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ro Cucina
가구만 보여주던 딱딱한 전시는 잊어라. 라이프스타일이 거실에서 주방으로 옮겨간 것을 방증하듯 리빙룸처럼 꾸민 공간 구성에 유명 셰프가 요리한 음식을 함께 나누고, 소규모 쿠킹 클래스를 진행하는 등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만난 주방 브랜드에는 ‘삶’이 그대로 녹아 있었다.
불탑, 우리 모두의 주방
커뮤니케이션을 테마로 한 b3 아일랜드와 월 유닛. 이번 전시때 발표한 모든 제품은 프로토타입으로 아직 생산되지 않는다.
다양한 아이템을 수납할 수 있는 b 솔리테르
서랍 구조를 움직여 작업대를 만드는 b3 아일랜드
쿨링과 워밍 시스템을 도입한 b. 아키텍처 테이블
주방이 집의 중심이 된 지는 오래. 이는 하이엔드 주방 가구의 행보에서 더욱 과감하게, 공격적으로 드러난다. 장인 정신과 바우하우스 철학을 잇는 독일 명품 주방 브랜드 불탑(www.bulthaup.com)은 ‘Cooking as a way of communicating’을 테마로 밀라노 브레라 지역의 옛 성당 산 카르포포로San Carpoforo에서 전시를 펼쳤다. 전시장에서는 캐주얼한 파티와 함께 다양한 음식을 조리하고 시연하는 소규모 클래스가 열렸는데, 주방을 삶의 중심에서 함께 살아 숨 쉬는 공간으로 해석해온 불탑의 철학을 엿볼 수 있었다. 이번 전시에서 불탑은 한층 업그레이드된 b3 아일랜드를 프로토타입으로 소개했다. 가장 중요한 콘셉트는 커뮤니케이션! 가장 먼저 아일랜드를 개발한 회사인 만큼 주방의 중심을 다시 아일랜드로 설정했다는 점이 관전 포인트다. b3 아일랜드는 내부 액세서리를 조합해 주방 기구를 저장하는 파티션을 사용자가 원하는 크기나 방향으로 설치할 수 있는 것이 특징. 요리하는 사람 벽을 바라보고 사람을 등지는 자세가 아닌, 아일랜드에서 사람들을 바라보며 커뮤니케이션하도록 월 유닛이나 하부장에 수납하는 식기류를 아일랜드 상부에 두어 접근성을 높였다. 또 상부 서랍 구조를 변형해 원하는 크기와 방향으로 작업대를 만들 수 있어 여럿이 동시에 작업할 수 있다. b. 아키텍처architecture의 영감이 된 것은 사용자 개개인의 개성이다. 점점 작아지는 생활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옵션을 강화한 것. b. 아키텍처 테이블은 가족과 더 오랜 시간 대화에 집중하도록 중간에 쿨링, 워밍 시스템을 도입했다. 음식을 먹다가 식어 다시 데우러 가는 일이 없도록 철저히 사용자를 배려한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집의 중심을 넘어 얼마든지 개성 있고 창의적인 주방을 완성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불탑의 2018 컬렉션. 국내 불탑 쇼룸에서는 리빙 공간을 관통하는 수납장 b 솔리테르Solitaire(2016년 발표, 2018년 생산)를 선보인다. 와인, 다구를 수납하는 것은 물론 드레스룸에 배치해 액세서리 쇼윈도로 활용해도 좋다. 문의 불탑(02-516-6165)
복잡할수록 단순하게, 다다
다양한 소재 매치가 돋보이는 프라임 컬렉션
미니멀한 디자인의 라티오 컬렉션
몰테니&C 그룹에서 선보이는 하이엔드 주방 시스템 다다(dadakitchens.com) 는 유로 쿠치나 전시에서 400㎡의 전시 부스를 꾸미고 하이라인Hi-line 6를 비롯해 프라임Frime, 라티오Ratio 등 신제품을 선보였다. 하이라인 6는 티타늄 알루미늄과 퓨터pewter(주석 합금) 등 최고급 소재로 마감한 프레임 도어를 추가해 베스트셀러의 위용을 지켰다. 시칠리아산 천연 스톤에 옻칠한 벽체 유닛을 구성한 프라임 시리즈는 알루미늄 스낵 카운터에 프란체스코 메다의 우디 스툴을 매치하는 등 풍성한 소재감을 즐길 수 있다. 빈센트 반 두이센이 디자인한 라티오는 전형적 선형 주방을 넘어 모듈 주방을 원하는 밀레니얼 소비층의 니즈에 부합하기 위해 코너 솔루션, 스낵 카운터 등의 유닛을 추가했다. 아일랜드, 월 유닛 모두 손잡이를 생략한 것이 특징. 복잡한 기기에 둘러싸인 주방에서 미니멀 디자인으로 시선을 정리하고, 원재료 자체의 고급스러운 물성으로 프리미엄 가치를 완성했다는 평이다. 문의 다다(02-532-2959)
드러내지 않는 자신감
스틸의 강점을 극대화한이탈리아 컬렉션
문을 닫으면 주방이 완전히 가려지는 모두스 컬렉션
세계적 건축가 안토니오 치테리오가 디자인하는 주방 가구 아크리니아(www.arclinea.com)가 밀라노 디자인 위크 기간 중 두리니 거리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했다. 450㎡ 공간에 여섯 개 타입의 주방 가구를 전시하고, 쇼룸 뒤쪽 공간은 실제 요리할 수 있도록 가전 기기를 빌트인해 경험을 나누기 위한 공간으로 오픈. 박스 인 박스 형태의 신제품 모두스Modus는 벽처럼 보이는 월 패널을 구성, 도어 안쪽으로 주방 시스템이 자리해 음식을 준비하면서 주방이 어질러지는 것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탈리아 컬렉션은 스테인리스 스틸로 전문적 느낌을 극대화한 것이 특징. 명품 시계를 컬러링하는 PVD 공법으로 차별화했다. 브론즈, 블랙, 샴페인 등 PVD를 통한 매혹적인 컬러링으로 스틸의 장점과 아크리니아가 강조하는 웜 빈티지 감성을 모두 담은 제품은 하반기 서울에서도 만날 수 있다. 문의 아크리니아 서울(skshin@arclinea.co.kr, 02-713-6002)
Hello, Cool Lighting!
