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취미로 즐긴다지만 수준급의 디제잉 실력을 갖춘 정서학 씨. 거실 한쪽에 그만의 디제잉 부스를 꾸몄다.
부티크 호텔을 모티프로 인테리어한 정서학 씨의 아파트. 천장을 거울 효과가 있는 미러솔로 마감해 천고가 높아 보이게 연출했다. 호텔 라운지에 어울리는 소파와 바 테이블, 소파 테이블은 모두 제작 가구다.
Profile
이름과 나이 정서학, 50세.
어떤 일을 하나요? 전직 프로 볼러. 현재는 은퇴 후 볼링 센터를 운영하며 제자를 육성하고, 지역 학교와 연계해 C.A 교육을 한다.
취미는? 운동과 음악 감상, 디제잉. 디제잉은 수 년에 걸쳐 완벽한 장비를 모았을 만큼 좋아한다.
취향을 한마디로 이야기하면? 부티크 호텔 라운지 같은 스타일. 특히 W호텔을 좋아해서 집을 꾸밀 때도 우바를 모티프로 삼았다.
집에서는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나? 음악 감상과 독서, 영화 보기. 특히 영화를 좋아해서 대형 스크린의 TV와 음향 설비까지 갖추었다.
인테리어할 때 영감을 얻은 것은? 여행 다니며 편하게 쉬던 곳들과 종종 스케치해둔 아이디어들.
전직 프로 볼러 챔피언인 정서학 씨는 평소 즐겨 찾던 부티크 호텔을 테마로 자신의 아파트를 꾸몄다. 한 손으로 다 꼽기 어려울 만큼 취미가 다양한 그에게 집은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공간이요, 그의 삶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는 바로 ‘지금 이 순간’이다.
덕후의 공간 꾸밈 아이디어
프로 볼러 챔피언 정서학 씨는 한국프로볼링협회에서 ‘올해의 선수’(2008)로 선정할 만큼 활발히 활동했지만, 8년 전 선수 생활을 끝낸 뒤 비로소 자신의 삶을 살게 되었다. 남들에겐 평범한 취미 생활이 그에게는 이제야 음미하는 진정한 행복이다. 1년 반 전, 그는 지금의 아파트로 이사했다. 싱글남에게 50평 아파트는 상당히 넓은 편이지만, 당시 중대형 아파트 시장이 침체기인 덕분에 이 집을 구입할 수 있었다. 그간 많은 집을 옮겨 다니며 살아봤지만 인테리어 디자인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하지만 인테리어를 직접 해본 경험도, 도와줄 사람도 없기에 그는 전문가를 찾아 나섰다. 인터넷을 통해 찾은 디자이너 중 첫 번째로 만난 사람은 림디자인(02-468-3005)의 이혜림 실장이었다. 그는 집을 광장동 W호텔(얼마 전 비스타호텔로 재오픈했다)의 라운지와 클럽처럼 꾸미고 싶어 했는데, 이혜림 디자이너의 그간 포트폴리오를 살펴 보니 그 이상의 적임자도 없었다.
원형 침대로 심플하게 꾸민 침실은 W호텔의 쿨 코너 룸에서 영감을 얻었다.
최근 인테리어한 파우더룸. 대리석과 유리, 금속 소재를 활용해 화려하게 꾸몄다.
거실에 가벽을 세우고 선반을 만들어 미니바를 조성했다.
당구대와 탁구대, 테이블까지 세 가지 용도로 사용할 수 있는 멀티 테이블. 공간 크기에 맞춰 특별 제작했다.
인테리어는 기존 인테리어를 살리는 선에서 미흡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공간만 부분 공사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메인 공간인 거실은 W호텔의 우바를 모티프로 꾸몄다. 천장에는 거울 효과가 있는 미러솔을 시공해 높아 보이도록 했으며, 유리 조명등을 설치해 호텔 라운지 같은 느낌을 톡톡히 살렸다. 이 아파트에는 심플하게 제작한 가구가 많은데, 거실 코너의 ㄱ자형 소파와 소파 테이블은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제작했다. 제작 가구는 집의 규모와 구조에 정확히 들어맞고 인테리어 콘셉트를 분명히 해준다. 바 테이블과 바 스툴, 허리 높이의 수납장도 모두 제작 가구로, 그의 취미와 관심사를 반영해 만들었다. “음악을 즐겨 듣고 디제잉을 좋아해서 지금의 조합을 완성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과 비용을 투자했어요. 지금 바로 클럽에서 공연해도 될 만큼 훌륭한 장비들이지요.”
