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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을 빛낼 스타 디자인 [서울리빙디자인페어 1] 리빙 디자인 어워드
지난 3월 22일부터 26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 전시장에서 열린 제13회 서울리빙디자인페어. 올해는 디지털 생활 속의 아날로그적 감성을 강조한 21세기 '향수'인 '네오노스탤지어'라는 신개념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며 그 어느 때보다 확실한 개성과 수준 높은 디자인 감각을 선보였습니다. 특히 우리 고유의 정서를 모던한 디자인에 접목한 '한국적' 네오노스탤지어는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독특한 스타일로 현재 인테리어 디자인의 경향을 확인하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이제 국내 트렌드 발전소로 확고히 자리매김한 서울리빙디자인페어. 그 현장에서 발견한 2007년을 다채롭게 수놓을 인테리어 디자인 트렌드와 감각적인 생활을 위한 특별 전시를 소개합니다.

총 4개 부분에 걸쳐 7개 수상 업체를 선정했다. 리빙디자인어워드는 작년까지 ‘에디터스 어워드’라는 이름으로 주요 일간지와 리빙 월간지 기자들로 구성된 심사위원이 디자인이 뛰어난 업체를 선정했던 코너. 올해는 인테리어 관련 월간지 편집장과 패션 디자이너, 스타일리스트 등 유명 인사를 초청, 다양한 안목을 통해 수상 업체를 엄선했다.

1, 3 최병훈 씨의 가구는 대량생산되는 가구에서 보기 힘든 자연의 질감을 살리면서도, 그 어떤 현대의 첨단 디자인 못지않은 모던함과 간결함을 담고 있다.
2 꽃을 모티프로 한 최승천 씨의 가구. 이 부스의 가구 제작은 영림목재와 밴텍 퍼니처가 함께 지원했다.
4, 5 디자이너 윤영권 씨가 대형 기린이 시선을 끈 부스 디자인을 담당했다.

아메리카 하드우드 포럼대상
미국활엽수수출협회에서 선보인 아메리카 하드우드 포럼이 영예의 대상을 거머쥐었다. 이 부스는 입구에서부터 어른 키의 세 배는 될 법한 초대형 기린 오브제가 현대인의 향수를 자극하는 듯 시선을 끌었는데,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에 가까운 지지로 대상에 선정되었다. ‘나무로 재해석한 네오노스탤지어’를 주제로, 자연의 따뜻한 매력을 가장 잘 드러내는 나무를 재료로 가구이자 작품인 아트 퍼니처를 선보였다. 국내 아트 퍼니처 작가 1세대인 최승천 씨와 2세대인 최병훈 씨가 레드오크, 단풍나무, 호두나무, 물푸레나무 등의 미국 활엽수를 이용, 나무 질감의 매력을 멋스럽게 담아낸 목공예 가구는 기품 있는 아름다움으로 관람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다.

특히 최병훈 씨의 ‘적층 성형 기법에 의한 의자’는 그 참신한 디자인으로 화제에 올랐다. 밴딩banding 기술을 적용해 단일한 나무 면을 구부려 의자 형태를 만들고, 지렛대처럼 돌의 무게로 별도의 다리 없이 앉은 사람을 지지하도록 한 것. 이는 자연의 특성을 살린 유기적인 디자인과, 절묘한 힘의 균형을 이루는 과학적 역학 구조를 동시에 실현한 것이다. 한편 꽃과 새를 모티프로 한 최승천 씨의 가구도 따뜻한 컬러와 정감 어린 디자인으로 관람객의 마음을 흐뭇하게 했다. 이 아트 퍼니처가 전시된 부스는 개성 넘치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윤영권 씨가 디자인한 것. 심사위원인 패션 디자이너 이상봉 씨는 “가구의 창의성이 돋보였고 부스의 공간 활용이 뛰어났다. 전시 콘셉트가 잘 드러나는 완벽한 설치였다”고 평했으며, 탤런트 김호진 씨 또한 이곳을 전시 목적과 공간 디자인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곳으로 꼽았다. 문의 02-722-3685

1 가구의 배치 방법과 벽지, 조명을 이용해서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2 유럽에서 수입한 다채로운 디자인의 벽지. 선명하고 화려한 색깔과 독특한 패턴을 자랑하는 제품이 많다.
3 중세 유럽의 수도원을 연상케 하는 D.H 인터내셔널의 부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음악을 틀어놓아 더욱 그윽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각기 다른 벽지와 가구로 꾸민 여덟 개의 룸이 눈을 즐겁게 했다. 

