라면 ‘통나무집’, 통나무와 흙이라면 ‘황토집’, 시멘트와 철근이라면 ‘콘크리트집’이라 부른다. 외관이 노출 콘크리트로 마감돼 있더라도 골조가 나무라면 ‘목조주택’이라 부르는 게 혼동이 없다. 하지만 나무를 골조로 하는 건 꼭 목조주택만이 아니고 한옥이나 통나무집도 나무를 골조로 할 수 있다. 크게 구분해 이야기할 수는 있지만 정확한 구분은 어렵다는 뜻. 또 모든 방법이 장단점을 두루 갖추었으니, 자신의 형편과 취향에 맞게 취사선택해야 한다.
1 황토집
전원주택을 짓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한 번쯤 황토집을 꿈꾼다. 가장 친환경적인 집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흙으로만 집을 지었을 때 그 집을 관리하다 나동그라질 수도 있다. 황토집은 빗물, 바람, 온도에 흙벽이 갈라지고 흘러내리기 때문에 수시로 보수를 해야 한다. 이런 번거로움을 없애려고 요즘엔 황토집을 지을 때 이물질을 넣거나 화학제품이 첨가된 황토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이런 집을 친환경적이라 할 수 있을까? 황토집을 값싸게 지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도 오류가 있다. 아파트에서와 같은 기능을 갖춘 황토집을 지으려면 목조주택이나 스틸하우스보다 훨씬 비용이 높아진다. 황토집을 싸게 지으려면 시간을 두고 직접 지어나가거나, 예전 화전민 주택으로 많이 쓰이던 귀틀집처럼 지어야 한다. 이런 집은 세련된 맛은 없지만, 소박한 멋을 사랑하는 이라면 도전해볼 만하다. 방 하나 정도만 황토집으로 꾸미는 것도 현명한 방법.
2 목조주택
전원주택으로 가장 사랑받는 형태다. 정확하게 말한다면 ‘경량 목구조 주택’이라고 불러야 맞다. 전형적인 미국식 전원주택 스타일로, ‘언덕 위의 하얀 집’을 생각하면 쉽다. 이 집은 2×4인치 또는 2×6인치라는 표준 규격의 각재(모가 지게 켠 나무)로 집의 뼈대를 만드는데 표준화된 자재에 공법도 시스템화되어 있어 시공이 간편하다. 또 콘크리트처럼 물을 섞는 공법이 아니기 때문에 시공 기간도 짧다. 목재는 철이나 콘크리트보다 압축강도가 크기 때문에 구조적으로도 안전하고 충격을 흡수하는 능력도 뛰어나다. 실제로 일본 고베 지진 때 목조주택의 피해가 가장 적었다. 벽돌주택의 수명이 보통 30년 정도라면 목조주택은 50~1백 년 정도 된다. 단열성도 콘크리트의 4배, 벽돌의 6배, 석재의 15배나 된다. 자동 습도 조절 능력에, 재활용이 가능한 친환경성, 사는 사람이 느끼는 쾌적함까지 인기를 끌 수밖에 없는 공법이다. 하지만 시간에 따라 뒤틀리기도 하고, 불에 약하다. 흰개미가 출몰하면 손을 쓸 수 없다는 치명적인 약점도 있다(다행히도 우리나라에서 흰개미가 발견되는 지역은 남부 일부 지역뿐이다).
3 스틸하우스
목조주택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한 집 짓기 방식이 스틸하우스다. 스틸하우스는 나무 대신 아연도강판(아연으로 도금한 철강재)을 나사로 조여 뼈대를 만들고, 그 사이에 단열재 등을 넣어 벽체를 완성하는 방법인데, 그 공법이 목조주택과 비슷하다. 이 대목에서 아연도강판에 방점을 찍을 것. 아연은 스스로 희생하는 갸륵한 성품이 있어 철강재에 금이 가거나 손상됐을 때 부식하는 것을 막는다. 스틸하우스가 반영구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스틸하우스는 지진이나 태풍에도 비교적 안전하다. 다만 지진 때 휨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화재 때는 아연도강판 덕분에 표면 온도가 완만히 상승하지만 이 경우에도 휨 현상이 생길 수 있다. 목조주택처럼 건식 공법이기 때문에 공사 기간을 30% 이상 줄일 수 있다. 무엇보다 설계를 자유롭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원하는 형태를 표현할 수 있다. 재활용이 가능하다면 인체에 해로운 요소가 없는 집 짓기 방법.
4 콘크리트집
근사하게 집 짓고 싶어 하는 젊은 사람이 많아지면서 전성기를 누리는 것이 콘크리트집이다. 정확하게 이름 붙이자면 ‘ALC(경량 기포 콘크리트) 블록 주택’이라 해야 한다. 시멘트와 규사, 생석회 같은 무기질 원료를 고온·고압으로 가공해 기포콘크리트 제품으로 만든 것이 ALC 블록인데, 이 블록을 벽돌처럼 쌓아서 집을 짓는다. 공장에서 블록을 만들기 때문에 콘크리트에 비해 강도가 뛰어나고 방음, 단열, 내구성도 월등하다. 흙집의 통기성을 갖추었기 때문에 우리 전통 가옥과도 친근하다. 유해물질도 비교적 적게 발생한다. 건축 현장에서 발생하는 ALC 잔재는 분쇄해 식물 비료로 쓸 만큼 자연친화적이다. 다만, 일반적인 시멘트 공법에 비해 건축비가 비싸다. 또 목조주택에 비해 실내 면적이 좁다(목조주택은 벽체 사이에 단열재, 전선, 수도 파이프라인이 설치되기 때문에 면적이 최소 2평 이상 넓어진다). 발포재여서 습도 조절 능력도 뛰어나지만, 시공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강도가 약화되고 균열이 생길 수 있다. 반드시 믿을 만한 시공업자를 물색하는 것이 관건.
5 통나무집
통나무집이 전원주택의 대명사였던 시절이 있었다. 통나무만으로 집을 짓기 때문에 친환경적이고, 그윽한 나무 향까지 풍겨 나오니 전원주택에 좋은 재료인 건 분명하다. 하지만 나무라 관리가 어렵고 디자인이 단조롭다는 단점이 있다. 특히 실내를 통나무로 마감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변화를 주기 힘들고 원형 통나무일 경우 나무 사이에 먼지가 쌓여 청소가 힘들다는 사람이 많다. 또 통나무는 대부분 수입산이기 때문에 매우 비싸다. 국산 자재가 있기는 하지만 품질에서 아직은 수입 제품을 따라가지 못하는 데다, 가격도 수입산과 마찬가지로 비싸다. 요즘엔 주택용보다는 카페나 펜션용으로 통나무집을 많이 짓는다. 한 번 다녀갈 때는 운치 있어 좋지만 오래 살아야 하는 사람에겐 크게 매력적이지 않다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