쉼을 우선으로 공간을 꾸민 남일우·박소라 부부. 거실의 높은 층고를 활용해 실링 팬을 달았다. 벽에 걸린 이은선 작가의 사진 작품은 피비갤러리, 라운지체어는 프리츠 한센 PK22, 테이블은 프리츠 한센 PK61, 러그는 무토 제품.
편하게 신발을 신고 벗을 수 있는 매입형 벤치를 둔 현관.
결혼 12년 차의 치과 의사 부부인 남일우와 박소라 그리고 두 딸인 여덟 살 규리, 여섯 살 혜리의 새로운 보금자리를 소개한다. 남일우 씨 가족은 판교 지역의 아파트에 살다 첫째 딸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두고 학교와 거리가 가까운 집을 물색했다. 그리고 지금의 집을 선택한 이유는 이렇다. “아파트 단지 내 조경이 잘 조성되어 창밖으로 초록이 펼쳐져요. 아이의 학교는 물론 저희 부부의 직장과 가까운 지리적 접근성도 좋고요. 그리고 지금껏 살던 아파트 대비 높은 층고가 결정적 요인이었어요.” 일반 아파트 층고인 2350mm보다 높은 2600mm로, 등 박스를 철거한 노출 천장으로 만들어도 최대 50~100mm만 확보할 수 있는 일반적인 경우와 달리 스튜디오형 아파트처럼 탁 트인 실내 구조였던 것.
원형 기둥과 식탁의 스트라이프 라인과 잘 어울리도록 선의 미학이 돋보이는 아떼라이팅의 조명등을 선택했다.
세면실 겸 대면형 제작 옷장을 둔 드레스룸.
ㄱ자 조리대의 부족한 공간을 해결해줄 아일랜드를 들인 주방.
거실 천장의 실링 팬과 함께 리조트 같은 이국적이면서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바이오 에탄올 벽난로.
거실 겸 다이닝룸의 벽에는 와인 셀러를 매입하고 각종 물건을 보관할 수 있는 장을 짜 넣었다. 맞바람이 불어 환기와 채광이 좋은 간이형 베란다에는 슬라이딩 도어를 달아 각종 청소 기기를 보관한다.
‘쉼’이 있는 집을 바라다
디자인과 시공을 맡은 817디자인스페이스에 요구한 사항은 높은 층고를 잘 활용해달라는 것과 공용 공간인 거실과 부엌 사이에 경계선 없이 가족이 서로 원활한 소통을 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해달라는 것이었다. 또 살림살이를 내놓고 살지 않아도 되는 완벽한 수납공간과 와인을 즐기는 남편을 위한 와인 바가 있는 다이닝룸을 바랐다. 이를 모두 아우르는 동시에 총체적으로 바란 콘셉트는 바로 휴식. “눈이 편안한 집을 원했어요. 블랙&화이트로 모던하거나, 원색을 두루 사용해 이국적인 대신 그저 차분한 색상으로 채워 온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을요.” 이러한 점들을 반영해 817디자인스페이스가 가장 우선으로 챙긴 건 톤온톤의 색상 조합이다. 현관에서 바라볼 때 좌측 거실은 웜 톤의 화이트를, 우측 주방과 다이닝룸은 은은한 뉴트럴 베이지색을 지정했다. 두 공간의 바닥에는 모두 은은한 그레이 색상의 타일을 깔아 통일감을 줬다. 이렇게 색을 지정한 다음 본격적으로 거실을 꾸몄다. 일반 아파트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두 가지 감성 아이템을 대입한 것. 하나는 실링 팬이고, 또 다른 하나는 벽난로다. 817디자인스페이스 김혜진실장은 “높은 층고를 활용해 실링 팬을 달았어요. 시각적 효과는 물론 휘휘 돌아가는 실링 팬으로 생기는 자연 바람이 마치 휴양지에 온 듯한 분위기를 내죠. 벽난로는 친환경 에탄올을 연료로 사용한 것으로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해줘요”라고 말한다. 소파를 마주한 돌출 벽에는 블랙 색상 원목 프레임의 매입 박스를 만들었고, 그 안에 TV와 사운드바를 집어넣어 지저분한 선이 보이지 않는다. 또 미세한 열감이 있고 그을음이 생기는 바이오 에탄올 난로는 전자 기기인 TV와 사선으로 배치했으며, 난로 벽면은 열에 강하고 오염될 염려 없는 방화 도장을 해 사시사철 사용할 수 있다.