D.H 인터내셔널 눈에 띄는 공간상
이번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서 드넓은 전시장을 돌다 부스 너머로 들려오는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음악 소리에 가던 걸음을 멈추게 하는 곳이 있었다. 벽지와 커튼을 수입하는 D.H 인터내셔널의 부스다. 공간 자체는 크지 않지만 그윽한 회색 톤으로 마감한 실내가 노래와 잘 어울린다. “돌로 된 유럽의 오래된 수도원을 모티프로 디자인했습니다. 얼마 전 내한 공연한 <노트르담 드 파리>를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지요.” D.H 인터내셔널의 조은정 실장은 이번 부스의 콘셉트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내부는 각기 다른 분위기로 꾸민 여덟 개의 룸을 일렬로 배치했다. 덕분에 좁은 직사각형 공간을 효율적으로 이용했다는 느낌이 든다. 방마다 D.H 인터내셔널의 독특한 벽지와 그에 어울리는 가구, 샹들리에 등이 진열되어 지나가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특히 패턴이 강렬한 벽지들은 새로운 제품을 찾는 바이어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았다. 착시를 일으킬 정도로 프린트가 섬세한 벽지는 멀리서 보면 동물 털이나 물방울처럼 보인다. 벽지는 사람으로 치자면 옷과 같다. 벽지 하나만 잘 쓰면 값비싼 가구를 들여놓지 않더라도 한결 고급스럽고 현대적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D.H 인터내셔널이 준비한 공간에서 이를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문의 02-512-8590

1 내부에 들어서면 먼저 칠레 작가 오스발도 페나의 목조각 ‘데이 바이 데이’를 만난다. 본사 로비에 상시 전시하는 작품. 
2 이번 전시관의 인테리어를 맡은 이건창호 디자인팀의 최혜진·김유선 대리.

이건창호·이건리빙 눈에 띄는 공간상
이건창호·이건리빙은 벽돌색 컨테이너를 2층으로 올려 제작한 부스로 눈길을 끌었다. 디자인하우스의 페이퍼테이너 건축으로도 잘 알려진 시게루 반의 작품을 모티프로 만든 공간이다. “박람회에서 부스를 설치할 때 쓰는 자재는 한 번 쓰면 버리기 마련인데, 저희는 컨테이너 박스를 사용해 반영구적으로 활용할 계획입니다.” 이건창호 디자인팀 김유선 대리의 설명이다. 관람객 입장에서 보면, 이건창호·이건마루의 전시관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분할해 제품이 쉽게 눈에 들어온다는 것이 장점이었다. 이는 심사위원단의 총평과도 일치한다. 내부 중앙에는 칠레 작가 오스발도 페나의 대형 목조각 ‘데이 바이 데이’를 설치해 관람객의 시선을 모았다. 디자인팀의 최혜진 대리는 “마루나 창호는 기능성이 최우선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제품의 예술성을 중시한다는 점을 상징한다”고 기획 의도를 설명했다. 이번에 소개된 제품 중 이건리빙의 ‘움직이는 벽’이 특히 관람객들의 호기심을 끌었다. 이 제품은 쓰는 이의 필요에 따라 공간을 새롭게 구획할 수 있으며, 조명등이나 PDP 등을 장착할 수 있다. 이건창호는 한국 전통 창호의 디자인에 과학 기술을 접목해 열 손실을 최소화하는 고단열 제품이 인상적이었다. 문의 02-2007-2288 www.eagon.com 

1 첨단 벤딩 기술을 이용해 나무 패널을 자연스럽게 구부려 만든 류민영 씨의 의자.
2 테이블과 스탠드가 혼연일체를 이룬 권재민 씨의 재치 있는 디자인과 평면적인 그래픽 작품이 곧 조명등이 되는 김수진 씨의 작품.

