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목_ 공간, 아틀리에가 되다
바닷물에 오래 잠겨 있던 나뭇조각, 선박, 가옥 등을 철거하면서 수거한 고재와 목재 팔레트 등 천연자원 ‘목재’는 효율적으로 분리수거하고 수집하기만 하면 거의 전량 재활용이 가능하다. 물에 젖었다 마르기를 반복하며 강도가 높아지고, 세월의 정도에 따라 목재의 질감, 색상 등이 모두 달라지기 때문에 그 자체로 하나뿐인 고유한 가구를 만드는 것. 컬러나 문양을 입히면 작품처럼 완벽하게 변신한다.
비대칭 패턴의 아크릴로 장식하고 인체에 무해한 HT 방식의 폐팔레트로 만든 의자는 크래프트 콤바인Craft Combine 작품. 윤현상재의 빈티지 문짝에 갑빠오kappao 작가의 페인팅을 더한 오브제는 스페이스 B-E 갤러리의 <사물의 두 번째 삶> 전시에서 선보인 작품. 팔레트 위에 올린 안락의자(40×40 Waste Waste Amchair)는 피트 헤인 에이크 작품으로 40×40mm 고정 사이즈를 사용해 제작 과정의 효율성을 높이고 남는 재료를 최소화한 것이 특징. 조각 목재 스툴(Scrap Wood Stool)은 의자를 약간씩 돌리면서 간단히 쌓을 수 있다. 이름처럼 오직 세 장의 합판으로 만든 수납장(Three Plate Cabinet-Painted)은 자재 및 인력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철학을 기반으로 한 제품이다. 전시 기획은 문화기획사 시월에서 맡았으며 서울새활용플라자 개관전에서 만날 수 있다. 전자 기기 부속품과 폐목재를 결합해 만든 스탠딩 오브제와 벽걸이 조명등, 강아지 오브제는 모두 유도영 작가 작품으로 제주도 바닷가에 떠 있는 나뭇조각을 모아 소재로 활용했다.
공병_ 단 하나의 오브제
업사이클링으로 ‘지속 가능한 삶’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일상에서 흔히 소모하는 물건들을 최소한으로 사용하고, 최대한 활용하는 삶의 태도가 수반되어야 한다. 늘 사용하던 주방 조리 도구, 공병 등을 재조합해 만든 샹들리에와 촛대, 화기 등은 오직 하나뿐이라 더욱 매력적인 제품.
유리잔과 조리 도구를 장식으로 활용한 샹들리에는 얼트씨alt-C 작품으로 새활용플라자 소재은행 문의. 다양한 컬러의 커팅된 유리병을 조합해 만든 촛대와 오브제는 오세환 작가 작품. 유리병의 입구, 몸통, 바닥 부분을 제각각 커팅해 황동과 조합해 개성을 더한 잔과 접시, 화병은 모두 박선민 작가 작품으로 아원공방 판매. 유리병 입구에 꽃봉오리를 형상화한 오브제는 글라스본 작품.
플라스틱_ 가볍고 경쾌한 멋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매초 2만 개의 플라스틱병이 전 세계에서 생산된다고 한다. 사람들은 1분마다 1백만 개의 플라스틱병을 구입하는데, 이 중 재활용되는 것은 7%에 불과하다. 플라스틱은 미생물에 분해되지 않아 영구적으로 제거하려면 열분해 과정이 필요한데, 분해 후에도 미세 플라스틱 덩어리로 남아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페트병을 잘라 와인 잔을 만들고, 형형색색의 음료 컵을 그대로 디자인 요소로 활용해 아이들 교구로 제작하는 등 플라스틱병을 보다 적극적으로 재활용하는 디자이너의 활약이 반갑다.
일회용 라이터를 장식 요소로 활용한 초록, 노랑, 핑크 스툴은 박지윤 작가 작품으로 서울새활용플라자 소재은행 문의. 플라스틱 컵, 케이크 케이스로 만든 테이블 램프 ‘피에로Piero’, 페트병의 구조를 연결해 만든 와인 잔 ‘페트 파티PET Party’, 마대 걸레에 LED 램프를 설치해 만든 플로어 램프 ‘위치Witch’, 플라스틱 포클레인 완구에 조명을 설치한 테이블 램프 ‘크레인Crane’은 모두 양영완 작가 작품. 플라스틱 사출기를 결합한 책상 크기의 작은 공장 ‘데스크 팩토리’는 프래그PRAG 스튜디오의 프로젝트. 데스크에 매단 조명등처럼 축제나 행사 때 시민이 버린 플라스틱 용기를 색색의 플라스틱 섬유로 뽑아 자신만의 소품을 제작할 수 있다. 색색의 플라스틱병을 연결한 아이 교구는 비페이블 작품.
