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좋아하는 건축주와 높은 곳을 좋아하는 고양이를위해 한쪽 벽 전체에 서가를 구성한 브루클린의 주택 . 반려동물과 더불어 행복하게 살기 위한 고민이 공간 곳곳에 담겨 있다. 뉴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건축디자인 그룹 BFDO가 설계를 맡았다 .
1층 한쪽 벽 전면에 고양이가 지나다닐 수 있을 정도의 폭으로 가벽을 세우고 상단에 경사면을 구성했다. 고양이가 미끄러지지 않도록 트랩을 설치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고양이 통로 아래쪽은 부분부분 네모난 구멍을 뚫어 책장으로 활용한다.
1인 가구의 증가, 노령화, 저출산 등 다양한 사회적 요인으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증가하고 있다. 미국 반려 동물산업협회에 따르면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는 2017년 현재 8천4백60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67%에 달한다고한다. 반려동물과 함께 살기 위한 집을 전문으로 짓는 건축가까지 있을 정도로 반려동물 관련 산업과 문화에 적극적이다. 반려동물과 더불어 살기 위해서는 반려동물의 습성과 서식 환경을 충분히 이해하는 게 기본. 부끄럼쟁이 고양이를 위해 천장에 길을 만들어준 브루클린의 로 하우스row house(열을 지어 구성한 연립주택)가 좋은 사례다.
아찔하게 내려다보는 즐거움
“사람에게는 쓸모없거나 죽은 공간이지만, 몸집이 작고 활동 반경이 넓은 고양이에게는 충분히 유용한 공간이 될 수 있어요. 바로 천장이 그런 곳이죠.” 책을 좋아하는 건축주와 고양이 두 마리가 함께 사는 집을 레노베이션한 건축디자인 그룹 BFDO(Barker Freeman Design Office)의 알렉산드라 바커Alexandra Barker는 도쿄의 주택 겸 스튜디오, 대만의 로프트 하우스, 런던의 익스텐션 하우스 등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집을 디자인한 경험을 토대로 브루클린 로 하우스를 레노베이션했다.
시인이자 대학교수, 그리고 역시 의회 도서관 문학 감독으로 일하는 집주인 부부는 둘 다 독서광으로 서재에 책이 가득했다. 책꽂이에 넘쳐나다 못해 탁자, 협탁은 물론 평평한 곳에는 어디든 책이 쌓여 있었다. 또 집에 낯선 사람이 오면 순식간에 도망쳐 숨어버리는 고양이 두 마리를 위해 안전한 탈출구가 필요했다. 디자이너는 가장 중요한 두 가지 요소를 한 번에 해결하는 방법으로 거실 한쪽 벽 전면에 책장을 짜 넣었다. 보통 벽 한쪽을 가득 메우는 책장을 구성 할 때 책장 꼭대기는 손이 닿지 않아 책을 넣고 빼낼 수 없어 수납공간이 되기 일쑤. 건축가는 높은 곳을 좋아하는 고양이의 습성에 착안해 책장 위쪽으로 고양이 전용 이동로를 마련했다. 거실과 주방으로 이어지는 긴 벽면에 두꺼운 가벽을 설치한 후 가벽의 부분부분을 뚫어 책꽂이로 사용하고, 가벽 위쪽을 고양이 통로로 활용한다. 고양이는 천장을 따라 2층 공간을 자유롭게 오가며 경사면에서 크롤링을 즐길 수 있다. “폭이 좁고 긴 형태의 집은 채광이 좋지 않아요. 고양이 통로 위편에 천창을 뚫어 고양이는 물론 거실에서 휴식을 취하는 집주인도 따스한 햇살을 즐길 수 있도록 했어요. 고양이도, 사람도 편안한 휴식 공간에는 채광이 가장 중요하니까요.”
좁고 긴 형태의 일반 연립주택. 핑크색으로 도장한 현관문이 인상적이다.
2층 침실과 연결되는 욕실을 초록색 타일로 시공해 산뜻한 분위기로 완성했다.
1층 거실을 지나 안쪽 깊숙이 자리한 주방. 집 뒤편 벽은 통창으로 마감해 채광을 확보했다.
전체 리모델링 작업이긴 하지만 디자이너는 이 주택의 특별한 매력인 고풍스러운 마감과 튼튼한 뼈대는 살리기로 했다. 자연스러운 미송 마루, 현관, 계단, 문손잡이 등 전통적 디테일에 팝 컬러를 적용한 점이 포인트. 신진 아티스트의 미술 작품을 컬렉션하는 집주인의 취향을 반영해 공간 전체는 작품을 자유롭게 걸 수 있도록 화이트로 도장하고, 가구로 컬러 포인트를 준 것이 특징이다. 메인 거실의 핑크색 소파와 파란색 암체어, 2층 거실의 머스터드 컬러 책장, 욕실의 그린 타일 등 선명하고 대담한 색끼리, 담백하고 자연스러운 색끼리 매치하는 식이다. 가구는 새 집에 맞춰 새롭게 장만했는데, 컬러감이 있되 군더더기 없는 심플한 디자인으로 선택했다.
