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뷰가 시원하게 펼쳐지는 전망과 다채로운 아트워크로 개성 넘치는 송진아 씨의 싱글 하우스.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은 호텔처럼 편안한 공간에서 시작했지만, 집을 레노베이션하면서 공간에 대한 열정과 취향이 좀 더 세심하게 다듬어졌다. 거실의 화이트 소파는 카펠리니 제품. 허명욱 작가의 사이드 테이블과 이은 작가의 도자 페인팅을 매치하고 벽 코너에 갑빠오 작가의 'Go on Ahead' 도자 오브제를 장식해 위트를 더했다.
송진아 씨가 오래 시간을 보내는 다이닝룸. 자유로운 감성이 느껴지는 미스터 브레인워시의 페인팅과 신상호 작가의 도자 테이블을 매치했다.
서재는 핫 핑크와 다크 그레이 컬러로 한쪽 벽을 도장했다. 페인팅은 언제든 바꿀 수 있어 포인트 월에 적용하기 좋다. 10년째 함께 산 반려견 망고를 위해 슬라이딩 도어 아래쪽에 집 모양 전용 출입구를 만들어준 배려가 돋보인다.
아파트에서 나고 자란 세대가 집을 고를 때는 동네가 아닌 ‘단지’가 선택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송진아 씨는 3년 전 잠원 지구에서도 한강 뷰가 시원하게 펼쳐지는 단지를 찾아 이사를 결정했다. 단, 강남에서 한강 뷰를 보장하는 아파트는 보통 강을 등지고 있어 주방과 다용도실 등 후면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지가 관건이다. “이사할 집을 알아보며 단지를 먼저 결정한 상태였어요. 마침 부동산 중개소에서 참고로 예쁜 집을 보여주겠다고 했는데, 그 집이 바로 이길연 실장님 집이었어요. 잡지에 많이 소개된 디자이너라 호감이 있었고, 인테리어 스타일도 마음에 들었어요. 옆 라인의 아파트를 계약하고 레노베이션을 의뢰했죠.” 만약 같은 구조라면, 디자이너가 먼저 살아보고 장단점에 맞춰 고친 집만큼 훌륭한 래퍼런스가 또 있을까? <행복>에도 소개된 바 있는 이길연 실장의 아파트는 철제나 거울 등의 소재를 사용한 과감한 디자인과 침실과 드레스룸, 서재가 연결되는 동선, 버려진 구석 없이 철저하게 설계한 수납공간까지 아름다운 디자인과 기능적 효율성을 모두 만족한 인테리어로 화제를 모았다. “송진아 씨가 몇 차례 레노베이션을 의뢰했지만 흔쾌히 답을 드릴 수는 없었어요. 전형적 구조의 아파트 개조는 디자인에 많은 제약과 한계가 따르기 마련이잖아요. 제가 저희 집을 고칠 때는 어느 정도 실험적 선택을 할 수 있었지만 사실 클라이언트에게 강요할 수는 없거든요. 30평형대 아파트에 많은 비용을 투자하라고 할 수도 없고요. 같은 단지에 살아본 사람으로서 조언은 해줄 수 있겠다 싶어 몇 번 미팅을 했는데 의외로 얘기가 잘 통하고 취향이 잘 맞았어요. 레노베이션을 결정하고 완성하고, 2년이 지난 지금까지 이 집은 아직도 진행 중이에요.”
서재와 드레스룸, 파우더룸, 침실이 연결되는 동선이 특징.
현관을 중심으로 주방과 거실, 다이닝룸 역시 순환되는 구조.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면 달라질 라이프스타일에 맞춰 거실과 서재의 바닥재는 원목으로 고르고 빗살 시공했다.