종이&헌책_ 한 장 한 장 추억이 가득
4만여 권의 헌책을 쌓아 만든 캐나다 퀘벡의 헌책 정원, 잡지를 펼친 듯한 조명 갓으로 로비라운지를 꾸민 베를린의 미헬베르거 호텔…. 이제 읽지 않지만 한 장 한 장 추억이 배어 있는 책과 잡지를 새활용해 우리 곁에 좀 더 오래 두는 것은 어떨까? 신문, 잡지를 엮어 그릇을 만들기도 하고 심지어는 종이 상자를 이용해 의자나 식탁 조명등도 만들 수 있다는 사실! 여러 겹의 종이가 겹쳐 있는 책의 특성상 내구성이 높고, 오래된 책 특유의 질감과 표지의 색감을 이용하면 훌륭한 디자인 상품이 탄생한다.
헌책과 바퀴를 결합해 만든 이동식 스툴은 얼트씨 작품, 폐지를 엮어 만든 바스켓은 마이 베트남 핸디크라프트 작품, 원단을 감을 때 사용하는 지관을 모아 만든 벤치는 유이삭 작가 작품으로 모두 새활용플라자 소재은행 전시.
자전거_ 멈추니 비로소 보이는 것들
자전거는 그야말로 버릴 게 하나도 없는 업사이클링의 대표 소재다. 핸들ㆍ프레임ㆍ안장ㆍ체인ㆍ바구니ㆍ폐달 등 모든 부속품을 재활용할 수 있고, 가구와 조명등, 패션 액세서리까지 적용 범위도 다양하다. 안장 의자, 핸들 벽 장식, 바퀴 달린 이동식 옷걸이, 체인 샹들리에 등 멈췄을 때 더 아름다운 자전거 라이프스타일!
자전거 바퀴를 행어 프레임과 결합한 옷걸이, 자전거 포크와 안장을 결합해 만든 강아지 형태 스탠드, 자전거 바퀴의 스프로킷을 분해해 만든 파란색 테이블 램프, 체인으로 만든 샹들리에는 모두 두바퀴희망자전거 판매. 자전거 바퀴의 스프로킷과 살을 재조합한 조명등, 버려진 침대 헤드에 자전거 부속품을 장식한 거울은 정지은 작가 작품으로 세컨드비, 빈티지 아동 자전거에 조명등을 단 오브제는 마노테카 제품으로 hL1991, 시트에 네 다리를 더해 만든 스툴은 디앤디파트먼트, 핸들과 시트, 거울을 조합한 헌팅트로피 장식은 업사이클리스트 판매.
폐가구_ 같은 재료, 다른 삶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싱크대, 옷장, 책상, 서랍장, 장식장 등을 버리면 폐가구가 된다. 폐가구류는 전체 수거량의 97%를 재사용하지 않고 소각하는데, 그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해 환경을 2차 오염시킨다. 반면 이런 폐가구를 업사이클링의 재료로 활용하면 독창적 스타일은 ‘덤’으로 따라온다. 해체 과정을 거치면서 기성품과 다른 독특한 형태를 갖추게 되고, 심미성과 예술성은 물론 고유한 스토리를 지닌 유일무이한 가구로 공간에 개성을 더해보자.
인도네시아 폐선박 자재로 만든 문짝은 윤현상재, 주방 조리대를 제작할 때 잘못 잘라 부서진 대리석 상판에 다리를 달아 테이블로 변신! 한쪽은 금속으로, 다른 한쪽은 나무 다리로 제작해 이란성쌍둥이 같은 느낌이 포인트다. 열매 형태의 캔디 프루트 펜던트 조명등은 한옥을 리모델링하면서 나온 목재를 업사이클링한 작품, 평범한 학교 의자에 영어로 ‘wet paint(칠 주의)’라고 적은 후 이미지를 콜라주해 투명 에폭시 수지로 마감한 의자 토킹 체어Talking Chair 시리즈는 모두 박진우 작가 작품으로 ZD랩 판매. 건설 현장이나 거리에서 채집한 다양한 표본을 캔버스에 재구성해 에폭시 페인트로 마감한 ‘머티리얼스Materials’(22x15.8cm) 시리즈는 양자주 작가 작품으로 보안여관 소장. 앤티크 브론즈로 마감한 세라믹 촛대는 디젤 리빙 제품으로 세그먼트 판매. 폐철물 삽을 활용해 만든 스툴은 얼트씨 작품으로 서울새활용플라자 소재은행 문의.
