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퍼프 소매 모양을 딴 조명등 겸 스툴은 ‘슬라이드 디자인’ 제품.
2, 5 산업적인 소재 활용으로 시선을 끈 제품들. 4 플라스틱 소재로 꽃처럼 피어난 ‘레마니Lemani’의 의자.
3, 6 퓨처리즘 디자인의 절정을 보여준 ‘세드리/마르티니’의 제품들. 외계인의 모습을 연상시키는 의자와 ‘아메바 북케이스’가 이채롭다.
패션 트렌드를 읽기 위해서 파리의 ‘오트 쿠튀르’나 ‘프레타포르테’ 컬렉션에 주목해야 한다면 인테리어 트렌드를 알기 위해서는 파리의 ‘메종&오브제Maison & Objet’를 살펴보아야 한다. 가구부터 패브릭, 조명, 장식 오브제에 이르기까지 집에 관한 모든 상품을 선보이며 앞선 인테리어 트렌드를 제시하는 메종&오브제는 가장 권위 있고 영향력 있는 인테리어 박람회 중 하나. 프랑스 파리의 노르 빌팽트 전시장에서 매년 1월과 9월, S/S 시즌과 F/W 시즌의 트렌드를 보여주는 2회의 전시로 진행된다. 이번 전시는 특히 해를 거듭하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4 ‘Odue Concept’이 선보인 테이블. 퓨처리즘 디자인은 이처럼 생명체의 기원을 연상시키는 유기적인 곡선으로 표현되었다.
소재는 혁신되고 입체는 분해되다 이번 메종&오브제는 하나의 통합된 스타일을 제안하기보다는 개별 디자이너와 브랜드의 신제품을 중심으로 다채로운 디자인을 보여주는 데 주력했다. 특히 젊고 참신한 디자이너들의 각축장인
스프링처럼 이어지는 원형 플라스틱으로 완성된 의자, 합판을 조립해 만든 소파와 테이블, 한 장의 패브릭으로 이루어진 소파, 구불구불 철사를 엮은 듯 완성된 스툴 등. 가구의 전형적인 양감을 면과 선으로 해체하거나 전혀 새로운 해석으로 기존 가구 구조를 한 바퀴 비튼 디자인들은 마치 달걀을 세우기 위해 그 형태를 깬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신선한 놀라움을 전하며 유쾌한 신세계를 보여주었다. 필립 스탁은 컵과 접시가 양과 음으로 일체형이 되는 피크닉용 그릇을 선보였고,
1 이음매 없이 하나의 덩어리처럼 표현된 ‘Tacchini’의 소파.
2 불을 켜면 조명등, 불을 끄면 거울이 된다. ‘Har Design’ 제품.
3, 4 퓨처리즘 디자인이 가장 사랑하는 컬러는 화이트, 그리고 실버.
5 퓨처리즘으로 표현한 꽃, ‘Flower Power’ 접시는 커트러리를 휴대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2007년 S/S 패션 트렌드에서 두각을 나타낸 퓨처리즘은 인테리어 디자인 분야에서도 거부할 수 없는 대세였다. 이음매 없이 매끈하고 깔끔하게 떨어지는 표면, 단순화된 라인과 강조된 양감, 생명체의 기원 혹은 세포를 연상시키는 유기적인 곡선은 테이블웨어 같은 소품부터 소파, 테이블 등 덩치 큰 가구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나타났다. 특히 독특한 디자인으로 관람객들의 탄성을 자아냈던 부스는 ‘세드리/마르티니Cedri/Martini’의 부스. <매트릭스> <스타워즈> 같은 공상과학 영화에서나 볼 법한 디자인을 선보였는데, 조금 과장한다면 이들이 이탈리아 출신이 아니라 ‘외계’에서 왔다고 해도 믿어질 정도. “새로운 소재를 활용해 미래적인 형태로 완성해내는 것이 저희의 디자인입니다. 합성수지, 유리섬유, 카본 등은 우리가 즐겨 쓰는 소재지요.” 이들의 디자인은 ‘아메바 북케이스’라는 그들의 책장 이름처럼 생명체의 기원을 연상시키는 형태가 많았다. 이처럼 세포 모양을 닮은 비정형의 곡선은 새로운 소재와 조우하여 2007년을 강타하는 퓨처리즘으로 표현되고 있었다.
6 지퍼를 닫아 완성되는 조명등은 얇은 패브릭을 통해 빛을 신비롭게 투과시킨다.
7 관습적인 형태를 재해석한 재치 있는 디자인들.
8, 9 조명등이자 거울, 조명등이자 장식 오브제인 디자인. ‘슬라이드 디자인’은 이처럼 빛과 소재를 자유자재로 활용한 디자인을 선보였다.
21세기 유목민, 자연과 예술을 갈망하다 한편 <에디퇴르editeurs>전에는 1백20여 개의 쟁쟁한 업체들이 참가해 인테리어 텍스타일의 화려한 향연을 벌였다. 바우만, 트리시아 길드, 샌더슨, 카사망스 등 세계 텍스타일의 흐름을 좌우하는 업체들이 빠짐없이 참여했는데, 이들의 부스는 올해 패브릭 트렌드를 감지하려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을 정도. 이번 시즌의 키워드는 ‘모던 오리엔탈’과 ‘내추럴 아티스틱’. 유럽인의 동양에 대한 여전한 관심을 반영하는 일본풍·중국풍 패턴이 좀 더 모던해진 모습으로 하나의 축을 이루었고, 자연과 예술을 동경하는 ‘21세기 유목민’의 정서를 대변하는 듯 붓으로 그린 것처럼 자연스러운 터치감이 살아 있는 패브릭이 대거 등장했다.