호텔의 편리한 매뉴얼과 디자인을 담은 집
평범한 30평형대 아파트를 떠올려보자. 현관문을 열면 복도나 거실이 펼쳐지고 방과 화장실, 주방이 연결되는 구조가 대부분이다. 송진아 씨는 기존의 공간 개념을 깨고 주방을 중심으로 현관, 거실, 다이닝룸이 연결되는 동선을 차용해 이 집만의 독특한 개성을 만들어내길 원했다. 먼저 현관을 중심으로 왼쪽은 거실, 오른쪽은 주방이 자리한다. 보통 현관 중문을 현관문과 평행하게 설치하는 게 일반적이라면, 디자이너는 정면에 가벽을 설치하고 왼편 거실 방향으로 중문을 배치해 결과적으로 작지만 분리된 박스 형태의 전실이 생긴 셈이다. 거실과 다이닝룸 사이에도 작은 날개벽을 설치해 시각적으로 분리하되 거실에서도 한강의 전망을 즐기는 데는 제약이 없다. 이길연 실장은 한강 전망을 가장 잘 활용하는 방법으로 침실과 다이닝룸을 한강 쪽으로 배치했다. 자연스레 거실 옆 가장 큰 방은 서재가 되었고, 서재 일부를 분할해 안쪽에 드레스룸과 파우더룸, 욕실을 구성하니 서재와 드레스룸, 파우더룸, 욕실, 침실이 미로처럼 연결된다. 한편 다이닝룸과 나란히 자리한 침실과 욕실 문을 슬라이딩 도어로 시공해 평소 문을 닫아놓으면 그냥 벽처럼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침실 문에는 거울을 붙였고, 욕실 문은 구로 철판으로 마감했다). 그래서 처음 집을 방문한 손님은 어디가 침실이고 화장실인지 구조를 알아차리기 쉽지 않다.
“침실과 거실, 주방이 시선만 돌리면 다 펼쳐지는 공간에서 특별함을 더하기란 어렵지요. 항공 컨설팅 일을 하는 진아 씨는 업무 특성상 출장이 잦다 보니 호텔에서 지낼 때가 많은데, 특급 호텔의 편리한 매뉴얼과 부티크 호텔의 트렌디한 디자인을 모두 적용하고 싶어했어요. 또 프로젝트 단위로 일을 맡는 터라 주로 집에서 일을 해 홈 오피스 기능도 필요했고요. 집처럼 편하면서도 때론 낯선 여행지 호텔에 있는 듯한 신선함이 중요한 테마였죠.” 작은 방을 주방으로 구조변경하고 서재 한쪽 벽을 과감하게 핫 핑크 컬러로 도장하는 등 집주인의 싱글 라이프도 인테리어 테마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요소가 됐다. 다이닝룸은 낮에는 진아 씨의 홈 오피스가 되고, 저녁이면 근사한 바로 변신한다. 한강의 아름다운 야경을 감상할 수 있어 친구들 사이에서도 ‘술맛 나는’ 아지트로 꼽히니, 주말이면 늘 사람들이 북적인다.
침실은 눈이 쉬는 공간. 가구나 작품 등 요소를 최소화하고 컬러를 제한, 몰딩과 빈티지 벽지로 포인트를 줬다.
없던 취향도 생기는 집
꾸밈 과정 취향과 감각은 타고날 수도 있지만, 발견해 다듬을 수도 있다. 송진아 씨는 디자이너와 이웃해 사는 덕분에 이사하고 2년이 지난 지금까지 가구, 작품을 한 점 한 점 엄선해 공간을 채우고 있다. 그러고 보니 식탁, 조명등, 소파 테이블 모두 예사롭지 않다. 식탁은 신상호 작가 작품으로 구운 도자 상판의 오묘하고 깊은 컬러감이 일품이다. 식탁 뒤에 걸린 미키마우스 페인팅은 스트리트 아트의 거장 미스터 브레인워시 작품이다. 창가에 건 조명등은 이정인 작가 작품으로 레진 소재로 자유롭게 구부러진 형태가 특징이다. 거실에는 박원민 작가의 사이드 테이블을 매치하고, 현관에는 이헌정 작가의 꽃 부조를 장식했다. 이 밖에도 허명욱 작가의 아톰 오브제와 조명등, 이은 작가의 도자 페인팅, 갑빠오 작가의 얼굴 오브제 등 공간을 꾸미는 대부분의 요소는 브랜드 제품이 아닌 아트 퍼니처나 공예품이다. 콘셉트에 맞는 가구와 작품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디자이너와 함께 발품 팔아 찾아다닌 덕분에 이제 컬렉터 수준이 됐다.