헌 옷, 특수 섬유_ 패션, 가치를 담다
방수 천막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프라이탁, 시즌이 지난 옷에 다른 원단이나 부자재를 더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리디자인 브랜드 래코드, 소방 호스를 업사이클링해 만든 가방 파이어마커스 등 감각은 물론 ‘개념’까지 장착한 패션 브랜드의 행보가 눈에 띈다. 모든 것이 과잉 생산되는 요즘 특수 원단이나 의류 폐기물을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랜 드 브로 ‘의식 있는 멋쟁이’가 되어보는 것은 어떨까?
헌 옷을 활용해 만든 다양한 모양의 쿠션, 버려진 원단으로 만든 패치를 장식한 스웨트 셔츠는 래코드, 티셔츠를 잘라 엮어 만든 핸드메이드 러그 I was T-shirts 시리즈는 저스트 프로젝트, 산업용 차양 원단으로 장식한 파란색 패브릭 바구니는 수수SUSU, 폐소방 호스로 만든 파우치는 파이어마커스, 자투리 가죽으로 만든 시트에 스틸 다리를 결합한 네스트 체어는 진 샤오이Jin Xiaoyi 작가 작품, 배너를 콜라주해 만든 핸드백은 바호Vaho 작품으로 업사이클리스트 판매.
고무, 타이어_ 부드러우면서도 강력하다
생명을 다한 폐타이어를 가공해 만든 유사 가죽 소재로 제작한 가방, 둥근 원형을 그대로 활용해 기능성을 살린 스피커, 유연하면서도 내구성이 강한 고무 소재를 살린 바구니…. 자동차, 오토바이 등 교통수단의 중요 부품 타이어는 내구성과 내열성, 소음 제거, 충격 흡수 등의 성능이 필요한 곳에 다양하게 재사용할 수 있다.
폐타이어로 만든 바구니는 타데 제품, 재활용 고무로 만든 화기는 세락스 제품으로 마이알레 판매. 타이어를 밑창으로 덧댄 샌들은 인도솔 제품. 폐타이어를 활용한 스탠드형 스피커는 얼트씨 작품으로 새활용플라자 소재은행 전시.
어시스턴트 권하나, 도현진, 박시연 촬영 협조 및 도움말 서울새활용플라자(www.seoulup.co.kr), 서울새활용플라자 소재은행 제품 협조 글라스본(02-737-6222), 두바퀴희망자전거(02-777-8008), 디앤디파트먼트 서울(02-795-1520), 래코드(02-318-6349), 바툴( 070-4349-6831), 박진우 작가(02-518-3353), 보안여관(02-720-8409), 세그먼트(0507-1421-2012), 세컨드비(2ndb@2ndb.kr), 수수(www.su-gy.com), 아원공방(02-735-3482), 양영완 작가(ywyang@hongik.ac.kr), 업사이클리스트(blog.naver.com/upcyclist), 오세환 작가(zionman99@gmail.com), 유도영 작가(greem2014@naver.com), 윤현상재(02-540-0145), 윤현핸즈(02-540-6650), 저스트 프로젝트(02-6010-1164), 진 샤오이 작가(xiaoyio1114@gmail.com), 크래프트 콤바인(info@craftcombine.com), 파이어마커스(070-5103-3154), 프래그 스튜디오(call.prag@gmail.com), 피트 헤인 에이크 by 시월이앤씨(02-323-4505, www.siwall.co.kr)
- 폐기물을 디자인하다 새활용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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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5일 국내 첫 업사이클링 센터 ‘서울새활용플라자’가 오픈했다. 새활용이란 업사이클링upcycling의 우리말 순화어로, 버려지는 자원에 디자인을 더해 새로운 쓰임을 만드는 활동을 뜻한다. 폐가구, 폐목재, 종이, 옷, 공병, 자전거, 고무 타이어까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팔자八字’가 백팔십도로 달라진 새활용 제품을 소개한다.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7년 10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