창밖을 향하는 바 테이블은 남녀노소 누구든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아이디어. 실제 바처럼 연출하기 위해 발판을 조명등형으로 제작했으며, 콘센트가 달려 있어 이사를 갈 때도 가져갈 수 있다. 자연스럽게 그의 아파트가 모임 장소로 낙점되었고, 초대받은 손님이 음식을 준비해 오는 포틀럭 파티도 종종 연다. 포켓볼 테이블은 평소에는 당구대, 상판을 덮으면 테이블, 뒤집으면 탁구대로 쓸 수 있도록 맞춤 제작한 것. 남자의 세계에서 또 하나의 로망은 잘 정돈된 드레스룸. 영화 <킹스맨> 속에서 볼 법한 드레스룸을 요청하자 쇼윈도처럼 LED 조명등을 매립한 유리 도어로 꾸민 아름다운 드레스룸이 완성됐다.
내가 주인공인 공간에서 행복을 발견하다
자신의 취향에 맞춰 집을 꾸며본 경험이 있는 사람은 안다. 그 공간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얼마나 큰 행복감을 안겨주는지. 정서학 씨는 최근 림디자인 인테리어와 두 번째 인테리어를 진행했다. 침실과 침실에 딸린 욕실은 기존 인테리어를 그대로 활용했는데, 조금씩 아쉬운 생각이 들더라는 것이다. 영문으로 ‘서학’을 새겨 넣은 도어 사인을 지나 안으로 들어 가면 침실이 나온다. 침실은 W호텔의 시그너처인 쿨 코너 룸을 오마주해 원형 침대를 배치하고, 그 뒤로 헤드보드 겸 수납장을 제작해 넣었다. 침실은 커튼과 가구, 침구까지 모두 화이트 컬러로 선택해 차분하게 꾸민 점이 포인트. “기존 욕실도 사용하는 데 문제는 없었지만 거실, 드레스룸처럼 나를 위한 특별한 공간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어요. 한 차례 경험하고 나니 더더욱 인테리어를 제대로 하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지요.”
세면대와 샤워 부스, 욕조가 있는 넉넉한 크기의 욕실에는 기존 욕조를 철거한 뒤 대형 월풀 욕조를 설치하고, 천장에서 물줄기가 내려오는 천장 매립형 레인 샤워기를 설치했다. 또 영화나 드라마를 볼 수 있도록 벽에는 방수 TV를 설치했다. 짙은 회색 타일과 대리석 상판은 무엇이든 고급스럽게 받아들이는 믿을 만한 조합. 대리석 위에는 심플한 세면대 두 개를 나란히 설치해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면서도 호텔 같은 분위기를 냈다. 집에서 가장 화려한 장소는 파우더룸. 대리석 소재의 무지주 선반과 금속 프레임의 거울을 매치해 장식적이고 고급스러운 무드로 완성했다. 침실과 욕실까지 완벽하게 인테리어를 마친 후 집에서의 만족감이 더욱 높아졌지만, 그는 이 집이 인테리어의 종착지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전망이 좋은 맨 꼭대기 층에 살면서 볼링 레일과 수영장, 라운지 바 등도 꾸며보고 싶습니다. 이런 게 ‘멘즈테리어’가 아닐까요? 지금까지 해온 일보다 하고싶은 일이 많아서 (물론 집에서도) 꾸준히 멘즈테리어를 이어갈 듯합니다. 5년 후에는 경비행기를 구입해 세계 여행을 다녀올 계획이고요.” “전망이 좋은 꼭대기 층에 살며 볼링 레일과 수영장도 꾸며보고 싶어요. 이런 게 ‘멘즈테리어’가 아닐까요? 지금까지 해온 일보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더 많아서 꾸준히 멘즈테리어를 이어갈 듯합니다.”
- 전직 프로 볼러 챔피언 정서학 집을 호텔 라운지&클럽으로 꾸민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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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7년 11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