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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아파트, 나비처럼 우아하게 날다
옷이 날개라는 말, 비단 사람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집도 멋진 옷을 차려입으면 신수가 훤해지는 법. 일명 '나비장'으로 유명한 오리엔탈 가구 브랜드 아시안 데코의 대표 임정희 씨 집은 얼마 전 새 옷으로 갈아입었다. 지난 3년간 그가 심혈을 기울여 디자인한 '신제품'으로 연출한 집은 가구에 살포시 내려 앉은 나비처럼 단아하다.

1 복도 끝 벽면에 포인트로 놓은 콘솔 겸 CD 수납장. 모던한 그래픽 패턴이 세련된 메탈 느낌의 포인트 벽지 앞에 블랙&플래티넘 라인의 가구를 놓아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했다. 조형적인 화병 오브제를 매치해 세련미를 더했다. 
2 휴일 오후, 막내딸 수영이와 함께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는 임정희 씨. 거실 한쪽 벽면을 검은색 대리석으로 마감해 전체적으로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나고, 이를 배경으로 나비가 있는 동양화 한 폭을 전사한 벨벳과 육중한 느릅나무 프레임이 결합된 소파 세트를 놓아 이국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가구가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다면? 물론 믿기 힘든 사실이다. 누구나 읽고 살 수 있는 책도 아니고, 부담 없이 구입할 수 있는 옷도 아닌, 한 번 구입하면 10년 이상 써야 하는 가구가 이토록 폭발적인 인기를 구가할 수 있다니. 그러나 때론 믿기 힘든 이야기가 현실이 되어 수많은 드라마를 낳는다. 한 집 안, 한 집 안의 표정을 바꾸고 한 시대의 스타일을 주도하는 가공할 만한'권력'을 갖게 되니 말이다.

1 자개 장식이 더해진 붉은 테이블 매트를 놓아 화려함을 더한 가운데, 푸른 대나무와 호접란으로 만든 센터피스를 조화시켜 이국적인 풍경을 연출했다. 
2 현관 문을 열면 가장 먼저 마주치는 벽면에는 선반을 설치, 밝은 컬러의 난을 놓아 집 안의 인상을 환하게 밝혀주었다. 
3 거실에 놓인 베드 벤치형 소파에는 서로 다른 색상의 실크 쿠션 여러 개를 매치하고, 사이드 테이블에 흰색 호접란 화분을 놓아 생기 있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4 아시안 데코의 대표 격인 나비장은 올해 플래티넘 라인으로 업그레이드 되면서 한층 정제되고 깔끔한 느낌이 든다. 날아오를 듯한 입체적인 나비 장식은 손잡이다.
5 방석 한쪽 모서리에 입체적인 코르사주 장식을 더해 은은하면서도 강렬한 인상의 의자를 만들었다.
6 소파 옆에 사이드 테이블처럼 놓은 플래티넘 수납장 위에 옻칠 함과 반짝이는 전복 껍데기 장식을 놓아 동양적인 분위기로 꾸몄다.

벌써 4년 전의 일이다. 한창 중국풍 가구가 유행하던 당시 중국 가구 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화사한 컬러와 형형색색의 나비가 그려진 '나비장'. 당시만 해도 중국장이라 하면 사다리꼴 캐비닛 형태의 붉은 '홍장'이 전부였던 때라 단순한 사각형의 노란색 나비장의 출현은 신선한 충격 그 자체였다. "흔히 아시아 스타일을 떠올릴 때면 붉은색을 생각하지만, 꼭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그래서 생각한 것이 좀 더 부드럽고 따스한 이미지를 주는 노란색을 메인 컬러로 정하고, 여기에 자유와 부를 상징하는 나비를 가미해보자는 것이었죠."

오랫동안 중국 앤티크 가구 숍을 운영하던 임정희 씨는 국내에서 아시아 스타일이 유행을 끌 무렵 과감한 결정을 내렸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가구와 소품을 다뤘던 안목을 바탕으로 보다 개성적인 아시아 가구를 만들어보자는 것. 결과는 중국 현지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일명 '나비장'의 탄생으로 이어졌고, 이는 '세 집 걸러 하나'가 놓일 만큼 폭발적인 판매율을 기록했다. 그리고 이제는 아시아는 물론 미국과 유럽 등의 해외 시장에서도 날로 주가를 높이고 있는 중이다.


1 침실에 놓인 콘솔과 거울을 조화시켜 만든 화장대. 은은한 베이지 톤에 플라워 패턴이 있는 벽지를 배경으로 놓은 가구는 침실을 로맨틱하고 온화한 느낌으로 만들어준다. 블랙 화병에 흰색 호접란 한 줄기를 꽂아 단아한 분위기를 연출한 점도 눈여겨볼 것.
2 50평대 이상 주상복합아파트나 빌라 등에 어울리게끔 최적의 비례로 만든 나비 장식장. 장식장 안쪽까지 플래티넘으로 처리해 고급스러움을 강조했다. 군더더기 없이 단순한 형태에 포인트처럼 달린 나비 손잡이가 강렬한 인상을 주며 공간을 개성 있고 활기차게 만들어준다.

