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의 완성은 향수라 일컫는 것처럼 인테리어의 완성은 향이다. 나는 외출 시 화장은 안 해도 향수는 뿌리고, 집 청소는 슬쩍 해도 향초나 디퓨저는 세심히 고른다. 최근에는 아로마 오일을 물, 돌, 종이, 나무 같은 것에 떨어뜨리는 방식의 천연 방향제를 애용한다(향초가 미세먼지 수치를 높이는 걸 목격한 이후). 몇 주 전부터 나의 거실 장식장 위에는 도예가 김선미가 만든 백자 향합이 놓여 있다. 이 향합은 일상의 소비가 선한 후견이 되는 문화의 선순환을 꿈꾸는 컬처 벤처 ‘페이트론 서클Patron Circle’의 공예 프로젝트 첫 번째 결과물이다. 시작은 이랬다. 아티스트의 독창성과 청년 스타트업의 열정이 만나 탄생한 공예품이 누군가에게는 마음과 정성을 담은 특별한 선물이 되고, 이것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 사회의 공동선으로 확장될 수 있지 않을까? 페이트론 서클의 좋은 생각에 전시 기획자 김정수와 도예가 김선미, 조향 스타트업 페일블루닷이 의기투합했다. 뚜껑 있는 도자 합과 풀 내음·바다 내음이 담긴 향이 만나 아름다운 향합이 탄생한 것이다.
“일반 디퓨저는 늘 향기가 나지만 향합은 달라요. 내가 뚜껑을 열고 아로마 오일을 떨어뜨리는 행위를 해야만 하죠. 코로나19로 자기를 돌아보는 시간이 늘어났고, 이 향합이 장식 역할뿐 아니라 힐링과 치유의 역할도 할 수 있기를 바라며 기획했어요.” (프로젝트 기획자 김정수)
“합은 뚜껑 있는 그릇을 뜻하지만, ‘합하다’ ‘합이 좋다’처럼 단어가 지닌 정서적 느낌도 좋아요. 기능적 물건을 매일 손으로 만지고, 눈으로 보고, 향을 맡으며 어우러지는 시간을 차분하게 감성적으로 풀고 싶었어요.” (도예가 김선미)
원형 합은 안쪽에만 유약 처리를 하고, 바깥쪽은 오일만 살짝 발라 손으로 잡았을 때 보드라운 흙을 만진 것처럼 편안하다. 뚜껑에는 금처럼 반짝인다고 해서 ‘바보들의 금’이라고 부르는 정제하지 않은 프랑스산 천연석 파이라이트 pyrite를 붙였다. 뚜껑을 열고 편백나무 대팻밥에 오일을 몇 방울 떨어뜨린 뒤 깊게 숨을 들이마시면 촉촉한 숲속에 들어선 듯 마음이 차분해진다. 이 향은 여러 후보를 물리치고 최종 선택된, 오키나와 여행지의 감성을 담은 향이란다. 하루를 마감하거나 자신만의 시간을 갖고 싶을 때, 복잡한 세상살이에서 긴장하거나 불안한 마음이 들 때, 기분이 우울할 때 이 향합의 뚜껑을 열어보시길…. 나에겐 치유의 시간이 되고, 누군가에겐 응원과 나눔이 될 것이다.
스토리샵
단아한 조형성과 실용성을 겸비한 김선미 작가의 합이 깊은 바다의 머린 향과 풀 내음을 블렌딩한 페일블루닷의 향과 어우러져 명상의 시간을 제안합니다. 고급스러운 원형 박스에 담아 선물용으로도 더할 나위 없습니다.
구성과 규격 백자 합 지름 약 11.5cm·높이 7cm, 편백나무 대팻밥, 페일블루닷 오일 10ml
가격 23만 원
주문 방법 전화(080-007-1200)와 카카오톡 친구(M플러스멤버십), <행복> 홈페이지 내 구독&쇼핑에서 주문하세요.
- 도예가 김선미 x 조향사 페일블루닷 x 페이트론 서클 향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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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일상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산다고 생각하지만, 때로는 어떤 물건이 나의 일상을 이끌기도 한다. 특히 작가의 깊은 사유와 정성, 스토리가 담긴 공예품은 행동을 이끄는 힘이 크다. 조용하지만 의미와 이야기가 담긴 공예품을 만나면 작은 행복이 피어오르는데, 지금 소개하는 향합이 바로 그런 물건이다.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20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