디자인 칼로리 디자이너 강명선눈에 띄는 제품상
가구일까, 아니면 거대한 조각 작품일까? 디자인 칼로리의 디자이너 강명선 씨 조각 같은 가구는 이번 전시에서 단연 눈길을 모았다.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를 이끌어낼 만큼 개성이 확실한 가구는 ‘예상대로’ 가구도 되었다 작품도 되는 신개념 생활 오브제. 나무를 깎아 만든 것이 아닐까 생각했던 몸체는 FRP라는 강화 플라스틱으로 만든 것이요, 여기에 반짝이는 장식은 모두 천연 자개다. 모던하면서도 자연미가 느껴지고, 게다가 나전칠기 장식은 전통의 세련된 재해석이라 할 수 있다. “참신한 소재로 획기적인 디자인을 만들고자 전통 나전 칠기를 접목했지요.” 그의 작품은 완성도 높은 마무리와 디테일에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의자의 굴곡진 등받이에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는 자개며 앉았을 때 편안한 느낌은 가구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문의 02-337-5207


1 공장에서 일률적으로 생산되는 기성 철판 한 장을 통째로 사용해 의자를 만들었다. 앉아본 이들은 의외의 안락함에 반한다.
2 철판을 접고 두드려 만든 조형물. 안재복 씨에게 철판은 차갑고 딱딱한 소재가 아니다.

그룹 쇼 눈에 띄는 제품상
그룹 쇼에서 선보인 가구는 ‘양보다 질’이라는 것을 외치듯, 모두 참신한 개성으로 똘똘 뭉쳐 있다. 나무 패널 한 장을 구부려 만든 의자, 책상과 혼연일치를 이룬 스탠드, 그래픽 작품인 줄 알았지만 그것이 곧 조명등인 제품 등. 아이디어 넘치는 디자인에 보는 이는 호기심 어린 눈길과 웃음을 머금게 된다. 홍익대 목조형학과 출신 및 재학생인 권재민·류민영·김수진 씨가 모여 만든 그룹 쇼는 ‘디자인은 결코 멀리 있지 않다’는 신념으로 가구를 만들고 있다. 그래서일까, 형태는 지극히 심플하나 그 안에 ‘의외의 기능’을 방점처럼 찍어놓은 것이 높은 점수를 얻었다. 문의 권재민 great_kwon@hotmail.com 

1 자개를 현대적 가구에 접목한 참신한 시도로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은 디자이너 강명선 씨.
2 강명선 씨가 자개를 활용해 만든 생활 오브제는 그릇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안재복의 <의:자>展 인기상
“철판을 단 한 치도 버리지 않고 종이 접듯이 찢고 구부리다 보면 생기가 돌고 따뜻한 체온이 담긴 3차원 구조물이 된다.” 작가 안재복 씨는 철판 한 장으로 표정이 각기 다른 의자를 만들었다. 어떻게 차갑고 딱딱한 쇠로 의자를 만들 생각을 했을까 싶다. 하지만 작품에 자유롭게 앉거나 누워본 관람객들은 “와, 편하네!”라며 흡족해했다. 안재복 씨는 “생각보다 편하다는 뜻이겠지요”라며 우선 겸손한 말을 한다. 자세히 물으니 비법을 들려준다. “우선 나무로 제작해 앉거나 누워본 뒤 몸이 편안하게 느끼는 실루엣으로 조정합니다. 혹은 공갈빵처럼 부풀린 철판을 제가 직접 엉덩이로 깔고 앉아 구부립니다.” 이 인기상은 작가의 바람대로 이곳에서 즐겁게 놀다 간 관객들이 준 상이라 해도 맞을 것이다. 문의 www.ahnjaebok.com 

1 디지털 연못에서 한가로이 헤엄치는 물고기는 사람의 발길에 따라 소리와 동작으로 반응해 관람객에게 즐거움을 선사했다.
2 필립 스탁의 루이고스트 의자에 기생 얼굴 그림이 프린트했다 .