"물론 뿌듯하죠. 하지만 나비장이 베스트셀러가 된다는 데 단순히 기뻐만 할 일은 아니더라구요. 사실 나비장은 믹스 매치 혹은 컬러 포인트 요소로 활용되는 액세서리 같은 가구이기 때문에 새로운 디자인으로 바로 바로 업그레이드해줘야 하거든요."1 임정희 씨의 혜안은 곧 나비장을 노란색에서 핑크, 터키 블루, 그린 등의 보다 과감한 컬러로 변주시켰고, 최근에는 골드 컬러를 선보이며 또 한 번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마치 팔색조 같은 나비장의 변화는 이제 데커레이션에서 필수 아이템이 되었으니, 그에게 '성공'이란 말은 과찬이 아닌 사실이지 싶다.

"가구를 디자인하다 보니 계속 욕심이 생기더군요. 아시안 데코 가구는 개성이 강해서 '풀 세트'로 연출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그래서 새로운 디자인이 필요합니다."이러한 그의 고민과 욕심은 나비장이 한창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을 무렵에 시작되었고, 그 해답은 3년 만인 지난 3월 새롭게 꾸민 임정희 씨의 집에 일목요연하게 제시되었다.

3 전통 한옥 지붕의 추녀를 보듯 날렵한 라인이 특징인 옻칠 사이드 테이블 겸 수납함. 한자의 목숨 수壽자를 도식화하여 자개로 장식한 앞면은 문짝으로, 원터치 방식으로 개폐된다. 안쪽에는 붉은 주칠이 되어 있다. 
4 침실에 걸려 있는 거울에 비친 침대. 느릅나무 프레임에 나비 그림이 전사된 벨벳이 가미된 침대 헤드보드와 골드 쿠션의 조화가 침실 분위기를 화려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아파트에 둥지를 튼 임정희 씨 가족. 유학 간 두 딸을 제외하고, 네 살배기 늦둥이 막내딸과 함께 세 식구가 사는 이곳은 어린아이가 있는 집이라 믿기 어려울 만큼 세련되고 시크하다. 화려한 나비장의 자취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고, 블랙에 고급스러운 플래티넘 나비 장식이 더해진 '낯선 가구'로 꾸며진 공간. 이전의 나비장 모티프가 살아 있지만 블랙&플래티넘으로 일관하는 가구는 도회적인 감각이 엿보이다가도 클래식한 우아함을 잃지 않는다. 그리고 나비가 무리 지어 있는 서랍장은 다분히 오리엔탈적인 신비한 분위기가 우러난다. "모던과 오리엔탈 그리고 클래식이 한데 어우러진 디자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직선인 듯하지만 살짝 둥글린 우아한 라인은 클래식 가구의 고전미를 닮았다고 할까요? 이탈리아의 모던 가구나 프랑스의 클래식 가구, 우리의 고가구 등과 자연스레 어우러지고, 같은 라인끼리 조합해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아요."그런데 가구란 옷과 마찬가지로'입어보기' 전까지는 우리 집과 어울린다고 장담할 수 없는 법. 블랙&플래티넘의 매력을 잘 아는 임정희 씨는 이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배경 컬러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

거실 한쪽 벽면은 블랙 대리석으로 처리하고, 복도 끝 벽면에는 메탈 느낌의 벽지를 붙여 가구가 자연스럽게 공간 속에 녹아들게 했다. 행여나 너무 '튀지 않을까' 우려했던 바는 이렇듯 벽지 배색으로 간단히 해결할 수 있었다고. 그리고 귀띔하길, "콘솔이며 나비장 모두 공간에 딱 맞는 비례로 제작된 거 아세요? 그리고 또 보기에는 그저 사각형 서랍장이지만 자세히 보면 보는 사람의 시선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 부드럽고 온화하게 느껴지지 않나요? 자세히 보면 모서리 처리가 살짝 둥글려져 있답니다. 그러니 제가 어린아이를 키우면서도 이렇게 과감히 '멋'을 부릴 수 있는 거죠."처음 이 집에 왔을 때, 과연 어린아이가 있는 집 맞을까 했던 의아함, 그리고 블랙&플래티넘이란 생소한 가구가 너무나 천연덕스럽게 놓여 있던 비결, 이제 그 의문과 깊은 뜻이 오감으로 느껴지기 시작한다. 중국풍 가구에서 아시아 스타일 가구로, 그리고 이제는 동서양을 아우르는 '메트로폴리탄' 가구로 비상하고 있는 임정희 씨의 디자인, 그리고 그 실험무대가 되는 집. 앞으로 그의 집에 또 얼마나 많은 나비가 거쳐 갈지 사뭇 기대가 된다.

아시안 데코 대표 임정희 씨는 국내 주부들 사이에 나비장 열풍을 일으키게 한 주인공. 중국 전통 가구를 우리나라 주거 환경과 스타일에 맞게 디자인하면서 실용적이면서도 멋스러운'아시아 스타일'가구로 발전시켰다. 최근에는 아시아를 넘어 유러피언 감각을 도입한 플래티넘 라인을 선보인 가운데, 고급 소재를 사용하고 정교한 디테일 등을 보강해 완성도 높은 가구를 만드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여기에 소개된 가구는 모두 한남동에 자리한 아시안 데코(02-792-4938) 전시장에 가면 만날 수 있다.









이정민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07년 4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