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가 유스케 세키Yusuke Seki의 손길이 닿은 쇼룸. 쇼윈도의 문지방을 사당이나 사원처럼 높이를 주어 장인 정신에 대한 경의를 표했다. ⓒTakumi Ota
셰프에게 칼은 가장 중요한 도구다. 자신에게 맞는 좋은 칼을 찾아 바다를 건너는 일도 많은데, 그 여정에 빠지지 않는 곳이 바로 일본 니가타현에 있는 산조시(三条市)다. 대표적 금속가공 산지로 꼽히는 이 마을은 에도시대 때부터 대장장이들이 모여 고유의 금속가공 기술을 계승해왔다. 도쿄에서 신칸센을 타고 두 시간은 더 가야 이르는 이곳에 식칼 공방 다다후사가 있다. 다다후사의 식칼이 국내 일반인에게 알려진 계기는 단행본 <오래 쓰는 첫 살림> 덕분이다. 공동 저자인 라이프스타일 숍&커뮤니티 월WOL의 조성림 대표는 “4년 전, 남편과 떠난 일본 여행에서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날렵한 칼날과 손에 자연스럽게 감기는 탄화목 손잡이는 요리를 좋아하는 저희 부부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았지요. 그 매력에 빠져 공방도 여러 번 찾아갔습니다.”
창립자 도라사부로 소네. 1948년 어업용 식칼을 시작으로 타다후사를 설립했다.
시바타 후미에가 리디자인한 호초쿠보 시리즈는 총 일곱 가지로 구성했다. 왼쪽부터 빵 칼, 육류·생선·야채 세 가지 용도로 쓴다는 뜻의 산도쿠, 과도로 사용하기 좋은 패티 칼, 셰프 칼, 대형 생선 칼, 소형 생선칼, 회 칼. ⓒTakumi Ota
다다후사의 3대 장인이자 대표 다다유키 소네.
부스러기가 없는 빵 칼의 탄생
1948년 창립자 도라사부로 소네Torasaburo Sone가 문을 연 식칼 공방 다다후사는 산조 지역만의 금속 성형 기술로 칼을 연마한다. 칼처럼 작은 제품을 만들 때는 스프링 해머로 모양을 섬세하게 가다듬는 기술이 필요하다. 이때 쓰는 자유단조(free forging) 기술은 대량생산 공장에서는 따라 할 수 없는 이 지역 장인들만의 무기다. 근처 50여 개 공방 중 다다후사가 특별히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재 공방을 이끄는 3대 장인 다다유키 소네Tadayuki Sone는 3중 구조 칼날이 핵심이라고 말한다. “양쪽 면은 스테인리스 스틸, 식재료가 직접 닿는 메인 칼날은 SLD 소재를 사용해 3중으로 제작합니다. SLD스틸은 녹에 강해 위생적이고 갈아 쓰기 쉽습니다.” 보통은 전문가가 요리 습관과 손 형태에 맞게 맞춤 제작하지만, 일반인을 위한 호초코보Hocho Kobo 시리즈도 인기가 높다. 특히 아시아인이 선호하는 부드러운 빵에 맞춰 개발한 빵 칼은 톱니무늬가 앞부분에 위치한 것이 특징이다. 빵을 썰 때 부스러기가 떨어지지 않아 일본 유명 TV 프로그램에서 소개한 이후 3년을 기다려 구입해야 할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 디자인이라는 옷을 입은 장인의 물건 산조 지방에는 “아름답지 않아도 써봐야 좋은 것이 바로 장인의 물건”이라는 옛말이 있다. 하지만 다다유키 소네는 장인이 만든 물건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2012년에는 무인양품과 킨토와 협업한 스튜디오에스의 시바타 후미에 디자이너와 함께 호초코보 시리즈를 다시 디자인하고 검박한 카드보드 패키지에 담았다. 900℃의 화로에서 뜨겁게 달군 금속을 두드릴 때 잡는 집게를 모던하게 표현한 로고에서 지역의 전통 기술을 지켜오면서도 시대의 변화에 발맞추고자 하는 그의 열정이 느껴진다. 이러한 다다후사의 호초코보 시리즈를 서울에서 만날 수 있게 되었다. 가정용 식칼 세 개에 한해 4월 9일부터 5월3일까지 삼청동에 위치한 월에서 팝업 스토어를 열기 때문이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의 정신으로 점차 발전하는 다다후사의 행보와 진정성을 알리기 위한 자리로, 타다유키 소네가 직접 칼을 잘 관리하는 법에 대한 워크숍을 진행할 예정이다. 문의 www.wol.co.kr
칼 워크숍
주로 사용하는 칼을 가져오면 다다후사의 3대 장인 다다유키 소네가 좋은 칼을 다루고 관리하는 방법을 직접 알려드립니다. 5만 원 상당의 숫돌을 드립니다.
일시 4월 14일(일) 오후 2시~3시 30분
장소 월(서울시 종로구 삼청로4길 10)
참가비 10만 원(재료비 포함)
인원 5명
신청 방법 <행복> 홈페이지 ‘이벤트’ 코너에 참가 이유를 적어 신청하세요.
- 지역 장인의 공방 다다후사 식칼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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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금속가공 산지로 꼽히는 산조 지방의 식칼 공방 다다후사タダフサ는 900℃ 넘는 가마의 뜨거운 열기로 가득하다. 시대의 변화와 흐름에 따라 아름답게 연마한 칼은 요리를 좋아하는 이라면 욕심내도 마땅한 가치를 품고 있다.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9년 4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