보는 순간 절로 웃음이 나오는 미소 유발자! 패션, 공예, 리빙 등 각기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협업해 시너지를 만든 조명등은 공간에 두기만 해도 분위기를 환하게 물들인다.
1 이딸라(www.iittala.com)의 버드 토이카 디자인으로 유명한 오이바 토이카의 공예적인 섬세한 디테일과 마지스의 기술력이 만났다. 유리 대신 폴리카보네이트 시트를 활용해 패턴과 음영을 표현한 리누트Linnut 조명등. 마지스(www.magisdesign.com) 제품으로 짐블랑(070-8842-0835) 문의.
2 감프라테시가 디자인한 펜던트 조명등 소피Soffi는 마치 주머니를 가죽 스트랩으로 묶은 것 같은 형태로 공간에 재미를 더한다. 폴트로나 프라우(www.poltronafrau.com) 제품으로 인피니(02-3447-6000) 문의.
3 밀라노 곳곳을 여행하는 광고 비주얼로 유쾌함을 전한 곰돌이 테이블 램프 토이Toy. 패션 브랜드 모스키노와 협업한 제품으로 카르텔(02-517-2002) 문의.
A Life Extraordinary
월페이퍼로 압도적 공간을 완성한 모오이
모오이(www.moooi.com)가 펼쳐내는 라이프스타일은 언제나 조금 더 특별(extraordinary)하다. 올해도 비아 토르토나의 광대한 전시장에서 신제품을 전시했는데, 특히 매머드, 도도, 드워프 코뿔소, 갑옷멧돼지 등 ‘멸종 동물 박물관’에서 영감을 얻은 월페이퍼가 눈길을 끌었다. 은은하고 따뜻하며 때론 화려하게 시선을 압도하는 모오이의 조명 컬렉션도 여전했다. 이 중 릭 테헬라르Rick Tegelaar의 철제 그물망을 활용한 조명과 마르셀 반데르스의 올빼미ㆍ토끼ㆍ펭귄 등의 모양을 한 테이블 램프가 돋보였다. 문의 웰즈(02-511-7911)
미노티의 70주년
창립 70주년 행사가 열린 몬차 왕실 빌라
미노티 설립자의 아내 일레Ile의 이름을 딴 한정판 암체어
1948년 시작해 3대째 가족 경영으로 브랜드 철학을 잇는 미노티(www.minotti.com)는 올해 70주년을 맞아 다양한 볼거리를 선사했다. 늘 창의적 콘셉트를 펼치는 넨도, 프랑스 특유의 우아한 디자인을 선보이는 크리스토프 델쿠르, 나무의 따뜻한 물성을 완성도 높은 작업으로 이끄는 마르시오 코건 등 세계적 디자이너 3인방과 협업한 뉴 컬렉션은 자칫 딱딱할 수 있는 전시 부스를 우아한 톤앤매너로 완성했다. 창립 70주년을 맞아 몬차 왕실 빌라(Villa reale di Monza)에서 진행한 기념행사도 소셜 네트워크를 뜨겁게 달궜다. 문의 디옴니(02-3442-4672)
Interview_ 메테 조규형 디렉터
‘한글’처럼 멋진 한국의 가구
2011년 설립한 LIV디자인(www.lvidesign.com) 아트 디렉터로 스웨덴에서 활동하는 디자이너 조규형이 한국의 디자인 오리지낼리티를 담은 가구를 론칭했다. 밀라노 디자인 위크 기간에만 1만 5천 명이 다녀간다는 핫 스폿 스파지오 로산나 올란디에서 메테Mete의 성공적 론칭 전시를 마친 소감을 물었다.