힐스테이트 트렌드포럼인기상
서울리빙디자인페어가 열린 코엑스의 인도양홀과 태평양홀을 통틀어 스케일과 웅장함이 가장 돋보였던 부스는 두말할 것 없이 힐스테이트 트렌드포럼. 이곳은 “전통 한국 건축의 기둥을 도입해 공간을 입체적인 두 개의 층으로 구성하는 등 짜임새가 뛰어나고, 전통 건축 언어로 풀어낸 첨단의 주거 문화가 흥미로웠다”는 평가를 얻으며 인기상에 선정되었다. 힐스테이트 트렌드포럼은 ‘당신의 루는 무엇입니까?’라는 주제로 한국의 전통 건축물 ‘누樓’를 현대적으로 재현했는데, 위엄 있는 전통 대문과 신기한 디지털 연못으로 입구에서부터 많은 관람객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연못을 건너 계단으로 올라가면 본격적으로 루 공간에 들어서게 되는데, 조선시대 화조도를 연상시키는 그림을 디지털로 재현한 벽면 아래 정신적 여백을 즐길 수 있는 휴식 공간이 나타난다. 이어서 주방, 욕실, 침실 등의 주거 공간이 등장하는데, 필립 스탁의 루이고스트 의자에 프린트된 기생 얼굴 그림 등 한국적 터치를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21세기에도 여전히 유효한 한국적인 멋을 소개하고, 정신적인 안식과 치유가 가능한 주거 디자인을 선보인 셈. 이 공간을 완성시킨 스태프 또한 그 화려한 구성으로 시선을 끌었다. 유럽에서 각광받고 있는 건축가 로베르토 셈프리니, 한국 건축가 박재우 씨가 함께 전체 공간을 설계하고,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민송이·민들레 씨가 스타일링을 맡았다. “현대인들이 잠시 조선시대로 돌아가 그 시대의 풍류와 운치를 느끼고, 자연을 통한 치유와 회복을 경험하도록 만들고 싶었다. 누는 이를 보여줄 수 있는 전통 건축물로 제격이었다”는 것이 박재우 씨의 설명. “자연을 가까이 둘 수 없기 때문에 그 대안으로 하이테크놀로지를 통해 재현한 디지털 자연을 가져왔다”는 로베르토 셈프리니 씨의 말처럼 현대에 맞는 방식으로 과감하게 네오노스탤지어를 담아낸 이 부스는 관람객의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문의 1577-7755

3 동양적인 나비 문양의 타일이 반짝이는 욕실.
4 힐스테이트 트렌드포럼 부스를 디자인한 건축가 박재우 씨(오른쪽)와 이탈리아 건축가 로베르토 셈프리니.

“자신감 있는 개성, 완성도 높은 고급스러운 디자인으로 성숙한 리빙 문화가 돋보인다”

인테리어 디자인에 조예가 깊은 ‘라이프 스타일리스트’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이 참여한 리빙디자인어워드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찼다. 올해 인테리어 디자인 트렌드와 경향에 대해 진지한 토론이 이어졌는가 하면 전시에서 눈에 띄었던 업체와 디자이너 등에 대한 정보를 교류하는 등 열띤 반응이 이어졌다. 그만큼 의미 있고 완성도 높은 디자인을 선보인 업체가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무엇보다 이번 전시에는 완성도 높은 제품의 등장이 눈에 띕니다.” “우리 전통에 대한 세련된 해석은 세계에서 빛날 듯합니다.” “개인 브랜드, 디자이너의 부스의 약진이 돋보입니다.” 네오노스탤지어라는 주제하에 열린 서울리빙디자이페어에 대한 심사위원단의 평가는 전반적으로 국내 디자인의 개성이 강해지고 수준이 높아졌다는 데 일치를 보았다.


손영선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7년 5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