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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테토의 평행재平幸齋 평안하고 행복한 집
2년 전, 운명처럼 만난 북촌 한옥에 반해 아파트 생활을 정리하고 한옥살이를 시작한 방송인 마크 테토. 한국인보다 더 한옥을 좋아하고, 한국적 아름다움을 예찬하는 그가 자신의 한옥 평행재로 <행복이가득한집>을 초대했다.

2년 전, 가회동 한옥으로 이사 온 마크 테토는 이곳에서 한국적 아름다움의 의미를 알아가고 있다.

삼면이 창문으로 둘러싸여 온종일 기분 좋은 햇살이 들어오는 서재. 한쪽에 놓인 거문고와 책상 주변 풍경만으로도 그가 전통에 관심이 상당함을 알 수 있다. 마크 테토는 창덕궁에 놀러 갔을 때 거문고를 접한 후 요즘 거문고를 배우는 중이다.
방송 프로그램 <비정상회담><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등에 출연하며 유명해진 미국인 마크 테토Mark Tetto. 기업가이자 방송인, 칼럼니스트로 일주일이 빠듯할 만큼 종횡무진 활약하는 그는 최근 한옥에서의 여유로운 라이프스타일로 주목받고 있다. 마크 테토는 지인을 따라 우연히 북촌에 놀러 왔다가 이 집을 알게 되었다. 본래 최미경 요리연구가가 살던 집으로, 이문호 건축가가 전통 건축 방식을 따라 지은 현대 한옥이다. 위층은 강원도 홍송을 공수해 전통 한옥으로 재현한 반면, 아래층은 서양식의 모던한 입식 공간으로 디자인해 한옥의 미감과 생활의 편리함을 두루 갖추었다. 집 안 곳곳에 스며 있는 나무 냄새와 초목이 어우러진 작은 마당, 잘생긴 소나무 한 그루, 창 너머로 한옥의 기와지붕이 켜켜이 얽혀 있는 모습까지…. 그가 처음 마주한 한옥은 짧은 순간이지만 진한 감동을 안겨주었다.


한옥, 이야기가 쌓이는 집
현대식 한옥이라 해도 좌식 문화에 낯선 외국인에게 한옥 생활은 만만치 않았을 터. 아파트에서 생활할 때도 가구가 많지 않았던 마크는 이 한옥을 어떻게 꾸밀지 고민했다. 논현동 가구 거리 등 발품을 팔며 다녔지만 마음에 드는 가구도, 무엇보다 한옥에 어울릴 만한 가구도 찾지 못했다. 결국 한옥에 관련한 책을 읽거나 인터넷을 검색하며 스스로 공부하기 시작한 그는 자신의 가구를 직접 주문 제작해보기로 결심했다. 우선 자신이 원하는 가구를 직접 디자인한 후, SNS를 통해 눈여겨봐온 B스트럭처의 황민혁 디자이너에게 가구 제작을 의뢰했다. 맨 처음 의뢰한 가구는 좌탁. 반듯한 새 가구가 아닌 옛것의 느낌이 들면 좋겠다는 생각에 두 사람은 고택에서 나온 대들보나 고재를 찾아다니며 함께 가구를 만들었다. 한옥에 꼭 어울리는 크기와 비례의 다이닝 테이블, 의자, 한옥 창살을 모티프로 한 팔각 커피 테이블까지, 단아한 라인과 나뭇결이 살아 있는 맞춤 가구는 처음부터 그 자리에 있던 것처럼 공간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이 가구들을 보면 그때의 추억과 이야기가 절로 떠오른다고 한다.

“한옥 공부를 하면서 알게 된 점이 있었어요. 한옥은 집집마다 이름이 있다는 것. ‘이 집도 이름이 있을 텐데…’ 고민하다가 집주인에게 물어보니 ‘평행재平幸齋’라는 이름을 알려줬지요. 평안하고 행복한 집이라는 뜻인데, 이름을 알고 나니 집에 더욱 애착이 갔어요.” 정갈하면서도 동양적 멋이 느껴지는 도예가 지승민의 그릇들, 소반을 모티프로 한 컨테이너 오다시일의 사이드 테이블, 친구 양태오 디자이너의 오리엔탈풍 도자 조명등…. 집 안의 모든 물건은 가구 하나 소품 하나 허투루 고른 것이 없다. 많지 않은 살림살이인데도 최소한으로 구비하는 데 꼬박 석 달이 걸렸다. 그제야 한시름 놓은 그는 추수감사절을 맞아 집으로 친구들을 초대해 파티를 열었다. 그날의 사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보물. 친구들과 함께 만든 요리, 추억이 깃든 테이블과 그릇. 사진 한 장에 모든 관계가 담겨 있는 것처럼 평행재는 마크의 모든 것이 담긴 ‘행복이 가득한 집’이 되었다.