이번 페어에서 반응이 어땠나?
우선 메테가 한국 가구 브랜드라는 점에서 매우 흥미로워했다. 최근 흘러가는 국제 정세 때문이 아니더라도 글로벌에서 한국과 서울은 매우 트렌디한 장소로 꼽힌다. 가구 역시 "새롭고 아름답다"라는 평이 많았다.
한국에도 디자인 오리지낼리티가 있는 가구를 선보이겠다고 했는데, 소비자가 오리지낼리티 디자인을 경험하면서 얻는 궁극적 가치는 무엇인가?
예컨대 한글은 오리지낼리티를 갖춘 문자 디자인 시스템이다. 세종대왕이 창제했고 창제 원리도 알고 있다. 우리는 한글을 사용하며 사용 목적을 이해하고 올바르게 사용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는 자부심으로 이어진다. 가구에서 오리지낼리티를 갖춘 디자인을 경험하며 얻는 가치는 한글을 사용하며 얻는 것과 같지 않을까.
니카 주판츠의 라라 체어
안데르센&볼이 디자인한 파리 소파
안데르센&볼, 니카 주판츠 등 워낙 많은 브랜드와 작업해온 디자이너와 협업하다 보니 오히려 글로벌 브랜드와 차별화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정확한 디렉션으로 차별화하는 것이 중요했다. 메테의 스타일 디렉션은 ‘앤드로지니androgyny(양성성, 남자를 뜻하는 안드로andro와 여성을 뜻하는 지노gino의 합성어)’다. 쉽게 말해서 중성적 스타일로 배우 틸다 스윈턴에게 영감을 받아 스토리를 만들고 제품화했다. 절제와 기능 중심의 디자인을 하던 디자인 듀오 안데르센&볼Anderssen&Voll과 타프TAF에게는 기존에 접근하던 소박한 럭셔리에서 관능적 럭셔리라는 새로운 키워드를 제시했다. 니카 주판츠Nika Zupanc는 여성적 디자인의 아이콘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니카 주판츠에게는 그동안 시도하지 않은 남성적 디자인을 의뢰했고, 그녀는 남성 주얼리인 호박 반지에서 영감을 받아 굵은 선과 큰 곡선으로 라라Lala 의자를 완성했다.
한국의 가구 디자이너와 가구 장인들이 서로 상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했는데?
한국 가구 브랜드라면 한국 디자이너와 장인, 혹은 공장과 함께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물론 첫 제품군은 해외 디자이너와 유럽 장인과 함께 만들었지만, 향후 준비 중인 중가 브랜드에서 한국적 요소, 한국 공예에서 사용하는 제작 기법과 재료 등을 결합하려고 한다.
한국에서 메테를 만나려면?
올가을에 서울에 메테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하고, 내년 2월 스톡홀름 퍼니처 페어에서 컬렉션을 완비할 계획이다. 개성을 갖춘 디자인 소비에 투자하고, 좋은 재료와 공예 정신을 존중하며, 생산과 소비 윤리에 공감하는 이들이 우리 브랜드를 사용하길 바란다. 문의 메테(02-512-6255)
카르텔의 재발견
타이포 장식이 돋보인 카르텔 전시 부스
카르텔(www.kartell.com)은 단순히 데커레이션을 위한 가구가 아닌 변화하는 삶의 양식에 맞춘 스마트 가구를 ‘발명’했다. 전시 제목 역시 ‘Smart design for smart people’ 이다. 나무 소재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엿보인 'wood', 바이오 플라스틱으로 만든 의자를 전시한 'bio', 각종 전자 기기에 둘러싸인 생활을 위한 'smart table', 아웃도어 라이프의 중요성을 간파한 'outdoor', 조명등 자체의 형태보다 빛의 형태와 재생에 방점을 찍은 'lights' 등 여덟 개 섹션으로 나눈 전시 부스는 심플한 무대와 타이포로 브랜드가 어떤 얘기를 하고자 하는지 명민하게 드러냈다. 문의 카르텔(02-517-2002)
홈 프로페셔널 키친 ‘펜디쿠치네’
펜디와 쉬크가 함께 선보인 펜디쿠치네
명품 패션 브랜드 펜디는 이탈리아의 유명 부엌 브랜드 쉬크SCIC와 손잡고 펜디쿠치네FENDICUCINE를 출시했다. 건축가 마르코 코스탄치Marco Costanzi가 디자인한 펜디쿠치네의 첫 컬렉션은 전문가급과 가정에서 두루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 주방으로 남성적이면서 수수한 스타일과 화려한 색채감이 돋보이는 여성적 스타일 두 가지 모델을 선보였다. 펜디의 DNA와 쉬크의 기술력이 완벽하게 결합,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디자인에 고급 소재를 조합하고 수작업으로 마감했다. 문의 펜디 코리아(02-2056-9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