거실의 하얀 벽에 포인트를 주는 핑크색 도어. 오래된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고 가구와 문짝 등에 컬러 포인트를 준 이 집을 모티프로 집주인이 직접 만든 인형의 집이다. 밝은 컬러와 손때 묻은 가구, 따스한 조명등 등 아티스트 부부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집의 모습이 담겨 있다.
빈티지와 모던, 고양이와 사람이 공존하는 집
핫 핑크 컬러의 현관문을 열자마자 가장 먼저 마주하는 계단은 클래식한 난간을 남겨두고 수직판을 새것으로 교체해 전체 구조를 튼튼하게 보강했다.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오르면 좁은 복도를 사이에 두고 침실과 서재가 자리한다. 침실에서 중점을 둔 것은 가구를 최소화한 것. 오래된 주택이 대개 그렇듯 비좁고 불편한 욕실을 넓히고 침실 면적을 줄여 침실과 욕실 사이에 파우더룸을 마련했다.
이 집의 백미는 건물 뒤편으로 난 통창과 작은 테라스다. 2층 서재에서 연결되는 테라스는 완전히 오픈된 야외 공간이면서 한적한 골목과 마주해 조용히 티타임을 즐기기 좋다. 서재 한편에는 마치 트리 하우스처럼 생긴 작은 밀실이 있는데, 시인이자 아티스트로 활동하는 집주인 부부가 영감을 받는 아지트다. 기둥에 목재 펜스를 치고 계단을 설치하는 등 새 둥지 같은 디자인이 독특하고 재밌다.
1층 주방은 흰색 수납장을 새로 들이고 하얀 타일을 붙여 깔끔하고 산뜻한 공간으로 완성했다. 책을 좋아하는 집주인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해 아일랜드 조리대 한쪽에도 책을 꽂는 수납장을 마련한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선큰 구조의 지하는 고양이가 출입하지 않는 자유 구역! 고양이를 좋아하지 않는 손님을 위한 게스트 침실과 탁구대가 놓인 운동실이 있는데, 주방 외부 계단을 통해서 연결된다.
폭이 좁고 긴 구조에서 착안, 한쪽 벽면 전체에 라이브러리를 구성한 거실. 삐걱댈 것 같은 소나무 바닥재, 고풍스러운 계단 구조 등 오래된 주택의 골조는 그대로 두고 팝 컬러로 포인트를 주었다. 샹들리에 아래 샹들리에 형태의 소파 테이블을 매치한 아이디어가 재밌다. 현관 반대편 벽은 통창으로 마감하고, 고양이 통로 위쪽으로 천창을 뚫어 언제나 화사한 햇살이 들어온다.
2층 안쪽에 자리한 서재에 들어서면 새 둥지처럼 생긴 공간 속 공간을 마주한다. 시를 쓰는 집주인이 오롯이 집중하며 영감을 받는 곳이다.
폭이 좁고 긴 연립주택의 후면. 주방과 선큰 지하, 뒤뜰이 연결되는 구조다.
빈티지와 모던의 조화를 좋아하는 집주인의 취향을 반영해 색감이 풍부하고 편안하며 곳곳에 기발한 아이디어가 숨어 있는 공간을 완성한 디자이너. 사실 드라마틱한 구조 변경이나 유행 자재 사용 등 특별한 기교 없이도 시선을 끄는 이유는 ‘포컬 포인트focal point’를 잘 찾았기 때문이다. 공간에 들어섰을 때 시선이 가장 먼저 가는 곳이 바로 포컬 포인트. 이 집의 경우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마주하는 고양이 통로가 바로 포컬 포인트로, 비비드한 컬러가 혼재한 가구 위쪽에 포컬 포인트가 있어 스튜디오형 구조임에도 복잡해 보이지 않고 편안한 분위기를 완성한다.
고양이가 하루 종일 놀아도 지루하지 않은 집. 반면 책을 좋아하는 집주인은 어디서든 편안하게 책을 읽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집. 낯선 손님이 와도 긴장하지 않고 언제나 행복한 고양이의 감정은 그 공간에 있는 사람에게도 전달되어 일상을 풍요롭게 만든다. 우리나라도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 1천만 시대를 맞았다. 하지만 아직까지 반려동물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노력과 인식, 기반 시설은 미미한 수준이다. “고양이와 함께 살면서 이런 것까지 신경 써야 하나?” 싶겠지만, 한편으로는 반려동물과 동거하는 데 얼마나 큰 책임이 따르는지 보여주는 이 사례를 통해 소소하지만 참된 가치로 함께 살아가기 위한 노력이 지속되길 바란다.
- 해외의 아름다운 집 애서가와 고양이의 행복한 동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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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위한 가구와 제품 디자인을 넘어 아예 반려동물을 위해 집을 디자인하는 시대다. 책을 좋아하는 집주인과 고양이의 행복한 공존! 책장 통로, 새 둥지 아지트 등 재미난 아이디어가 가득한 브루클린 로 하우스를 소개한다.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7년 12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