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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인 노스탤지어, 미래의 감성을 자극하다 [서울리빙디자인페어 4] 리빙 디자인으로 만난 공예가와 디자이너
지난 3월 22일부터 26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 전시장에서 열린 제13회 서울리빙디자인페어. 올해는 디지털 생활 속의 아날로그적 감성을 강조한 21세기 '향수'인 '네오노스탤지어'라는 신개념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며 그 어느 때보다 확실한 개성과 수준 높은 디자인 감각을 선보였습니다. 특히 우리 고유의 정서를 모던한 디자인에 접목한 '한국적' 네오노스탤지어는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스타일로 현재 인테리어 디자인의 경향을 확인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이제 국내 트렌드 발전소로 확고히 자리매김한 서울리빙디자인페어. 그 현장에서 발견한 2007년을 다채롭게 수놓을 인테리어 디자인 트렌드와 감각적인 생활을 위한 특별 전시를 소개합니다.


1 김치호·장춘철 씨는 자개를 TV와 결합, 거대한 아트월을 연출했다.
2 돌, 나무 등의 질감에 주목한 김백선·이재효 씨.
3 김경숙 씨는 영림임업, 동화자연마루, 크레아디자인과 함께 전통 창살 문양을 우드 패널로 제작했다.
4 한지와 모던 그래픽의 조화를 시도한 정규태·이유라 씨.

Designer’sChoice
한국적인 노스탤지어,  미래의 감성을 자극하다 - 리빙 디자인으로 만난 공예가와 디자이너
나무 창살, 한지, 옻칠, 나전칠기, 금박, 단청…. 전통 공예 기법은 역사 전시관, 근근이 명맥을 이어가는 전통 시장 안에서 존재할 뿐 고루한 것으로 여겨지며 점점 현대인의 생활과 멀어지고 있다. 당장 우리의 생활공간만 둘러보아도 이 같은 전통 공예품은 우리 곁을 떠났거나 유물로 박제되어버린 지 오래. 그러나 제아무리 기능적이고 쾌적한 서구식 현대 공간에서 살아간다고 해도 전통에 대한 그리움은 한국인인 우리 안에 당연하게 자리 잡고 있다. ‘네오노스탤지어’를 주제로 한 이번 리빙페어에서 한국적인 것에 대한 향수를 어떻게 지금 시대에 맞게 풀어낼 수 있을지, 우리 전통이 지닌 가능성은 무엇인지, 디자이너와 전통 공예 장인이 짝 지은 아홉 팀에게 물었다. 김백선·김치호·유정한·이현주·전시형·정규태 씨 등 내로라하는 현역 인테리어 디자이너들이 옻칠 공예 윤만중·나전칠기 장춘철, 한복 이효재 씨 등 전통공예를 이어가고 있는 장인의 기술과 노하우를 빌어 각 디자이너만의 감성을 더해 현재의 우리에게 영감을 주는 상징적인 디자인의 부스를 연출했다.

현장에 설치된 부스는 규격이 측변 3칸, 정변 5칸 형태인 한국 고건축물의 비례를 따른 것. 한지, 비단, 돌, 나무 문살 등 한국인에게 익숙한 전통 소재들은 실험적인 콘셉트로 벽면 가득, 때로는 공중을 부유하며 설치되어 관람객의 시선을 유혹했고, 디자이너스 초이스 부스는 전시 기간 내내 가장 많은 발길로 붐볐다. 전통 모티프는 때로는 과감하게, 때로는 전혀 낯선 형태로 모습을 드러내며 21세기를 사는 현대인과 조우했다.
한지를 현대 그래픽으로 재현한 디자이너 정규태· 한지 작가 이유라 씨의 부스, 돌·나무의 자연적인 질감을 표현한 디자이너 김백선·조각가 이재효 씨의 부스는 소재를 강조하는 추상적인 형태로 나타났다. 특히 김백선·이재효 씨 부스는 공중에 부수한 돌 조각을 띄워 원형의 터널을 연출, 자연이 지닌 순수한 감동을 위엄 서린 모습으로 전달했다. 돌과 나무, 빛으로만 구성된 이 부스에서는 태초의 순간을 체험하는 듯 순수한 자연의 이미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정규태·이유라 씨는 색색의 한지를 모던 그래픽의 재료로 이용했다. 부스 벽면에 전면적으로 마감된 한지는 현대적인 컬러 매치를 이루며 모던 그래픽의 현란한 색감을 재현했다. “작품을 진행할수록 우리가 지켜나가야 할 것을 잊고 지냈다는 부끄러움이 느껴졌다. 전통과 현대적인 모티프의 접목은 매우 진보적인 생각이고 존중받아야할 주제다”라며 정규태 씨는 참여의 소감을 전했다.

5 음양오행이 혼재된 서재를 연출한 김욱선·윤만중 씨. 
6 고재와 크리스털의 조화를 보여준 김현준·홍현주 씨. 스와롭스키 코리아가 크리스털을 지원했다. 
7 전통 비단과 금박에 주목한 이현주·김정숙·김광수 씨. 
8 전시형·이효재 씨는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실험적인 연출을 선보였다.
9  과거의 기억을 형상화해 표피적인 복고를 넘어서려고 한 유정한·정두화 씨.

그런가 하면 나전칠기, 옻칠과 같은 전통 마감 방식도 새롭게 응용되었다. 디자이너 김욱선, 옻칠 장인 윤만중 씨는 옻칠 공예를 활용해 음양오행의 의미를 상징적으로 반영, 과거와 현재가 혼재된 서재를 연출했다. 이번 서울리빙디자인페어의 아트 디렉터이기도 한 김치호 씨, 그리고 칠기장인 장춘철 씨는 나전칠기가 빛을 통해 자개의 변화무쌍한 무지갯빛 색채를 전달해주는 점에 착안, 최첨단 디지털 영상과 접목하여 소재의 반전을 꾀했다. 마치 TV 모니터 밖으로 퍼져나가는 영상을 상징하는 듯한 나전칠기 벽면은 감각적인 아트 월로도 손색없을 정도. 디자이너 이현주·섬유 작가 김정숙·금박장인 김광수 씨는 전통 비단 보자기와 금박으로 현대 주거에도 응용할 만한 침대와 소파를 제작, 공감을 얻었다. 한편 디자이너 유정한·벽화 작가 정두화 씨는 한복, 고무신, 침구 등을 실험적으로 배치해 신비함이 감도는 독특한 공간을 연출했다. “많은 디자인이 한국적 정체성을 표방하면서도 과거의 외적인 형태만 기억하려는 점이 안타까웠다. 과거의 기억을 형상화하는 과정을 통해 복고의 한계를 넘어서고자 한다”고 유정한 씨는 연출의 변을 밝혔다. 전통 공예의 아름다움, 새로움, 현대적 가능성을 보여주었던 <디자이너스 초이스>전은 한국의 디자이너들이 풀어가야 할 의미 있는 숙제를 던져주며 많은 사람들의 관심 속에 막을 내렸다. 

손영선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7년 5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