또한 최근 유행인 사진 실사 프린트를 통해 자연의 이미지를 사실적으로 재현한 패브릭도 시선을 끌었다. 자연과 예술에 대한 갈망은 패브릭에서뿐만 아니라 조명등, 서랍장, 소파 등과 같은 가구에서도 나타났다. 이는 미니멀한 퓨처리즘이 대세를 이루는 가운데서도 두각을 드러냈는데, 한층 과감하고 화려해진 모습으로 표현되었다. 바위 위에 그대로 전구를 연결한 스탠드, 거친 나뭇가지를 엮어 드리운 샹들리에, 나무 둥치에 화이트 퍼를 얹은 듯한 스툴, 가죽을 입힌 서랍장 등. 아프리카 초원 속 한 부분을 툭 잘라 온 것처럼 정제되지 않은 자연 소재와 결합된 가구는 현대인이 직접 체험하지 못하는 원초적인 생명력을 전하고 있었다. 이와 함께 미니멀한 대세를 비껴가는 또 하나의 그룹은 이탈리아 브랜드를 중심으로 한 예술적인 가구들. 무라노 글라스로 대변되는 섬세한 디테일과 예술적인 향취의 이탈리아 브랜드들은, 결코 장식적인 화려함을 포기하지 않은 채 고급스러운 소재와 세련된 감각으로 무장, 퓨처리즘의 새로움에 대적할 만한 고고한 기품을 뽐냈다.
1,4 빛나는 상상력으로 주목받은 ‘D’. 벽시계 ‘Bunker’와 탁상시계 ‘Uomino’.
2 ‘슬라이드 디자인’이 선보인 펭귄 조명등.
5 한 마리 얼룩말이 서 있는 듯한 ‘Agr Createur D’univers’의 뷰로.
3, 7 자연의 모티프를 과감하게 표현한 패브릭 브랜드 ‘마리메코’. 자연물 형상으로 휴식의 느낌을 전한다.
6 촛대의 실루엣을 평면으로 재현한 ‘Gervasoni’의 디자인.
한편 펜디, 미소니, 에트로 등 패션 명품 브랜드의 홈 컬렉션도 눈여겨볼 만했다. 특히 이번 메종&오브제에서는 미소니홈의 창시자인 로시타 미소니Rosita Missoni가 에디퇴르관의 크리에이터로 활약하기도 했는데, 에디퇴르관의 중심부에 마련된 미소니 부스에서는 특유의 컬러풀한 매력을 살린 ‘장미’ 모티프 소파가 그 화려함을 뽐냈다. 펜디는 미니멀하면서도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그 명성에 걸맞은 세련되고 선진적인 인테리어를 보여주었다. 아쉽게도 한국 시장에 소개될 계획은 아직 없다고. 2007년 메종&오브제에서 만난 인테리어 디자인은 신소재와 퓨처리즘의 흐름 속에 자연과 예술에 대한 갈망, 그리고 상상력과 유머 감각이 공존하며 빛났다. 인테리어 전문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이곳에서 보다 다채롭고 멋진 집을 꿈꾸며 최신 감각을 체험하고 돌아갔다. 이 같은 2007년의 트렌드가 국내 인테리어 시장에 어떻게 영감을 주고 변주될지 궁금하다면 오는 3월 22일부터 시작되는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 주목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8, 9 디자이너의 상상력은 세라믹에 스티치를 더하고 실내에 플라스틱 나무를 뿌리 내렸다.
1980년대 복고풍 스타일의 디스코 축제 메종&오브제의 트렌드 전문가와 미래 예측 전문가가 선정한 이번 시즌 특별전의 주제는 ‘축하Celebration’. 항상 축제를 즐길 수는 없지만 ‘판타지 인테리어’를 통해 이를 위장하고 흥겨운 축제 분위기를 만든다는 것이 테마 선정의 배경이다. 디자이너, 스타일리스트 등 세 명의 전문가가 담당한 특별전 부스는 그 독창적인 연출로 많은 관람객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특히 1980년대풍으로 디스코 축제를 연출한 낼리 로디Nally Rodi 에이전시의
1,7 미니멀한 퓨처리즘의 대세 속에서도 장식적이고 예술적인 디자인은 여전히 두각을 나타냈다.
2 거대한 조형물 사이를 오가며 관람에 열중하는 세계 각국의 사람들. 이번 메종&오브제에는 9만 여 명의 인파가 다녀갔다.
3 번쩍이는 광채의 크리스털 샹들리에는 공간을 압도할 듯. ‘L’artigiani France’ 제품.
4 수공예적인 화려함보다는 한층 모던해진 화려함이 대거 등장했다. 멋스러운 모자이크의 프레임이 돋보이는 ‘BLZ’의 거울.
5 ‘Grande Arredo’의 가구. 고전적이면서도 현대에 걸맞은 세련된 스타일을 보여주었다.
6, 8 <에디퇴르전> 입구 부스에는 각각 여성(사진7)과 남성에게 어울릴 ‘럭셔리’ 공간을 연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