대문에서 집 안으로 들어오는 길목의 소박한 정원. 마크 테토는 한옥에 살면서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한국식 정원을 가꾸기 시작했다.

창 너머의 그림 같은 풍경이야말로 한옥이 주는 최고의 선물.

입식 공간으로 지은 아래층에 침실과 게스트룸이 있다.

검박한 멋이 스며 있는 조선시대 고가구와 신라시대의 물건으로 추정하는 토기는 마크의 애장품.

한국적 아름다움을 알아가는 즐거움
평행재에서 사계절을 꼬박 두 번 보낸 마크 테토는 요즘 매일매일이 분주하다. 한옥의 작은 마당 때문이다. 절제되고 인위적 느낌의 일본 정원과 달리 ‘자연 그대로’를 담은 한국식 정원에 매료돼 자신의 정원을 가꾸기 시작한 것이다. 책으로 배운 한국적 아름다움을 2년간 생활하면서 몸소 체득했고, 한국 문화에 대한 칼럼을 기고하면서 전문가 수준이 되었다. 소박해 보이는 마당이 한옥의 창문 프레임에 담기면 더없이 완벽한 작품이 된다는 점을 깨달은 그는 대문에서 집으로 들어가는 길목과 마당에 정원을 가꿔나갔다.

‘조선시대의 집이니 그 시대의 가구는 어땠을까’ 하는 호기심에 자료를 찾다가 조선시대 고가구에 대해 알았고, 단아한 모습과 비례감에 반해 하나둘 수집하기에 이르렀다. 서재와 복도에 놓인 반닫이, 신라시대 물건으로 추정되는 토기, 켜켜이 쌓아둔 수막새는 그가 특별히 아끼는 물건이다. 지난가을, ‘창덕궁 달빛기행’에 참여했다가 궁에서 흘러나오는 거문고 독주에 마음을 빼앗긴 그는 요즘 거문고를 배우고, 때때로 시간을 내서 한국가구박물관으로 향한다.

입식 공간에는 모던하고 현대적 가구를 배치했다.

주방은 집에서 마크 테토가 가장 아끼는 공간.

미니멀한 공간에 아름답게 스며든 반닫이와 구본창 작가의 작품.

대청마루. 커피 테이블은 한옥의 창살에서 영감을 얻어 주문 제작했다.

하나하나 특별한 이야기가 담긴 살림살이들.

마크가 집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은 토요일 오전. 모닝커피를 내려 대청마루에 앉아 있으면 그 자체로 힐링이 된다는 것. 아파트 생활과 비교하면 인생의 속도가 천천히 흘러가는 듯하다고 한다. “아파트에 살 때는 약속 시간에 빠듯하게 맞춰 정신없이 나설 때가 많았어요. 뉴욕에서 살 때도 마찬가지였죠. 여기서 한번 외출하려면 시간이 꽤 필요해요. 창문 잠금쇠를 하나씩 걸어 잠가야 해서 족히 5분은 걸리지요. 사람들은 귀찮다고 여길 수 있지만, 저에게는 중요한 시간이에요. 제가 정신없이 하루를 시작하지 않도록 마음을 다잡아주고, 오늘 어떤 하루를 보내고 싶은지 생각하게 해주거든요.”

그는 요즘 한옥을 자랑하는 즐거움에 푹 빠졌다. 집에 놀러 온 외국인 친구는 물론이요, 의외로 한국인 친구들도 굉장히 좋아하니 한옥의 아름다움을 더 많은 사람과 나누고, 공감하고 싶은 것이 그의 바람. 작년 가을, 행복작당 북촌 행사를 인상 깊게 본 그는 9월 말 열릴 세 번째 행복작당에 참여한다. 어떤 전시가 열릴지 기대된다는 그는 벌써부터 <행복> 독자를 맞을 생각에 마음이 설렌다.


<행복> 독자를 초대합니다
9월 21일부터 23일까지 행복작당 북촌 행사에서 평행재도 문을 엽니다. 전통 한옥 의 풍류를 간직한 고택과 현대식 한옥 열 곳에서 문화 행사를 즐길 수 있습니다.

글 이새미 기자 사진 박찬우
디자인하우스 (행복이가득한집 2017년 9월호) ⓒdesign.co.kr, ⓒdesignhous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