슬라이딩 도어를 단 벽장에 책과 장난감을 수납할 수 있는 공부방. 테이블은 프리츠 한센의 아날로그 테이블, 의자는 프리츠 한센의 드롭 체어로 모두 비블리오떼끄에서 구입.
기존 아이 침대에 집 모양의 헤드 프레임을 더했다. 방울 장식을 단 커튼은 페이블(@fablefabric)에서 구입. 원형 테이블은 가리모꾸의 컬러 우드 테이블.
가구로 포인트를 준 부부 침실. 침대는 덕시아나, 암체어는 프리츠 한센의 로체어, 플로어 조명등은 루이스폴센의 판텔라, 협탁 위 조명등도 앤트래디션 플라워핏.
일과 후 와인을 즐기는 부부는 다이닝룸에 와인 셀러와 와인 랙을 뒀다.
선의 미학으로 채운 다이닝룸 퇴근
후 와인을 즐긴다는 부부. 교정과 의사로 특정 요일만 출근하고 나머지 시간에는 육아를 담당하는 아내와 병원에서 종일 일하고 온 남편이 식탁에 마주앉아 서로의 하루를 공유하는 소박한 의식이다. 또 이런 시간을 가질 때면 하루를 잘 마무리한다는 느낌이 든다고. 붙박이장 한편에는 와인 잔을 보관할 수 있는 랙을 설치하고, 식사 후 소화제격으로 한 잔씩 마시는 위스키를 뒀다. 기존의 와인 셀러 세 개 중 두 개는 오픈형 제작 장에 넣었고, 나머지 한 개는 벽에 매입했다. “지금의 식탁 자리 양옆에 있던 수납장 겸 파티션을 철거해 탁 트인 동선을 확보했어요. 파티션 옆으로 있던 400×400mm의 사각 기둥은 MDF 소재의 일자 합판을 일정한 간격으로 두른 지름 900mm의 원기둥으로 만들고 뉴트럴 베이지 색상으로 칠했어요. 기둥의 걸레받이 역시 톤을 맞춰 브라운 색상으로 둘렀고요.” 김혜진 실장의 말이다. 주방 가구로 싱크대와 수전, 대리석 상판은 원래 것을 쓰고 상·하부장의 문과 벽면 타일만 교체했다. 이렇게 아낀 비용으로는 특별한 식탁을 만들었다. 메탈 가구 제작 브랜드 더블유에이엠이 제작한 것으로 기둥과 같은 스트라이프 라인을 적용해 통일감을 줬다. “일정한 간격의 스트라이프 라인은 높은 층고를 극대화하는 효과가 있어요. 공간도 더욱 넓어 보이죠.” 거실과 다이닝룸에 힘을 쏟은 대신 부부 방과 두 아이 방은 이전의 바닥재와 기존 가구를 활용하고 차분한 핑크, 블루, 브라운 벽지와 커튼으로 색감을 더했다. 부부 방에는 벽을 따라 긴 벽장을 제작· 설치해 옷과 계절 이불, 생활용품을 수납한다. 집의 장점을 살리면서 원하는 바를 정확히 파악하고 고수해서 완성한 집. 남일우·박소라 부부와 두 딸이 사는 집에는 늘 차분한 바람이 머문다.
- 판교 운중동 165㎡ 아파트 톤온톤 컬러 조합으로 눈이 편안한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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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분한 톤온톤의 색들의 조화가 만들어내는 따뜻한 기류와 높은 층고로 마치 여행 중 마주한 아늑한 호텔 라운지를 닮은 아파트.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8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