좋은 인테리어를 유지하려면 무엇보다 수납공간이 뒷받침돼야 한다. 자주 쓰는 그릇, 가전 등을 아일랜드 위에 두어도 지저분해 보이지 않도록 ㄷ 자형 카운터를 구성했다.
디테일을 향한 고집이 느껴지는 이은 작가의 도자 페인팅. 작품 선택의 내공을 엿볼 수 있다.
장식장과 거울 역할을 하는 슬라이딩 도어. 다이닝룸은 청색과 적색이 교차하는 테이블과 강렬한 작품을 매치하고, 맞은편 침실 슬라이딩 도어를 거울로 마감해 문을 열고 닫았을 때 공간의 표정이 달라진다.
단, 아무리 유명한 디자이너의 작품이라 해도 내 몸집이나 생활 패턴과 맞지 않는다면 사용하면서 불편한 점이 생기게 마련. 이길연 실장은 “인테리어란 단지 아름다운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이뤄지는 ‘삶의 질’을 높여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디자인을 위한 디자인이 아닌 편리함과 효율성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따라서 레노베이션을 진행할 때 클라이언트에게 마감재든 가구든 작품이든 최대한 다양한 예시(실제 사례)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 “많이 보고, 좋은 것을 구분하고, 지나고 나서도 계속 여운이 남는 것을 선택하기까지… 클라이언트가 좋아하는 것을 기능에 맞춰 적재적소에 조합하는 것이 디자이너의 역할이죠. 아트 퍼니처와 공예품은 개성을 더하기엔 좋지만, 각각의 에너지가 강해 매치할 때 부딪치는 요소가 되기도 해요. 한쪽에 강렬하게 힘을 줬다면, 다른 한쪽은 완벽히 비워두는 강약 조절이 필요하죠.” 침실은 가구 등의 요소는 최대한 생략하고 바닥재와 침구, 커튼 모두 크림 화이트 컬러로 마감해 호텔처럼 편안한 공간을 완성했다. 화이트 패브릭 소파와 진아 씨가 좋아하는 커다란 식물을 매치한 거실과 마찬가지로 눈이 쉬는 공간이다. 개념 미술의 거장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은 “예술은 일상적 사물을 변화시킴으로써 삶을 새롭게 보게 하는 것”이라고 했다. 좋아하는 것을 수집하고 조합해 자신만의 맞춤 집을 완성하고 일과 생활, 취향과 감각을 즐기는 송진아 씨의 싱글 하우스를 보니 집을 꾸미는 일 역시 예술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실감한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이길연은 섬유공예를 전공하고 수입 패션 브랜드의 머천다이저로 일했다. 직접 꾸민 호텔 콘셉트의 신혼집이 잡지에 소개되어 인기를 끌면서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전향, 10년이 지나도 유행에 뒤지지 않는 디자인에 여자의 마음을 알아주는 꼼꼼한 기능으로 인테리어에 관심 있는 주부라면 누구나 집을 함께 고치고 싶은 디자이너로 꼽는다. 작가 정신이 깃든 가구와 공예 살림, 미술 작품 등을 활용한 개성 넘치는 프로젝트로 주목받으며, 라이프스타일을 100% 충족하는 맞춤 집을 제안한다.
- 잠원동 103.75㎡ 아파트 삶이 곧 인테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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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물건과 스타일이 인테리어가 되는 ‘라이프 인테리어’ 시대다. 유행하는 스타일이나 자재, 가구가 아니라 오롯이 집주인의 취향과 생활이 반영된 30평대 아파트. 송진아 씨는 집에서 쉬고, 일하고, 집으로 친구들을 초대한다.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8년 3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